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주자 다시보기
인권수업『배워서 남주자』100% 활용하기
- 과월호 인권 프로그램 목록
본지는 그동안 '인권'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 읽기, 다양한 인권수업 프로그램, 현장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의 원고를 포함한 인권 텍스트들을 여러 차례 실어왔습니다. 이번 인권 특집을 마무리하면서, 그간 『배워서 남주자』에서 다루었던 인권 관련 원고 가운데 수업에 참고할 만한 글들을 다시 추려 보았습니다. '인권교육 프로그램', '일상에서 인권의식 갖기', '조금 다른 인권 개념 이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과월호 구입 및 내용 문의는 02-2679-6270(해오름)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인권교육 프로그램
1) 기본 인권교육 프로그램(1999/07/필자:이기규)
99년 7월∼2000년 1월까지 연재된 인권 교육 수업사례 중 첫 번째 프로그램. 주어진 교육 내용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 들어와서부터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교육의 장이라는 취지에서, '사람꽃 교실'이라는 인권 교육 진행 공간을 특별히 마련했다.
♧사람꽃 교실 운영에 관한 7가지 활동
1. 마음으로 인사하기 - 밝은 얼굴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호의를 표시한다. 서로의 관심사를 묻는다든지, 자기 소개를 하되 자발적인 방식으로 하게 한다. 선생님은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자연스런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2. 마음을 그려요 -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활동. 교실에 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들 속에서 느끼는 마음에 대해 그림으로 나타낸다.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서로의 상황들을 함께 나누고 이해하는 것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게 한다.
3. 세탁기 - 마음이 세탁되는 세탁기를 뜻한다. 아이들을 두 개의 조로 나누어 세탁기와 빨래 역할을 각각 맡아, 세탁기를 맡은 아이들이 빨래를 맡은 아이에게 악수를 하거나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칭찬을 해주는 놀이. 칭찬이나 사랑의 말을 통해 심성을 변화시키고 공동체와 함께 하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4. 무엇이 달라졌나? - 아이들이 원을 둘러앉게 한 후, 서로의 옷차림과 표정 등을 살펴보면서 어제와 달라진 점을 이야기한다.
5. ○○야 궁금해! -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자신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타인에 대한 관심을 기르는 활동.
6. 축하해 주세요! -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날 축하 받을 일들에 대해 적어놓도록 한다.(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웠다, 어제 어머니에게 칭찬 받았다…)
7. 그만! - 먼저 자기 의견이 무시되어 속상했던 경험을 말해보자. 이 교실에서는 잘못되었거나 부당한 일에 대해서 "그만"이라고 말하는 규칙을 정한다. '그만'이라고 말을 한 후에도 같은 일이 계속될 경우에는 전체가 벌칙을 마련하여 내린다. 이것을 바탕으로 '사람꽃 교실'의 규칙을 마련한다.
2) 놀이를 통한 인권교육(1999/08/필자:이기규)
아이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고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공동체간의 신뢰를 느끼며, 몸을 이용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인권의식을 가지려면 먼저 스스로를 인격적인 주체로 여길 수 있어야 하며 그런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권리를 확인할 수 있음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인권놀이
1. 서로를 믿어요(1) - 눈가리개를 이용하여 한 사람씩 맹인 체험을 해보는 놀이이다. 눈을 가린 사람과 그를 인도해주는 짝을 한 명 정해주는데, 이 활동을 통해 결점을 가진 사람 사이에 신뢰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2. 서로를 믿어요(2) - 아이들이 일렬로 늘어선 후 차례로 뒤로 쓰러지면,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앞에 선 사람을 받쳐주는 놀이. 앞에 활동보다 서로간의 믿음을 좀 더 필요로 한다.
3. 만약 내가 -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을 말을 하지 않고 움직임 등으로 표현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른다.
4. 인권 지킴이 놀이 -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의 느낌을 놀이를 통해 알아본다. '인권 지킴이' 모둠과 '인권 파괴' 모둠으로 나누어 가위바위보를 하여 어느 한 모둠이 이기면 놀이는 끝난다. 각 모둠에는 모둠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있다.
5. 인권 윷놀이 - 윷판을 인권의 역사 흐름으로 만든 후 윷놀이를 진행한다. 이 윷놀이에는 상대방의 말을 잡는 법이 없다. 말이 서로 겹쳐질 경우에는 다음 차례까지 기다렸다가 연대해서 간다.
6. 인권 조각 맞추기 / 7. 인권 칠교 놀이 - 인권 포스터나 인권 그림, 인권 낱말을 맞추는 퍼즐놀이.
8. 쉬고 싶어요 - 놀이를 통해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이 정당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놀이. 아이들이 모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가정한 후, 앞에 놓인 의자가 일하고 받는 수입이라는 설정을 한다. 또 의자 7개에 10명의 아이들이 앉는 조건을 만든 후, 의자가 7개 밖에 없어도 모두 앉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3) 음악을 통한 인권교육(1999/10·11/필자:이기규)
주로 노랫말의 뜻과 의미를 이해하며, 아이들에게 친근한 멜로디를 통해 인권수업을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수업이다.
