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주자 다시보기
공무원이 되고 싶은 우리들
- 우리 시대의 아픔, 『88만원 세대』
윤은미 논술교사 yuneenmee@hanmail.net
함께 읽은 책: 『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 레디앙)
학습목표
1. '88만원 세대'의 상태와 형성과정을 파악하며 이를 둘러싼 현대사회의 문제를 이해한다.
2. '88만원 세대'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미래의 직업 선택에 대해 질문을 하면 흔히 두 가지 종류의 답이 나옵니다. 첫째는 "아직 몰라요. 대학부터 들어가야 결정 하죠." 다른 하나는 "안정된 직장이면 좋아요. 교사, 외교관, 일반 공무원 등이요."입니다. 세대 차이인지 우리가 학창 시절 미래를 꿈꿀 때와는 무척 차이가 나는데 놀라곤 합니다.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때는 소설가, 탐험가, 고고학자, 교수, 현모양처, 판 검사 등 비현실적인 것에서부터 실리적인 것까지 다양한 직업들이 직업 선택 명단에 등단했는데, 요즘에는 참으로 '현실적'인 직업들만이 아이들의 미래 직업으로 선택 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한국처럼 숨막히는 땅을 벗어나서 외국에 나가 넓은 세상에서 뛰어보겠다는 해외 유학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원하는 직업은 "퇴출당하지 않고 오래 다닐 이 땅의 직장"입니다.
이렇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현재의 사회 구조는 미래를 거침없이 꿈꿀 수 있는 아이들의 사고를 너무나 현실적인 그래서 비좁은 틀 안에 가둔 듯합니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쫓겨나지 않을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2중고 때문에 다 자라기도 전에 꿈나무들의 진액이 말라들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선택한 교재가 『88만원 세대』입니다. '열공'하는 '고삐리'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계약직인 '88만원 세대'입니다. 3년을 박터지게 공부해서 대학을 들어가고 나니, 정작 졸업해서 갈 곳 없는 신세가 되는 선배들, 그래서 그들이 겨우 찾았다는 직업이 계약직 - 100만원도 안 되는 봉급으로 연명해야 하며 안정된 미래가 없는 - 밖에 없는 현실을 곁에서 바라보며 자신들의 미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현실의 선배들인 20대를 지칭하는 '88만원 세대'의 정체를 바로 알고 그것이 어떤 사회 구조적 원인에서 발생했나를 바로 인식하는 것이 자신의 미래를 정확히 진단하는 청진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의 대안을 찾아보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좀더 확실한 청사진이 만들어질 거라는 기대에서 우석훈, 박권일 님의 『88만원 세대』를 교재로 들었습니다.
생각열기
현재 20대가 당면한 취업문제에서 뜨거운 감자인 '계약직'에 대한 개념부터 정확히 세우기 위해 시 한편과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계약직 -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
_ 김명환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 나는 껌을 씹지 않는다.
컵라면도 통조림도 먹지 않는다.
봉지 커피도 티백 보리차도
드링크도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물티슈도 내프킨도 종이컵도
나무젓가락도 볼펜도 쓰지 않는다.
눈이 하얗게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
아스테이지에 돌돌말려
빨간 리본을 단 장미 한 송이 받아들고
나는 울었다.
내가 불쌍해서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제복을 입고 스카프를 두르면
어느 삐에로의 천진난만한 웃음보다
따뜻하고 화사하게 웃어야 했지만
웃으면 웃을수록
자꾸자꾸 눈물이 났다.
사는 것이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구차하고 비굴하고
가슴이 미어질 줄은 몰랐다.
KTX 여승무원이 되고나서야 나는
이 세상이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의
눈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흐르고 넘쳐
자꾸자꾸 밀려오는
파도란 것을 알았다.
교사: 이 시의 느낌이 어떠니?
지은: 답답하고 슬퍼요.
교사: 어느 행이 그런 마음을 들게 하니?
지은: 전체가 다 그래요.
소연: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 가여워서 나는 울었다"는 싯귀가 특히 마음이 찡해요. 계약직의 신세를 대변하는 것 같아요.
교사: 시 전체에서 계약직에서 쫓겨나게 되는 KTX 계약직 여승무원들의 슬픔이 읽혀지지? 불황에 빠진 경제상황은 각 가정의 가장은 물론이고 그 사회의 젊은이들에게도 암울한 미래를 주는구나. 그러면 긴 불황에서 빠져 나온지 얼마 안 된 일본은 불황기에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한 편의 영화(드라마)를 보며 점검해 보자.
