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일까>란 노래로 수업을 열었습니다.

누구일까
            윤동재

들길을 걷다 보면
도랑가로 달개비꽃 피어있지요
달개비꽃 볼 때마다
달개비란 이름
맨 처음 붙인 사람
궁금하지요

누구일까
(누구일까)

산길을 걷다 보면
길섶으로 패랭이꽃 피어있지요
패랭이꽃 볼 때마다
패랭이란 이름
맨 처음 붙인 사람
궁금하지요

누구일까
(누구일까)

노랫말과 음이 예뻤어요. (풀빛동요세상이란 사이트에 가면 들을 수 있습니다)
빈칸을 만들어놓고 바꿔부르기를 해보았습니다. 바꿔부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 관심을 갖고 마음에 두는 것, 호기심을 갖고 탐색하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오늘 포르멘은 무한대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노란 크레용으로 원을 한두번에 걸쳐 그린 다음 무한대를 두껍게 그립니다. 무한대의 테두리를 빨강과 파랑으로 각각 칠해줍니다. 테두리선이 평면적으로 겹치게 않게 그리면 꼬아놓은 실타래 같은 모양이 됩니다. 안과 밖이 연결되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음양, 낮밤, 선악이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삼색 크레용으로 나무 그리기를 해보았습니다.
먼저 노랑으로 물이 땅으로 위로 올라가는 것을 표현하고, 파랑으로 바람결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게 합니다. 빨강은 햇볕을 받아 나무 기둥과 줄기가 튼튼해지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런 다음 노랑과 파랑으로 무성한 잎을 표현합니다.
보통 나무를 그리자면 고동색과 초록 같이 정해진 색깔로만 그리는데, 여기서는 삼원색으로 색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조화롭게 보였습니다. 이렇게도 나무를 그릴 수 있다는게 신기했어요.
한 나무를 연습 삼아 그린 다음 ‘내 기억에 남는 나무’를 머메이드지에 그렸습니다. 역시 제각기 다른 나무가 나왔고, 거기에는 한 가지씩 이야기가 들어있었습니다. ‘나의 나무’ 이야기를 미농지에 시로 써오기가 숙제로 주어졌구요.

*‘까만손’으로 하는 시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시는 마음의 움직임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본능적으로 아이들 마음에는 시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 말은 곧 시가 되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시는 마음의 울림이 있는 것,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공감이 있는 것이구요.
까만손은 어린이가 썼지만 삶에 대한 성찰이 있습니다. 시집 전체에 인간이 가져야할 마음을 깨우쳐주고 삶의 진수가 녹아있는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공부할 때 교과서처럼 쓰인다고 합니다.
이런 시들을 쓸 수 있는 것은 시골에 살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감성이 계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골에 살아도 감성이 깨여있지 않으면 이런 시가 나올 수 없고, 도시에 살아도 감성이 깨여있으면 마음에서 우러나는 시가 나올 수 있겠죠.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려면 교사가 먼저 자기 안의 숨은 감성을 깨우고 시를 즐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려면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하고요. 일본 어린이시집인 ‘개미야, 미안하다’ ‘새끼토끼’ ‘거꾸로 오르기’는 아이들도 세심히 보고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을 끌어내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어린이가 쓴 시를 많이 접하고, 소리를 내서 낭송하면 좋습니다. 시는 어렵다, 부끄럽다는 생각을 버리고, 느끼고 감상하고 즐기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괴롭습니다. 시는 감성을 가장 잘 계발해주는 것이고, 일상에서의 새로운 깨달음을 시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샘들이 손을 관찰하고 시를 써오신 걸 이선희샘이 낭송해주셨습니다. 어쩜 모두들 그리 잘 쓰시는지 모두 시인이 같으셨습니다. 준비해오신 ‘까만손’ 수업계획안도 함께 보았습니다. 한 가지 시만 가지고 수업을 할 수도 있고, 한 아이가 쓴 시를 골라서 살펴볼 수도 있었습니다. 9년차 베테랑 선생님 문지숙샘의 꼼꼼한 수업계획안에서는 교사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숙제는 위에서 말한 나무이야기 시로 써오기와 ‘엉뚱이 소피의 못말리는 패션’으로 어떤 수업을 할 지 생각그물로 정리해오기 두 가지입니다.
저희도 이번금요일에 가을운동회가 겹치네요. 어디로 가야하나 갈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