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누리 아이들과 진강산에 갔어야 하는데 들공부 가기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못 가고 달누리 아이들과 같이 지난 일요일에 서울대약초원에 다녀왔습니다.

약초원은 굳이 그 많은 식물을 뒤로 하고 그저 잔디에서 구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얼굴이 펴 질 것 같은 한적하면서도 편안한 곳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새로운 식물에 얽힌 사연들을 들으며 즐겁게 보내다 왔습니다.

오랜만에 어린이 식물 연구회의 한동욱·이은정 선생님과 함께 했는데 몇 년 사이에 생긴 솔이라는 씩씩하고 귀여운 아들도 같이 왔더군요.  예슬이와 명진이의 큰 모습에 한동욱 선생님이 놀라십니다. 아이들이 벌써 저렇게 컸구나. 감탄...

해누리와 달누리 아이들이 각각 나뉘어 약이 되는 식물, 독이 되는 식물을 보러 다녔습니다.
보통 약이 되는 식물이라고 하면 귀한 약초를 생각하는데 처음에 그 흔한 국화꽃만 얘기를 하시더군요. 국화꽃이 약초인가? 구절초를 말린 후 끓여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감기를 예방하는데 부인병에 중요한 약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했다는 국화꽃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국화’란 이름의 꽃은 없고 개미취, 구절초, 쑥부쟁이 등의 꽃들을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나물인 취나물이라고 하는 것들도 참취나 미역취의 어린잎을 그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에게 좋은 약이라는 구절초와 익모초가 제일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향긋한 국화차는 가을에 감국을 따서 말린 거라고 하는데 아이들하고 한번 꼭 해 봤으면 합니다. 국화과 꽃 중에서 가장 작은 꽃인 진득찰은 이름 그대로 꽃을 만져보면 꽃이 끈적거립니다. 식물의 이름만 알아도 그 식물의 특징을 반을 안다고 하는데 이름이 붙여진 유래가 있기 마련입니다.

밖에 나가놀다 넘어져서 피가 나면 쑥이나 피막이풀을 으깨서 붙여놓으면 피가 멈추게 됩니다. 이름이 괜히 피막이풀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식물을 많이 이용합니다.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약으로도 널리 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이 강한 맹독성 식물로 알려진 대극, 천남성, 투구꽃을 보았습니다. 천남성과 투구꽃은 옛날에 사약의 재료로 쓰였고 이질풀은 설사약으로도 쓰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이 우리에게 약이 되는 식물이라니 더 반갑게 여겨집니다.

쓴 잎을 먹어보고 어떻게 약에 쓰이는지도 보고 그대로 먹으면 독약이지만 방법을 달리하면 중요한 치료약이 되는 풀꽃들을 많이 만나고 왔습니다. 알고보니 자연은 약국입니다.

아이들과 밤나무 잎으로 왕관도 만들고  처음 온 달누리 아이들은 나무 이름표도 만들고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밤도 줍고 즐거운 가을을 맞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