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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어, 괜찮아
- 『고민 들어주는 선물 가게』
황정희 | 논술교사 kmo0190@hanmail.net
대상: 초등 4~5학년
수업시간: 2차시 (90분씩)
함께읽은책:
『고민 들어주는 선물 가게』 (임태희 글 / 오윤화 그림 / 주니어김영사)
『너도 갖고 싶니?』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 웅진주니어)
학습목표:
1. 또래 아이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다.
2.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스스로 제시할 수 있다.
3. 자신의 약점이나 고민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고민을 해결해 주는 가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열장에 진열된 모든 상품이 고민을 해결해 준다면 어떤 상품이 가장 잘 팔리고 인기가 좋을까? 그런 가게의 단골손님은 어린이가 더 많을까, 어른이 더 많을까? 또 어떤 상품이 가장 비쌀까? 정말 그런 가게가 있다면 이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다 가 보고 싶고 찾아갈 일도 많을 것이다.
『고민을 들어주는 선물가게』는 창작 심리동화이면서도 판타지적인 이야기이다. 역시 심리동화나 성장소설에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지루하지 않고 칙칙하지 않다. 판타지는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세계이다. 한번쯤은 휘둘러보고 싶은 요술봉, 한번쯤은 빨려들어 가고 싶은 저 깊은 환상의 세계이다.
상상력의 세계도 또 하나의 다른 세계가 아닐까? 다만 현실과 다른 세계일뿐이지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그런 세계를 인정하고 그 세계 이야기를 끌어와서 현실 세계와 접목시킨 것이 판타지라면 이것 역시 또 다른 멋진 세계가 아닐까? 그렇다면 하늘을 날아서 국경을 넘나드는 비행사처럼 우리도 누구나 멋진 세계를 넘나드는 비행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미 하루에도 수 번 그 세계를 넘나들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첨단 통신망보다도 더 먼 세계로 통하는 강력한 상상력이라는 거대한 힘으로 말이다.
판타지는 확실히 사람을 유쾌하게 만든다. 『고민 들어주는 선물가게』에서 선물을 받아가는 아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아프고 다치고 슬픈 아이들이다. 그런데 판타지 세계에서 보내온 선물로 인해 모두 자신의 문제들을 덥석덥석 해결해 나간다. 볼수록 참 기특한 아이들이다.
1차시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게 있어.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부족한 게 있고, 내가 노력해도 쉽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 부분도 있어. 이 책에 나오는 효진이, 상미, 두리, 찬희, 보균이, 태준이 같은 아이들을 봐. 그냥 보기에는 다 괜찮아 보여. 공부 잘 하는 아이, 살만큼 사는 아이, 똑 부러지게 당찬 아이, 한없이 착한 아이, 친구가 많은 아이. 그런데 모두 아무한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 있어. 잘 살펴보면어떤 아이는 내 짝궁 같고, 또 어떤 아이는 우리 반 반장 같고, 또 자기 모습 같지 않니?
어떤 아이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니? 그 아이들에게 넌지시 해 주고 싶은 말도 있겠지? 등장인물 아이들을 끌어내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누군가의 역할을 맡아서 그 아이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거야.
활동 1 : 등장인물 얼굴 가면 그리기
활동 2 : 등장인물과 인터뷰하기
다빈 (찬희 역할) : 얘들아, 안녕?
난 찬희야. 우리 엄마는 나를 부를 때 '우리 천사'라고 불러. 나한테는 네 살 많은 찬주 언니가 있어. 찬주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다 잘해.
나는 친구들이 뭘 부탁하면 거절을 못 해. 어떤 일이 있었냐면 보균이가 책 당번이 하고 싶어서 선생님한테 졸랐는데 내가 양보했어. 그 대신 나는 걸레를 빨았어. 책 당번할 때는 쉬는 시간에도 제대로 못 놀았는데 걸레 빨기는 그냥 괜찮았어. 푸른 머리 아이가 천사목걸이를 줬는데 글쎄 내 대신 내 마음을 얘기하는 거야. 깜짝 놀랐어.
