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식물, 독이 되는 식물
- 서울대 약초원에 다녀와서

이연희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교사

생활 속에서 식물을 만난다
식물은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도 생물 중에서 제일 흔하고 번식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먹는 주식인 곡물이나 채소가 모두 식물인데도, 식물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화단의 꽃들만을 떠올립니다. 생활 속에서 익혀진 것들이 아니라 머리로부터 학습된 결과의 하나겠지요. 쌀도 논에서 자라는 '벼'라는 식물체에서 열리는 알곡을 일컫는 말이고, 밭에서 자라는 무나 배추도 씨를 뿌린 후 수확하는 한 포기의 식물인데도 말입니다.
아이들과 해오름 들공부에서 축령산, 진강산, 중미산 등을 다니며 들꽃과 나무를 관찰하러 많이 다녔습니다. 꽃향기에 취하고 그 생김생김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나무가 자라나는 것을 보고 마음을 주면서 식물이라는 존재를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움트는 새싹들과 지고 피는 꽃들을 보면서 나 아닌 다른 생명에 눈을 뜨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서서히 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활동은 아이들의 일상과 괴리되어 있습니다. 도시 어른들 삶의 한계가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겠지요.
가을학기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생활 속으로 식물을 끌어들여, 생활과 별개의 공부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자리하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으로 들공부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유용한 곡류나 채소, 염색, 약재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것들 중에서, 이번 회 들공부는 주로 우리 몸에 귀중한 약재가 되는 식물을 만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식물 자체보다 오로지 인간에게 이롭고 유용한 것만이 가치있는 것처럼 비치진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어린이식물연구회' 선생님들의 도움말을 듣고 보니 오히려 저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더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상에는 약이 되지 않는 식물은 없다'라고 합니다. 그 쓰임과 정도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는 뜻이지요. 이른 봄 들판의 냉이는 귀한 약으로 대접을 받지만 시금치밭의 냉이는 그 당시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 잡초로 뿌리째 뽑혀집니다. 그러나 다음 해에는 땅 속에 썩어들어 농사를 위한 거름이 되지요. 언제나 눈앞에서 당장에 이롭고 해로운 것은 없다는 뜻이겠지요. 또한 독성이 있는 풀들도 그 독성을 제거하거나 방법을 달리 하면 아주 유용한 약재가 된다고 합니다.

가을에 만난 아이들
2학기 들공부는 기존에 왔던 아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해누리 어린이 회원과 새로 신입회원으로 들어온 달누리 어린이 회원으로 나누어 운영하기로 하고 프로그램도 다르게 구성했습니다. 해누리 어린이 회원은 1학기 때부터 1년 동안 나무관찰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찾는 공부가 마무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진강산으로 내 나무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또 2학기동안 진강산의 내 나무의 변화를 느껴보고 또 가을의 풍성함을 안겨주는 밤송이로 자연염색을 해서 주머니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여름학교에 참가한 아이들 중에 지속적으로 들공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1년 기획인 정회원 프로그램에 중간에 같이 결합할 수가 없어 예년과 다르게 2학기에 새로 아이들을 받아들였습니다. 해마다 봄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났는데 2학기에 아이들이 처음 오니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분위기에 활력이 느껴집니다. 대부분 여름학교에서 처음 만나 마음을 열고 친해졌던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들이 밑바탕이 되어 더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과 만나고, 자연 속에서 놀고 배우면서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느끼며 세상을 배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들도 그간 축적된 고민들을 통해 좀더 여유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때아닌 가을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다 해누리 어린이들의 첫 번째 활동인 진강산 들공부는 못 가게 되어버렸네요. 잠시 외도(?)를 하기로 하고 해누리 아이들도 달누리 어린이들과 함께 서울대 약초원으로 9월 19일에 들공부를 다녀왔습니다.