1. 세상에 들리는 소리 - 세상에서 우리가 놓치는 소리를 들어보고, 작은 소리들을 집중해서 들어본다. 우리가 귀담아 듣지 않지만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일깨우는 활동.
2. 인권노래 배우기 - 인권의 의미를 알 수 있는 노래의 악보를 구해, 노래를 불러보고 가사의 뜻을 살려본다. 노래「함께 누려야 할 세상」
3. 우리들의 죽음 - 인권과 관련된 노래 가사를 듣고 그러한 사건이 일어난 이유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시간. 노래「우리들의 죽음」
(「우리들의 죽음」은 숨진 남매의 시각에서 당시의 끔찍한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으로 도시 빈민의 고달픈 삶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는 곡이다. 맞벌이 영세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지하셋방에서 불이나 방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노래 가사에서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은 옷 더미 속에 코를 붙은 채 숨져 있었다"면서 당시 사건을 전한다.)
4. 노래가사 바꾸기 -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몇 개 택한 후, 아이들의 현실에서 드러나는 인권영역에 대한 아이들 나름의 생각을 노래에 투영하여 기존 노래의 가사를 바꿔보는 활동이다.
4) 토론을 통한 인권교육(1999/12/필자:이기규)
신문이나 뉴스에 등장하는 거시적인 인권 사건이 아닌, 아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정해 아이들 나름의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해보는 수업이다.
♧다섯 가지 토론 주제
1. 빵 나누기 - 한정된 빵을 여러 사람에게 차별 없이 나누어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 본다. 차별과 평등의 개념에서 어떤 가치가 포함되어야 하는지 판단해보기 위한 활동이다.
빵을 똑같은 양으로 나누는 것은 평등한 방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평등'과 '차별'은 어떤 것이었나? 등의 문제의식을 이끌어낸다.
2. 내가 만든 신문 - 모둠별로 신문을 만들어보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1면에 배치한다. 신문의 1면 기사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의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과 가치관의 차이와 조율이란 측면에서 '다양성'을 이해하는 수업이다.
3. 거북이 나라 연설문 -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제약 당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토론해본다.
토끼 나라의 지배를 받는 거북이 나라에는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다.
「절대로 '거북이'란 말을 쓰면 안 된다. '독립'이나 '투쟁', '운동', '저항'이란 말을 쓰면 안된다. '자유'와 '권리', '평등'이란 말도 쓰면 안 된다. 같은 표현을 두 번 반복해도 안 된다.」
거북이 나라의 연설문은 이 같은 규칙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이다. 거북이 나라의 연설문을 읽어본 후에 어떤 점이 문제인지 이야기해 보고, 자유롭게 말하거나 쓸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본다.
4. 남자라서? 여자라서? - '남·녀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의 부당함을 아이들 일상에서 찾아보는 수업이다. 남자답다는 것과 여자답다는 것, 아이들이 알고 있는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 남자아이들만 하는 놀이 혹은 여자아이들만 하는 놀이를 이야기해본다.
5. 자유롭고 싶어요 - 이 활동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대상이며, '고문·노예상태·정치적 테러' 등의 무거운 주제를 작은 상황극 안에서 간접 경험하고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이다.
◆세 개의 상황극 설정
·한 마을에 세 명의 사람이 죽은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그를 윽박지르며 잠을 안 재우고 3일째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범행을 부인한다.
·두 번째 마을에서는 서커스에 팔려 가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의 가족들이 동의했기 때문인데, 마을 사람들이 이에 대해 비난하면 아이의 아버지는 가족의 일이라며 화를 낸다. 아이는 밀가루 30포대를 받고 서커스에 팔려간다.
·세 번째 마을의 촌장은 군인 출신이다. 촌장은 일을 잘해서 존경을 받지만, 몇 몇 젊은이들이 불만을 갖고서 촌장을 몰아내자고 한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이 젊은이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이들이 계속 불만을 이야기하자, 촌장은 사람을 시켜 아무도 모르게 젊은이들을 죽여 버렸다.
5) 실천을 통한 인권교육(2000/01/필자:이기규)
인권교육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로서, 지금까지의 활동을 단편적인 수업 주제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인권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살아가도록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편지 쓰기 -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곳의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활동을 통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경험을 해본다. 선생님은 인권 상황이 나타나있는 기사거리를 준비해두고, 아이들이 기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한다.
·손도장 플랜카드- 아이들이 사는 동네에서 유해하다고 생각되는 환경이나 안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조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주장을 플랜카드에 적어본다. 다 만들어진 플랜카드를 마을 어귀에 걸어 놓는다.
·내가 만든 인권 선언문- 인권 선언문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알아보고, 아이들의 현실에 맞는 인권 선언문을 만들어 본다.
◆아이들이 만든 인권 선언문
제 15조: 어느 나라 사람이든 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나라의 국민이 될 권리를 가지며, 다른 나라 국민이 될 권리도 가집니다. 그 권리를 함부로 빼앗기지 않습니다.