정원이: 넌 왜 착하니?
찬희: 잘 모르겠어.
민선 : 보균이한테 책 당번 양보했는데도 보균이가 뒤에서 놀렸을 때 기분이 어땠어?
찬희 : 속상했어.
시와 : 천사 목걸이가 "짜증나!" 하고 외쳤을 때 니 맘도 그랬어?
찬희 : 당연하지.
소현 : 천사 목걸이가 보균이에게 꼴불견이라고 외쳤을 때 기분이 어땠어?
찬희 : 속이 시원했어.
정원(상미 역할) :안녕? 난 상미야. 난 친구가 없어. 내가 좀 별나거든. 사실 난 효진이와 친구 하고 싶은데 효진이는 나와 많이 달라. 걔는 부자이고 친구들도 있어. 그런데 우리집은 가난해. 그래서 슬퍼.
시와 : 인생통장에 슬픈 표시가 자꾸 생길 때 너 마음은 어땠어?
상미 : 우울하지.
다빈 : 가장 속상했을 때가 언제야?
상미 : 아버지가 다쳤을 때야.
소현 : 보균이와 친구들이 네가 비열하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
상미 : 속상했어.
민선 : 가난한 걸 사실대로 말하면 속이 시원했을 텐데 왜 말 안 했어?
상미 : 왕따 당할까봐 그랬어.
시와(보균이 역할) : 안녕? 난 보균이야. 나한테는 보균 시스터즈가 있어. 나는 외톨이라는 게 제일 두려워. 태준이 얘기하는 게 제일 막막해. 왜냐면 태준이가 내 비밀을 알고 있거든. 사실은 보균 시스터즈 아이들이 날 가짜로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외톨이가 될까봐 늘 겁이 났지.
민선 : 옥상에서 친구들이 새롬이한테 붙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
보균 : 배신당한 기분이었지 뭐.
다빈 : 마을을 주고받는 친구가 없다는 걸 느낄 땐 기분이 어때?
보균 : 외톨이가 된 것 같아.
소현 : 생일파티 때 같은 머리띠를 선물 받았는데 기분이 어땠어?
보균 : 정말로 나빴어. 나만 특별해야 하는데.
정원 : 수진이의 도움을 받을 때는 기분이 어땠어?
보균 : 고마웠어. 내가 싫어하는 아이였는데 뜻밖이었어.
민선(효진이 역할) : 안녕? 난 효진이야. 내 고민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거야. 내 꿈은 가수인데 뚱뚱해서 가수가 될 수 있을까? 뚱 소리 들을 땐 우울해지고 심장이 두근두근거려. 그래도 현장학습 때 자신있게 노래를 불러서 뿌듯했어. 그때부터 자신감이 많이 붙었어.
정원 : 상미와 왜 친구가 되고 싶었어?
효진 : 내가 놀림 받을 때 편들어줬잖아.
시와 : 상미가 너한테 충고 했을 때와 상미가 오해하지 말라고 했을 때 기분 어땠어?
효진 : 속상했는데 고맙긴 고마웠어.
소현 : 장기자랑 시간에 처음에 애들이 키득거렸을 때 어땠어?
효진 : 쑥스러웠는데 그래도 신경쓰지 않았어. 그냥 랩에만 신경 썼어.
다빈 : 미래의 팬한테서 편지를 받았을 때 어땠어?
효진 : 꿈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용기를 줬어.
두리 역할 (소현이) : 난 두리야. 시험을 너무 못 봐서 전 과목을 합쳐도 백점이 안 돼. 그런데 공부는 못 해도 우리반에서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야. 장난을 좋아해서 말이야. 지웅이 머리 속에 들어가 봤는데 역시 모범생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 공부창고에 수학공식도 많고 영어 단어도 꼭 차 있었거든. 근데 공부를 잘 해도 엄마 때문에 불안해 했어. 걱정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정원: 왜 너는 반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두리 : 분위기를 띄워주니까.
