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주자 다시보기
상처뿐인 현실, 그리고 ‘선택’에 관한 이야기
- 『위저드 베이커리』
안정례 | 논술교사 ladyzang@hanmail.net
마법의 빵을 파는 가게.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 창비)는 제목이 주는 끌림이 강한 책이다. 그러나 마법이 화이트크림처럼 빵에 착착 버무려져 맛난 빵 향기로 마침표를 찍으리란 기대로 이 책을 읽었다면 그 호기심은 이내 불편함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 소설은 성장의 통로를 힘겹게 지나는 ‘나’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판타지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비뚤어진 사람들의 욕망을 대수롭지 않게 툭툭 잘도 던져놓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도 이 소설이 무겁고도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간 청소년 소설의 영역에서 금기시되다시피 한 근친간 성폭행을 소제로 삼았을 뿐 아니라, 재혼 가정에서 벌어질지 모를 지식인 부모의 전략적인 학대가 그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냉정하게도 ‘단지 네가 그 자리에 서 있었을지라도’ 그래서 맞게 된 아픔과 괴로움일지라도 그건 너의 몫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애초부터 따뜻함이나 친절함 따위완 거리가 멀다. 호러처럼 뒷목을 서늘하게 하는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비뚤어진 욕망과, 그 욕망으로 인해 더 어두운 성장의 터널을 거쳐야만 하는 혼란스런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작가는 고달픈 그 애들을 위해 잠시 마법의 빵집으로 안내할 뿐. 자궁과도 같은 따듯한 빵집의 오븐 속에서 다시 세상을 향해 나온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건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서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아이는 괜찮은가요? 혹시 당신은요? 삶이란 모두에게 유쾌하지만은 않지요? 아이들의 성장통처럼 우리 모두 지독한 삶의 통증에 시달린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그 통증의 원인이 바로 당신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나요?’
작품 속으로
# 모두들 상처투성이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성한 사람이 없다. 주인공 ‘나’는 이미 어린 시절 친엄마로부터 길거리에 버려졌던 상처가 있다. 그 엄마는 어찌된 일인지 샹들리에에 목을 매 자살한다. 그런 나는 초등학교 무렵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그의 아버지는 다시 정략적으로 교사인 새엄마와 재혼해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한다. 겉으로 보기엔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중산층 가정. 그들의 가정은 얼마 못가 삐그덕거린다. 곧이어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8살짜리 딸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의붓엄마로부터 남모를 마음의 상처를 받는 ‘나’가 등장한다. 급기야 여동생의 성폭행범으로 오인 받은 ‘나’는 위저드 베이커리로 피신한다.
그러나 상처와 고통은 현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위저드베이커리에서 빵을 구워 파는 점장은 마법을 빌려 빵과 쿠키를 굽는 댓가로 단 한 번도 깊은 잠을 잘 수 없으며 그 잠에서조차 몽마와 악몽의 조각들에게 시달린다. 그리고 점장을 도와 빵을 판매하는 소녀는 마법의 실수로 인하여 낮에만 인간이고 밤이면 파랑새로 돌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간다. 현실속이든 판타지 속이든 등장인물 그 누구도 온전치 못하다. 모두 상처투성이다.
# 네 명의 인물이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다.
이이야기는 재혼 가정의 이야기다. 처음부터 사랑보다 조건을 보고 결혼한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 딸아이는 의붓아버지로부터, 나는 새엄마로부터 드러나지 않은 가학적인 상처를 받는다. 이 책에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줘야 할 가족에게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나온다. 거부할 수 없는 야만의 힘에 억눌려 신음하는 여동생이나 새엄마의 눈총에 아웃사이더가 되어가는 나는 이미 상처에 상처가 더해져 말하는 법도 세상과 소통하는 법도 잊었다. 나는 내 안에 철저히 갇혀 있다!
‘엄마의 껍데기와 사는 거나 엄마가 없는 거나 뭐가 다른데.’
‘아버지를 증오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배터리가 모자라.’
‘그녀의 개인적 아픔을 이해한다고 해서 전처 아들인 내가 그 상처를 보듬어줄 의리나 책임 따위는 없잖아?’
‘사람은 자기가 애당초 가져본 적이 없거나 너무 일찍 빼앗긴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품지 않는다.’
이렇게 마지못해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나. 그러나 불시에 일어난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불편한 동거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나의 아버지는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나는 그 아버지 대신 용의자가 되어 어느 날 밤 집에서 도망쳐 나온다!
