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과 친해졌어요
-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이연희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교사

살림학교를 시작한 이래로 학기 중에 1박 2일에 걸쳐 아주 특별한 들공부를 다녀왔습니다. '밤과 새벽에 만나는 곤충'이라는 주제로 세 번째 정회원 들공부를 6월 14∼15일 강화도에서 열었지요. 계획한 프로그램을 하루동안 다하기엔 시간에 쫓기고 항상 아쉬움을 남기게 돼 '한 주제로 여유있게 들공부를 다녀왔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갖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계획을 시샘이라도 하듯 토요일 오전에는 비가 흩뿌리고, 일요일에도 큰 비에 천둥 번개가 친다고 하더군요. 들공부에 도움을 주시기로 한 '곤충세계' 최경환 선생님과 몇 차례 논의 후 비가 와도 강행하기로 하고 비올 때를 대비해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면 곤충들은 대부분 비를 피하기 위해 어디론가 숨을텐데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주제에 제대로 접근을 할 수 있을지 등등 고민이 되었지요. 하지만 폭우가 내리지 않는 이상, 변화하는 자연 현상 속에서도 항상 생각지 못한 경험을 맛본 적이 많아 걱정이 덜 되었습니다. 우리의 이런 저런 고민이 무색하게 당일날은 해가 나와 '곤충을 보러 간다'며 설레어 하는 아이들을 기쁘게 만들었지요.

출발! 강화도로
아이들 대부분 몇 년씩 들공부와 계절학교를 다닌 정회원들이라 학기중 1박 2일의 프로그램도 잘 적응할 것 같아 구상하게 되었는데, 예상대로 아이들은 토요일 오후인데도 시간을 잘 지켜서 늦지 않게 잘 와 주었고 들공부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들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차 안에서도 굳이 프로그램이 필요없을 정도로 반가운 인사와 끼리끼리 얘기하는 통에 선생님들이 끼여들 여지를 주지 않았지요.
아이들은 서로 소개하거나 일정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최경환 선생님에게 장수풍뎅이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것을 더 신나 하더군요. 저번에 장수 풍뎅이 애벌레를 한 마리씩 나누어주었는데, 자기가 키우고 있는 애벌레에 관한 상담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번데기가 된 것 같기는 한데 2주일이 지나도 안 나온다, 언제까지 그대로 두어야 하나, 통을 열어보면 안되나, 어른벌레가 되면 먹이를 어떤 것을 줘야하나, 짝짓기는 언제 하고 어떻게 하는지…. 아이들의 궁금증은 정말 끝이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강화도 김정택 목사님댁에 도착하고 짐을 정리했습니다. 작년에 몇 차례 온 적이 있어서인지 아이들도 반가워했습니다. 봄에 준회원들과도 왔던 곳인데 얼마 전에 '흙벽돌 어린이집'으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마침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어린아이들이 다 집으로 돌아가 우리가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몇 명의 꼬마 아이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아주 재미있어 했습니다. 모든 어린이집에서 우리와 같은 들공부를 열면 굳이 커서 여기저기 찾아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곤충 유인작전!
승용차로 온 선생님과 친구들도 있어서 다같이 인사를 하고 밤에 곤충을 보기 위해 우선 '곤충 유인작전'을 쓰기로 했습니다. 두 가지 방법을 썼는데 하나는 나무줄기에 잘 익은 바나나를 묻혀서 곤충을 모으고 또 하나는 땅에 트랩을 묻어 트랩 속에 곤충이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트랩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투명 컵에 바나나를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집 옆에 있는 참나무에 바나나를 바르다가 톱사슴벌레가 나무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들은 나무진을 빨아먹고 산다는데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채집통에 톱사슴벌레를 잘 담고 나무에 바나나를 몇 군데 더 바르고, 삽으로 땅을 파서 트랩을 묻었습니다. 나무가 날아다니는 곤충의 몫이라면 땅은 기어다니는 노래기나 지렁이들의 몫일 겁니다. 논으로 난 길에도 트랩을 묻고 트랩에는 어떤 곤충이 빠졌을까 아침을 기다리면서 흙벽돌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머리카락을 자른 우리목 하늘소!
저녁식사를 후 최경환 선생님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곤충교실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아이들의 마음은 곱습니다. 나 이전에 상대를 먼저 느끼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에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도 잡아 당겨보게 하고, 눈도 이리저리 굴려보고, 입도 돌려보게 하면서 무심했던 오감을 일깨웠습니다. 잠시 우리 몸을 둘러보고 트랩을 묻으러 갔다오는 동안 채집해온 곤충에 대한 설명을 최경환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지난번 보광사에서 본 거위벌레의 애벌레를 또 보았습니다. 한번 보면 잘 잊지 못하는 아이들인지라 길을 가다 떨어진 거위벌레의 요람을 주워 들고 왔습니다. 목이 긴 거위벌레는 나뭇잎을 줄기 쪽으로 자른 뒤 반으로 접어 조금씩 말고 그 안에 알을 낳아 돌돌 맙니다. 알이 잎을 먹고 자랄 수 있게 하기 위한 어미의 배려인 셈이죠.