다빈 : 선생님한테 혼나서 반성문을 쓰니까 기분 안 좋지?
두리 : 당근이지.
시와 : 지웅이 마음 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 했어?
두리 : 지웅이는 공부를 잘 하니까 걱정 없겠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좀 불쌍했어.
민선 : 두리야, 공부도 좀 열심히 하면 어떻겠니?
두리 : 공부를 열심히 한다 해도 잘 할 자신도 없고…….
시와 : 만능지도를 찾았을 때 왜 하필 지웅이 마음 속에 들어가고 싶었니?
두리 : 걘 공부를 잘 하니까, 늘 부러웠거든.
활동 3 : 문제 해결 어떻게 할까? (토의하기)
효진이, 상미, 두리, 찬희, 보균이, 태준이 중에서 누가 가장 힘들 것 같니? 만일 이런 경우가 너희들에게 일어난다면 누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껴질까?
시와 : 태준이가 가장 힘들겠어요.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새엄마랑 사니까 불쌍해요.
민선 : 저도 태준이가 제일 불쌍해요. 이혼한 엄마 아빠가 다시 만나는 건 힘들잖아요.
정원 : 저도 태준이요. 엄마 아빠가 이혼했잖아요.
소현 : 전 상미가 제일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가난하니까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친구도 못 사귀고 하니까요.
다빈 : 전 효진이요. 뚱뚱하다고 아이들이 놀리니까요. 가수가 꿈인데 자신감도 없잖아요.
다른 친구의 문제는 어떨까? 해결할 좋은 방법들은 없을까? 그래도 괜찮은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그 친구에게 조언을 해 줘도 괜찮겠지? 의외로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잖아?
1) 태준이가 문제야! (민선, 정원, 시와)
다빈: 그래도 태준이는 괜찮아. 가정형편은 넉넉하잖아. 상미처럼 가난하지도 않고, 새엄마도 있고.
민선: 친엄마랑 새엄마가 같겠냐? 친엄마는 아기 때부터 키웠고, 새엄마는 아니잖아.
시와: 그래, 낳은 정이 기른 정보다 더 커. 그러니까 친엄마가 더 좋겠지.
정원 : 맞아. 새엄마와 같은 피도 아니잖아.
소현: 피가 다르다고 가족이 아닌 건 아니지. 가족이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 되지.
시와 : 하지만 태준이는 아직 그런 마음이 없잖아.
민선 : 친엄마랑 헤어진 게 한이 될 거야.
소현 :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2) 상미가 문제야! (소현)
소현: 난 상미가 제일 갑갑할 것 같아. 가난하고 친구도 없고 돈도 없지, 아빠는 아프고 언니는 날라리지, 엄마는 길거리에서 김밥 팔고.
시와 : 돈이 많다고 다 되는 건 아니야.
정원 :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으면 되잖아.
소현 : 문제집 살 돈도 없는데?
민선 : 교과서로 공부하면 되지. 학원이나 문제집보다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진짜 공부래.
다빈 : 아빠가 병이 나으면 일할 수 있어.
정원 : 요즘은 저소득층 아이들한테 공부 가르치는 곳도 있어. 그런 데를 찾아봐도 되잖아.
소현 : 그것도 돈이 약간은 있어야지.
정원 : 언니 명품 핸드백 팔아.
민선 : 상미 엄마가 김밥 장사 그만 두고 다른 숨겨둔 재능을 발휘하는 거야.
시와 : 언니 정신 차리게 해서 아르바이트 시켜. 그럼 되지.
소현 : 언니가 워낙 날라리라서 되겠냐?
3) 효진이가 문제야! (다빈)
다빈 : 효진이는 너무 뚱뚱해서 자신감이 없으니까 제일 문제야.
