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날 스승의 날을 맞으며
나를 이끌어 주신 많은 선생님을 생각했습니다.
기억에 올릴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분들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를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이미 사별하신 스승님들과
함께 한 하늘을 이고 살고 있지만
뵙지 못하고 마음만으로 그리워 하는 스승님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초중고를 다니면서 내 삶의 궤적에 또렷하게 남은 이들보다는
학교 밖에서 이모저모로 만난 인연 중에서
더 많은 이들이 저의 스승으로 각인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스승의 날에 스승을 기리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그 흔한 문자 하나, 이메일 한 통 보내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가슴 끓이며 그리워 하는 제 자신을 돌아보며
나는 누구로부터 참된 스승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를
소심하게 걱정합니다.

지난 달날 스승의 날에
부족한 나를 스승이랍시고 찾아 준 많은 제자 도반들을 맞이하였습니다.
뵙지는 못하지만 문자나 메일로
혹은 먼 발치에서 서성거리며 다가와 준 많은 도반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오랜 시간동안 내 빈방을 지키다가
이름도 남기지 않고 작은 화분을 두고 간 도반과
보고싶다는 문자를 화사하게 보내 온 도반들

저 처럼 혼잣마음으로 기억해 준 많은 도반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해 드립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스승의 날을 꼭 찍어서
그 날만이라도 스승님을 참하게 기리는 것이
고운 마음결이라 믿습니다.

이렇게 긴 세월동안 저를 지켜주시고 살갑게 키워주신 부모님,
누구보다도 깊은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돌봄 선생님이
바로 삶의 선배이고 스승이시지 않을까 합니다.

과분한 마음과 물질의 선물을 받으면서 내내
고마움과 함께 뒤섞여 오는 부끄러움이
좀 더 오롯하고 힘있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내 년 스승의 날에는
그 동안 그리워만 했던 스승님들을 꼭 찾아 뵙고
큰 절 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한바탕 통곡이라도 쏟아내고 싶습니다.
고마움으로 가득한 사랑을 울면서 울면서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회한없는 일상을 맞아들이는 지혜를 더욱 더
갈고 닦아야 하는 과제를
조용히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