그림 80

톱사슴벌레도 보았는데 집게가 톱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성격이 아주 난폭하다고 합니다. 사슴벌레를 보는 것은 아주 큰 행운이었습니다. 최경환 선생님께서도 올해는 처음 본다고 하셨다고 하네요. 사슴벌레의 큰 턱은 수컷에게만 있고 암컷은 턱이 작아서 보이지 않습니다. 화가 나면 앞발을 치켜올려 뒤로 젖힙니다. 다음날 암컷과 수컷을 짝짓기 시켜 보았습니다.

그림 64

큰 턱이 가위처럼 생긴 우리목하늘소도 보았습니다. 하늘소는 더듬이가 8마디로 된 긴 더듬이를 갖고 있습니다. 하늘소한테 머리카락을 자르게 시켜 본다고 하니 아이들은 덜컥 겁을 먹습니다. 선생님이 장난삼아 "머리가 잘린 아이는 부자가 될 거"라고 하니 모두들 답자기 '저요 저요' 하면서 손을 듭니다. 조용히 하고 들어보면 '싹둑' 하고 가위로 자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립니다.
                        
풍이 종류인 흰점박이 꽃무지도 있었습니다. 이제 막 번데기에서 나온 것들인데 아이들에게 첫 선을 보였습니다. 형광빛에 빛나는 꽃무지의 푸른빛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말 그대로 겉껍질에 흰 점이 박혀 있었습니다. 풍뎅이는 앞 뒤 날개로 다 날지만 풍이 종류는 속 날개 2개로만 난다고 합니다.

누에랑 놀기!
곤충에 빠진 아이들이 자리를 뜰 줄 모르고 밖에서는 같이 오신 아버님들이 모닥불 피울 준비해 주시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안에서 누에랑 놀았습니다. 처음에는 징그럽다고 도망다니더니 나중에는 한 마리씩 손등에 올려놓고 간지럽다고 웃어댑니다. 그야말로 친구가 된 듯 합니다. 사람이 많이 만지면 안 좋다는 누에인데 조심스럽게 만져보고 자꾸 손에 올려놓기보다는 그냥 두고 자세히 관찰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먹이를 먹는 모습은 도저히 아무도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속도가 빠릅니다. 먹고 싸는 게 일인 애벌레들이지만 누에 애벌레는 뽕잎 먹는 소리가 좀 요란했습니다. 수십 마리가 잎을 갉아먹는 소리가 마치 가랑비 오는 소리 같습니다. 보고 있는 아이들과 선생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그림 24쪽