정원 : 살 빼면 되지.
다빈 : 운동 해도 잘 안 빠지거든.
민선 : 살이 많다고 가수가 못 돼? 그건 아니지. 노래부터 잘 해야지.
소현 : 맞아. 노래를 잘 해야지 살이 뭐가 문제야.
시와 : 요즘은 통통한 가수들도 인기가 많아. 슈퍼주니어 신동도 그렇잖아.
다빈 : 그래도 자신감이 없잖아.
소현 : 그럼 자신감 프로젝트 같은 걸 이용해 봐.
나머지 친구들 두리, 찬희, 보균이의 문제 해결하기
공부를 못 하는 두리의 문제 해결하기:
- 민선: 공부가 다는 아니잖아. 우리 엄마는 공부보다 건강이 중요하대.
- 시와: 분위기 메이커니까 공부보다 그쪽으로 재능을 살리는 거야.
너무 착해서 갑갑한 찬희의 문제 :
- 소현 : 남을 의식하지 마.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 다빈 : 싫으면 싫다고 하고 좋으면 좋다고 하는 거야.
외톨이가 될까봐 두려운 보균이의 문제 :
- 소현 : 친구한테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놔.
- 민선 : 우선 친구들한테 잘 해 주고, 자기 위주로 안 하면 돼.
- 정원 : 먼저 말해서 다가가면 친구들도 좋아할 거야.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토의 도중 가끔 소재인물이 바뀔 때만 길을 잡아주면 아이들 스스로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시간을 충분히 배려할 필요도 있다. 아무래도 시간을 짧게 잡거나 뒤에 다른 활동이 기다리고 있으면 아이들이나 교사나 심리적으로 편할 수가 없다. 시간 상 마무리 글은 짧고 간단하게 적게 하고 1차시 수업을 마무리 했다.
2차시
앤서니 브라운의 『너도 갖고 싶니?』 그림책 감상하기
■ 앞표지를 살피며 나눈 발문
■너희들은 뭘 갖고 싶니?
- 햅틱폰, 닌텐도, 강아지, 인형, 만화책, 예쁜 옷, 신발…….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 핸드폰, 컴퓨터, 지갑, 내 방, 부모님, 가족, 책, 신발, 옷…….
■ 갖고 싶은 게 더 많니, 이미 갖고 있는 게 더 많니?
- 갖고 싶은 게 더 많아. 앞으로 점점 더 생길 거니까.
■ 표지에 나오는 그림으로 보아 누가 누구한테 "나도 갖고 싶니?"라고 묻는 걸까?
■ 표정으로 보아 어떤 말투였을까?
■ 그림책 감상 후에 나눈 발문
■샘은 어떤 아이일까?
-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아, 자존심 있는 아이야, 뭐든 잘 해, 당당해.
■제레미는 어떤 아이일까?
- 자랑만 하려고 해, 질투가 많아, 잘난 척 해, 운동도 못 해, 시비 거는 걸 좋아해.
■제레미는 왜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을 자랑할까?
- 부자니까, 잘난 척 하려고, 샘이 가만히 있으니까 약이 올라서.
■많은 걸 갖고 있는 제레미는 왜 늘 표정을 찡그리고 있을까?
- 샘이 부러워하지 않으니까, 실수만 하니까, 잘난 척 하는 애들은 원래 그래.
■샘은 왜 표정이 한결같을까?
- 관심 없어서, 제레미가 유치해 보여서, 무시해 버리니까, 갖고 싶어도 참는 거야.
■샘은 무엇을 갖고 있을까?
-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아, 자신감, 안 부러운 마음, 마음이 부자야, 있어도 자랑 안 해.
■제레미가 갖고 있는 건 무엇일까?
- 많은 장난감, 좋은 물건들, 부자인 부모님, 비겁하고 치사한 마음.
■너희들은 두 아이 중에 누구를 더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니?
