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식구가 나들이를 했다. 어머니, 남편, 딸, 그리고 개 두 마리- 아씨와 구름이-도 함께. 아버님 산소 돌보러 가자고 했지만 기실 다 제각각으로 딴 마음을 품고 있었나보다.
어머니는 호미, 장갑, 모자까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산소에 다다르자 마자 엎드려 풀을 뽑으셨다. 남편은 아씨와 구름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뛰어가 버리고 딸은 mp3를 귀에 꽂고는 산 아래가 훤히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다. 나는 딴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며느리인지라(!) 호미 하나 들고 어머니 옆에서 풀을 뽑는 척 했다.
“올해는 진달래 안 따냐?”
겉과 속이 언제나 일치해 도무지 무엇을 참지 못하시는 어머니의 일갈에 마음이 뜨끔하여 “흐흐흐”하고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처음 맘 먹은 것 보다 더 오래 풀을 뽑는 척 했다.
때맞춰 딸이 불렀다.
“칼 있어?”
“칼은 왜?”
“쑥이 참 많네. 쑥 캐고 싶어”
“쑥은 캐는 게 아니고 뜯는 거래. 손으로 뜯어도 돼.”
그러면서 슬그머니 일어나 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뒤꼭지가 조금 땡기지만 모르는 척 하고.
정말 쑥이 밭으로 났다.
“쑥떡 할 줄 알아?”
“하면 되지 뭐”
“또 냉동실에 넣어놓고 안 해 줄 거지”
“아냐, 낼 당장 해 줄게”
둘이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손으로 뜯었더니 금방 한 주먹이 됐다. 엊그제 온 비로 땅이 촉촉해서 더 잘 뜯어졌다. 진달래 따려고 가져온 비닐봉지에 쑥을 넣었다.
산 윗길에서 남편이 불렀다.
“이리 와 봐. 진달래 무지 많네”
어지간히 뛰었는지 두 마리 개는 혀를 한 발이나 내밀고 있었다.  딸과 함께 진달래를 땄다. 따면서 올해는 공부하는 아이들과도 화전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많이 땄다.
집에 오자마자 냉동실을 뒤져 지난 추석에 송편 만들고 남은 쌀가루를 찾아 쑥과 함께 버무려 쪘다. 온 집안에 쑥 향내가 넘쳐났다. 어린 쑥이라 많이 넣었는데도 흰 빛이 더 많다. 쑥버무리를 한 접시 담고 미나리 물김치와 샐러드 한 접시 해서 저녁으로 먹었다.
“음... 이것도 떡이라고 할 수 있나?”
딸의 말에 남편이 나를 거든다.
“그럼~, 옛날에는 참 많이 먹었는데”
“내가 말한 쑥떡은 알잖아, 진짜 쑥떡”
“그건 집에서 잘 못해. 힘들어.”
“괜찮아. 이것도 맛있어.”
“다음에 또 가서 쑥 뜯어 오자”
종알종알 제비새끼처럼 떠드는 딸을 보며 먹어 더 맛난 쑥버무리.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맛이었다.
철따라 산에, 들에 나는 먹거리들을 오로지 돈을 주고 사 먹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산 지가 수 십년이다. 이제 온전히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흉내라도 내며 살고 싶다.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왔다가 우리에 갖혀버린 맷돼지가 겨우내내 잊고 있었던 들판의 봄 냄새처럼 쑥 버무리는 향기로왔다. 미칠 듯이 울타리를 뚫어 산비탈로 내지르던 맷돼지처럼 내 마음도 이 기계적인 삶을 뚫고 내지르고 싶었다. 겨우 쑥 버무리 하나 해 먹으면서 말이다. 스스로 참 가소롭기도 하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