정신없이 누에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 비가 온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모닥불을 필 준비를 다 했는데, 하던 일을 대충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조금씩 비가 오는 듯 했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전화가 왔는데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더군요. 아, 이제 슬슬 비에 대비를 해야겠군.
하지만 막상 불이 피어오르자 비가 그칩니다. 아이들과 같이 노래도 부르고 원시인처럼 '우가우가'를 외쳐보기도 하고 오랜만에 모닥불에 불놀이도 하고 신이 났습니다. 불 속에는 감자, 양파, 메추리알이 익어 가고 아이들은 소리높여 노래 부릅니다. 여름, 겨울에만 했던 계절학교를 봄, 가을에도 한번씩 해도 되겠다는 자신이 들었습니다. 가을 학기에도 꼭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곤충 유인작전은 성공했을까?
인기척이 없는 깊은 밤이나 새벽 두세 시에 가야 밤에만 활동하면서 나무에 붙어 진을 빠는 곤충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을 안 재우고 할 수도 없어 그냥 11시쯤에 집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캄캄한 밤. 아이들은 랜턴을 들고 무서워서 선생님들 손을 꼭 잡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얘기라도 하면 덜 무서울텐데 곤충이 도망갈까봐 조용히 가는데 거기다 무덤가를 지나니 소름이 오싹합니다. 나무에는 뭔가 왔다 갔는지 잘 모르겠고 잠시 흩뿌린 비로 다들 도망을 갔는지 곤충들이 눈에 잘 띄지를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개구리 소리가 들려 논에 들어가니 온통 개구리 합창소리가 가득합니다. 주변 농가에서는 잠도 오지 않을 듯 소리도 엄청나게 큽니다. 종류도 가지각색이라 청개구리는 '개굴개굴' 하고 보통 때 듣던 소리 같은데, 참개구리 소리는 '드르륵드르륵' 미싱 밟는 소리 같기도 하고 '끄르르륵 끄르르륵' 뭔가 끄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한쪽에서 소리가 나면 저쪽에서 답을 하는 것 같고, 갑자기 한꺼번에 조용해지기도 합니다.
개구리 소리에 심취해 아이들이 저절로 조용해집니다. 랜턴을 다 끄고 들으니 소리가 더 잘 들리는데 멀리서 맹∼맹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이게 뭐야, 맹꽁이 아니야?" 최경환 선생님이 기르던 맹꽁이를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이라 갑자기 맹꽁이가 보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논으로 들어가시자 맹꽁이가 그걸 알아차렸는지 잠잠해집니다. 숨어버린 게죠. 한참을 있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개구리 소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감자가 다 익어 하나 둘씩 받아들고 새까맣게 익은 감자를 얼굴에 묻혀가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터져버리긴 했지만 메추리알도 먹어보고, 양파도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개구리 소리를 들을 때부터 꾸벅꾸벅 졸더니 데리고 들어오니 그냥 뻗어버리는군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내 곯아떨어지며 코를 드르렁거립니다. 잠이 들고 얼마 있으려니 비가 오고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는데, 그 소리에 놀라 깨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발라놓은 바나나가 다 쓸려갔을텐데', '또 트랩에는 물만 고이겠군'. 이 생각 저 생각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물달팽이, 물땡땡이, 물벼룩 발견!
잠을 설쳤는데 새벽부터 아이들이 잠이 안 온다고 돌아다니는 통에 일어나서 아이들과 한바퀴 돌자고 나갔습니다. 우산을 쓰고 질척거리는 곳을 가보니 정말로 바나나는 빗물에 쓸려져 있고 초파리만 붙어 있었습니다. 실망을 하고 논으로 가보니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물벼룩, 물달팽이, 물땡땡이, 장구벌레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하나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자 논에 수없이 많았습니다. 달팽이들이 벼를 갉아먹는다고 하는데 맞는 말인지 물달팽이가 엄청 많았습니다. 번식력도 빠른지 우연히 짝짓기 하는 걸 봤는데 좀 있으니 또 하더군요. 아이들이 처음 발견해서는 "선생님, 이것도 달팽이예요?" 해서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게 짝짓기를 하는 달팽이 두 마리였던 것입니다. 아마 개구리의 밥이었을텐데, 워낙 번식력이 뛰어나 잘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수를 헤아릴수 없는 플랭크톤처럼 말이죠.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배고파요' 외치는 아이들과 세 번씩이나 갔다오게 되었습니다. 한 번 가서 오래 있는 아이들이 있고 금방 아무 것도 없다고 휭 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들끼리 간 아이들은 또 나름대로 보고 느낀 것들이 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다녀보니 아이들마다 참 기질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나를 세심하게 보는 아이가 있고 휙 둘러보며 큰 것만 보는 아이가 있고…. 몇 번을 왔다갔다 하다 보니 운 좋게 바나나에 큰 말벌이 앉아서 포식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벌이라고 하는데 '저놈한테 한 번 쏘이면 끝장이겠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더러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고 먼발치서 봤는데 최경환 선생님이 나중에 채집해 오셨더군요.
한바퀴를 돌고 와 에는 그렇게 멀게 느껴졌는데 아니, 이렇게 가까웠단 말이야!" 하고 놀랍니다. 마치 무서운 옛날 얘기에서 깨어난 것처럼.
트랩에서는 작은 하늘소를 한 마리 발견하고 다른 곳에서는 노래기와 하루살이 종류를 보았습니다. 밤새 비가 안 왔으면 여러 곤충을 볼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곤충표본 만들기!
아침을 먹고 진강산에 둘러보려고 계획을 세우는데 비가 계속 오더니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산책길에 채집한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중에 등에 가시가 6개 박힌 가시개미를 만져 보았습니다. 귀에 걸어 귀걸이를 만들어 보고 손가락에 올려 반지를 만들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무섭고 징그럽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곤충들을 못살게 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겁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밖으로 나가는 걸 아예 포기하고 아이들과 곤충 표본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식물 표본 만드는 건 별로 부담이 없었는데 나도 같은 동물이라 그런가 왠지 곤충을 표본한다는 건 계속 꺼려 왔었습니다. 학술적인 가치를 위해 오랜 보존하기 위해서 일부러 죽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왜 굳이 해야될까 했는데 식물도 잘 모르면 말려서 붙여 놓고 자주 확인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은 지도를 위해선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다 그렇게 수업에 써야 한다고 마구잡이로 잡고 죽이면 어쩌지? 아직 명확한 답은 없지만 일단 방법만은 배워두기로 했습니다.
살아있는 곤충은 표본을 할 수가 없지요. 죽은 거야 삼각통에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하면 되지만 산 것은 알코올에 넣거나 청산가리를 탄 물에 잠시 넣어두면 된다고 합니다. 식물을 자르거나 그대로 말려서 죽이는거나 별 다른 차이가 없더군요. 죽으면 몸에 고정핀을 꼽고 다리를 잘 펴서 핀으로 고정합니다. 먼저 선생님들이 한번 해보고 아이들과 같이 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지금껏 예쁘다고 보아 왔는데 죽은 곤충을 핀으로 고정을 하려니 마음이 좀 심란한가 봅니다.