- 제레미! (대부분의 아이들 대답)
■왜 그렇게 생각하니?
- 나도 제레미처럼 자랑하고 싶을 것 같아서, 누가 뭘 사면 나도 갖고 싶어지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예를 들어보렴.
- 핸드폰을 바꾸면 빨리 학교 가서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어. 친구들 것과 비교해 보고 더 좋은 게 있으면 나도 그게 더 갖고 싶어지고. 친구들이 하나도 안 부러워하면 괜히 짜증나고.
■두 아이 중에서 누구를 더 닮고 싶니?
- 샘! (대부분의 아이들 대답))
■왜 그렇게 생각하니?
- 샘은 남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갖고 싶다고 하지도 않고, 없다고 짜증도 안 내.
■이 세상에는 샘 같은 사람이 더 많을까, 제레미 같은 사람이 더 많을까?
- 제레미 같은 사람. 샘 같은 사람은 드물어. 우리 반에 그런 애가 있기는 있어. 그렇지만 걔도 속으로는 부러울 걸.
세상에는 제레미와 샘 같은 사람이 많아. 제레미처럼 가진 것만 많아서 뽐내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진 게 많으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어. 샘처럼 가진 게 없어도 담담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가진 게 없으면서도 많은 척 허풍을 떠는 사람도 있어.
제레미를 좀 봐. 많이 갖고 있지만 조금도 부럽다는 생각이 안 들잖아. 제레미에게도 무슨 말 못할 문제가 있겠지. 샘 보다 훨씬 불쌍하고 측은해 보이잖아. 샘은 어떠니? 샘은 제레미와 뭔가 다른 세계를 보는 것 같지 않니? 제레미는 많이 갖고 있어도 많이 부족해 보이는 반명에 샘은 가진 게 특별히 없어도 뭔가 가득 차 보이지? 제레미 처럼 많이 갖고 있다고 당당한 건 아닌가 봐.
■ 세상에 약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고민 없는 사람이 있을까? 너희들도 알다시피 선생님은 별명이 곰돌이 푸우야. 아주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나는 늘 그게 내 약점이라고 생각해. 또 나는 눈물도 많은 편이야. 조금만 측은해도 눈물이 나고, 조금만 감동을 받아도 눈물이 나. 슬픈 장면을 봐도 쉽게 눈물이 글썽글썽해지고. 이 밖에 다른 약점도 참 많아. 너희들은 어떤 약점이 있니?
민선- 저는 잠꼬대를 심하게 하는 편이에요. 또 좀 소심해요. 발표 잘 하고 친구들 잘 사귀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또 밤에 무서워서 잘 못 자요. 딴 집에 가서 자면 꼭 밤에 잠이 깨서 무서운 생각이 자꾸 들어요.
다빈 - 저는요, 하품 할 때 눈물이 안 나요. 그런데 드라마나 슬픈 영화 볼 때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요. 안 울고 싶은데도 자꾸 눈물이 나요. 그리고 전 공부도 못 해요. 공부는 진짜 잘하고 싶은데 시험만 보면 망쳐요.
소현 - 전, 일단 소심하구요. 발표하는 걸 싫어해요. 그리고 입이 좀 가벼워서 누가 누구 좋아한다 뭐 이런 얘기는 못 참아요. 건망증도 심해서 자꾸 잘 까먹어요.
시와 - 저도 일단 소심하구요. 조심성도 없고, 집중력도 약해요. 공부도 못 하고, 입도 싼 편이에요. 고소공포증도 있어요. 약점 되게 많아요.
정원 - 전 자꾸 까먹어요. 안 까먹으려고 하는데도 소용 없어요. 공부도 못 하는 편이에요. 공부 좀 잘 했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받아쓰기도 어려웠어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면 그때부터 은근히 고민스럽지. 그 약점만 해결되면 모든 상황이다 좋아질 것 같단 말이야. 그러니까 알게 모르게 그런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지.
