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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퀴즈, 어떻게 진행할까
-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를 중심으로
|김형준 본지 편집 주간|
대상: 고등학교 2 3학년
수업시간: 4차시(각 3시간)
함께 읽은 책: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휴머니스트)
학습목표 : 인문·사회 과학 분야의 어려운 개념과 쟁점을 이해한다.
독서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수업 방식이 정해진 몇몇 유형을 따르기 마련입니다. 책의 주제에 대해 토론하거나, 글을 쓰거나, 아니면 그와 관련된 영화를 보는 활동 이외에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나 학교 밖에서나 독서 퀴즈라는 수업활동을 자주 활용하게 되는데요, 독서 퀴즈는 먼저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또 학생들이 책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독서 퀴즈가 너무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상투적인 수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수업 목표와 진행 과정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수업 형식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진행하는 독서 퀴즈의 과정을 생각해봄으로써 독서퀴즈 방식의 수업을 진행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독서 퀴즈를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1) 교재의 선정
독서 퀴즈를 진행할 때는 무엇보다도 교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서 퀴즈에 적합한 교재는 학생들이 기억해야 할 쟁점이나 개념이 풍부하게 등장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반면, 하나의 개념 혹은 쟁점을 다루는 책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의 주제가 하나의 쟁점을 깊이 있게 다루는데 그것을 퀴즈로 내다보면 아무래도 지엽적인 문제들을 다루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또,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독서 퀴즈를 진행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그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학작품에서 퀴즈로 낼만한 소재들이란 결국 문학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며, 그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문학작품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학작품을 읽다가도 그 줄거리나 상황이 학생들의 이해보다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는 있지만, 그것은 퀴즈 문제가 아니라 주제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따라서 비문학 영역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짧고, 다양하게 다루는 책이 독서 퀴즈를 진행하기에는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어떤 문제가 좋은 문제인가
독서 퀴즈는 대답이 맞는지, 틀린지 분명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일단 어중간한 대답, 다양한 대답이 가능한 문제는 좋은 문제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토론 수업의 주제를 잡을 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분명한 대답이 도출되는 문제가 좋은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원칙이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은 문제에 대한 대답이 교재 바깥에서도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재는 우리 역사관의 문제점을 지나친 민족주의라고 정의했지만, 실제로 현실에서는 실증주의의 부족이라든지, 사대주의적 역사관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표현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문제가 너무 결론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낼 때에는 상식으로 맞출 수 있는 결론이 아니라 교재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나 그 근거를 끌어내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 하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 분명한 답을 추구하다 보면 단어나 개념, 심지어 사람 이름만을 문제로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좋은 출제 방식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단어나 개념, 인명이 주제와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그것이 고등학생의 수준에서 꼭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좋은 문제일 수 있지만, 그것이 문제를 위한 문제라면 결코 좋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좋은 문제란 답이 단어이건, 문장이건 간에 교재의 문제의식, 논리 전개 과정, 그 근거 등 교재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제출된 명쾌한 답이 있는 문제라 할 것입니다.