펼치기
1. 영화 보기 (일본 드라마) - <파견의 품격> 1편
줄거리
긴 불황의 늪에 빠졌던 일본은 영구고용이라는 말이 무색해져 버리고 각 기업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정규사원이 아닌 파견사원, 즉 정해진 시급을 받고 정해진 기간 동안 일을 하는 계약직 직원들을 사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 파견 직원 오오마에 하루코가 식품회사 마케팅과로 파견근무를 나온다. 어학 능숙, 다양한 직종의 자격증 소유, 고로 3000엔의 고액 시급을 받는 그녀, 그러나 그녀는 인간관계는 제로로 웃음기 없는 딱딱한 표정으로 일관되게 자기가 맡은 일만 해 나간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그들이라고 그녀의 실력 앞에선 속수무책인 듯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좌천되어 온 순진한 주임, 신입 사원 한명, 촉탁 여사원, 그리고 또 다른 파견 근무자로 형성된 이 마케팅과에 어느 날 영업부장으로부터 쌀 시장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업부가 맡겨지는데 그 분석 자료를 촉탁 여사원의 실수로 분실하고 그것을 찾는 과정에서 하루코의 눈부신 활약이 이루진다. 하루코의 싸늘한 얼굴 뒤에 감추인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순간인데…….
긴 경제 불황 속에서 견뎌가는 일본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을 대면하며, 우리 한국 사회 젊은이들의 오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영화였다.
질문하기
1) 주제는 무엇일까?(근거를 대며) 주제를 한 문장으로 발표하기
2) 마케팅과는 어떤 직원들로 형성되어 있나?
3) 하루코와 무능력하지만 인간적인 촉탁 여사원을 비교할 때 사회에선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
(인간관계/ 효율성)
4) 파견 근무로 인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찾기 (이 부분에선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
- 긍정적 : 할일만 하며 잔업을 거부할 수 있다. 여가선용이 가능하다. 다양한 능력을 키울 수 있다.
- 부정적 : 인간관계의 신뢰성이 무너진다. 봉급차이로 인한 양극화 현상 초래, 인간을 인성으로 보지 않고 능력으로만 바라본다. 경쟁 심화, 소통 무너짐.
2. 『88만원 세대』 읽기
교사 : 파견근무가 활용되는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나만은 그 대열에 끼고 싶지 않지?
고운 : 우리보다 몇 배나 잘 사는 일본이 저 정도니 정말 내 앞날이 걱정돼요.
예린 : 나도 임시직밖에 못 구하면 어떻게 해요? 이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 나와도 소용 없잖아요.
지은 : 임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이라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그 그룹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교사 :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과는 또 다른 경제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 현실을 알고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88만원 세대』가 더 적합하리라 생각해. 읽고 난 느낌이 어떠니?
소연 : 지금까지 읽던 책들 중에서 완전 열심히 읽었어요. 그리고 슬펐어요.
고운 : 저도요. 세대간 갈등이라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것이 경쟁만 하고 전쟁터 같아요. 너무 살벌해요.
지은 : 슬프지만 유익했어요. 우리의 상황이 이런 골치 아픈 구조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생각해요.
교자 : 그래. 우선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대책도 생길 수 있단다. 그럼 책 내용부터 살펴보자.
88만원 세대에 나온 4가지 세대의 정의
유신세대:
전후 세대로서 박정희가 집권하여 전두환 시절까지 청년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다. 이른바 독재정권 하에서 30년간의 호황을 겪었던 세대이고 유신정권을 당연시 했고 국가와 민족 앞에 충성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던 세대이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고 사우디에, 서독에 가서 외화를 벌어온 세대이다. 피와 땀으로 보릿고개 한번 면해보자고 살아왔던 세대. 사회가 민주화되고 IMF를 겪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통해서 자신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이 조금은 '잘못된' 것이었다는 분위기에 피해의식을 느꼈으며 결국은 이명박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통해 그것을 만회해 보고자 하였다. IMF를 통해 상당수의 유신세대가 평생직장이라고 생각되던 조직에서 밀려나면서 사회적 약자로 들어오면서 지난 날의 향수에 젖어 박정희시대의 저돌적인 정치체제를 그리워한다. 그들의 자식은 현재 88만원 세대인 경우가 많다. 유신세대는 경제를 변화시킨 세대.
