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해 내딛는 걸음
- 『좀머 씨 이야기』

박형만 | 해오름 으뜸일꾼

대상: 중학교 3학년 이상
시간: 150분
함께 읽은 책: 『좀머 씨 이야기』(파트리크 쥐스킨트 / 열림원)
학습목표  
1. 학생들이 쓴 독후감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해석과 글쓰는 방식을 배우고,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는다.
2.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를 성찰해본다.
3. 참된 자유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얻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규격화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연 자유로울까? 내가 해야 할 공부,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등을 생각해 보자. 겉으로는 자유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묘하게 그리고 엄격하게 통제된 일상 위에 우리 삶이 놓여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유란 내 삶의 영역을 구체적으로 조절하는 정치적 권리부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간관계, 그리고 더 크게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확대되고 깊어질수록 자유는 커지고 튼튼해진다.
아침 몇 시에 눈을 떠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하는지를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주어진 하루 일정에 따라 내 몸이 움직여야 하는 것인가? 학교 교문을 통과해야 하는 시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게 강요된 것이며, 배가 고프다고 함부로 급식실에 달려가 밥을 내 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우리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아직 시험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으니 다음에 시험을 보겠다고 할 수 있는 권리, 이번 시험 과목에 리코더를 연주해야 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단소 연주를 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개인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부모님이 결정해 놓은 학원을 다니지 않았을 때 오는 질책과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오는 문책은 우리가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질서정연하게 짜여진 학과 공부표와 하루 생활 일정은 내 스스로 견디어 내며 넘어서야 할 대상일뿐, 그것을 어기거나 무시할 수 있는 용기를 주변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가겠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다가올 엄청난 책임감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내가 바라는 점을 실천하려고 만용을 부리지 않는 절제를 배운다.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굴복과 굴종과 순응에 철저하게 길들여지는 자신을 그저 담담하게 맞아들여야 하는 일상이 늘 우리에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내 앞에 주어진 과제를 묵묵하게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안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학습하고 체화하기를 거듭한다.
그러나 이런 삶은 올곧은 성장을 일그러지게 한다. 내 의지가 자라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함으로써 우리가 물리적 나이로는 성인에 이를 수 있으나 정신적 성장은 늘 어린 수준에 맴돌게 되는 것을 현실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감성이 여물고 풍부해져야 할 시기에 감성을 키우는 기회를 얻기가 참 힘들다. 음악 시간에 배우는 예술 세계는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예술혼을 불어 일으켜 더 융성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혼이 일깨워지기 전에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잘 치룰 수 있는 기능 터득에 주력하게 되어 조화롭고 신비로운 음악세계에 깊이 몰입되는 것을 차단한다. 내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리코더를 불며 먼지처럼 떠다니는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음악 세계를 얻는 것이야말로 내 안에 커다란 감성의 그릇을 만들어 가는 것인데, 그러한 기회를 얻는 것은 이제 사치스러운 일이 되었다.
오늘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우리 안과 밖에서 나를 통제하고 구속하는 다양한 것들로부터 내가 어떻게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 그리고 한 사람의 자유는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