오월이 오면
오지게 한번 놀아봐야겠다 마음 먹었지요
그 오월이 슬며시 왔건만
놀 수 있는 마음도 생겨나지 않고 그저
가슴 한 켠 휑하니 훑고 지나가는 바람만
무성합니다 그려.

평택 대추리 서글픈 농투성이들 울음소리
한서린 피울음만 길고 서럽게 들려와
내내 마음자리 어질어질 합니다 그려.

봄 농활 떠난다고 인사 온 새내기 대학생 도반이
선생님~!, 봄 농활가서 더 씩씩해져서 오겠슴다 했는데
봄 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대추리 깊은 설움만 잔뜩 덧칠하고 와선
선생님~! 우리가 이 땅 주인 맞아요?
내 땅에 내가 살 권리가 없다면
우린 노예인가요?
가슴에 쓴 주먹질을 해대고 갑니다. 그려, 그려

오월엔 가슴 풀어헤치고
오지게 오살스럽게 놀아보고 싶었는데
이 오월 하늘에
피멍든 가슴, 찢겨진 마음들만
나부껴 흐르기만 하고

내가 공부를 한다면
공부하면서 지식을 구한다면
그 지식이 내 겨운 삶을 구원해 줄 것인가? 말 것인가?

붉은 철쭉 흐드러졌는데 말입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