서울대 약초원에서
파란 가을 하늘아래 약초원의 녹색 잔디는 거기서 구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은 한적하고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서울대 약초원은 생약학적, 식물분류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국내외의 약초 및 수목들 중 현재 멸종 위기에 있거나 그 분포가 희귀한 종을 중심으로 원형대로 보존, 전시하여 생약학, 약용식물학, 산림자원학, 식물분류학 등을 익히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위한 연구실습장으로서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또한 그 지역의 식물군을 원형대로 보존함으로써 생태계 보존과 함께 갈수록 황폐해 가는 산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번 들공부에는 한국 어린이식물연구회 한동욱 선생님과 이은정 선생님이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먼저 '국화과' 식물을 보았는데 대부분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쓴 맛이 나지만 몸을 보양하는데 훌륭한 약재들이었습니다. 코스모스처럼 가을에 피는 꽃으로 꽃잎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혀처럼 보이고 가운데 부분은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꽃들을 모두 '국화과'라고 하지요. 보통 '대국', '중국', '소국' 이라고 부르는 국화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에 피는 국화를 교배해서 만들어낸 식물을 말합니다.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은 들에 피는 국화과 무리를 말하는데 구절초, 개미취, 쑥부쟁이, 감국들을 말하지요. 꽃 생김새를 보면 굉장히 복잡해서 돋보기가 꼭 필요합니다. 흔히 꽃잎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갈래꽃이라고 착각하는데 사실 통꽃이 수십 개나 수백 개가 모여서 하나의 꽃처럼 보이는 거랍니다. 이렇게 꽃이 모여 있으면 꽃가루받이를 쉽게 할 수 있고 꽃을 피우는데 힘이 많이 들지 않지요.
동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것이 사람이라면 식물 중에 가장 진화한 것은 국화과 식물이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꽃 생김새에서 나온 것입니다. 국화과 꽃은 원래 머리모양꽃차례를 하고 있는데 가장 자리를 뜯어서 돋보기로 확대해 보면 가운데 솟아 있는 암술과 이를 아래쪽에서 둘러싸고 있는 수술이 5개정도 보이는데 꽃부리 끝은 5갈래로 갈라져 있으나 끝이 뭉쳐있어 통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얀색 꽃, 보라색 꽃, 노란색 꽃들 중 하얀색 꽃이 피는 구절초는 잎이 넓은 산구절초, 잎이 가는 바위구절초 등으로 분류됩니다. 보라색 꽃에는 큰꽃이 피는 개미취, 작은 꽃이 피는 쑥부쟁이가 있고 노란색 꽃엔 큰 꽃인 감국, 작은 꽃인 산국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국화과에는 수십 종의 꽃들이 있는데 각기 다 다른 향기를 가지고 있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나물, 약초, 차, 술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이들하고 약초원에 있는 국화과의 꽃들을 보고 다녔습니다.  

구절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약으로서 줄기에 아홉 개의 마디가 있어 구절초라고 하는 이름이 붙여졌다. 여러해살이풀로 땅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으면서 번식한다. 높이는 50cm 정도이다. 전체에 털이 있거나 없으며, 줄기는 곧게 나거나 가지가 갈라진다. 꽃은 엷은 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9-10월에 피며, 바위에 자생하는 바위구절초, 꽃의 크기가 구절초보다 조금 작은 산구절초, 잎이 구절초보다 좁은 가는 잎구절초 등이 있다. 꽃을 포함해서 풀 전체를 감기, 몸살, 신경통, 요통, 부인병 등의 치료약으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참취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에서 자란다. 높이는 1 1.5m로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뿌리 잎은 자루가 길고 심장형으로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으며 꽃필 때쯤 되면 마른다. 꽃은 8 10월에 피고 흰색이고 어린순은 봄에 나물로 먹는다.

개미취
여러해살이풀로 깊은 산의 습지에서 자라는데 옛부터 인가에서 재배했다. 줄기는 곧게 서고 야생은 높이가 1.5m 정도이고 재배하는 것은 2m 정도로 국화과 꽃 중에서 제일 크다. 꽃은 분홍빛을 띤 자주색이다. 뿌리에서 나는 잎은 빽빽이 모여난다. 꽃이 피어도 잎이 마르지 않는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뿌리와 풀 전체에 거담. 항균작용이 있어 천식, 폐결핵성 기침, 만성기관지염, 이뇨 등에 처방한다.

진득찰
한해살이풀로 들이나 밭 근처에서 자란다. 높이 50cm 내외로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마주 달리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노란색이다. 꽃이 끈적거리는 것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국화과꽃 중에서 꽃이 아주 작은 편이다. 한방에서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쓰는데 관절염, 사지마비, 중풍, 고혈압, 두통, 어지럼증, 급성간염, 황달, 종기, 피부가려움증, 습진 등에 효과가 있다.

쑥부쟁이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가 옆으로 길게 자라며 처음에 싹이 나올 때는 붉은빛이 강하지만 자라면서 녹색 바탕에 자주빛이 돈다. 혀모양꽃은 연한 자주색이고 관모양꽃은 노란색이며 50cm 정도이다. 개미취와는 다르게 뿌리에서 나는 가는 선모양 잎은 말라서 없어진다. 잎은 어긋나고 피침형이며 굵은 톱니가 있다. 어린 싹은 나물로 먹는다.