뽕 따러 가세!
표본을 다 만들어 보고 아이들과 이틀동안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모둠별로 정리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누에를 길러보게 하려고 최경환 선생님이 누에를 주셨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뽕잎을 따러 갔습니다. 비가 와서 산에 못 오르고 산 주변을 도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집니다. 아이들은 그래도 누에에게 먹이려고 뽕잎을 모으고 모아 한 포대를 만들어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뽕잎을 한 봉지씩 나누어주고 누에를 두 마리씩 주었습니다. 며칠만 있으면 바로 고치를 튼다고 합니다. 물도 닿으면 안 되고 화장품 같은 독한 냄새도 싫어하고 뽕잎만 먹는 까다로운 누에지만 그만큼 깨끗한 곤충도 없다고 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지금쯤은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어른벌레가 되고 누에도 고치를 틀었겠지요. 아이들 나누어주고 남은 누에들을 사무실에 놓아두었는데, 몸 푸는 산모처럼 몸을 뒤틀면서 하얀 실을 뽑아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이들 집에서도 온통 식구들이 곤충에 매달려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자세히 보니 누에는 똥도 아주 예뻤습니다. 아이들은 계속 똥이라고 더럽다고 하는데 냄새를 맡아보니 뽕잎 냄새가 났습니다. 모양은 꽃모양입니다. 누에 얼굴도 자세히 보고 세 쌍인 가슴발, 다섯 쌍인 가슴발도 보고 숨구멍도 다시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전혀 관심밖에 있던 곤충을 만나고 보니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 것 같습니다. 유난히 벌레 알레르기가 있어 들공부만 갔다와도 온 몸을 긁고 있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이제 피해다니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물까봐 겁이 나서 개미도 못 만졌는데 겁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손으로 집어보고 손등에 올려보니 진짜 하나도 겁이 안 나더군요. 마음의 장벽을 연 것 같습니다.
사람도 이름을 불러주며 친구가 되고 손을 잡아보면 더 가깝게 되듯 곤충의 이름을 알자 그들이 눈에 들어오고 손에 대자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전해옵니다. 살아있는 개구리의 소리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들공부였습니다. 도움주신 최경환 선생님과 살림학교 선생님들, 아버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글