(3) 어떻게 진행할까
독서 퀴즈의 진행에 대한 고민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문제에 누가 답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문제에 답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2 3명의 모둠이 문제에 답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제에 답하는 방식은 개개인의 성취도가 바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몇몇 학생들이 정답을 독점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수업 진행상 부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제에 답하는 방식으로는 퀴즈 형식보다는 차라리 시험 형식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모둠별로 문제에 답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학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둠 전체가 한 학생에게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둠을 몇 주간 계속 같이 운영하고, 모둠에서 다시 개인에게 범위를 정해주고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독서 퀴즈의 진행에 있어 두 번째 고민해봐야 할 점은 누가 문제를 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독서 퀴즈는 교사가 문제를 내고 학생들이 이에 답하는 방식을 따릅니다만,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내고, 학생들이 답을 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교사는 학생들이 낸 문제에 대해 평가를 하고, 전체 수업을 진행하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이 경우 장점은 학생들이 문제를 출제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맡은 분야의 핵심을 보다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반면 단점은 아무래도 학생들이 문제를 내다보니 문제가 잘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이와 같은 경우 수업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때 교사가 얼마나 적절히 개입할 수 있는지가 수업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또, 전체 진행 과정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신경을 쓰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서로 모둠 이름을 재미있게 만들도록 한다든지, 각 모둠별 점수를 칠판에 크게 쓴다든지, 답을 이야기할 때 구호를 크게 외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수업이 활기 있게 진행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2. 독서 퀴즈 수업의 한 사례
(1) 교재에 대하여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휴머니스트)은 사실 고등학생의 수준에 버거운 내용의 책입니다. 철학에서 과학, 역사를 거쳐 인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필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도, 문장이나 주제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도 학생들이 그저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책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단점이 곧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각 영역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두루 접근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각각의 주제가 실제로 출제되었던 각 대학 논술 문제와 관련 있는 경우가 많아 관련논제를 덧붙여 수업하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다양한 개념과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서 퀴즈 형식으로 진행하기에는 적합한 책이라 할 것입니다.
단지, 책의 내용 중 몇몇 부분은 너무 전문적이거나, 아니면 편집판 책들이 대개 그렇듯이 제목과는 동떨어진 주제나 결론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수업에서는 몇몇 주제들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1장의 여섯 번째 주제인 '동아시아의 전통사상을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 3장의 첫 번째 주제 '자연미와 예술미는 어떻게 다른가?', 세 번째 주제 '고전미술은 아름다운가?', 다섯 번째 주제 '문화는 생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인가?'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또, 각 주제의 끝에 나온 '더 생각해볼 문제들' 역시 학생들의 수준에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 대부분 다루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는 각 주제의 필자들이 제기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주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독서목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진행 과정
수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 전 차시에 미리 책을 읽어오도록 지정했습니다. 책 전부가 아니라 1장만 읽어오라고 했습니다. 물론 독서 퀴즈를 4차시에 걸쳐 진행하겠다는 점도 일러두었습니다.
4차시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1차시: 철학 편
2차시: 과학 편
3차시: 예술·문화편의 일부와 사건·역사 편
4차시: 사회·정치 편 및 인생 편
◐ 첫 시간에 구체적인 진행 방법과 함께 4주 후에 최종 점수로 받게 될 상벌을 같이 정하고, 제비를 뽑아 3 4 모둠으로 나누어 모둠 이름을 정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모둠 이름에는 추가 점수를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여기서 채점 기준은 다른 모둠이 낸 문제에 정답을 말했을 경우 10점을 가산하고, 자신의 모둠이 낸 문제가 이상할 경우(답이 모호하다든지, 자신이 문제를 내고 정답을 모른다든지, 오답을 정답으로 정답을 오답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20점을 감점하는 방식입니다. 답이 틀려도 감점은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문제를 잘 내야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또 너무 문제를 어렵게 내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문제와 나쁜 문제의 사례를 각각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 모둠별로 같이 앉게 한 후 책의 내용 중에서 질문을 받습니다. 전체 주제의식이나 구조와 같은 질문보다는 주로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주제에 대해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학생들이 문제를 낼 내용이 없어져버리거나 너무 교사의 영향을 받아 문제를 내게 됩니다.
