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밖에 안 남았네요. 이제야 조금 익숙해진 느낌인데...
제가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글이었어요.
수업 시간 내내 설레고 "아, 그렇구나!' 하는 마음을 좀더 오래 붙잡아놓고 싶어서...

예전 아파트에서 10층에 살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매일 숫자 바뀌는 걸 보거나, 고장시 어디로 전화 하라는 글자만 보면서, 또 잘 모르는 다른 층 아저씨랑 같이 타면 너무 머쓱해 앞만 쳐다보다가 문득 책을 읽다 좋은 글귀를 쪽지에 적어 붙여놓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책을 읽을 때도 더 집중하게 되고 매일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보게 되니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어요. 아무도 제가 붙인 걸 몰라주어도 저 혼자 뿌듯했지요. 어느날은 남편이랑 같이 탔는데, 나랑 얘기 안하고 글을 읽는 걸 보면서 참 좋았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바꿔 놓았죠.  나 혼자 즐기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 준다면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맘이 드나 봅니다. 우리 딸도 피아노 치는 걸 제가 들여다보고 있으면 더 열심히 치거든요.
이사 와서 붙여 봤는데 청소 아줌마가 떼버려서 다시 붙이질 못했습니다. 여전히 모르는 사람과 타면 똑바로 앞만 보면서 서 있곤 합니다. 다시 붙여봐야 겠습니다.
  
수업 하면서 소개 받는 책들을 읽으며 감동을 많이 받습니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보리 편집부 책을 읽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전 좋은 글귀를 보면 어딘가에 다시 써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편지도 종종 쓰고, 수첩에 적어놓기도 하고, 이렇게 적어 봅니다.
--칼릴 지브란은 아이들에게 사랑은 주어도 되지만 생각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에 weps-mam 검사라는 걸 했습니다. 결과를 읽고 충격을 받았는데 제가 강압적 성향을 띄고 있다고 하네요. 아마도 둘째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렇겐 안 나왔을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해도 큰 애에겐 유독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그 아이 생각마저 바꾸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어머니의 관점에서는 아이가 텅 빈 물통이 아닙니다. 아이는 하나의 씨앗, 한 개의 도토리입니다. 우리는 "아직 어린애잖아, 가만 있으라고 해. 아이들은 몰라. 경험이 없거든. 나는 나이를 먹었으니 내가 더 많이 알아."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너는 모든 걸 알고 있다. 네 속에, 너의 영혼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어. 도토리처럼!"--
이 어머니처럼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또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교육은 학생들의 머리에 정보를 채워주는 일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켜 주는 일이다. 교사와 학생은 서로 접촉하면서 둘 다 같이 배운다. 양쪽이 모두 학생인 것이다. 진정한 교육은 체험하고, 실험하고, 소화시키는 일이다.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나눠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글들이 왜 이렇게 눈에 잘 띄는지 생각해 봤더니 안선생님께 수업 시간에 들은 얘기들이었습니다. 익숙한 것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귀로 들어왔던 얘기라 눈으로 빨리 들어왔나 봅니다.

가끔 아침 일찍 눈이 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찾아올 수 있는 이 공간이 참 좋습니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아서 얘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거든요. 제 얘기에 공감해 줄 것 같은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