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전 우리집에 강아지가 한 마리 왔어요. 이름을 구름이라고 지었어요. 원래 있던 놈은 요오크셔 종으로 아주 조그맣고 게으른 편인데 이 새로 온 녀석은 덩치도 좀 큰데다 엄청 부잡스럽습니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사고를 쳐요. 잠깐만 방심하면 현관앞의 신발이 죄다 마루에 널려 있어요. 귀가 좀 큰 편인데 큰 귀를 펄럭이며 빨래 바구니에서 빨지도 않은 양말, 팬티 다 꺼내와서 온 집에 널어 놓습니다.
남편이 일방적으로 데려다 놓은 터라 심란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좀 구박을 했어요. 좋아라 뛰어와서 안겨도 인상을 쓰면서 마지못해 안아주고 청소하면서 막 소리지르고 그랬어요. 근데 이놈이 심술이 났는지 외출했다가 와보면 집이 난장판이 되어있어요. 화분은 다 엎어지고, 휴지통도 쏟아놓고, 블라인드 다 끊어놓고, 똥도 마루에 떡 하니 싸 놓고.....
지난 토요일 저녁에도 엄청 야단을 쳤거든요. 신문지 막대로 막 때리면서 소리소리 질렀지요. 소파 사이에 들어가서 안나오길래 그냥 놔 두고 잤어요. 아침에도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어슬렁 거리는 거를  못 본척 하고 교회에 갔습니다. 한 나절이 지나 집에 들어와 보니 온 집이 그냥... 똥..집이... 되었어요. 토하고... 싸고... 정말 끔찍했습니다.
병이 난 거예요. 일요일 내내, 밤에도 몇 번이나 다시 토하는 통에 잠을 설치고 월요일 아침에 병원에 갔죠. 의사의 첫 물음이 심하게 야단쳤냐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유문(?)이 막힌다나요? 수술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잖아요. 갑자기 너무 미안해서 막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그래도 눈을 내리깔고 꿈쩍도 않아요. 먹지도 못하고 늘어져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미안했어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가  짐승이나 사람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좀 봐 달라고, 사랑 좀 달라고 난리를 쳤다가 매만 맞고 마음을 닫아버렸으니.
사흘 걸렸어요. 마침 강의도 없는 주라 오후에 수업 잠깐 하는 것 외에는 꼼짝 않고 강아지랑 눈맞추고 안아주고 데리고 잠자고...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이제 또 난리입니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또다시 심란하기도 합니다. 우아한 실내 분위기는 잊어버리고 그냥 더불어 살아야 겠다고  마음을 접습니다. 내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나 의심하는 것처럼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마음이 찔려 괜히 웃습니다.
겨울학교 때도 사랑이 고픈 듯 보이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바쁜 엄마가 아쉬워서, 아니면 뭔가 해야 할 일에 밀려서 몸을 부대끼며 느끼는 살가운 사랑이 고픈 아이들 말이예요. 형편대로 할 수 밖에 없지만 언제나 자기편인 절대적 존재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사 듭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또 미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