김도경(3학년)
토요일, 일요일 1박2일로 강화도로 해오름 곤충 들공부를 갔다. 거기에서 놀기도 하고 곤충도 보고 캠프파이어도 했다. 토요일에는 캠프파이어를 했는데 감자, 메추리알, 양파도 먹었다. 일요일에는 산책도 하고 놀기도 했다. 또 톱사슴벌레 수컷과 암컷이 짝짓기 하는 것도 봤다. 표본도 만들어 보았다. 밖에서 장수풍뎅이와 톱사슴벌레가 싸웠는데 장수풍뎅이 가슴 쪽이 잘릴 뻔했다. 너무 가엽다. 나는 나중에 또 들공부를 하면 또 갈 거다. 가여운 장수풍뎅이가 생각난다.

김도담(4학년)
6월 14일 토요일. 해오름에서 들공부를 갔다. 이번에는 강화도에 가서 자기로 했다. 도착해서 곤충관찰을 하고 나무에 바나나를 바르고 땅에 구멍을 파서 컵에 바나나를 넣어서 묻었다. 바나나를 바를 때 톱사슴벌레 암컷과 수컷을 잡았다. 선생님께 힘이 센 톱사슴벌레와 거위벌레 등 곤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우리목하늘소가 아이들 머리카락도 잘랐다. 재미있었다. 밥을 먹고 캠프파이어를 했다. 동그랗게 서서 노래도 불렀다. 캄캄한 밤에 논에 가서 청개구리, 참개구리, 맹꽁이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캠프파이어 했던 곳에 와서 감자를 두 개 먹었다. 또 메추리알도 선생님께 얻어먹었다. 맛이 최고였다.
6월 15일 일요일. 일어나서 산책을 하였다. 어제 밤에 천둥도 치고 비가 와서 바나나가 다 쓸려 내려가거나 땅에 파놓은 곳에 물이 고였다. 어떤 나무에 왕벌이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신기했다. 파놓은 곳에는 노래기가 떨어져 있었다. 또 개미가 바나나에 깔려 있었다. 와서 아침밥을 먹고 표본을 만들어 보았다. 흰점박이 꽃무지로 했다. 나는 핀을 세 개밖에 못 꼽았다. 수박을 먹고 짐을 챙기고 곤충 선생님께 곤충 얘기를 들었는데 신기하고 무섭기도 했다. 버스를 타기 전에 누에를 두 마리씩 나누어 주었는데 누에가 먹는 뽕잎도 받았다. 이틀동안 엄청 재미있었다.