약점 때문에 고민하기도 하고, 그때 그때 힘든 일로 고민하기도 해. 요즘 너희들의 고민은 뭐니? (마인드맵 형식으로 정리한 시간을 준 다음 발표하기)
정원 - 공부 좀 잘하고 싶어요. 성적이 쑤욱 올라갔으면 정말 좋겠어요. 그리고 제 이가 좀 튀어나왔거든요. 그것도 신경 쓰이고, 성격도 소심하고, 키가 작은 편이라서 그것도 고민이에요.
소현 - 소심해서 고민이에요. 발표 잘 하고 잘 떠드는 애들 보면 부러울 때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한 건망증 하거든요. 자꾸 까먹어서 미치겠어요.
다빈 - 저는 키도 작아 고민이에요. 이번에 사회 점수가 내려가서 고민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상하게 친구를 잘 사귀다가도 어쩔 때는 싸우게 돼요. 욱 하는 성격이 있거든요.
민선 - 저는 겉으로는 친한 척 하는 친구들은 많은데요, 정말 친한 친구는 없어요. 많이 소심하다고 생각해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친한 친구랑 오래 잘 지내는 애들 보면 부러워요.
시와 - 조심성이 없어 탈이에요. 그래서 계란도 잘 깨요. 또 제가 입이 싸요.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입이 간질간질해서 못 참아요.
■해결 방법이 없을까? 책에 나온 친구들의 고민도 다 들어줬는데 우리 모둠 친구끼리는 더 쉽지 않을까? 서로를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교사 : 소심한 성격은 나쁜 걸까? 내가 조용한 걸 좋아하는 게 뭐가 나빠?
소현 : 그래도 발표 잘 하는 애들 보면 부러워.
민선 : 나쁜 게 아니지. 그냥 그 애 성격이 그런 거지.
시와 : 그런 애들이 글도 잘 쓰고, 그림도 더 잘 그린다고 했어.
정원 : 나도 소심한데.
교사 : 소심한 게 불편하면 바꾸면 되지. 발표도 더 해 보고, 친구도 용기 내서 말 걸어보고.
시와 : 덜렁거리면 실수만 더 많이 해.
다빈 : 그래 맞아. 조용한 애들은 실수도 잘 안 하고 준비도 잘 해와.
민선 : 친구가 많은 아이들 보면 좀 부러워.
다빈 : 너 친구 많잖아. 친구는 내가 없지.
민선 : 나는 먼저 가서 말 거는 거 잘 못 해. 친해지면 잘 대해주기는 하는데.
다빈 : 나는 친구들한테 잘 해주다가도 끝까지 못 가고 욱 하고 화를 내 때가 많아.
소현 : 너가 너무 참아서 그래. 그때 그때 아니라고 해야지.
시와 : 무조건 잘 해주면 안 돼. 어떨 때는 화도 좀 내야 돼.
정원 : 나는 자꾸 까먹어. 이런 건 어떻게 해야 돼?
소현 : 나도 건망증이 심해. 엄마가 걱정이래.
교사 : 나도 잘 까먹는 편이야.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해야할 때 특히 그래.
민선 : 시간을 정해서 뭘 할지 정해 놓으면 되지.
소현 : 해야 되는 일을 미루지 말고 해. 그럼 한가해지잖아. 생각도 잘 나고.
시와 : 진짜 중요한 일은 계속 말로 중얼중얼 해봐. 그럼 진짜 안 까먹어. 나도 해봤어.
다빈 : 메모해서 책상 앞에 붙여 놔. 엄마한테 꼭 얘기해 달라고 하든가.
시와 : 난 너무 입이 싼 거 같애. 어떡하지?
소현 : 나도 입이 가벼워. 누가 누구 좋아한대 그러면 막 얘기하고 싶어서 미치겠어. 재밌잖아.