# 평범했던 단골 제과점이 마법의 빵집으로 변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위치한 지극히 평범한 빵집에 불과했다. 빵이라면 ‘지긋지긋한’ 내가 오늘도 그곳에 들러 빵을 산다. 그리고는 새엄마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현관 옆 내방에 들어가 그 지긋지긋한 빵을 뜯어먹는다. 엄마는 나를 버릴 때 대보름 빵을 주머니에 넣어주었고, 식탁에 앉는 것조차 싫어하는 지금의 새엄마 탓에 밥 대신 빵을 먹어야 하는 기막힌 현실. 그 빵이 나에게 맛이 있을 턱도 그 빵집이 뭐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사건이 터지던 날 밤, 나는 운명처럼 한밤중에 이 빵집으로 뛰어들게 되고 마침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던 빵집 오븐이 나의 차 처가 되었다. 그리고 이곳이 뜻밖에도 아주 특별하고도 비밀스런 제품을 만들어 파는 곳임을 알아챈다. 위저드 베이커리엔 마법을 부리는 점장이 있으며, 그는 마법 빵과 쿠키를 만든다! 이제 판타지 공간인 위저드 베이커리는 이제부터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장치로 작동하게 된다.
# 마법의 빵집의 주요 품목과 그 제품을 사러 오는 사람들 이야기
마법의 빵집에는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과 100% 화해가 가능한 ‘메이킹 피스 건포드 스콘’이나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하는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등이 있다. 또 학교를 대신 가주는 ‘도플갱어 피낭시에’, 짝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제인 월넛 프리첼’ 등 매력적인 빵도 판다. 그러나 이 빵집에는 이런 제품들 외에 극비리에 판매되는 수상한 제품들이 있다. 주로 온라인상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제품들의 목록은 이렇다.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망신 주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 싫어하는 사람을 증오해 죽게도 할 수 있는 ‘마지팬 부두인형’, 그리고 시간의 흐름조차 되돌려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타임 리와인더 머랭 쿠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마법의 빵은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거나 사랑에 빠지게 하는 한편, 미운 사람을 공격하는 무기로 둔갑하기도 하며, 원한다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인 것이다. 또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과거의 그 순간을 다시 뒤집어 놓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그래서 마법의 제품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사람들을 유혹한다. 때문에 고가의 마법의 빵과 쿠키를 사려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위저드 베이커리의 문을 두드린다. 마법 빵의 치명적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강력한 효과에 따른 부작용도 큰 법! 마법을 부리는 점장은 제품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을 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그러나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은 경고를 무시하게 되고, 마법의 제품의 효력은 부메랑처럼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곤 한다. 여고생을 자살에 이르게도 하고, 의붓아들에게 저주를 퍼붓기 위해 계모가 부두인형을 주문하기도 하며, 의붓 여동생을 성폭행한 범인이 ‘나’의 눈에 목격되는 섬뜩한 장면이 마법의 힘으로 목격되기도 한다. 이렇게 마법 제품의 효과는 강력하고 그로인한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설사 마법사라 해도. 선택은 항상 나의 몫이며 결과도 항상 나의 몫이라는 것을 감지해야만 한다.
# 소설 속에서 옛이야기 속의 판타지 공식과 만나다
한 청소년이 살아왔고 살고 있는 현실 그 어디에도 단란한 가족의 모습은 없다. 소년의 평범하지 못한 가정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학적 학대의 탈출구가 되어주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기이한 만남은 그래서 필연적이다. 또한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적 학대와 언어폭력으로 귀결되는 어른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이 책은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풀어내고 있다. 만약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의붓딸을 성폭행한 아버지의 모습과 아들을 죽이려는 어머니의 모습을 어떻게 소설 속에서 재현할 수 있었을까 싶어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옛이야기 속 판타지의 공식에 충실하다. 상처가 있는 소년은 현실을 피해 마법의 공간으로 탈출하고 그 마법의 공간에서 영혼을 위로받고 상처가 치유된다. 그 뒤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헤쳐나갈 힘을 얻는다. 이 책의 주인공 ‘나’도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또 위저드 베이커리 속의 인물들을 보며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고 자신과 동일시하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그림형제 이야기>의 상징성이 곳곳에 숨어있다. 악한 새엄마로 대변되는 ‘배 선생’이나 헨델과 그레텔의 빵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대보름 빵’, 빨간 모자와 ‘무희의 핏자국’ 등. 특히 계모가 독사과로 딸을 죽이려는 ‘백설 공주’나 친자식을 둘이나 내다버리도록 방조하는 친아버지가 나오는 ‘헨델과 그레텔’과는 많은 부분 닮아 있다.
