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간만에 맑은 날이 이어져 밭일하기도 좋고 바깥에서 윷만들기도 좋은 날이었습니다.
학교 주변에는 개나리가 활짝 피어있고 산괴불주머니가 조금씩 피어나고 제비꽃도 예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학교 뒷산에 오르니 진달래가 여기저기 피어있고 발밑으로는 괭이눈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아이들과 예쁜꽃 고운꽃~~ 노래를 부르며 산책을 하고 쑥도 뜯고 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아~~ 여기오니 봄인가봐요.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바쁜 아이들에게 아파트 화단에 핀 탐스런 목련과 화사한 벚꽃은 그저 그렇게 있을 뿐  자기와는 상관없는 그림처럼 보였나봅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연을 대하니 그제야 꽃이 눈에 들어오고 향기가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지난달에 만들기 시작한 윷을 사포로 다듬었습니다.
언뜻 보면 쉬울 것 같은데 만만치 않습니다. 너무 세게만 문지르니 장갑에 구멍이 납니다.
얼만큼 갈아졌는지 보고 또 돌려서 갈고 그러면서 정성을 다해 부드러운 윷을 만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무늬를 새기고 그리고 멋진 윷을 완성할 겁니다.

동생들이 윷을 만드는 동안 중학생 언니오빠들은 밭에 돌도 줍고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웠습니다.
놀고 싶은데 꾹 참고 힘든 일을 잘 해 주었습니다.
다음날 심을 채소 이름의 푯말을 세우고 일을 마무리 했습니다.

맛있는 떡볶이를 먹고 잠시 쉬었습니다. 개울에서도 놀고 쑥과 돌나물도 뜯고 달래와 냉이도 캐고 아이들만의 아지트인 기지에 가서 돌담을 쌓으며 놀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전체가 모여 노래를 부르니 들뜬 아이들이 좀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노래가 끝나도 또 누군가 시작하면 또 부르고 오는 차 안에서도 계속 노래를 부릅니다.

강당에서 감자를 자르고 감자씨눈을 관찰했습니다. 싹이 난 감자를 보니 작은 솜털이 있습니다.
새로 세상에 나오려는 생명들은 모두 작은 보호막을 갖고 나옵니다.
자기 힘으로 살아갈 내적 준비를  하면서 서서히 막을 벗어내겠지요.

다음날 산에 올라 도룡뇽 알을 보고 도룡뇽도 보았습니다.
돌틈 사이를 다니다  아이들의 소리에 놀라 그만 숨어버려 제대로 못 본 아이들이 있어 안타까워  했습니다.
다음날에 다시 또 가보면 알에서 부화한 도룡뇽을 볼 수가 있겠지요.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모둠방에서 우리가 심을 채소 씨앗을 관찰했습니다.
쑥갓, 상추, 아욱, 근대, 브로컬리, 치커리, 대파, 겨자, 시금치, 알타리무, 얼갈이, 부추, 들깨, 당근 씨를 심었습니다.
한뼘식 재어가며 정성스레 심었는데 과연 잘 자랄 수 있을까?
감자도 심고 고랑에 겨를 뿌리고 볏단을 덮었습니다. 풀이 잘 올라오지 못하게 손을 썼지요.
그 틈도 비집고 올라오는 풀들이 있겠지만 지난해 보다는 좀 덜 올라오겠지요.

놀고 일하고 만들고 손발이 쉴 새가 없습니다.
평상에 가만히 누워 잠시 하늘을 보았습니다. 아직 새눈이 나오지 않은 은행나무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아이들만큼이나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서로 섞여 있는가지가 보입니다.
계속내린 비가 땅에 촉촉히 내려 예쁜 꽃들이 피어나듯 다음달에는 은행잎에도 새순이 나있겠지요.
아이들도 뛰고 놀면서 다음달엔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봄햇살의 따사로운 온기가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충만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