민선 : 그래도 입이 싼 게 좋은 점도 있어.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잖아.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니까.
정원 : 그래. 말이 없으면 심심하잖아. 그래도 누군가 막 떠들어야지.
다빈 : 그럼 나도 입이 싼 거 아니야?
교사 : 본인이 입이 싸다고 생각한다면 말 할 때 조심할 수 있을 거야.좋은 얘기 나쁜 얘기 거를 수만 있다면 나쁜 건 아니라고 봐.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으면 친구들과도 즐겁겠지.
아이들 문제는 아이들 스스로가 더 잘 해결한다. 아이들과 편안하게 얘기를 풀어가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끼리 서로 상대방의 고민을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위로한다는 거였다. 2차시 수업은 쓰기에 좀 더 넉넉한 시간을 배려하였다.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속마음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쓰면서도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령, '공부 못 하는 건 어떻게 해야 돼?'하면, 여기 저기서 '그냥 공부하면 돼.', '수업 시간에 잘 들어. 그럼 돼.'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이 모둠은 일 년 이상씩 함께 했기 때문에 서로 마음 열기가 한결 쉬웠던 것 같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라면 조금 무리가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마무리 : 자신에게 편지 쓰기>
다빈아.
너는 고민이 사회점수가 떨어진 거라고 했지?
그건 사회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또 친구랑 친하게 지내다가도 가끔 싸우게 된다고 했지?
그건 이렇게 하면 돼.
일단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고 참을 수 있으면 참는 거야.
또 화를 내고 싶으면 타이른 다음에 안 될 때 화를 내는 거야.
잘 할 수 있어. 그러니까 힘 내. 파이팅!
(은로초 4년 김다빈)
정원아!
너는 아는 사람에게는 친하지만 소심한 것이 단점이야. 그래도 괜찮아. 그것은 병이 아니잖아. 그리고 너무 큰 문제도 아니고 니가 잘못한 것도 아니야. 앞으로 해결책을 찾아봐. 내가 몇 가지 찾아줄게. 첫 번째는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해봐. 두 번째는 터프하고 쿨하게 행동해 봐. 세 번째는 조금 엉뚱하지만 지금은 지금이고 나중은 나중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용기를 내고 소심하다고 생각하지 마. 혹시 누가 먼저 다가와서 해결해 줄때까지 기다리지 마. 니가 먼저 다가가. 그리고 너 자꾸 까먹는다고 했지? 자주 메모를 하고 정신 바짝 차려. 시간도 느긋하게 갖고 말이야.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면 다 해결 돼.안 되는 건 없어. 안녕.
(은로초 4년 성정원)
소현아. 너는 건망증이 있다고 했어. 그런데 '고민을 들어주는 선물가게'에 나오는 애들처럼, 고민 때문에 나에게는 장점도 없다고 생각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애. 니가 고민이라는 건망증. 그 건망증은 이렇게 하면 고칠 수 있을 거야. 음. 뭐 쪽지(메모)를 써서 한 일 마다 밑줄을 쳐놓는다거나, 할 일을 종이에 쓰고 나중에 빠진 일을 체크한다거나, 이러면 어때? 건망증이 고민이라고 크게 걱정할 건 없어. 건망증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고민이라는 건 언제나 없앨 수 있는 거야. 걱정이 있다면 잡동사니 버리는 것처럼 팍팍 버려, 버려! 알았지? 파이팅!
(은로초 4년 이소현)
민선아.
너는 겉으로만 친한 척 하고 진짜 친한 친구가 없다고 했지?
네가 먼저 친한 친구에게 다가가는 게 어떨까? 그 친구도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말을 못할 수도 있잖아. 네가 먼저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해 봐. 그 친구도 좋아할 거야. 한 번 그렇게 실천 해 봐. 그리고 너 소심하다고 했지? 소심한 건 약점이 아니야. 왜냐하면 소심한 것 덕분에 실수도 적게 할 수 있고, 나쁜 일을 미리 예방 할 수도 있잖아. 나중 일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지금은 지금 일만 생각하는 거야.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돼. 그럼 걱정이 많이 줄어들 거야.
