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당신역 (초등논술 실전과정을 마치며 - 국세현)
“엄마, 해오름 가려면 당신역에 내리는 거야?”
“뭐? 당신역? 그 이름이 훨씬 좋네. 하하하”
6개월 전만해도 ‘당산’은 내겐 무관한 곳이었다. 제대로 와 본 적도 없고 여기서 약속을 잡아본 적도 없으며 하물며 지나가 본 적도 몇 번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게 ‘당산’은 ‘당신’만큼이나 가까운 인연 깊은 곳이 되었다.
‘참 고마운 당신’을 만났으니까.
첫 번째 당신
수업을 받으러 가는 길은 찬란하다. 합정을 지나 굵은 터널을 빠져나오면 축복이라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한강의 윤슬을 만난다. 수업시간에 중에 ‘빛나는 아침해처럼’ 이라든지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내 안의 빛이여’ 라는 말들을 감탄 속에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강의 윤슬덕분이었다. 그러니 당산철교의 아침은 내게 첫 번째 당신이다.
두 번째 당신
작년 봄과 여름을 지나면서 나는 눈물이 많아졌다. 한결 나아졌지만 지금도 교복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는 그 자리에서 운다. 눈물의 감정은 슬픔보다는 미안함이 훨씬 크다. 주체할 수 없이 울던 나는 해오름 수업을 들으면서 많이 위로 받았다. 그래서 무엇을 해도 그 아이들을 위해 하고싶다. 세월호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은 잊으면 안 되는 나의 당신이니까.
세 번째, 네 번째 당신
귀욤이 센스쟁이 재원, 명랑 햇살 소녀 혜정, 내 짝궁 철의 여인 정은, 화끈한 LTE 실천력의 지영, 그리고 밤새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 성은. 배움 내내 즐겁고 고마웠다. 친구들은 나의 든든한 세 번째 당신이다.
그리고 해오름의 모든 선생님들! 빛나는 나의 당신이다. 두 계절을 지나며 많은 배움 속에서 나는 많은 것들은 느꼈다. 또한 성장소설이라는 코드 속에서 즐겁게 뛰놀기도 했다. 시간의 농축성, 밀도성을 가진 6개월이었다. 그건 기도하지 않아도 경건해지고 겸허해지는 시간같았다.
재주많은 다섯 형제를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한재용 선생님, 따뜻하고 온유한 그리고 도란도란 즐거운 아.... 그리고 기다림을 알게해주신 최정필 선생님, 아이디어뱅크 하정숙선생님.
“거목사이를 걸어가니 내 키가 더욱 커졌다.”을 느끼게 해준 대모 이선희 선생님, 대부 박형만 선생님.
평생 학생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즐거웠던 배움의 시간이었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다섯 번째 당신
앞으로 만날 아이들은 나의 다섯 번째 당신이다. 그 아이들은 나의 영원한 스승이 될 것이지만 그에 앞서 매 순간 내 속을 긁고 늘 시험에 들게 하고 내가 느낀 모든 교사감성들을 깨버릴 것이다. 나는 지칠 것이고 번아웃되어 회의할 것이다. ‘이 짓을 내가 왜 하고 있지?’하며. 나는 바닥을 칠 것이고 체력은 고갈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충만한 모든 것들을 깰 미래의 아이들. 그 아이들은 고스란히 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나는 깨어있지 못해서 그것을 감지하지 못할 것이다.
아, 나의 다섯 번째 당신으로 하여금 나는 기도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기도 속에서 밤의 찬란함을 알게 될 테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의 나를 허물처럼 벗을 것이다.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러리라 믿는다. 하하!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 한들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이런 당신에 대한 나의 심정을 성시경이 오래전에 먼저 노래한 바 있다.
“당신은 참, 내게는 참 그런 사람 날, 바보인 날 조금씩 바꾸는 신기한 사람” (‘당신은 참’ 중에서)
초등바탕에 이어 실전을 마치는 오늘 내 마음이며 이로써 ‘당산’이 ‘나의 당신’이 된 사연을 마친다.
2기 초등독서논술교사 실전과정을 마치며 ... 조정은
★강의날 : 2015년 2월 27일
★강사 : 한재용, 하정숙, 최정필, 이선희 선생님
저의 전공,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일을 바탕으로 해서 뭔가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싶어
고민하다가 친구들의 제안으로 ‘논술교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은 글 쓰는 걸 업으로 삼고 있으니 뭐가 어려울 게 있겠냐며
제가 글을 쓰는 노하우를 전수해주면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제겐 아이들에게 글 쓰기를 가르치는 일이 참 막막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단순히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그저 ‘돈을 버는 일’ 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제 고민을 해결해주듯 선배 언니가 논술 교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제 말에 ‘해오름’을 추천해주셨더랬어요.
솔직히 잘 모르고 왔습니다. 어떤 곳인지... 그런데 수업 한 차시 한 차시를 들으며
저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바탕과정을 거쳐 만난 실전과정은 따라가기에 숨이 가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르고 3개월을 다녔던 듯 합니다.
선생님들께서 매 차시 저희에게 해 주시는 수업은 전부 참 좋았습니다.