제 16조: 사랑하는 사람끼리
어른이 되면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가정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결혼도 가정 생활도 이혼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둘이서 결정할 수가 있습니다. 가족은 나라에 의해 보호됩니다.
제 28조: 이 선언이 바라는 세상
이 선언이 말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면 그 세상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제 30조: 권리를 짓밟는 권리는 없다.
이 선언에서 말하는 자유와 권리를 다른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누구에게도 어떤 나라에도, 그리고 어떤 사람들도 남의 권리를 망가뜨리기 위하여 자기 권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2. 일상에서 인권의식 갖기
1) 왕따를 권하는 사회(2002/08/필자:이선희)
'왕따' 현상은 아이들의 교육 현장에서, 또 일상 안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인권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왕따 당하는 아이의 심적 고통에 대해 동정하거나 특수한 아동에 국한된 문제로 보지 않고, 왕따라는 현상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전반의 파시즘으로 인식하고자 한다.
이 글의 필자는 몇 년 전, 왕따를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책을 본 후 따돌림 현상에 대해 토론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이야기에 나오는 왕따 소년의 처지에 무척 공감하면서 자신들의 학교에도 존재하는 소외된 친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등 교사가 의도한 방향대로 잘 따라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필자는 그 날 수업과는 상반된 아이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학교'라는 글감으로 글을 쓰게 했더니, 장애아나 더러운 행색의 아이는 따로 모아서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더러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일전에 자신이 가르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의 반응은 진실했던 것일까 무척 고민해야 했다고 말한다. 필자는 고민 끝에, 아이들의 모순된 행동은 사회 일반의 고정관념이 투영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왕따 현상의 본질을 흐리는 편견들이란 다음과 같다.
·왕따 당하는 아이들은 다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다 -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대개 신체적으로 유약하거나 심리적으로 사회 대처능력이 약한 아이이다. 그러나 이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조금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강자만을 우대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내면화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왕따 시키는 아이들은 따로 있다 -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들은 심술궂거나 학업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개 리더십이 있거나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교묘하게 삐뚤어진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 가정은 모든 사회의 기본 시발점이 되기는 하지만 사회적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인성은 가정 불화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왕따 피해 학생보다 가해 학생의 가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왕따 현상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왕따 현상을 피해 당사자나 가해자, 학교 또는 가정의 문제로 축소시켜 바라보지 말 것을 강하게 권고한다. 왕따라는 현상이 한 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있으므로 이를 사회문제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왕따를 소재로 한 책 목록
『내 짝꿍 최영대』(채인선/재미마주)
어딘가 조금 모자란 소년 영대.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지만 언제나 조용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늘 잠자코 있었기에 모두들 영대가 말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영대가 터뜨리는 울음에 놀라고 만다. 이 사건으로 선생님과 아이들, 영대, 모두가 하염없이 울고 만다는 결론인데, 이야기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작용하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까마귀 소년』(야시마 타로/비룡소)
'땅꼬마'라는 별명을 가진 왕따 소년은 아이들을 피해 자신을 알아주는 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얻는 아이이다.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의 애정과 노력으로 땅꼬마는 학예회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까지 해내게 된다. 그것은 바로 까마귀 소리를 생생하게 흉내내는 역할인데, 이는 소년이 자연 속에서 노는 동안 스스로 관찰하고 터득한 결과물이었다. 늘 무시만 받고 소외된 아이에게서 그만의 재능과 가치를 이끌어내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장면은 이야기의 결론으로도 훌륭하지만,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가능성 또한 남긴다.
『짜장, 짬뽕, 탕수육』(김영주/재미마주)
학교 안에 이미 존재하는 권력구조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재미있게 구성한 이야기.
전학생 종민이는 아이들의 대장노릇을 하는 아이에게 미움을 사 왕따가 될 뻔하지만, 자신의 재치로 위기에서 스스로를 구하고 그 구조에 종속되어 있던 다른 아이들도 함께 변화시킨다.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 있는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구성이 이야기를 경쾌하게 들여다보게 하지만 대안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모르는 척』(우에다 순시코/길벗 어린이)
따돌림 현상에 관한 일본의 고전적인 텍스트. 피해자였던 아이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였던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왕따 현상의 적확한 현실을 신랄하게 잡아낸 작품. 폭력을 당하는 나약한 친구를 바라보고만 있는 침묵이나 무관심도 폭력에 일조 하는 행동임을 일깨운다.
2) 한국사회에서 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2003/01/필자:최순선)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는 우리 교육 현실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굴레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현직교사인 저자가 현실을 냉정하고 분석적으로 바라보지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잃지 않는 내용의 조언이 아낌없이 실려있다. 이 원고는 그러한 토막글의 일부와, 그에 대한 아이들의 새로운 생각이나 깨달음을 함께 전한다.