(은로초 4년 김민선)
시와에게
너의 고민 하나는 공부를 못하는 거지? 그렇다고 너무 포기하진 마. 니가 공부를 못 한다고 목표를 너무 무리하게 잡지 마. 니가 잘 생각해서 목표를 잡고 성공하면 이번에는 더 멀리 잡아. 그러면 분명 니가 바랬던 저 끝까지 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의 두 번째 고민은 조심성이지? 그건 니가 조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봐. 그동안 니가 너무 방심해서 그래. 너도 효진이처럼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져 봐. 그럼 넌 분명히 조심성이 생길거야. 용기를 잃지 마. 그리고 마지막 너의 고민은 입이 싸다는 거지? 그렇지만 잘 생각해 봐. 니 싼 입 덕분에 아이들이 즐거워하잖아. 또 비밀도 없어지잖아. 비밀이 많으면 친구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기도 쉬워. 그러니까 너의 싼 입도 쓸모가 있어. 친구들은 너의 싼 입이 솔직해서 좋대. 결국 너의 싼 입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야.
그렇다고 너무 그러지는 마. 친구들이 널 못 믿을 수도 있어. 조심해. 안녕.
(은로초 4년 김시와)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과 약점을 털어놓으면서도 유쾌한 시간이었다. 아마 이 책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아이들 성향에 따라 차마 털어놓지 못한 고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부분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의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수업 과정도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문제의 답을 찾자는 게 아니었다. 마음의 자세였다. 그 어떤 고민도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면 얼마든지 해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자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이었다. 세상에서 나만 이렇게 불행하다는 생각처럼 침울한 것도 없다. 보이는 것마다 남의 떡만 커 보인다면 얼마나 속상하고 절망스러울까. 혹시 차마 털어놓지 못한 고민이 있었다고 해도 이 수업을 계기로 스스로에게 좋은 메시지를 보냈을 거라고 믿는다. 고민이건 콤플렉스이건 '생각하기'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말이다.
수업 중간 중간에 그림책을 여러 권 읽어주었다. 그림책에 대한 편견을 버린 지 오래라서 평소에도 그림책을 학년 가리지 않고 많이 읽어주는 편이다. 구체적인 비유가 필요할 때, 혹은 주제를 암시하고자 할 때, 이미지를 확고하게 남기고자 할 때, 그림책 읽기처럼 즐겁고 유용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참고로 이어서 할 수 있는 수업을 소개하자면, 우리 모둠은 유난히 자신이 소심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다. 요즘은 적극적인 성격이 대세라서 괜히 멀쩡한 아이들이 차분한 성격을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추세다. 하여튼 이런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수줍어도 괜찮아』(비룡소)라는 책으로 수업을 더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약점 이외에 자신이 잘하는 것, 강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활동을 했다. 물론 소극적인 성격이 갖는 장점도 찾고, 수줍음을 이길 수 있는 길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성격에 스스로 주눅이 들거나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것 역시도 고유한 내 모습이니까 내 스스로가 당당해져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읽어주면 좋은 그림책>
『내 귀는 짝짝이』 (히도반 헤네흐텐 글 그림 / 웅진주니어)
『내 귀는 레몬빛』 (카챠 라이더 글 / 안겔라 폰 로엘 그림 / 문학동네 어린이)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먼로 리프 글 / 로버트 로슨 그림 / 비룡소)
『웨슬리 나라』 (폴 플리이쉬만 글 / 케빈 호크스 그림 / 비룡소)
『주근깨가 어때서?』 (줄리안 무어 글 / 르웬 팜 그림 / 책그릇)
『수줍어도 괜찮아』 (J.S. 잭슨 글 / R.W. 앨리 그림 / 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