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희망나무'에서 희망을 보다!

조회 수 4486 추천 수 0 2006.05.12 15:35:49
아침밥을 먹고 차를 몰고 안성에 갔습니다.

'희망나무'에서 '희망 나르미'라는 가정배달 일을 할 사람을 찾고 있는데,

이 날  '희망 나르미'를 신청한 분 가운데 몇 분들을 초청해서

'희망나무'가 어떤 생각으로 두유를 만드는 곳이고

'희망 나르미'는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일하게 될 것인가 따위를 설명한가기에.

길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어림짐작으로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고 나선 길이

두 시간만에 안성에 닿았습니다.


일찍 간 덕에 '희망나무' 대표일꾼이신(사장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분입니다.) 정용섭 님 댁에서
죽과 차를 대접받았습니다. 아 지금 생각하니, 어떤 재료를 써서 죽을 쑤었는데 물어 본다는 것을 깜빡하고 물어 보지 못하고 그냥 내려왔네요. 집안에서 제 눈을 놀라게 한 것이 있었습니다. 꽤 굵은 잘린 나무들이 바닥과 천장에 맞닿아 있었습니다. 숲을 허물고 개간을 하면서 버려져 있는 나무들을 가져와서 집안에다 세워 두셨다고 합니다. 작은 새들도(아니면 작은 솟대인지도) 나무로 깍아 꽂아 두고 작은 사진틀도 살짝 걸어두고, 그림을 그리셨던 분이라 그런지 몰라도 보기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바닥에서 돌로 괴고 그 둘레에도 돌을 모아 놓았습니다.

정용섭 님은 대안학교에 세째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어찌하다 올해는 학부모회장 일을 맡았다고 합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아이들 문제로 한 학부모와 20분을 통화하더군요.
아이들과 학부모가 바라보는 눈의 차이가 심해서 생겨난 일들을 풀어가는 힘이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많이 모자라나 봅니다.

정용섭 님은 올해 학교 일을 맡으면서 거의 반 정도를 학교 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집에는 두 살박이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나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성의 '희망나무' 또 '나무', 그리고 풍기 '작은나무' 거실에 있는 나무,
이러다 보니 그곳이 나무 천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참 그렇게 되면 숲이 되는군요. 좋은 숲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학교에 두유를 납품할 일이 있었는데
학교에 있는 운동부서 후원을 학교에서 요구하길래
두말 없이 나와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군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두유를 팔아서 번 돈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두유를 만들어 팔아온 분이라는 믿음이 팍팍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 서류 가지고 관공서를 드나드는 일이라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직하게 하면 일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법이 있다고도 하니 우리 나라 법이 참 문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식품에 넣을 때 소금은 정제염만 써야 하고, 설탕은 정제당만 써야 한다고 합니다.
식품위생법인가 하는 법에 그리 되어 있다고 하네요.
설탕이 들어가지 않으면 초콜릿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는 경우하고 같지 않나 싶습니다.

더 좋은 것이 있는데 식품허가를 받으려면 그렇지 아니한 것들을 넣어야 하는 모순이 생겨납니다.
사람을 위한 법인지 법을 위한 법인지, 아니면 법을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법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건이나 기준만 따지고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보지도 않는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 식당으로 데려가 오신 분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다들 한 공기씩만 드시길래 제가 '다들 일꾼이 아니군요. 밥도 한 공기밖에 안 드시니"라는 우스개 소리를 했습니다.

처음에 간 곳은 빈 학교를 빌린 곳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곳이 두유를 만드는 공방(정용섭 님은 공장이라는 말도 싫어 해서 저희에게 얘기할 때 두유 공방이라고 하시더군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그곳은 공방이 아니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희망 000 (뭐라고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네요)라고 처음에 뭉치돈을 내고 쭉 두유를 드시는 가족분들이 내려와서 며칠 묵었다 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아무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의 선을 위해 운영되는 공간이었습니다.

교실 한 켠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종이상자로 만든 방패(종이상자로 틀 잡고 한지를 덧붙인)와 칼, 그리고 종이 위에 나뭇잎과 마른 풀을 붙인 모자 이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몇 가지 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을 방으로 만든 곳도 구경해 보고 잔디밭도 밟아 보았습니다.
아마도 여러 시설들을 둘러 보고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는 까닭이
'희망나무'가 품고 있는 희망을 온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둘러 보고 식당으로 가서야 '희망나르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상품들이 있고 어떤 특징이 있으면 어떤 점에서 다른 상품들고 다른지......
오신 분 가운데 영업을 해 보신 분이 계셔서 더 꼼꼼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고온살균 대신 저온살균을 하는 까닭
콩의 보관을 어떻게 하는지
기름을 쓰는지 안 쓰는지
왜 맛이 없다고 사람들이 느끼는지
왜 설탕을 넣지 않는지

'희망나무'가 두유 만드는 일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면서 사이트에 올린 글이 있습니다.
첫째, 회사의 규모를 크게 키우지 않겠습니다.
둘째, 어떠한 경우에도 정직하겠습니다.
셋째, 작고 가난한 생활을 통해 나누는 삶을 실천하겠습니다.

제가 오늘 '희망나무'에 가서 시설을 둘러보고 얘기를 듣고 하면서
정말이지 이렇게 애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꿈꾸어 왔던 회사의 모습을 '희망나무'에서 보았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으면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고 다른 이와 나누는 그런 살맛나는 회사 말입니다.

학교를 둘러 보고 난 뒤에야 두유 만드는 곳에 가 보았습니다.
판넬로 지은 건물인데 그 시설의 단순함에 놀랐습니다.
솥이 네 개가 있는데 지금은 두 개의 솥만 콩을 끓인다고 합니다.
저온살균을 위해 아홉 시간을 끓인다고 하네요.

희망나무는 네 개의 솥을 다 끓이면 더 많이 끓이지 않을 작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희망나르미도 한 열 분 정보만 모실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이런 두유로 희망나무에서 길을 먼저 열었는데
그 먼저 열은 길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밥벌이를 할 수 있게 해주려는 뜻이 강한 것 같습니다.

대개는 많아져도 그 몫을 혼자서 챙기려고 하겠지만요.
그럴 요량이면 희망나르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요.
중요한 것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욕심 덜 부리고 뭐 이런 점이겠지요.
그래서 전 아주 공식으로 이 '희망나무'에 희망의 잎사귀가 잘 돋아나도록 거름을 주고자 합니다.

희망나무에서는 아기 이유식 두유와  현미 두유, 콩의 힘
이렇게 세 종류의 두유가 담백한 맛으로 있었는데
이번에 이유식과 콩의 힘은 달콤한 맛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먹어보니 달콤하지는 않고 고소하더라고요.
(건강한 먹을거리를 늘상 드시는 분들은 이것도 달다고 그러신대요.)
그리고 청국장 환과 청국장 분도 있습니다.
(이건 어버이날 선물용으로 좋습니다. 이 참에 제가 견본으로 하나 받아 왔습니다.)

함초소금과 찹쌀조청도 나온다고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게 연락주세요.(019-268-9436 / fiveston@chol.com)

전 정말이지 이런 회사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발로 뛸 작정인데, 어떤 문제가 걸려있어서리.....
그래도 음으로 양으로 도울 작정입니다.

'희망나무' 사이트 들어가 보세요.
사이트는 엉성하지만 두유와 건강에 대한 정보는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희망나무' http://kong1009.com/

                                                  2006년 4월 25일 불날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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