또 아이들이 쓴 모둠 일기장을 참조하여 구체적인 현실과의 접점을 찾아본다.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 성적에 따른 차별 대우에 공감하는 아이들의 감상문이 제시되어 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이미 인권침해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대안 없이 현실을 불만하고만 있어 일견 답답하고 어둡게 보이지만, 자신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볼 기회가 별로 없는 아이들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위로를 얻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스로를‥』의 토막글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것은 완전함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때문이다. 사람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동의 지혜를 모아 가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이러한 민주적인 능력은 교사라고 해서 학생보다 더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인간적인 성숙이란 꼭 나이에 좌우되는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교사는 경험이 더 많기 때문에 사람의 불완전함을 더 깊이 이해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교사는 와전함을 기준으로 학생을 판단하는 자가 아니라 조언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실수를 사랑하라, 불완전함을 사랑하라,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인간답게 하는 길이다.
-'선생님,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중에서-
3) 교칙을 통해 살펴본 나의 인권(2004/12/필자:정지현)
아이들의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에서 우리 자신이 어떻게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학생수첩에 나와 있지만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교칙'을 통해 살펴본다. 이 수업의 큰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학교 교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2. 학교 교칙을 모둠별로 분석하여, 문항에 따라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
♧아이들이 교칙에서 찾은 인권침해 조항
·무단 지각, 무단 조퇴, 무단 결과를 상습적으로 하는 학생→학교 내 봉사
·불건전한 이성 교제로 풍기를 문란케 한 학생→특별교육 이수
·불온 문서를 은닉, 탐독, 제작, 제시 또는 유포한 학생→〃〃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교원의 명예를 훼손한 학생→〃〃
·학교장의 허가 없이 대외 행사에 참가·출품하여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학생→사회봉사
♧분석한 사항을 토론한 내용
사회에서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정하고 획일화된 모습이고, 학생들은 자신만의 주체성이나 개성을 인정받는 존재보다는 효율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받는다.
학생들은 교칙의 존재를 알고는 있으나 대부분 직접 본 일이 없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칙을 분석해본 결과, 여기에는 학교의 질서를 명목으로 한 부당한 사항들이 훨씬 많았다. 교칙은 학교나 선생님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칙도 학생들이 참여해서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이런 교칙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알려주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조금 다른 인권개념 이해
1) 자살에 대하여(2000/04/필자:김혜진)
이 수업은 "아이들은 왜 사는 것일까? 어리지만 자기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란 물음에서 출발했다. 중고등학생이면 이런 물음을 삶에서 맞닥뜨리게 될 시점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자살'이란 주제를 택했다. 그리고 '자살을 선택하는 10가지 이유' 항목을 마련하여 각 사례의 타당성과 아이들의 생각을 물었다.
이 수업은 '인권'을 주제로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살이란 어떤 원인에서든지 한 개인에게 겹쳐진 사회적 무게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자살 또한 인권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10가지 경우
·생계비관형 ·외로움 ·목숨만큼 소중한 것의 상실 ·허무주의적 자살 ·완벽주의적 자살(사랑이 식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완벽한 예술 작품의 완성을 위해)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자살(결백을 증명하려고) ·안락사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자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희생
인권이란 생계를 위한 것 뿐 아니라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한 조건들을 제공받아야 함을 뜻하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다양한 이유를 살펴보다 보면 인권이란 어느 선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경제적 무능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삶에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자살을 하는 경우 자살을 방지하는 것이 그 사람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일까 혹은 그 반대인가, '인간다운 삶'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인권은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누군가 그 권리를 자발적으로 거부한다면…? 등의 주제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2) 정보사회에서 다시 쓰는 인권선언(2003/11/오현미)
인권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의미가 변하면서 수정되어 왔다. 첨단 시대를 살아가게 될 아이들은 정보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새로운 인권 개념을 받아들이고 확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정보사회의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정보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서 필요한 인권의 내용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이론적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보사회의 큰 특징은 정보의 집적·집중 현상이다. 과거에는 체계화되지 않고 흩어져있던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집적되고 한 곳으로 집중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신용정보는 체계화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지만 그것이 체계화되는 순간 그 정보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요컨대, 정보화사회는 개인 정보를 체계화해서 그 정보가 각 개인의 통제 밖에서 복제되고 유통될 수 있는 실체가 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사람이나 집단에게 그 정보를 소유, 관리, 이용할 권력을 부여한다.
정보사회에서 무력한 개인으로 순응하고 길들여지지 않으려면, 정보와 지식의 민주적 공유와 분배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및 특정 집단에 대한 감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생활의 권리'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사생활의 권리가 변천되어 온 과정
·1세대의 정보인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을 소극적, 방어적 자유. 국가와 거대 집단 등의 횡포로부터 사생활을 방어할 권리.
·2세대의 정보인권- 개인의 정보의 제공과 관리, 유통 및 이용에 개인이 동의나 거부, 개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 보다 적극적인 자유.
·3세대의 정보인권- 2세대 정보인권이 보장하는 개인의 정보 결정권이라는 건 개인 차원에서는 무력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 권리라는 협소한 차원을 넘어서 집단의 권리로 제기되고 요구되어야 한다.
3세대 정보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보인권의 목록을 보다 세부화하고 제도를 통해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여기에는「표현의 자유, 반 감시권, 정보 공유의 권리, 알 권리와 정보 접근권」이 포함된다.