◐ 한 모둠이 1 2개 정도의 주제를 맡아 문제를 내도록 각각 3문제씩 내도록 했습니다. 이때 문제의 개수도 중요합니다. 문제의 개수가 너무 적으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반대로 문제의 개수가 너무 많으면 문제가 지엽적이 될 뿐만 아니라, 진행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문제를 내는 시간은 넉넉히 줄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를 낼뿐만 아니라, 다른 주제도 미리 공부해두어야 다른 모둠이 낸 문제에 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적으로 30분에서 40분 정도는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학생들이 분업하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합니다. 한 사람은 문제만 내고, 다른 사람은 다른 주제를 공부만 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모둠별로 문제를 내는 이유는 문제를 내는 과정에서 주제의 내용에 대한 자연스러운 토론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 학생들의 준비가 끝났으면 본격적으로 퀴즈를 진행합니다. 퀴즈 중간에는 찬스를 쓸 수 있도록 해서 찬스를 쓰면 세배의 점수를 주는 대신 틀리면 세배의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도 학생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 모둠의 진행과정이 끝나면 교사는 첫 번째 모둠에게만 적용되는 특별 문제를 제출합니다. 정답은 30점 가산, 오답은 30점 감점이라고 규칙을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입니다. 교사가 제출하는 문제는 각 모둠이 맡은 각각의 주제에서 제일 핵심이 되는 부분을 물어보면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둠이 맡은 주제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라고 질문을 던져도 좋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각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정리해놓고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장의 첫 번째 주제 '탁상공론처럼 보이는 이론의 가치는 무엇인가?'에서 필자의 핵심적인 결론은 '이론과 실천의 바람직한 관계는 고무줄처럼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교사가 던지는 질문은 '이론과 실천의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인가?'와 같은 것이 되어야겠지요.
◐ 모든 모둠의 진행이 끝나면 교사는 전체 점수를 정리하고, 수업 중 학생들이 제출한 문제와 답에 대해 간단히 평가하고, 각 주제의 주요 내용과 흐름을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독서 퀴즈의 전체진행과정이 1시간 30분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에 남은 시간에는 관련되는 논제를 분석해 보게 한다든지, 다른 관련 자료를 분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수업을 마무리하며
공자님은 "꼭 그러한 것도,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수업 방법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느 경우에나 좋은 효과를 거두는 수업 방법이 없듯이, 어느 경우에나 부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수업 방법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수업의 효과는 수업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수업 목표 및 수업 방법과 교재, 진행 방법에 대한 세심한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의 신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논술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무엇인가 획기적인 수업안만을 찾게 되는 우리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일반적인 방법도 그것에 대한 세심한 고민과 배려가 뒷받침될 때 창의적인 수업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를 중심으로
|김형준 본지 편집 주간|
대상: 고등학교 2 3학년
수업시간: 4차시(각 3시간)
함께 읽은 책: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휴머니스트)
학습목표 : 인문·사회 과학 분야의 어려운 개념과 쟁점을 이해한다.
독서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수업 방식이 정해진 몇몇 유형을 따르기 마련입니다. 책의 주제에 대해 토론하거나, 글을 쓰거나, 아니면 그와 관련된 영화를 보는 활동 이외에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나 학교 밖에서나 독서 퀴즈라는 수업활동을 자주 활용하게 되는데요, 독서 퀴즈는 먼저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또 학생들이 책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독서 퀴즈가 너무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상투적인 수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수업 목표와 진행 과정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수업 형식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진행하는 독서 퀴즈의 과정을 생각해봄으로써 독서퀴즈 방식의 수업을 진행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독서 퀴즈를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1) 교재의 선정
독서 퀴즈를 진행할 때는 무엇보다도 교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서 퀴즈에 적합한 교재는 학생들이 기억해야 할 쟁점이나 개념이 풍부하게 등장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반면, 하나의 개념 혹은 쟁점을 다루는 책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의 주제가 하나의 쟁점을 깊이 있게 다루는데 그것을 퀴즈로 내다보면 아무래도 지엽적인 문제들을 다루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또,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독서 퀴즈를 진행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그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학작품에서 퀴즈로 낼만한 소재들이란 결국 문학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며, 그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문학작품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학작품을 읽다가도 그 줄거리나 상황이 학생들의 이해보다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는 있지만, 그것은 퀴즈 문제가 아니라 주제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따라서 비문학 영역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짧고, 다양하게 다루는 책이 독서 퀴즈를 진행하기에는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어떤 문제가 좋은 문제인가
독서 퀴즈는 대답이 맞는지, 틀린지 분명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일단 어중간한 대답, 다양한 대답이 가능한 문제는 좋은 문제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토론 수업의 주제를 잡을 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분명한 대답이 도출되는 문제가 좋은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원칙이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은 문제에 대한 대답이 교재 바깥에서도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재는 우리 역사관의 문제점을 지나친 민족주의라고 정의했지만, 실제로 현실에서는 실증주의의 부족이라든지, 사대주의적 역사관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표현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문제가 너무 결론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낼 때에는 상식으로 맞출 수 있는 결론이 아니라 교재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나 그 근거를 끌어내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 하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 분명한 답을 추구하다 보면 단어나 개념, 심지어 사람 이름만을 문제로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좋은 출제 방식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단어나 개념, 인명이 주제와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그것이 고등학생의 수준에서 꼭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좋은 문제일 수 있지만, 그것이 문제를 위한 문제라면 결코 좋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좋은 문제란 답이 단어이건, 문장이건 간에 교재의 문제의식, 논리 전개 과정, 그 근거 등 교재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제출된 명쾌한 답이 있는 문제라 할 것입니다.
