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2005.11.23 18:36:37 (*.255.22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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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경기도 양평에 흙피리 체험 교실 다녀왔습니다. 새벽에 비가오고, 춥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은 개고 기온도 내려가지 않아 야외로 가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8시 30분에 출발하려던 버스는 20분이 지나서 당산을 출발했고, 잠실 운동장 역에서 또 이십분을 지체해, 9시 40분에야 모두 탔습니다. 아이들 5명, 30기 선생님 14명, 박형만 선생님까지 20명이 빈 자리 많은 버스를 타고 양평으로 떠났습니다.
양평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로 가다가 소머리 모양이 있는 느티나무를 보았습니다. 성난 모습의 소머리 나무를 지나자 우리의 방문 장소가 보였습니다. 연기가 폴폴 올라오는 작은 집은 그림책<장갑>에 나오는 동물들의 보금자리인 장갑 같았습니다. 흙벽집 안은 상상했던 대로 아담했습니다. 흙 묻은 작업대와 플라스틱 의자들, 먼지 뽀얀 책꽂이와 오래된 책들, 변기와 싱크대가 한데 있는 부엌, 길고 네모난 난로와 오래된 소파, 천정에 달린 여러 종류의 종들, 벽에 놓인 굽지 않은 작품들..... 이 집 주인과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모두 작업대를 둘러싸고 앉았고, 선생님은 자신의 이름이 “후두둑”이며 고개를 숙였다가 쳐들며, 뒷머리에서 후두둑하며 소리를 낸다고 하셨습니다. 대학 때 흙피리를 만들었고 다행히 시기와 맞아떨어져 밥벌이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만나 어색했던 아이들과 우리는 선생님의 부담 없고, 재미있는 말솜씨에 금방 익숙해져 편안했습니다.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제대로 옮기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미리 만들어 놓으신 여러 흙피리를 보여주셨습니다. 물고기,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고라니, 개구리, 새, 새소리 내는 꾸룩이, ..다양하게 만드셨고, 부는 방법이 약간 다르다며, 오카리나, 훈을 구별해 주셨습니다. 훈은 입에 대지 않고 대금처럼 바람으로 불고, 오카리나는 입에 대고 분다고 하시면 굽지 않은 피리를 불었습니다. 우리는 공기를 마시고 천천히 내 뱉는 연습을 했고, 우리의 몸이 악기와 같아 낮은 음에서 높은 음을 낼 수 있다며,. 배, 가슴, 목, 입, 머리에서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소리 내는 연습을 하고는 이제 흙피리 문지르기를 했습니다. 숟가락으로 피리를 문지르면 유약을 칠하는 효과를 얻는다고 하며, 금수저 은수저 쇠수저 다양하게 사용해 예쁜 색을 내고,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문지르라 라고 하셨습니다. 난로 가에 모여 은행 구워 먹어가며, 혼자 앉아 열심히, 아이들과 종알거리며 모두들 열심히 문질렀습니다. 아이들은 10분쯤 문지르고 밖으로 나가 놀기 시작하고, 우리들은 1시간쯤 더 문질렀습니다. 꼼꼼히 문질러 반들반들한 피리도 있고, 대충 문질러 얼룩덜룩한 것도 있지만, 나름대로 다 예뻐 보였습니다.
이제 식사시간이 되었습니다. 송미혜 선생님께서 주문하고 들고 오시느라 수고해 주신 양푼 비빔밥. 다양하고 푸짐한 나물과 냉이국, 물김치, 숭늉까지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과식한 선생님도 많았답니다.
식사 후 커피까지 마시고 흙 피리를 굽는데 필요한 나무를 구하러 산에 갔습니다. 두껍게 쌓인 낙엽을 바스락 바스락 밟으며, 올라가고 내려오고, 바짝 말라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질질 끌기도 하고, 손에 들고 내려오니 아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나뭇가지를 꺾어 불을 세게 피웠습니다. 흙피리는 1000도 이상으로 굽지 않아 가마에 넣지 않고 그냥 굽는다고 하셨습니다. 석쇠 위의 피리는 구워지고 있고, 우리는 둘레에 모여 지켜보았습니다.