임윤미(6학년)
오늘은 강화도 흙벽돌 어린이집에 갔다왔다. 오늘은 처음으로 영현이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다. 들공부도 아니고 캠프도 아닌 이번 여행은 1박 2일로 진행된다. 영현이를 챙겨야 한다, 맏 언니라는 부담감과 기대감, 신나게 놀 마음을 가지고 토요일 하루를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에는 학급 어린이 회의가 있어서 일찍 준비하느라 바빴다. 바쁜 시간이 지나가고 학교 수업이 끝이 나니 1시였다. 후다닥 밥을 차려서 영현이와 점심을 먹고 갈 준비를 했다. 엄마가 일찍 와서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 주었다.
드디어 출발시간! 우리 집에서 승원이, 세원이와 함께 갔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을 타고 영등포 구청에서 버스에 올라탔다. 가는 길은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아서 일찍 도착하였다. 그래서 오면 바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1시간 정도 여유가 남아서 곤충 관찰을 하기로 했다. 참나무나 졸참나무를 잘 찾아 곤충을 관찰하였는데, 처음 나무를 보았는데 "심봤다!" 톱사슴벌레 암컷과 수컷을 둘다 동시에 발견한 거다.
우리는 짝짓기를 시키기로 했다. 나무에는 바나나를 발랐다. 약간 상한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곤충들은 시큼한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 나무에 바르고 또 땅에 묻기도 했다. 그후 다시 숙소로 돌아 와서 저녁을 먹고 모두 한자리에 모여 노래를 배우고 선생님의 재미있는 놀이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또 누에를 관찰했다. 누에는 좀 징그러웠다. 누에를 잘 관찰하고 캠프 파이어를 했다. 뒤뜰에 모닥불 자리를 만들고 점화를 했다. 그곳에서도 선생님의 장난은 또 시작되었다. 몇십 분 동안의 캠프 파이어를 하고 저녁시간에 발라놓은 바나나를 찾아 손전등을 들고 관찰을 하러 갔다. 더 깊숙히 들어가 논에 갔었는데 논에서는 맹꽁이, 참개구리, 청개구리 등의 개구리 종류들의 울음소리가 예술이었다.
선생님은 논에 직접 들어가 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맹꽁이가 울음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았다. 더 이상 찾지 못하고 다시 모닥불 자리에 가서 감자를 먹었다. 감자 외에도 양파, 바나나, 메추리알도 있었다. 바나나는 너무 달았다. 메추리알은 조금밖에 없어서 많이 못 먹었다.
토요일 하루가 저물고 빨리 씻고 잠에 들었다. 밤에는 어마어마하게 소리가 큰 천둥번개의 소리가 들리고 비가 억수로 왔다.
일요일 아침. 나는 어젯밤의 비 때문에 잠을 설쳤지만 일찍 일어났다. 토요일부터 우리들은 반달족과 강아지족으로 나누어 싸움을 벌였는데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또 한번의 싸움이 있었다. 싸움이 끝이 나고 산책을 갔다. 산책은 논 주변으로 갔다. 도경이도 같이 따라갔다. 논두렁에서 도경이의 물달팽이안에 나의 물달팽이를 집어넣었더니 바로 짝짓기를 했다.
산책을 끝나고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난 후, 저학년의 아이들과 놀아 주었다.
땀이 쭉 빠지게 놀고 나서 표본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우선은 곤충을 죽여야하는데 곤충을 죽이는 방법은 너무 잔인해서 말하기가 곤란하다. 그래도…. 냉동실에 얼리는 방법, 알코올에 넣어서 죽이는 방법, 청산가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때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누에가 뽕잎을 다 먹어 치워서 뽕잎을 주우러 우비 뽕잎 특공대가 나섰다. 하지만 뽕잎은 어디간들 찾기 힘들고 기후는 악화되고만 있었다. 그래서 빨리 찾아 담고 돌아 왔다. 온몸은 비로 홀딱 젖은 가운데 점심을 먹게 됐다. 빨리 가방을 챙기고 아래에서는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톱사슴벌레의 짝짓기, 장수 풍뎅이의 짝짓기가 이루어졌다. 톱사슴벌레는 금방 짝짓기를 했지만, 장수풍뎅이는 수컷 두 마리와 암컷 한 마리의 격전 때문에 짝짓기를 하지 못했다. 이렇게 일정이 모두 끝이나고 누에와 뽕잎을 받아서 차에 타 서울로 출발했다. 출발!
2일 동안의 짧지만 어떻게 보면 긴 일정은 끝이 났다. 영현이와 함께여서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남매간의 우애가 깊어지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누에를 집에 가지고 오자마자 반겨주는 것은 우리 아빠! 징그럽다고 싫어할 것 같았던 아빠가 제일 반기었다. 생각해보니 옛날 어른들은 다 누에를 쳐보았다고 했다. 친할머니도 키우셔서 우리아빠도 잘 아시나 보다.
누에는 정말 많이 먹는다. 처음에는 징그러웠는데 아빠가 잘 해주니까 징그럽지가 않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누에는 어두운 곳에서 잘 살까? 환한 곳에서 잘 살까?
아빠는 계란 뚜껑을 이용해서 불룩 튀어나온 곳을 잘라서 새로운 누에집을 만들었다.
어제보다 휠씬 커졌다. 하하! 내일이면 어떻게 될까? 할머니께 말씀드리면 되게 좋아하시겠다.

