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제10회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가 여는 여름학교가 마무리 되는 날인데
제 개인 사정으로 하루 먼저 횡성을 떠나왔습니다.
먼저 오면서도 내내 마음은 춘당리 봄빛마을 살림학교에 있었지요.

오늘은 2차에 온 어린 친구들이 이틀째 맞이하는 날이라
아침 일찍 감자도 캐고,
점심 먹고 나선 성급하게 개울가에 가서 물놀이 즐기는 어린이들도 많았지요.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끊어졌다가 이어지고 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멀리 남녘으로부터 비 소식이 거칠게 들려오는 바람에
더구나 강원도 인제에는 또 물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습니다.

또 횡성에도 집중호우가 올 것이란 예보가 있어 마음이 내내 편하지 않아
떠날지 머물지를 내내 기웃거리다가
해가 한 거름 넘어갈 무렵까지 다정한 비만 내리길래
반쯤은 안심으로 반쯤은 걱정으로 서울로 길을 나섰습니다.

서울 초입에 이르러 거센 빗줄기가 하늘과 땅을 딱 붙여 놓아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 횡성에도 이런 비가 오면 어쩌나...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횡성은 소나기성 집중호우가 한차례 다녀가긴 했지만
아직 별 일이 없노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마음을 다잡고 이 글을 씁니다.

지금 쯤 저녁 밥을 맛나게 먹고
이틀동안 열심히 준비한 총체극 "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네 막으로 나누어 다섯모둠이 열연할 준비를 하고 있겠지요.

아이들과 유리드미를 준비하느라 벌써 목이 깊게 잠긴 경주샘과
닷새째 여름학교를 이끌어 가느라 녹초직전이지만 눈빛만은 맑게 빛나는 연희샘,
매 시간마다 피아노 반주를 하느라 허리를 45도 늘 꺽고 있는 지현샘은
틈만나면 허리를 쉬게 하느라 방구들과 친해지기 시작했고
1차에서는 모둠교사를 하고, 2차에서는 진행교사를 맡고 있는 정아샘도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일요일부터 미리와서 여름학교를 준비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진행팀장 현석샘과
여름학교 일을 돕고자 멀리 미국에서 날아 온 윤익샘,
고려대학 농활보다 더 일이 많다면서도 툴툴대지 않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면서 일을 하고 있는 종훈샘,
몽골에 다녀와서 쉬지도 않고 시외버스를 타고 살림학교에 온 은애샘,
모두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벗하며 뒹굴고 챙기느라 애쓰실 모둠 교사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여름학교가 끝나고 다시 서울에 오시면
밝고 환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비가 여름학교를 어지럽히는 비가 아니라
우리를 더 단단하게 묶어주고 이어지게 하는 고마운 비가 될 것임을
믿으며,

먼저 떠나 온 마음을 대신합니다.
마니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