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살이 공부를 떠난다는 설레임에 새벽잠 설치고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문막휴계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였다.
우동과 커피를 먹고 마시며 수다 떨고 있을 즈음 주안에서 출발한 선생님들이 도착하여 제법 팀이 이루어졌다.
서울서 출발하는 팀이 늦어져 40여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빨리 가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늦어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차에 우리의 길 안내자와, 수업 안내자가 계셨기에......
인제에서 오시는 선생님의 지루함을 걱정하며 들살이 학교에 도착하니
선생님이 마치 주인장처럼 우리를 맞이해 주신다.
언제 보아도 단아한 미소가 참으로 너그럽다.

흙길 밟아 근처 돌아보고 주인장 출타중인 멋스러운 옆집까지 감탄사 연발하며 감상할 즈음
그 옆집 마당 한켠엔 황토 닭장이 꼭 저를 닮은모습으로  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닭 팔자가 우리네 팔자 보다 낫구나 !' 싶어 살웃음 지으며 내려오니 맛있는 점심상이  기다린다.
맛있는 점심에 곁들인 들국화 곡차 한잔.
그 차 담그느라 봄부터 수고했을 자연과 자연인에 감사하며 한모금 들이키니,  
빈 내장에 전율이 한번 흐르고,
코 끝을 찌르는 은은한 향기가 아직도 맴도는 듯 하다.

식사를 마치고 솟대와 토우를 만들어 보았다.
몇 안되는 아이들은 마당에서 마차(인력거?) 타고 어떤 놈은 나무에 오르내리며 놀고 있다.
그 사이 선생님들은 솟대에 쓰일 나무토막을 나무의 결이 살도록 모래 종이에 열심히 갈고 있다.
참으로 그림같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솟대는 땅에서 솟아오른 장대로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역할
그리고 땅위 사람의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역할을 하였고
그래서 솟대위에 얻는 새가 땅과 하늘에 살며 사람과 친밀한 오리가 이용된것 같다는  설명과
사리져버린 많은 솟대도 역시나 일제강점기의 작품(?)이였다는 설명을 들으며
마음 한 켠이 아려들었다.
대추나무로 된 몸통깍고 부리를 다듬어 놓자
박형필 선생님께서 손에 쥐가 나도록 하나하나 드릴로 구멍을 내어 붙여 주신 결과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솟대가 완성되었다.

생각과 설명처럼 쉽지는 안았지만 혼을 불어넣는 심정으로 열과 성을 다하여 사람 인형도 만들었다.
어쩌면 모두의 작품이 각기 느낌이 다르고 저마다의 세계를 갖고 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솟대와 토우 두 가지 작품을 완성하고, 짧은 산책길에 나섰다.
나즈막한 산길에 오르다보니 지난비에 지붕이 내려 앉은 빈 집 한채가 보인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한컷 찰칵.**
가을산의 정취가 눈이 시리다.
더 함도 덜 함도 없이 조화로운 단풍
'우리의 삶도 치열하게 덤벼들지 않으면 이렇게 조화롭고 여유가 있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나무토막을 모래 종이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은
손놀림을 작게 움직이면 무엇인가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바빠지지만
크게 움직이면 다른것을 볼 수도 있고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일을 즐기게 되는 여유를 얻게된다.
이런 느림의 여유를 만끽하며 단체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하루 해는 이렇게 짧게 그리고 아쉽게 넘어가고 있었다.

부지런한 선생님께서 사진방에 벌써 사진 올려 놓으셨네요.
감상하시고요  
함께 동행 하셨던 선생님들 소중한 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함께 자리하지 못한 선생님,
지금쯤이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 놀고 있겠지요.
선생님의 아쉬움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도 모두 아쉬워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