(3) 어떻게 진행할까
독서 퀴즈의 진행에 대한 고민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문제에 누가 답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문제에 답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2 3명의 모둠이 문제에 답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제에 답하는 방식은 개개인의 성취도가 바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몇몇 학생들이 정답을 독점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수업 진행상 부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제에 답하는 방식으로는 퀴즈 형식보다는 차라리 시험 형식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모둠별로 문제에 답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학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둠 전체가 한 학생에게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둠을 몇 주간 계속 같이 운영하고, 모둠에서 다시 개인에게 범위를 정해주고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독서 퀴즈의 진행에 있어 두 번째 고민해봐야 할 점은 누가 문제를 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독서 퀴즈는 교사가 문제를 내고 학생들이 이에 답하는 방식을 따릅니다만,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내고, 학생들이 답을 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교사는 학생들이 낸 문제에 대해 평가를 하고, 전체 수업을 진행하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이 경우 장점은 학생들이 문제를 출제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맡은 분야의 핵심을 보다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반면 단점은 아무래도 학생들이 문제를 내다보니 문제가 잘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이와 같은 경우 수업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때 교사가 얼마나 적절히 개입할 수 있는지가 수업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또, 전체 진행 과정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신경을 쓰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서로 모둠 이름을 재미있게 만들도록 한다든지, 각 모둠별 점수를 칠판에 크게 쓴다든지, 답을 이야기할 때 구호를 크게 외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수업이 활기 있게 진행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2. 독서 퀴즈 수업의 한 사례
(1) 교재에 대하여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휴머니스트)은 사실 고등학생의 수준에 버거운 내용의 책입니다. 철학에서 과학, 역사를 거쳐 인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필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도, 문장이나 주제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도 학생들이 그저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책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단점이 곧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각 영역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두루 접근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각각의 주제가 실제로 출제되었던 각 대학 논술 문제와 관련 있는 경우가 많아 관련논제를 덧붙여 수업하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다양한 개념과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서 퀴즈 형식으로 진행하기에는 적합한 책이라 할 것입니다.
단지, 책의 내용 중 몇몇 부분은 너무 전문적이거나, 아니면 편집판 책들이 대개 그렇듯이 제목과는 동떨어진 주제나 결론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수업에서는 몇몇 주제들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1장의 여섯 번째 주제인 '동아시아의 전통사상을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 3장의 첫 번째 주제 '자연미와 예술미는 어떻게 다른가?', 세 번째 주제 '고전미술은 아름다운가?', 다섯 번째 주제 '문화는 생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인가?'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또, 각 주제의 끝에 나온 '더 생각해볼 문제들' 역시 학생들의 수준에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 대부분 다루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는 각 주제의 필자들이 제기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주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독서목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진행 과정
수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 전 차시에 미리 책을 읽어오도록 지정했습니다. 책 전부가 아니라 1장만 읽어오라고 했습니다. 물론 독서 퀴즈를 4차시에 걸쳐 진행하겠다는 점도 일러두었습니다.