최혜빈(3학년)
해오름을 강화도로 곤충을 보러(조사하러) 갔다왔다.
나는 곤충 중에서 톱사슴벌레 암컷 수컷을 발견한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비록 내가 찾은 건 아니지만…. 아, 그리고 톱사슴벌레가 짝짓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신기하고도 간단했다. 먼저 암컷을 도망가지 않게 잡아준 뒤에 수컷이 쫓아 올라오게 한 뒤 수컷이 암컷 위에 올라오고 엉덩이를 서로가 맞대면 짝짓기가 끝나는 것이다. 곤충들이 짝짓기를 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고도 신기했다. 그리고 장수풍뎅이가 짝짓기를 시키려고 했는데 암컷이 거부를 해서 장수풍뎅이가 짝짓기하는 것은 못봤다.
논에서 밤에 청개구리, 개구리 등을 보았다. 맹꽁이도 볼 뻔했는데 최경환 선생님이 잡으시려다가 놓쳐서 못봤다. 그리고 아침에도 나와서 산책을 하다가 물벼룩을 봤다. 정말 신기했다. 교과서 모양 그대로였다. 그리고 강아지를 산책도 시키고 있는데 최경환 선생님이 말벌을 잡으러 가셨다. 그래서 나도 따라갔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인 장수말벌이라고 하셨다. 정말 컸다. 그리고 가시 개미라는 개미도 산다. 선생님이 말벌이랑 개미랑 친척이라고 하셨다. 이유는 개미도 뭉쳐서 살고 말벌들도 뭉쳐서 살아서 그렇다. 또, 개미도 번식을 하고 말벌도 번식을 해서 친척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오늘 본 것은 톱 사슴벌레, 가시개미, 장수말벌, 물방개, 우리목하늘소, 거위벌레, 노린재, 장수풍뎅이, 꽃무지, 물벼룩, 청개구리, 개구리, 나방, 나비, 흰개미, 초파리 등이다. 총 17종이다.
노래도 배웠다. 잘 때 엄마생각이 나서 잠이 잘 안왔다. 그래도 겨우 겨우 잠이 들었다. 오늘 정말 좋은 경험을 한 날이었고 또 재미있는 날이었다.

