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내 나무 이름표
상자 속에서 유난히 매끌매끌한 너가 나의 눈에 띠었고, 난 널 별로 힘들지 않게 사포로 갈았다. 손으로 만져 보니 어느 정도 완성된 듯한 느낌이었지만, 루빼로 자세히 들여다 보니 거친 표면과 상처투성이다.
가루를 조심스레 병에 담고 그림을 그렸다. 이름을 적을까 하다가 두 딸의 이름으로 결정짓고 하트모양으로 테두리 한 뒤 무지개 색으로 마무리 지었다.
초를 켜고 가까이 대며 촛농이 스며드는 모습을 지켜보니 신기하다. 촉촉하게 양초가 녹으며 색이 번져가는 것이 너가 나에게 아주 소중하게 다가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수업 시간 때의 그 느낌, 그 감정을 기대하며 뒷면을 어떤 그림으로 채울지 고민하다 태극무늬로 결정하고 밑그림을 그린 뒤 색연필로 칠하고 양초를 입히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초를 문지르는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색은 뒤죽박죽 섞여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순간 잠시 혼자 멘붕상태... 되돌릴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매직으로 다시 태극무늬 색을 입히고 나의 실수를 감추려 테두리까지 두텁게 하였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랴...이미 벌어진 일을... 마음을 추스르며 빠른 손놀림으로 코팅작업으로 마무리지었다. 속상한 마음과는 달리 자꾸 눈이 가고 손이 간다.
미안해...널 좀 더 이쁘게 꾸미지 못해서...
관찰하기
1. 돌
하얗고 둥그스럼한 모습이다. 매끄러울 줄 알았는데 약간 거친 느낌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군데군데 있고 누르스름하게 얼룩져 있는 부분도 보인다.
루빼로 관찰해 보니 마치 우리의 얼굴을 보고 있는 듯하다. 움푹 파여져 있는 검은 고름이 끼어있고 덤성덤성 땀구멍도 보이고 주근깨도 보인다.
2. 조개
어릴때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이하고 이쁘게 생긴 조개들을 모아 목걸이도 만들고 상자에 담아두며 생각날 때마다 만져보고 귀에 대고선 파도소리를 듣던 동심의 세계에 잠시 빠져든다.
루빼로 자세히 들여보니 색깔의 부분 부분 회색빛과 긴 띠처럼 둘러진 줄무늬가 보이고 조개속 안쪽 부분에 또 다른 작은 조개모양이 보인다. 신기하다. 마치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모습같다.
3. 모래
뚜껑에 “인도에서”란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골랐다. 왜냐면 우선 이 모래는 멀리 인도에서 여기까지 건너온 것이구나.란 과제를 덜 수 있으니까.
부드러운 밝은 고동색의 작은 알맹이가 모래사장의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함의 감촉으로 다가왔다. 종이를 펴고 그 위에 모래를 넓게 편 뒤 루빼를 통해 들여다 보았다. 모래의 크기가 제 각각이이고 다양한 여러 가지 색으로 섞여 있다. 하얀 색은 마치 조개껍질을 곱게 갈아 놓은 듯하고, 투명한 모래알과 작은 돌멩이들, 고동모양을 한 것도 보인다. 아마도 이 모래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가져왔나보다.
4. 나뭇잎
아침에 수업들으러 오면서 아파트 주변의 떨어진 나뭇잎을 찾다가 좀 멀쩡해 보이는 것으로 몇장 주웠다. 떨어진지 오래되고 햇빛에 바짝 마르다 못해 건드리면 부서질 듯 보여 조심스레 가방에 담고 왔다. 다행히 초록색의 잎도 한 장 구했다.
루빼로 들여다 보니 갈색의 낙엽은 끝부분이 쭈글쭈글하고 변색되어 있다. 중심의 잎맥에서 양쪽 사선방향으로 작은 잎맥들이 갈라져 있고 빽빽한 그물모양으로 채워져 있다. 수많은 잔 솜털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이 징그럽다.
관찰 후 느낌
사실 난 관찰을 5분을 넘기지 못하겠다. 나의 눈에 들어오는 건 한정된 몇 가지 뿐이고... 내 머릿속은 상상을 거부하고 있다. 정말 난 아무 생각 없이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살아왔음을 실감한다. 이제부터라도 좀 느긋하게 세상의 모든 것을 자세히 관찰하며 관심가지고 바라보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