4차시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1차시: 철학 편
2차시: 과학 편
3차시: 예술·문화편의 일부와 사건·역사 편
4차시: 사회·정치 편 및 인생 편
◐ 첫 시간에 구체적인 진행 방법과 함께 4주 후에 최종 점수로 받게 될 상벌을 같이 정하고, 제비를 뽑아 3 4 모둠으로 나누어 모둠 이름을 정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모둠 이름에는 추가 점수를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여기서 채점 기준은 다른 모둠이 낸 문제에 정답을 말했을 경우 10점을 가산하고, 자신의 모둠이 낸 문제가 이상할 경우(답이 모호하다든지, 자신이 문제를 내고 정답을 모른다든지, 오답을 정답으로 정답을 오답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20점을 감점하는 방식입니다. 답이 틀려도 감점은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문제를 잘 내야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또 너무 문제를 어렵게 내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문제와 나쁜 문제의 사례를 각각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 모둠별로 같이 앉게 한 후 책의 내용 중에서 질문을 받습니다. 전체 주제의식이나 구조와 같은 질문보다는 주로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주제에 대해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학생들이 문제를 낼 내용이 없어져버리거나 너무 교사의 영향을 받아 문제를 내게 됩니다.
◐ 한 모둠이 1 2개 정도의 주제를 맡아 문제를 내도록 각각 3문제씩 내도록 했습니다. 이때 문제의 개수도 중요합니다. 문제의 개수가 너무 적으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반대로 문제의 개수가 너무 많으면 문제가 지엽적이 될 뿐만 아니라, 진행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문제를 내는 시간은 넉넉히 줄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를 낼뿐만 아니라, 다른 주제도 미리 공부해두어야 다른 모둠이 낸 문제에 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적으로 30분에서 40분 정도는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학생들이 분업하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합니다. 한 사람은 문제만 내고, 다른 사람은 다른 주제를 공부만 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모둠별로 문제를 내는 이유는 문제를 내는 과정에서 주제의 내용에 대한 자연스러운 토론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 학생들의 준비가 끝났으면 본격적으로 퀴즈를 진행합니다. 퀴즈 중간에는 찬스를 쓸 수 있도록 해서 찬스를 쓰면 세배의 점수를 주는 대신 틀리면 세배의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도 학생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 모둠의 진행과정이 끝나면 교사는 첫 번째 모둠에게만 적용되는 특별 문제를 제출합니다. 정답은 30점 가산, 오답은 30점 감점이라고 규칙을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입니다. 교사가 제출하는 문제는 각 모둠이 맡은 각각의 주제에서 제일 핵심이 되는 부분을 물어보면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둠이 맡은 주제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라고 질문을 던져도 좋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각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정리해놓고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장의 첫 번째 주제 '탁상공론처럼 보이는 이론의 가치는 무엇인가?'에서 필자의 핵심적인 결론은 '이론과 실천의 바람직한 관계는 고무줄처럼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교사가 던지는 질문은 '이론과 실천의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인가?'와 같은 것이 되어야겠지요.
◐ 모든 모둠의 진행이 끝나면 교사는 전체 점수를 정리하고, 수업 중 학생들이 제출한 문제와 답에 대해 간단히 평가하고, 각 주제의 주요 내용과 흐름을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독서 퀴즈의 전체진행과정이 1시간 30분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에 남은 시간에는 관련되는 논제를 분석해 보게 한다든지, 다른 관련 자료를 분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수업을 마무리하며
공자님은 "꼭 그러한 것도,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수업 방법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느 경우에나 좋은 효과를 거두는 수업 방법이 없듯이, 어느 경우에나 부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수업 방법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수업의 효과는 수업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수업 목표 및 수업 방법과 교재, 진행 방법에 대한 세심한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의 신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논술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무엇인가 획기적인 수업안만을 찾게 되는 우리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일반적인 방법도 그것에 대한 세심한 고민과 배려가 뒷받침될 때 창의적인 수업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