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랏의 봄은 아이들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았습니다.
파란 하늘에 연둣빛 물감을 점점이 찍어놓은 듯 나무의 어린 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배밭, 복숭아밭, 포도밭을 지나치며 몇 고개를 넘었을까.
멀리서 잔잔한 대청호수와 새봄의 생명들이 아이들을 반깁니다.
빨간 하트 모양의 금낭화, 맛도 상큼한 보랏빛의 제비꽃, 보기 드문 토종 민들레,
고개 숙여 살짝 피는 으름덩굴꽃, 흰 솜방망이 같은 조팝나무, 이제 막 새순이 나는 감나무...
아이들은 고갯길을 낑낑 대며 힘들게 걸어 오르다 내리막길이 나오면 구르듯이 뛰어내려 갑니다.
잠시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소전리의 벌랏마을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저마다 새로운 세상에 마음을 열어갑니다.
올챙이에 눈이 멎은 아이, 오랜 역사의 숨결을 느끼듯 겹겹이 쌓인 암석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
원시인이라며 쉴 새 없이 돌을 가는 아이, 할미꽃에 이끌려 먼 산까지 올라갔다 온 아이,
이동고 선생님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선합니다.        
1박 2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자연에 그대로 파묻혀 봄을 흠뻑 느끼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여름에도 가고 가을에도, 겨울에도 가자고 합니다.
사계절을 온 몸으로 느끼는 계절학교의 모습이 벌랏에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햇빛을 담은 연둣빛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새 생명의 환희와 희망을 안겨줍니다.  
환한 보름달의 정취도 고즈넉한 옛집과 저녁풍경도 모두 점차 아이들의 가슴에 남아 새록새록 새겨지겠지요.
아이들마다 벌랏마을의 기억이 다 다르게 남아 있을 것 같아 다음에는 아이들도
자기가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미리 생각해 오라고 할까 합니다.
조용한 동네를 들었다 놓듯이 어수선했는데도 손주들 온 것 같다며 좋아하시며 온 동네를 다 다니며
계란, 오리알을 걷어와 아이들의 간식을 마련해주신 동네 분들께 너무 신세를 많이 지고 왔습니다.
함께 한 아이들과 살림학교 선생님들, 이동고 선생님, 벌랏마을 어르신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