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는 우리집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털이 몽실몽실 새털구름을 닮아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런데 털 색이 검어 구름이라는 이름이 언뜻 맞지 않아 보이는지 사람들이 의아해 할 때도 있습니다. 모양을 내느라 얼마전에 털을 깎았습니다. 더더욱 구름이란 이름이 뜻밖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구름이는 슈나우저종인데 온 몸이 새까맣습니다. 염소같다는 사람도 있고 갑자기 튀어나가면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뭉툭하게 튀어나온 입이 가만히 있으면 심술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눈을 들여다 보면 참 맑고 고요합니다. 말을 하면 다 이해하는 듯한 눈빛입니다. 속눈썹이 얼마나 길고 이쁜지 기가 막힙니다. 귀는 얇고 중간에서 꺾어져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면 귀도 따라 펄럭입니다. 뛸 때는 깃발처럼 펄럭입니다.
구름이는 다리가 길어 늘씬합니다. 앞발을 들고 서면 식탁 위의 물건도 어지간히 잡을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식탁에 놓아둔 감자를 물고 방에 들어왔다가 야단을 맞았습니다. 야단을 치면 처음에는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가만히 있으면 살금살금 다가와 몸을 기댑니다. 조금씩 조금씩 더 기대다가 드디어 얼굴을 기대고 가만히 쳐다봅니다. 어이가 없어 웃으면 펄떡펄떡 뛰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계속 화를 내면 식탁 밑이나 소파 사이 틈으로 들어가서 꼼짝 않고 있습니다. 찾을 때까지.
좋아하는 장난감은 신발입니다. 제가 집안에서 신는 토끼 털 실내화를 제일 좋아합니다. 제가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발에서 그걸 벗겨내느라 야단법석입니다. 불쌍한 토끼는 이제 코가 다 뭉개졌습니다.
구름이는 정이 많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볼 때마다 기쁜가 봅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새롭게 달려와 안깁니다. 한참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애씁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긴 팔(다리?)로 내 손을 밀치기 까지 합니다. 아마 자기랑 좀 놀자는 뜻인가 봅니다.
나는 내가 개를 이렇게 좋아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집안 꼴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귀찮을 때도 많습니다. 신발이, 빨래통에 있던 팬티가 거실에 펼쳐져 있고 잠시 쉬려고 누우면 옆에 와서 못살게 구니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마치 두 세 살 된 아기같은 모습에 꼴깍 넘어가 버립니다.
고맙지요. 썰렁한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존재니까요.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온몸으로 열렬히 반겨주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사랑을 확인하고 화를 내면 화가 풀릴 때까지 간절히 기다려주고 먹던 것을 주어도 황송하게 받아먹고..... 구름이는 확실한 내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