386세대 :
가장 많은 책을 읽고 혁명을 꿈꾸었던, 세대적으로 가장 잘 뭉친 세대. 한국의 68혁명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30대 국회의원들을 배출하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가를 경영하는데 깊숙하게 관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벤처열풍에서는 전면에 나서서 과실을 얻었고, 막차로 합류한 '제대로 된 직장'에서는 강성귀족노조를 일궜다. 원정출산의 1세대이며 조기 사교육 열풍의 진앙지이다. 정치를 변화시킨 세대.
X세대 :
91에서 97학번쯤 되는 약 5-6년간 반짝 등장했던 일명 서태지 세대. 선배들이었던 386세대보다는 지적, 의식적인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천편일률적이던 대한민국에 새로운 생산자로서 등장한다. 그들은 서태지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그들만의 새로운 음악과 문화를 스스로 재창조한다(서태지와 아이들, 박진영, 듀스, 류승완, 장진 등등). Kino를 통해 그들만의 언어로 영화를 이야기하던 세대. PC통신을 접하고 인터넷 1세대로 불리운 세대. IMF를 사회초년시절에 겪었지만 곧이어 벤처열풍 속에서 새로운 사회 진출로를 찾기도 했다. 그들은 어찌되었건 88만원 세대보다는 덜 자본에 종속되었고 386세대보다는 덜 의식화되고 연대감이 떨어지는 세대다. 386이 닫으려고 하던 '제대로 된 직장'이라는 열차에 겨우 겨우 합승하였거나 혹은 참여하지 못하고 백수클럽에 들어간 매우 매우 어중간한 세대. 386이 떨어뜨린 빵쪼가리를 맛볼 수 있는 세대이다. 문화를 변화시킨 세대.
88만원 세대 :
노무현 정부 혹은 세계적 기류에 의해 열려져버린 승자독식의 게임판에서 여성, 저학력층과 함께 가장 힘없는 약자로 위의 세대와의 경쟁에 뛰어든 세대. 유신세대를 부모로 둔 덕에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자랐고, 386세대를 삼촌뻘로 둔 덕에 민주주의적 사회 환경에서 컸고, X세대 형님뻘을 둔 덕에 문화적으로도 다양성을 맛봤다. 그래서 생산보다는 소비에 익숙하고 중독된 세대. 윗세대들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하는 세대. 연대의식이 전혀 없는 세대. 윗세대들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고 신체 조건도 좋고 공부를 많이 했으나 윗세대들이 다 차지해버린 밥상에서 더 이상 차지할 게 없어 하루 종일 인사만 하는 아르바이트만이 그들의 몫인 세대.
3. 분담 토의
1. '88만원 세대'라는 개념규정은 합리성과 타당성이 있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A팀 : 대졸자, 고졸자를 망라한 20대 젊은이들의 현재를 공감가게 정리한 면에서는 타당성이 있다.
B팀 : 대학을 나와도 갈 곳이 없는 대졸자들과 고졸자들이 결국 임시직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면에서 타당성이 있다.
2. '88만원 세대'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아래 항목별로 정리할 것 (A, B팀의 답변을 종합 정리 했습니다)
(1) 경제적 문제 - 일자리가 없어 전체의 70%가 비정규직이다. 독립할 수 있는 경제력이 부재, 부모에게 의존적인 삶 연장
(2) 삶의 형태 - 승자독식의 경쟁구조에 익숙, 세대내 단결의식 부재, 파편화, 사회적 저항 수단이 부재, 사회문제 무관심
(3) 세대간 관계 - 윗 세대에게 착취의 대상이지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윗 세대와의 경쟁구조에 내몰림.
(4) 언론미디어에서의 위치 - 동원 대상, 익명적·비개성적으로 독자적인 소비계층으로 인식 안 됨.
3. '88만원 세대'가 당면한 위 문제는 어떤 원인들에 의해 발생했다고 불 수 있는가?