미역취
여러해살이풀로 돼지나물이라고도 한다. 산야에서 흔히 자란다. 높이 30 85cm이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꽃이 필 때 뿌리 잎은 쓰러진다. 노란색 꽃으로 진득찰보다는 크지만 작은 편이다. 어린잎이 미역같이 생긴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어린 순을 나물로 먹고 풀 전체를 해열, 소화제, 이뇨제로 사용한다.

자주꽃방망이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40~100cm 정도고 털이 많이 나며 줄기는 곧게 선다. 꽃은 자주색으로 7~8월에 피는데, 원줄기 끝에 열 송이 정도가 모여 위를 향해서 달린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으며 관상초로 심고, 한방과 민간에서 뿌리를 천식, 편도선염, 인후염 등에 약재로 쓴다.

국화과의 식물들을 살펴보고 몇 가지 더 신기한 꽃들을 보러 다녔습니다. 배초향과 익모초를 보았는데, 배초향 줄기를 만진 후 손에서 박하향이 나자 아이들이 더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배초향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양지쪽에서 자란다. 높이 40~100 cm이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네모진다. 잎은 마주나고 난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7~9월에 피고 자줏빛이 돌며 향기가 강하다. 어린순을 나물로 하고 성숙한 것은 소화, 건위, 진통, 구토, 복통, 감기약 등으로 사용한다. 관상용으로 가꾸기도 한다.

익모초
꿀풀과의 두해살이풀로 들에서 자란다. 중국에서 귀화한 약초로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이라는 뜻이다. 높이는 1m 내외이며 가지가 갈라지고 단면은 둔한 사각형이며 흰 털이 있어 흐린 녹색이 돈다. 꽃은 7 8월에 피고 마디에 층층으로 달리며 연한 보라색이다. 풀 전체를 말려서 산전 산후의 지혈과 복통, 임신의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출산을 빠르게 하는데 특효가 있다. 단오쯤에 채취해서 고아서 만든다. 소화, 혈압강하, 이뇨, 진정 및 진통작용이 있다.

주로 사람들에게 약이 된다고 알고 있는 국화꽃 종류를 보고 사람들에게 바로 이용되는 풀과 독성이 강한 풀들을 차례로 보았습니다. 갑자기 들판이나 야산에서 피가 나면 어떻게 할까? 바로 쑥을 찧어서 붙여 놓으면 피가 멎습니다. 그런데 그런 작용을 하는 풀을 하나 더 보고 왔습니다. 피막이풀이라고 하는데 마침 한 아이가 손이 베어서 피막이풀을 찧어 붙여 놓으니 잠시 후 피가 멎습니다. 신기한 풀 앞에 아이들이 숙연해지는 듯합니다. 선생님을 따라 이번에는 독성이 강한 풀들을 더 관찰하러 다녔습니다.

개여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들에 난다. 높이 20 50cm 정도로 자란다.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붉은 자줏빛의 둥근 통 모양으로 곧게 서며 가지를 많이 내고 마디에서 뿌리를 뻗는다. 잎은 어긋나고 피침형이며 꽃은 6 9월에 자줏빛으로 핀다. 부종, 해열, 해독, 장염 등에 약으로 쓰인다. 먹어보면 약간 매운맛이 나는데 조금 있으면 입의 감각이 약간 무뎌진다. 마취성분이 있어 낚시할 때 이용되기도 한다.


삼과의 한해살이풀로 대마(大麻) 마(麻)라고도 한다. 섬유를 이용할 목적으로 재배한다. 과실은 향신료의 원료가 되며, 한방에서는 완화제로 쓴다. 삼에는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을 주성분으로 하는 마취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산지나 재배법에 따라 함유량의 차이가 있다. 이 마취성 물질은 약품으로 이용되는데,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악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마관리법(1976.4.7. 법률 제2895호)으로 재배 및 취급이 규제되고 있으며 허가 없이 재배하지 못한다. 삼은 섬유, 유료, 약용 등 여러 가지 용도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섬유용으로 재배한다. 섬유는 직물, 모기장, 천막, 로프, 그물, 혼방용 등에 쓰인다. 종자는 조미용이나 기름을 짜는 데 쓰인다.

대극
대극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과 들에서 자란다. 뿌리가 굵으며 곧게 자라지만 밑부분에서 흔히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를 자르면 흰액이 나오며 꼬부라진 백색 털이 있다. 높이는 80cm 정도이다. 어린 잎은 먹는다. 생약으로 쓰는 대극은 뿌리를 말린 것으로 한방에서는 담, 류머티즘에 사용한다. 우리 몸을 찌른다는 대극은 변비에도 특효가 있다고 한다.