# 다시 마법의 빵집을 나오다
처음 빵집으로 숨어들었던 내가 ‘자신은 그저 그 순간 존재했을 뿐’이라는 연민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마법의 베이커리에서 삶의 쉼표를 잠시 찍고 자신을 돌아보던 나는 이제 ‘타조처럼 흙속에 머리를 파묻고 몸통이 보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던 예전의 착각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간다. 대단하게 보이던 마법을 부리는 탓에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존재라고 여겨지던 점장조차 신의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댓가로 한 달에 한번만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욱이 그 점장은 그 한 번의 잠마저도 편히 잘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의 정체가 몽마라는 것을 알고, 나는 대신 그 고통을 감수할 만큼 단단해져 간다. 누구든 악몽은 있기 마련이고 그 꿈 속 몽마와 악몽의 크기는 삶에서 가진 고통과 비례하는 것이라 했던가. 그 순간 주인공도 마침내 자신을 속박해오며 고통스럽게 죄어오던 몽마와 맞닥뜨리게 되고 마음 속 고통의 정체와 극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몽마와의 대결에도 굽히지 않고 고통 속에서 자기 가슴에 선명히 꽉 꽂힌 창을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뽑아내는 것이다.
“일단 인사는 해둘게.”
점점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던 내 눈을, 그가 허리를 깊이 숙여 똑바로 마주 들여다보고 말했다. 나는 서러움도 체념도 아닌 순수한 기쁨과 감격 때문에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누군가 이런 단순한 한 마디로 나를 오해대신 인정해 준 적이 있었던가. 그것은 또한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긴 밤의 시련을 견딘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의 의미기도 했다.
드디어 눈물을 통한 카타르시스의 과정이다. 고통의 땀에 절은 채 깨어난 주인공을 점장은 진심으로 위로하고, 드디어 주인공은 자신을 그토록 결박했던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주인공은 새엄마가 자신을 저주할 부두인형을 주문했다는 사실을 안 채 점장이 만들어 준 그 섬뜩한 인형과 ‘타임 리와인더’를 들고 현실로 되돌아온다. 얽히고 섞인 과거에서 현재로의 실타래를 풀어보라는 듯 점장이 준 타임 리와인더. 과연 나는 타임 리와인더를 되돌려서 엇갈린 운명의 실타래를 다시 풀어갈까? 또 다른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 주인공의 그 후 이야기. Y와 N, 그의 선택은?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를 나온 후, 그 전과 달라졌다. 이 책에선 흥미롭게도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한 Y의 경우와 사용하지 않은 N의 경우 모두 제시한다. 일종의 열린 결말로, 흥미로운 전개이다. 그러나 사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인생이란 이렇게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Y와 N 어느 것을 선택했든 수많은 인생의 순간에 맞닥뜨릴 것이고 또 다른 선택의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성장의 과정이다. 이 이야기에 걸 맞는 마침표는 없어 보인다. ‘나’의 성장의 이야기는 도시 한 귀퉁이를 돌아 나가며 아직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Y와 N의 선택은 다르지만 둘 다 주인공이 살아가야 할 삶의 몫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하여 아버지의 재혼 이전에서 다시 시작한 Y의 경우보다 오히려 N의 경우에 주인공은 더 활기차고 당당해 보인다. 그는 주술에서 풀려나듯 말한다. 이 고통스런 삶을 계속 견뎌나갈 거라고.
지금껏 잘 견뎌왔다. 앞으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타임 리와인더를 쓰지 못하게 한 불의의 사고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안다. 누군가 씹다버린 껌 같은 삶이라도 나는 그걸 견디어 그 속에 남지 않은 단물까지 집요하게 뽑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나약한 나는 책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 나무지만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가는 내일의 나가 존재할 뿐이다. 내일의 나는 어제와 다를 것이다. 비록 운명이란 놈이 질기게 달라붙어 나를 괴롭혀도 그것조차 내가 감당해야 한다. 내 인생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몫! 이것이 바로 Y와 N 공통의 이야기이다.