피리가 구워지는 동안 우리는 다시 후두둑 선생님의 작업대에 둘러 앉아 흙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40억 년 전 태양으로부터 튕겨져 나온 지구의 일부였던 바위가 깎이고 깎여 지금의 흙이 되었고, 이 흙 속엔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동물도, 내똥도, 니똥도 모두 흙으로 돌아가고, 또 모든 것이 흙에서 왔다고도 하셨어요. 우리가 먹는 벼도, 동물도, 우리도 흙에서 왔다고. 기린 닮은 웃기니 사우루스를 만들고는 똥꼬에 똥이 끼면 가스가 차서 죽고, 흙으로 돌아가고, 그 흙도 가스가 차서 우리가 무얼 맹글 땐 꼭 가스를 빼야한다고 하셨습니다. 작업대에 흙을 쳐서 길고 납작하게 만들어, 그걸 둥글게 붙이면 우리의 옹기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가느다란 끈처럼 만든 흙을 둘둘 동글려 만드는 서양의 방식보다 훨씬 편하고 제대로 된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나뭇가지를 고정시키고는 흙으로 새도 만들어 붙이고, 물고기도 만들어 붙이고, 뱀도 붙이고 나뭇가지를 장식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도 바깥으로 나가 구멍에 나뭇가지를 꼽아 세우고 가지가지 것들을 만들어 나무를 꾸몄습니다. 새. 뱀, 둥지. 원숭이, 물고기, 절구, 잠자리, 만들어 붙이고 화창한 날씨를 즐겼습니다. 피리가 다 구워져 낙엽을 주워다 놓고 피리 식힐 물을 뿜는 연습도 마쳤습니다. 흙피리는 1000도 이하에서 굽기 때문에 냄새를 흡수한다고 해요. 그래서 나무를 연료로 하고 마지막엔 낙엽을 태워 냄새를 베게 한다고 합니다. 빨간 피리를 집게로 집어 낙엽 담긴 솥에 집어넣으니 누런 연기가 나며 낙엽이 탔습니다. 뜨거운 피리를 식히려고 연습한 물 뿜는 실력을 과시하고, 각자 자신의 손으로 문지른 피리를 꺼내 불기 시작했습니다. 삑~삑~ 맑고 시원한 소리. 다들 좋아하며 자꾸만 불어댔습니다. 훈은 불기가 약간 어렵고 그 외의 것은 쉽게 소리가 났습니다. 장난스레 들려주시는 흙피리 연주는 너무 재미있고 듣기 좋았습니다. 각자 목걸이로 만들어 목에 걸었습니다.
피리를 다 불고 잠시 쉬는 시간. 조충희 송미혜 선생님이 멀리 가서 사 오신 막걸리와 망둥어 말린 것을 구워서 같이 먹었습니다. 남은 불에 구운 감자와 고구마는 맛있었는데 점심을 너무 먹은 관계로 양껏 먹지 못해 아쉽습니다. 박형만 선생님 물 만난 물고기가 되었답니다..
아이들과 산으로 올라가 숲의 소리를 듣고, 숲에서 하는 여러 가지 게임을 해 봤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읽고 차례대로 한 사람씩 번호 붙여 앉기, 자기 나무 정하기. 나무 바꿔 잡기, 쥐와 고양이 놀이,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앞사람은 눈감고, 뒷사람이 말없이 손으로 두드려 정한 나무로 인도하기. 눈감은 체 나무 만져보고 제자리로 돌아오기, 만진 나무 다시 찾기, 원으로 둘러서서 뒷사람의 무릎에 앉기, 나무, 바람과 낙엽이 있는 숲에서 하는 게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냥 앉아서 쉬고 먹고 돌아오던 숲에서 이런 게임을 즐기다니...나무는 좋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게임에서 아이들이 숲을, 나무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아쉽지만 짐 정리를 하고 후두둑 선생님만 남겨놓고 버스로 향했습니다. 연기 피어오르는 집을 찍기 위해 돌아섰더니 후두둑 선생님이 서서 손을 흔들고는 옆에 있는 하얀 강아지를 안고 계셨습니다. 노을 지는 저녁 손님을 보내는 선생님의 모습이 마음에 남아 짠 했습니다.
사내아이 다섯 명은 하루 종일 토끼를 잡는다고 산을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간 저는 행복하게 노는 아이들이 뿌듯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시골 밥상 집에 들러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향했답니다 참석하신 여러 선생님들 수고 하셨고, 여러모로 애쓴 우리의 대표 금임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