이질풀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야에서 자란다. 뿌리는 곧은 뿌리가 없고 여러 개로 갈라지며 줄기가 나와서 비스듬히 50cm 정도 자라고 퍼진 털이 있다. 꽃은 3 5월에 피고 연한 빨강색 또는 흰색이다. 타닌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소염, 지혈, 수렴 및 살균작용이 있으므로 대장카타르, 이질,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등에 민간약으로 사용하고, 한방에서는 지사제로 사용한다.

독말풀
가지과의 한해살이풀로 열대 아메리카 원산이며 민가 부근에서 재배 또는 야생한다. 줄기는 가지를 치며 자줏빛이다. 높이는 1 2 m이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는 길며 난형이고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다. 꽃은 8 9월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붙어 피는데 크다. 종자와 잎은 맹독성이나 천식, 통증 등에 사용한다.

천남성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습지에서 자란다. 알줄기는 편평한 구형이며, 주위에 작은 알줄기가 2 3개 달리고 윗부분에서 수염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줄기의 겉은 녹색이지만 때로는 자주색 반점이 있고 1개의 잎이 달린다. 열매는 옥수수처럼 달리고 빨갛게 익는다. 중풍, 반신불수, 상풍, 종기, 사지저림, 경련성질환 등에 사용한다. 옛날에는 천남성과 투구꽃을 달여서 사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투구꽃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높이 1m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고 3 5개로 갈라진다. 각 갈래조각은 다시 갈라지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잎이 작아져서 전체가 3개로 갈라지고 갈래조각에 톱니가 있다. 꽃은 9월에 피고 자주색이며 작은 꽃줄기에 털이 있다. 꽃받침조각은 꽃잎처럼 생기고 털이 있으며 뒤쪽의 꽃잎이 고깔처럼 전체를 위에서 덮고 있다.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유독식물로서 뿌리에 강한 독이 있는데 관절염, 중풍실음, 진통, 이뇨, 신경통 등에 약재로 쓴다.
하찮아 보이지만 소중한 존재들
자연을 자신의 일부로 여기던 인디언 원주민들이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미국인과 싸우면서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일종의 환각제의 작용을 하는 독물풀을 먹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싸웠다는 얘기가 생각납니다. 싸움이라고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만 당하던 인디언들의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함이 독말풀에 서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대극, 천남성, 투구꽃은 우리나라에서 맹독성 식물로 규제를 하고 있고 삼이나 양귀비도 재배에 제한이 되어 있어 사람들이 혹시 악용할 수 있는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 팻말조차  만들어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양귀비가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 날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에게 유해한 독성을 제거하면 약이 되고 또 그 독성으로 사람들에게 통증을 완화시키게 하는 안정제로도 쓰인다니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약이 되고 독이 된다는 말에 실감이 갔습니다. 예전에 텔레비전 광고 중에 은행잎에서 추출한 '써큐란'이라는 약 광고가 생각납니다. 은행잎 한 장을 들고 혈액순환에 좋은 약을 추출한다고 하니 참 신기했습니다. 은행잎의 무슨 성분 때문일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은행나무가 그때부터 달라 보였습니다.
'약초'라고 하면 한약재만을 생각했었는데 늘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그렇게 소중한 보물이었다니, 문득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어디에 좋은 약이 있다고 하면서 찾아다니는 것보다 세 끼를 골고루 알맞게 먹는 것이 최대의 건강 비결이라는 말 말입니다. 하찮아 보이고 흔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주변엔 이렇게 많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제 각기 쓰임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배움이란 이렇듯 세상의 온갖 것들에 관심을 갖고 하나씩 내 안에 채워나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식물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지 못하더라도, 빼곡이 공책에 적어 넣지 못하더라도 내 안에 들어온 풀들의 존재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언젠가 새롭게 꽃피울 것입니다.
특별한 약초에 대한 지식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항상 같이 살아가는 작은 존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들공부였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약초원에서 보낸 하루는 맑은 공기 속에서 큰 숨을 몰아쉬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약이 되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구절초의 쓴 맛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더니, 엄마들한테 좋은 풀이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깨알같이 받아적는 아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합니다.
피막이풀로 지혈을 시켜보고 밤나무 잎으로 왕관도 만들고 수레를 타보고 스프링쿨러에 온 몸을 적시기도 하면서 편안한 하루를 보내다 왔습니다. 집에서는 먹지도 않는 조청에 가래떡을 찍어먹고, 달누리 아이들은 새로 나무 이름표도 만들고… 가을과 함께 새롭게 시작된 살림학교 들공부를 푸근하게 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