- 과월호 인권 프로그램 목록
본지는 그동안 '인권'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 읽기, 다양한 인권수업 프로그램, 현장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의 원고를 포함한 인권 텍스트들을 여러 차례 실어왔습니다. 이번 인권 특집을 마무리하면서, 그간 『배워서 남주자』에서 다루었던 인권 관련 원고 가운데 수업에 참고할 만한 글들을 다시 추려 보았습니다. '인권교육 프로그램', '일상에서 인권의식 갖기', '조금 다른 인권 개념 이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과월호 구입 및 내용 문의는 02-2679-6270(해오름)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인권교육 프로그램
1) 기본 인권교육 프로그램(1999/07/필자:이기규)
99년 7월∼2000년 1월까지 연재된 인권 교육 수업사례 중 첫 번째 프로그램. 주어진 교육 내용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 들어와서부터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교육의 장이라는 취지에서, '사람꽃 교실'이라는 인권 교육 진행 공간을 특별히 마련했다.
♧사람꽃 교실 운영에 관한 7가지 활동
1. 마음으로 인사하기 - 밝은 얼굴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호의를 표시한다. 서로의 관심사를 묻는다든지, 자기 소개를 하되 자발적인 방식으로 하게 한다. 선생님은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자연스런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2. 마음을 그려요 -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활동. 교실에 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들 속에서 느끼는 마음에 대해 그림으로 나타낸다.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서로의 상황들을 함께 나누고 이해하는 것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게 한다.
3. 세탁기 - 마음이 세탁되는 세탁기를 뜻한다. 아이들을 두 개의 조로 나누어 세탁기와 빨래 역할을 각각 맡아, 세탁기를 맡은 아이들이 빨래를 맡은 아이에게 악수를 하거나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칭찬을 해주는 놀이. 칭찬이나 사랑의 말을 통해 심성을 변화시키고 공동체와 함께 하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4. 무엇이 달라졌나? - 아이들이 원을 둘러앉게 한 후, 서로의 옷차림과 표정 등을 살펴보면서 어제와 달라진 점을 이야기한다.
5. ○○야 궁금해! -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자신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타인에 대한 관심을 기르는 활동.
6. 축하해 주세요! -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날 축하 받을 일들에 대해 적어놓도록 한다.(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웠다, 어제 어머니에게 칭찬 받았다…)
7. 그만! - 먼저 자기 의견이 무시되어 속상했던 경험을 말해보자. 이 교실에서는 잘못되었거나 부당한 일에 대해서 "그만"이라고 말하는 규칙을 정한다. '그만'이라고 말을 한 후에도 같은 일이 계속될 경우에는 전체가 벌칙을 마련하여 내린다. 이것을 바탕으로 '사람꽃 교실'의 규칙을 마련한다.
2) 놀이를 통한 인권교육(1999/08/필자:이기규)
아이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고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공동체간의 신뢰를 느끼며, 몸을 이용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인권의식을 가지려면 먼저 스스로를 인격적인 주체로 여길 수 있어야 하며 그런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권리를 확인할 수 있음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인권놀이
1. 서로를 믿어요(1) - 눈가리개를 이용하여 한 사람씩 맹인 체험을 해보는 놀이이다. 눈을 가린 사람과 그를 인도해주는 짝을 한 명 정해주는데, 이 활동을 통해 결점을 가진 사람 사이에 신뢰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2. 서로를 믿어요(2) - 아이들이 일렬로 늘어선 후 차례로 뒤로 쓰러지면,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앞에 선 사람을 받쳐주는 놀이. 앞에 활동보다 서로간의 믿음을 좀 더 필요로 한다.
3. 만약 내가 -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을 말을 하지 않고 움직임 등으로 표현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른다.
4. 인권 지킴이 놀이 -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의 느낌을 놀이를 통해 알아본다. '인권 지킴이' 모둠과 '인권 파괴' 모둠으로 나누어 가위바위보를 하여 어느 한 모둠이 이기면 놀이는 끝난다. 각 모둠에는 모둠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있다.
5. 인권 윷놀이 - 윷판을 인권의 역사 흐름으로 만든 후 윷놀이를 진행한다. 이 윷놀이에는 상대방의 말을 잡는 법이 없다. 말이 서로 겹쳐질 경우에는 다음 차례까지 기다렸다가 연대해서 간다.
6. 인권 조각 맞추기 / 7. 인권 칠교 놀이 - 인권 포스터나 인권 그림, 인권 낱말을 맞추는 퍼즐놀이.
8. 쉬고 싶어요 - 놀이를 통해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이 정당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놀이. 아이들이 모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가정한 후, 앞에 놓인 의자가 일하고 받는 수입이라는 설정을 한다. 또 의자 7개에 10명의 아이들이 앉는 조건을 만든 후, 의자가 7개 밖에 없어도 모두 앉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3) 음악을 통한 인권교육(1999/10·11/필자:이기규)
주로 노랫말의 뜻과 의미를 이해하며, 아이들에게 친근한 멜로디를 통해 인권수업을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수업이다.