# 불편한 진실을 넘어 주제에 다가가기
이 소설은 착하지 않다. 오히려 나쁜 소설에 가깝다. 그중에도 진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는 아버지가 재혼한 부인의 딸을 성폭행한다는 스토리다. 외국소설이나 우리나라 소설 중에 비슷한 소재로 전개되는 『운하의 소녀』나 『유진과 유진』도 이토록 가까운 사람이 성폭행의 당사자로 등장하진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을 쓴 작가를 한 번 더 보게 된다. 오래도록 감히 넘을 수 없었던 금기의 벽 가까이로 청소년 소설의 내용을 전개해 가고 있으니.
청소년 소설 영역에 과감히 이 책을 던지며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읽어보니 어떠냐고. 내내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듯 속을 불편하게 하는 책 『위저드 베이커리』. 이 책은 때로 내 아이의 자람을 방해하는 요인이 바로 나 또는 내 아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그 누구일 수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지목하고 있다. 이 책이 이토록 불편한 이유가 여기에 있음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16세의 말더듬이 소년이 현실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부딪혀가는 삶의 과정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소년은 상처 속에서 성장해가고 치유받으며 움츠러들었던 내적 자아를 키워간다. 나의 현실은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 아니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나를 둘러싸도 있는 운명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건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현실 속에 있는 나 자신이며 나의 선택에 딸린 것이라는 것이다. 이 선택이야말로 소외당하고 오해받고 고통으로 침울해 있던 내가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마법의 키인 것이다. 마치 주술이 풀리듯 나의 입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 수업으로 풀어갈 때
<마음 열기>부분에서 적용해 보기
빵에 대한 기억 이야기하기
나에게 빵이란? 주인공 소년에게 빵이란?
우리 동네 빵집들 이야기
내가 가는 단골 과자점 소개하기
<내용 이해하기>에서 적용해 보기
△ ‘나’의 가정사 훑어보기
- 버림받은 기억.
- 어머니의 자살
- 주인공 말더듬 증세와 이유를 짐작해 보기
- 아버지의 재혼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 알아보기
△ <위저드 베이커리>로 피신하게 되는 과정
- 집에서 머물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과정 이해하기
- 새어머니와의 관계
- 한밤중에 위저드 베이커리로 피신하게 된 배경
△ <위저드 베이커리>의 비밀
-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파는 품목과 사려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망 찾아보기
- 경고문의 의미 이해하기
△ 주인공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나온 후
- 무엇을 왜 가지고 나오나?
- 주인공이 선택한 삶의 모습 비교해 평가해 보기
- 나라면 Y와 N 중에서 어떤 결말을 선택할까?
<심화 단계>에서 적용해 보기
- 내가 자주 꾸는 악몽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내 고민의 정체는 무엇일까? )
- 나에게 필요한 마법의 빵을 디자인 해보기
(사용설명서와 경고문 넣어보기)
- 친구의 사례나 이야기 듣고 신제품 빵을 추천해 주기
- 내가 제빵사라면 어떤 종류의 빵을 생산해 내고 싶은가 목록 만들어 보기
- 만약 자신의 삶에서 타임 리와인더로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
- 내 삶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되돌아보고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 보기
글을 맺으며
많은 현대인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상처투성이의 삶, 그런 우울한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해가고 있다. 유년의 길목을 통과해 어른이 되려는 청소년기 아이들 앞에 펼쳐진 세상은 전처럼 찬란하지도, 아름답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그동안 뒤에 가려졌던 세상의 추함을 하나둘 직면하면서 괴로워할 나이, 자신이 온전히 겪을 성장통만으로도 힘겨울 아이들에게 현대라는 거대한 괴물이 만들어낸 여러 사회 문제와 가정문제들은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짐들을 하나씩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믿는다. 성장의 바다위로 유유히 노를 저어갈 아이들의 힘을. 때로 누군가의 돌팔매로 급작스런 요동이 생긴다 해도 아이들은 결국은 자랄 것이다. 각자에게 던져진 삶의 무게는 견디고, 삶의 방향은 선택해가며. 바로 이것이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을까. 줄탁이라고 했던가? 마치 알을 깨고 새끼가 나오는 과정처럼 성장에는 고통과 상처가 따른다.
그러나 상처는 새로 돋는 살의 전제 조건! 세상의 아이들아, 더 이상 겁내거나 타조처럼 우스꽝스럽게 자기 몸을 숨기려고만 하진 말자. 수많은 너희들이 또 다른 위저드 베이커리의 나오는 문을 통해 다시 여기로 돌아올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성장은 마법처럼 펼쳐질 것이며 마법 같은 성장이 다시 너희를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