그 속에 선생님들의 오랜 노고와 고민이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서는 수업을 들을수록 더 더욱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런 수업을 나도 아이들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좀 더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수업을 짜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고,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 제 생활과 일과 병행하기엔 벅찬 감도 있었습니다.
수업 지도안을 짜고, 계획안을 짜는데 있어 충분히 시간을 들일 수 없었던 점에 대해
제 개인적으로 아쉬웠고,
또 시간이 부족해 저희들이 짜온 계획안을 선생님들이 자세히 보시고 조언해주시지 못했던
때도 있어 그것 역시 무척 아쉬웠습니다.
포르멘이나 습식수채화도 제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체화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지금의 상태로는 아이들과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또한 선생님들께서 매 차시 준비해오시는 수업 양은 많고, 저희도 수업 내용이 너무 좋았는데, 수업은 늘 시간에 쫓기며 진행되어야 했습니다.
계획안과 지도안의 경우 저희가 직접 짜온 것을 보고 해주시는 선생님들의 조언이 큰 양분이 되는데, 시간에 쫓겨 빨리 빨리 발표하고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야 해서, 고민을 충분히 나누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바탕과정과 실전 과정을 합치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배운 셈인데,
아직도 선생님들을 더 뵙고 싶은 건 욕심일까요...? ^^
이제부터는 저 스스로 고민을 해결해 나가야겠지요 ~
한재용선생님, 최정필선생님, 하정숙선생님, 이선희선생님... 네 분 선생님의 훌륭한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네 분처럼 훌륭한 교사는 될 자신이 없지만 앞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며 글 쓰는 법도 가르쳐 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재원
의외의 곳에서 진정한 나와 마주한 경험?
정말 신발 벗고 들어가는 곳을 싫어하는 나인데 방바닥에 둥글게 책상을 붙이고 앉았던 그 어색함. 하필 앉은 자리가 징그럽게도 맨처음 말해야 하는 상석인줄은 몰랐습니다. 또 질그릇 속에 크리스탈을 담으신 듯한 분위기의 선생님에게서 배운 '단조 동요'와 여러 노작들...손가락 마디마디를 에이게 하면서도 '방망이 깎던 노인'을 떠올리게 한 나무악기 만들기 등 낯설고 의아한 것들 투성이로 시작한 해오름에서의 시간을 통해 나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내면을 마주하고 다듬어갔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또 굳이 뭘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알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무지막지하게 스트레스일 수있는 일이었겠는데...아니오. 하나의 목적으로 모여 그 목적만 이루면 되었던 그간의 조직과 관계와는 다른 사랑과 정이 넘치는 '가고 싶은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형만 선생님, 이선희 선생님, 최정필 선생님, 한재용 선생님, 하정숙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신 언니들 완전 감사해요. 이 나이에 막내여서 완전 행복했고,
한분 한분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
2기 초등독서논술교사 실전과정을 마치며...정혜정
겨울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각자의 어떤 열망들이 이 한곳에 모여 집중과 탄성의 시간을 함께 하도록 한 것일까요?
‘초등학교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보람되게 만날 수 있을까!’ 고민만 커져가고 있던 때 해오름을 찾았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시를 낭송하고 몸놀이를 하며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 깔깔 웃었습니다. 그 순간만은 어른 00가 아니라 자연인 00로 서 있었습니다. 마냥 웃기만 한 건 아니었죠. 선과 습식수채화 앞에서는 거침없이 표현하지 못하는 제 마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에 빠져들기도 했었습니다. 바느질 앞에서는 더욱 조급하고 두려워하는 저와 마주해야 했었습니다. 이 모든 감각을 깨우는 활동들을 통해 ‘저’는 무엇과 마주했을까요?
지나간 유년 속에 ‘나’를 기억하고 내가 만나게 될 어린이들을 떠올려봅니다. 책수업을 이끌기 위한 깊이 있는 완성도의 결말을 원하며 찾은 해오름에서 저는 이제야 첫걸음을 떼기 전 준비운동을 겨우 끝마친 것만 같습니다. 아직도 깨고 다듬어야 할 제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들숨과 날숨을 생각합니다.
겨울 들놀이와 나무, 돌, 물로 빚은 합주의 기억 속에 한재용 선생님의 고운 노랫소리가!
털실공과 몸놀이, 찰흙으로 빚은 세상의 기억 속에 최정필 선생님의 고요한 목소리가!
1분과 드라큘라, 매체와 영상을 통한 문제 제기의 냉철함 속에 하정숙 선생님의 빛나는 열정과 재치가!
시와 옛이야기와 명상 같은 말씀의 기억 속에 이선희 선생님의 따뜻한 엄마 미소가!
선생님들을 통해 배웠고 반성했고 책수업에 대한 새로운 지향이 생겼습니다. 해오름에서 배운 정신과 교욱예술을 지향하는 독서수업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실전에서 배운 포르멘과 습식수채화는 스며들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이 아쉬움에 대한 것도 이젠 제 몫이겠지요. 이제라도 첫 문을 두드렸으니 제 앞에 펼쳐질 새로운 문들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그것 또한 제몫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