1. 세상에 들리는 소리 - 세상에서 우리가 놓치는 소리를 들어보고, 작은 소리들을 집중해서 들어본다. 우리가 귀담아 듣지 않지만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일깨우는 활동.
2. 인권노래 배우기 - 인권의 의미를 알 수 있는 노래의 악보를 구해, 노래를 불러보고 가사의 뜻을 살려본다. 노래「함께 누려야 할 세상」
3. 우리들의 죽음 - 인권과 관련된 노래 가사를 듣고 그러한 사건이 일어난 이유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시간. 노래「우리들의 죽음」
(「우리들의 죽음」은 숨진 남매의 시각에서 당시의 끔찍한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으로 도시 빈민의 고달픈 삶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는 곡이다. 맞벌이 영세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지하셋방에서 불이나 방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노래 가사에서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은 옷 더미 속에 코를 붙은 채 숨져 있었다"면서 당시 사건을 전한다.)
4. 노래가사 바꾸기 -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몇 개 택한 후, 아이들의 현실에서 드러나는 인권영역에 대한 아이들 나름의 생각을 노래에 투영하여 기존 노래의 가사를 바꿔보는 활동이다.
4) 토론을 통한 인권교육(1999/12/필자:이기규)
신문이나 뉴스에 등장하는 거시적인 인권 사건이 아닌, 아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정해 아이들 나름의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해보는 수업이다.
♧다섯 가지 토론 주제
1. 빵 나누기 - 한정된 빵을 여러 사람에게 차별 없이 나누어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 본다. 차별과 평등의 개념에서 어떤 가치가 포함되어야 하는지 판단해보기 위한 활동이다.
빵을 똑같은 양으로 나누는 것은 평등한 방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평등'과 '차별'은 어떤 것이었나? 등의 문제의식을 이끌어낸다.
2. 내가 만든 신문 - 모둠별로 신문을 만들어보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1면에 배치한다. 신문의 1면 기사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의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과 가치관의 차이와 조율이란 측면에서 '다양성'을 이해하는 수업이다.
3. 거북이 나라 연설문 -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제약 당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토론해본다.
토끼 나라의 지배를 받는 거북이 나라에는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다.
「절대로 '거북이'란 말을 쓰면 안 된다. '독립'이나 '투쟁', '운동', '저항'이란 말을 쓰면 안된다. '자유'와 '권리', '평등'이란 말도 쓰면 안 된다. 같은 표현을 두 번 반복해도 안 된다.」
거북이 나라의 연설문은 이 같은 규칙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이다. 거북이 나라의 연설문을 읽어본 후에 어떤 점이 문제인지 이야기해 보고, 자유롭게 말하거나 쓸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본다.
4. 남자라서? 여자라서? - '남·녀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의 부당함을 아이들 일상에서 찾아보는 수업이다. 남자답다는 것과 여자답다는 것, 아이들이 알고 있는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 남자아이들만 하는 놀이 혹은 여자아이들만 하는 놀이를 이야기해본다.
5. 자유롭고 싶어요 - 이 활동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대상이며, '고문·노예상태·정치적 테러' 등의 무거운 주제를 작은 상황극 안에서 간접 경험하고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이다.
◆세 개의 상황극 설정
·한 마을에 세 명의 사람이 죽은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그를 윽박지르며 잠을 안 재우고 3일째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범행을 부인한다.
·두 번째 마을에서는 서커스에 팔려 가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의 가족들이 동의했기 때문인데, 마을 사람들이 이에 대해 비난하면 아이의 아버지는 가족의 일이라며 화를 낸다. 아이는 밀가루 30포대를 받고 서커스에 팔려간다.
·세 번째 마을의 촌장은 군인 출신이다. 촌장은 일을 잘해서 존경을 받지만, 몇 몇 젊은이들이 불만을 갖고서 촌장을 몰아내자고 한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이 젊은이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이들이 계속 불만을 이야기하자, 촌장은 사람을 시켜 아무도 모르게 젊은이들을 죽여 버렸다.
5) 실천을 통한 인권교육(2000/01/필자:이기규)
인권교육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로서, 지금까지의 활동을 단편적인 수업 주제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인권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살아가도록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편지 쓰기 -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곳의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활동을 통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경험을 해본다. 선생님은 인권 상황이 나타나있는 기사거리를 준비해두고, 아이들이 기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한다.
·손도장 플랜카드- 아이들이 사는 동네에서 유해하다고 생각되는 환경이나 안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조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주장을 플랜카드에 적어본다. 다 만들어진 플랜카드를 마을 어귀에 걸어 놓는다.
·내가 만든 인권 선언문- 인권 선언문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알아보고, 아이들의 현실에 맞는 인권 선언문을 만들어 본다.
◆아이들이 만든 인권 선언문
제 15조: 어느 나라 사람이든 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나라의 국민이 될 권리를 가지며, 다른 나라 국민이 될 권리도 가집니다. 그 권리를 함부로 빼앗기지 않습니다.