A팀 : 세계화에 의한 세계경쟁 치열, 노무현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의한 모방강조로 인해 다양성이 상실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B팀 : 무엇보다도 윗세대의 보호의무 결여, 윗세대의 착취현상으로 인해 20대가 임시직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4. 짱돌과 바리케이트는 무슨 의미일까? (비슷한 대답들이 나왔습니다. )
짱돌 : 토플과 토익처럼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자구책 보다는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자각된 의식
바리케이트 : 88만원 세대의 연대감
5. 글쓴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A팀 : 세대간 착취라는 구조에선 짱돌과 바리케이트라는 방법이 타당하다.
B팀 :이 책은 세대간의 경쟁을 지나치게 강조한 느낌이 든다. 연대와 제도적 장치도 모두 국가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산업개발이 활발해서 완전 고용이 이루어지면 위의 문제들은 저절로 풀린다. 그러므로 '짱돌'이라는 방법은 사회 분열을 일으킬 수 있으니 좋은 방법 같지는 않다.
6. 우리 자신이 스스로 제시할 수 있는 문제 대안은 무엇인가? (비슷한 답변들이 나왔습니다.)
A팀 : 나 자신만 살겠다는 이기성을 버리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자기 세대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B팀 :사회 윤리의식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관계망을 제대로 세우면 세대간 착취의 문제는 해결 될 것이다.
마무리
대안까지 생각하여 만들어 냈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어두웠습니다. 대안은 이론일 뿐이고 현실은 그 이론이 적용되기엔 너무나 팍팍하기만 하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지요. 도전감이나 개척심보다는 안정감을 더 중요시 여기고 그래서 '철밥통'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그들의 직업관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승용차를 탔고 철이 들자 핸드폰을 사용했으며 학원을 맴돌며 생활했던 소비성이 '미덕'인 세대입니다. 그들에겐 돈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며, 그래서 그 돈을 유지시켜줄 안정된 직업이 그들의 미래 선망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88만원 세대』를 읽고 미래관이 더 위축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염려도 한편으로 들었지만, 세대간 짱돌과 바리케이트를 들어야 하는 살벌한 삶 속에서 그래도 바른 관계망을 세우는 것에서 대안을 찾아보는 경험은 주변을 바라보는 그들의 인식에 나름의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를 해보았습니다.
학생글
88만원 세대가 되기 싫은 고삐리
- 한고운(부천여고 2학년)
'88만원 세대'는 한 마디로 나에게 슬픔을 안겨 주었고 현재에 대한 감사도 느끼게 한 책이다. 숨막히는 대입 준비 시간을 3년이나 보내고 들어간 그 선망의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자리가 없어 88만원의 임시직으로 낙오할 위험성에 내가 처해 있다는 사실이 슬펐다. 반면 현재 이렇게 공부만 하면 되는 지금의 내 현실이 참 고마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저래 이 책은 나에게 유익한 책이었다.
'세대란 착취'라니 말이 되는가? 어떻게 윗세대가 아랫세대 그야말로 이 나라를 책임질 미래의 주인인 20대를 착취한단 말인가? 그것도 한 집안에 착취세대와 피 착취세대가 함께 거한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정말 슬프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명문대를 목표로 달려 왔다. 들어가면 다행이지만 못 들어가면 내 인생은 어찌 되는가? 그야말로 임시직 인생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데 다행히 그 불행의 열차에서 빠져나와 상행열차를 타고 달리는 대박 신세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나 개인만이 좋은 환경에 살며 대다수의 연배들이 불행한 시절을 보낸다면 그런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나는 나뿐만 아니라 나의 동료들도 많이 행복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 그런데 현재는 우리 젊은 세대들이 너무 눈물을 많이 흘리는 시대다. 경쟁적인 공부를 하느라 울고 직장이 없어서 울고 미래가 없어서 우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말하는 짱돌을 드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각 세대가 함께 도우며 살아야지 적수로 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굼벵이도 밟히면 꿈틀댄다고 방법이 없을 땐 짱돌이라도 들어야겠지만 그런 사회는 너무나 슬픈 사회다. 제도적 장치가 변화되어서 젊은 세대들이 맘껏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였으면 좋겠다.
나는 88만원 세대가 되기 싫다. 그러느니 열공해서 뭐하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우리의 현실이라면 나만은 안 된다는 생각에서 함께 안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고 명문대를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 들어가되 들어가는 목적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공의 선'을 향한 질주를 하고 싶다는 거창한 각오를 해 본다. 나는 나와 같은 고삐리들이 함께 잘 사는 사회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