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령원 정문을 들어가니 묘지 양옆으로 전나무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전나무는 절이나 궁궐에 많이 심어졌는데 그 장엄한 모습 때문에 신하 대신에 심어졌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영조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 있는 소령원은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합니다.
아이들이 너른 잔디밭을 누비며 달립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땡볕에 힘이 부칠텐데도 하루종일 뛰어다닙니다.
어린이 식물연구회의 한동욱, 이은정 선생님과 소령원의 나무와 풀꽃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송진이 많아 젖나무라고 하고, 피톤치드라는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방향성 물질이 많이 나와
삼림욕하기에 좋은 전나무 밑에 앉아 보니 편안합니다.
약수터 근처에 사는 모자도 되고 치마도 되고 대접도 되는 잎이 커다란 일본목련에 물을 받아
뽀리뱅이로 빨대를 만들어 물을 마셔 보았습니다.
물이 달콤합니다.
또 일본목련보다 작지만 아이들 얼굴처럼 동그란 쪽동백으로 가면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익숙한 민들레나 제비꽃, 양지꽃도 보고 보기 드문 우산나물, 긴병꽂이, 둥글레, 애기나리,
가락지 나물, 밀나물, 천남성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땀 흘리며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이 꼬질꼬질 합니다.
누가 얼굴이 지저분하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구릉진 능에서 아이들이 계속 데굴데굴 구릅니다.
세상이 빙빙 돕니다.
몇몇 아이들은 언제 집에 가냐고 계속 조릅니다.
자유롭게 들판을 뛰어다니고 날아갈 것 같다고 집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더워서 뛰기도 싫고 그렇다고 풀꽃을 들여다보기도 귀찮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처음 해오름에 온 아이들이 아직 프로그램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풀꽃 이름을 배우고 그 특징도 많이 알고 새로 배우는 것에는 관심이 많아 그리고 적기도 하는데
정해진 프로그램 외의 시간에는 편하게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좀 있습니다.
스스로 시간을 꾸려가기 보다는 짜여진 틀에 맞춰 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몸으로 많이 부대끼며 더 많이 같이 놀면 자연스러워지겠지요.

얘들아 다음 들공부 때는 좀 더 마음을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