제 16조: 사랑하는 사람끼리
어른이 되면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가정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결혼도 가정 생활도 이혼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둘이서 결정할 수가 있습니다. 가족은 나라에 의해 보호됩니다.
제 28조: 이 선언이 바라는 세상
이 선언이 말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면 그 세상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제 30조: 권리를 짓밟는 권리는 없다.
이 선언에서 말하는 자유와 권리를 다른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누구에게도 어떤 나라에도, 그리고 어떤 사람들도 남의 권리를 망가뜨리기 위하여 자기 권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2. 일상에서 인권의식 갖기
1) 왕따를 권하는 사회(2002/08/필자:이선희)
'왕따' 현상은 아이들의 교육 현장에서, 또 일상 안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인권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왕따 당하는 아이의 심적 고통에 대해 동정하거나 특수한 아동에 국한된 문제로 보지 않고, 왕따라는 현상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전반의 파시즘으로 인식하고자 한다.
이 글의 필자는 몇 년 전, 왕따를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책을 본 후 따돌림 현상에 대해 토론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이야기에 나오는 왕따 소년의 처지에 무척 공감하면서 자신들의 학교에도 존재하는 소외된 친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등 교사가 의도한 방향대로 잘 따라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필자는 그 날 수업과는 상반된 아이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학교'라는 글감으로 글을 쓰게 했더니, 장애아나 더러운 행색의 아이는 따로 모아서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더러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일전에 자신이 가르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의 반응은 진실했던 것일까 무척 고민해야 했다고 말한다. 필자는 고민 끝에, 아이들의 모순된 행동은 사회 일반의 고정관념이 투영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왕따 현상의 본질을 흐리는 편견들이란 다음과 같다.
·왕따 당하는 아이들은 다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다 -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대개 신체적으로 유약하거나 심리적으로 사회 대처능력이 약한 아이이다. 그러나 이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조금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강자만을 우대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내면화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왕따 시키는 아이들은 따로 있다 -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들은 심술궂거나 학업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개 리더십이 있거나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교묘하게 삐뚤어진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 가정은 모든 사회의 기본 시발점이 되기는 하지만 사회적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인성은 가정 불화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왕따 피해 학생보다 가해 학생의 가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왕따 현상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왕따 현상을 피해 당사자나 가해자, 학교 또는 가정의 문제로 축소시켜 바라보지 말 것을 강하게 권고한다. 왕따라는 현상이 한 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있으므로 이를 사회문제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왕따를 소재로 한 책 목록
『내 짝꿍 최영대』(채인선/재미마주)
어딘가 조금 모자란 소년 영대.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지만 언제나 조용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늘 잠자코 있었기에 모두들 영대가 말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영대가 터뜨리는 울음에 놀라고 만다. 이 사건으로 선생님과 아이들, 영대, 모두가 하염없이 울고 만다는 결론인데, 이야기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작용하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까마귀 소년』(야시마 타로/비룡소)
'땅꼬마'라는 별명을 가진 왕따 소년은 아이들을 피해 자신을 알아주는 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얻는 아이이다.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의 애정과 노력으로 땅꼬마는 학예회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까지 해내게 된다. 그것은 바로 까마귀 소리를 생생하게 흉내내는 역할인데, 이는 소년이 자연 속에서 노는 동안 스스로 관찰하고 터득한 결과물이었다. 늘 무시만 받고 소외된 아이에게서 그만의 재능과 가치를 이끌어내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장면은 이야기의 결론으로도 훌륭하지만,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가능성 또한 남긴다.
『짜장, 짬뽕, 탕수육』(김영주/재미마주)
학교 안에 이미 존재하는 권력구조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재미있게 구성한 이야기.
전학생 종민이는 아이들의 대장노릇을 하는 아이에게 미움을 사 왕따가 될 뻔하지만, 자신의 재치로 위기에서 스스로를 구하고 그 구조에 종속되어 있던 다른 아이들도 함께 변화시킨다.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 있는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구성이 이야기를 경쾌하게 들여다보게 하지만 대안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모르는 척』(우에다 순시코/길벗 어린이)
따돌림 현상에 관한 일본의 고전적인 텍스트. 피해자였던 아이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였던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왕따 현상의 적확한 현실을 신랄하게 잡아낸 작품. 폭력을 당하는 나약한 친구를 바라보고만 있는 침묵이나 무관심도 폭력에 일조 하는 행동임을 일깨운다.
2) 한국사회에서 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2003/01/필자:최순선)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는 우리 교육 현실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굴레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현직교사인 저자가 현실을 냉정하고 분석적으로 바라보지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잃지 않는 내용의 조언이 아낌없이 실려있다. 이 원고는 그러한 토막글의 일부와, 그에 대한 아이들의 새로운 생각이나 깨달음을 함께 전한다.