참고자료 : 누에

■ 개요 및 특징

누에는 '누워있는 벌레'란 말이 변한 것 같다. 누에는 '천충(天蟲)', 즉 '하늘의 벌레'라고도 한다. 이 때문인지 누에의 한자말 '잠(蠶)'은 하늘 천(天)아래 벌레 충(蟲)을 쓴 약자가 사용되기도 한다.
누에는 원래 야생 뽕나무 잎을 먹는 해충이었다. 그러나 누에의 비단실을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 오랫동안 집에서 기르는 과정에서 야성을 잃고 인류사회에 크게 이바지하는 자원곤충이 됐다. 인간이 누에를 길러 비단을 뽑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엔 비밀리에 만들어져 왕족이나 귀족 등 극히 일부계층만 사용할 수 있었다.
누에는 알, 애벌레, 번데기, 나방이의 단계를 모두 거치는 완전 탈바꿈 곤충으로, 알로서 겨울을 난다. 그리고 봄이 되어 뽕잎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이 알에서 하나 둘 애벌레가 태어나게 된다.
갓 태어난 누에의 애벌레는 털이 많고 색이 검은데, 그 모습이 마치 개미같다고 하여 털보 개미누에라고 부른다. 이 개미누에의 몸무게는 약 0.5mg정도로 이 개미누에가 4일 정도 밤낮없이 뽕잎을 먹고 나면 허물벗기, 즉 나이를 먹게 된다. 보통 제일 큰 누에가 5령누에로 4번의 허물을 벗고(갓 태어난 개미누에가 1령) 고치를 짓게 되는데, 이때의 몸무게는 약 5∼ 6g 정도로 갓 태어난 개미누에의 만 배 정도로 불어난다.
누에의 허물벗기는 누에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누에의 피부는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크고 새로운 피부를 만들어 갈아입어야만 한다. 누에가 마지막 허물을 벗은지 약 1주일 정도 지나면 누에의 몸 속은 온통 비단실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뽕을 먹지 않고 집 지을 곳을 찾게 된다.
누에의 실샘에서 토사관으로 거쳐 '8자' 또는 'S자' 모양을 그리면서 고치를 만들게 된다. 한 마리의 누에가 토해내는 실의 길이가 1,500m∼1,700m 정도이다. 고치 짓기를 시작해서 이틀쯤 지나면 고치가 거의 완성된다. 이때쯤 고치를 조심스럽게 잘라보면 누에의 몸이 많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약 40 % 정도가 비단실로 채워져 있던 몸이, 고치를 만드느라 실을 거의 토해냈기 때문에 작아진 것이다. 이렇게 작아진 누에는 이제 고치 속에서 번데기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 누에의 생김새

1. 누에의 몸통은 원통형이며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2. 몸은 배자 때에는 14마디이나 배자 발생 도중에 제13마디가 작아져 제14마디의 융합되어 1마디 모양이 되기 때문에 13마디라고 한다.
3. 다리는 가슴마디에 3쌍, 배마디에 4쌍, 꼬리에1쌍이 있으며 11마디 등쪽에 미각이 있다.
4. 6쌍의 홑눈이 있으나 시각작용은 하지 못하며 미각과 후각 기능은 아래턱 수염이 한다.
5.직사광선을 싫어하고 15∼30lx의 밝기를 좋아한다.
6. 누에의 몸은 젖빛을 띠며 연한 키틴질 껍질로 덮여 있어 부드러운 감촉을 준다.
7. 누에의 몸 안은 거의 전부가 소화 기관이다. 뽕잎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되지 않는   잎이 착착 겹쳐서 똥으로 나온다. 고치가 될 바탕은 몸 속의 견사전(명주실샘)이라는 기관에서 만들어지며 견사선은 전부 실이 지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