또 아이들이 쓴 모둠 일기장을 참조하여 구체적인 현실과의 접점을 찾아본다.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 성적에 따른 차별 대우에 공감하는 아이들의 감상문이 제시되어 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이미 인권침해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대안 없이 현실을 불만하고만 있어 일견 답답하고 어둡게 보이지만, 자신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볼 기회가 별로 없는 아이들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위로를 얻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스로를‥』의 토막글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것은 완전함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때문이다. 사람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동의 지혜를 모아 가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이러한 민주적인 능력은 교사라고 해서 학생보다 더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인간적인 성숙이란 꼭 나이에 좌우되는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교사는 경험이 더 많기 때문에 사람의 불완전함을 더 깊이 이해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교사는 와전함을 기준으로 학생을 판단하는 자가 아니라 조언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실수를 사랑하라, 불완전함을 사랑하라,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인간답게 하는 길이다.
-'선생님,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중에서-
3) 교칙을 통해 살펴본 나의 인권(2004/12/필자:정지현)
아이들의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에서 우리 자신이 어떻게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학생수첩에 나와 있지만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교칙'을 통해 살펴본다. 이 수업의 큰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학교 교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2. 학교 교칙을 모둠별로 분석하여, 문항에 따라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
♧아이들이 교칙에서 찾은 인권침해 조항
·무단 지각, 무단 조퇴, 무단 결과를 상습적으로 하는 학생→학교 내 봉사
·불건전한 이성 교제로 풍기를 문란케 한 학생→특별교육 이수
·불온 문서를 은닉, 탐독, 제작, 제시 또는 유포한 학생→〃〃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교원의 명예를 훼손한 학생→〃〃
·학교장의 허가 없이 대외 행사에 참가·출품하여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학생→사회봉사
♧분석한 사항을 토론한 내용
사회에서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정하고 획일화된 모습이고, 학생들은 자신만의 주체성이나 개성을 인정받는 존재보다는 효율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받는다.
학생들은 교칙의 존재를 알고는 있으나 대부분 직접 본 일이 없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칙을 분석해본 결과, 여기에는 학교의 질서를 명목으로 한 부당한 사항들이 훨씬 많았다. 교칙은 학교나 선생님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칙도 학생들이 참여해서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이런 교칙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알려주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조금 다른 인권개념 이해
1) 자살에 대하여(2000/04/필자:김혜진)
이 수업은 "아이들은 왜 사는 것일까? 어리지만 자기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란 물음에서 출발했다. 중고등학생이면 이런 물음을 삶에서 맞닥뜨리게 될 시점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자살'이란 주제를 택했다. 그리고 '자살을 선택하는 10가지 이유' 항목을 마련하여 각 사례의 타당성과 아이들의 생각을 물었다.
이 수업은 '인권'을 주제로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살이란 어떤 원인에서든지 한 개인에게 겹쳐진 사회적 무게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자살 또한 인권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10가지 경우
·생계비관형 ·외로움 ·목숨만큼 소중한 것의 상실 ·허무주의적 자살 ·완벽주의적 자살(사랑이 식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완벽한 예술 작품의 완성을 위해)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자살(결백을 증명하려고) ·안락사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자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희생
인권이란 생계를 위한 것 뿐 아니라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한 조건들을 제공받아야 함을 뜻하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다양한 이유를 살펴보다 보면 인권이란 어느 선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경제적 무능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삶에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자살을 하는 경우 자살을 방지하는 것이 그 사람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일까 혹은 그 반대인가, '인간다운 삶'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인권은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누군가 그 권리를 자발적으로 거부한다면…? 등의 주제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2) 정보사회에서 다시 쓰는 인권선언(2003/11/오현미)
인권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의미가 변하면서 수정되어 왔다. 첨단 시대를 살아가게 될 아이들은 정보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새로운 인권 개념을 받아들이고 확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정보사회의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정보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서 필요한 인권의 내용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이론적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보사회의 큰 특징은 정보의 집적·집중 현상이다. 과거에는 체계화되지 않고 흩어져있던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집적되고 한 곳으로 집중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신용정보는 체계화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지만 그것이 체계화되는 순간 그 정보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요컨대, 정보화사회는 개인 정보를 체계화해서 그 정보가 각 개인의 통제 밖에서 복제되고 유통될 수 있는 실체가 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사람이나 집단에게 그 정보를 소유, 관리, 이용할 권력을 부여한다.
정보사회에서 무력한 개인으로 순응하고 길들여지지 않으려면, 정보와 지식의 민주적 공유와 분배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및 특정 집단에 대한 감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생활의 권리'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사생활의 권리가 변천되어 온 과정
·1세대의 정보인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을 소극적, 방어적 자유. 국가와 거대 집단 등의 횡포로부터 사생활을 방어할 권리.
·2세대의 정보인권- 개인의 정보의 제공과 관리, 유통 및 이용에 개인이 동의나 거부, 개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 보다 적극적인 자유.
·3세대의 정보인권- 2세대 정보인권이 보장하는 개인의 정보 결정권이라는 건 개인 차원에서는 무력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 권리라는 협소한 차원을 넘어서 집단의 권리로 제기되고 요구되어야 한다.
3세대 정보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보인권의 목록을 보다 세부화하고 제도를 통해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여기에는「표현의 자유, 반 감시권, 정보 공유의 권리, 알 권리와 정보 접근권」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