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글쓰기 강의 나눔터
2006.08.28 20:58:16 (*.149.10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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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그러니까 지난 칠월과 팔월은 무어라 딱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힘겨웠습니다. 원래 여름을 타는 터라 날씨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일상이 다 힘에 부쳐 짜증스러웠습니다. 사춘기 아이마냥 조그만 일에도 화가 나고 마음이 상하고 그래서 식구,특히 두 아이와 자주 부딪혔지요. 팩팩거리다가 픽 쓰러지고 또 그러다가 팩팩거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이게 갱년기 증상인가 싶기도 하고... 몇 년동안 가파르게 긴장하고 살아온 뒷끝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납작 엎드려 있기로 했습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지냈습니다. 뭐... 내가 애들에게 치대면 치댔지 나에게 치댈 어린 아이도 없으니 그냥 자다가 먹다가 드라마 보다가 또 자다가... 덕분에 얼굴이 뿌옇고 뱃살이 두두룩합니다.
혼미한 정신 사이사이에 인생의 절반을 훨씬 넘어 2/3쯤 지나온 것 같은 이즈음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습니다. 한 시절, 한 시절을 짚어보다가 마치 누군가에게 떠밀려 살아온 듯한 고약한 느낌이 들어 생목을 삼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알면서도 적극적이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마음이 아픕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무언가 하면서 살아왔는데 그것이 도데체 무엇이었을까.... 하고자 하는게 무엇일까...
자아 반성을 지나쳐 존재감을 벗어버리고 싶을 즈음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길례씨가 보낸 편지입니다.
길례씨... 그냥 제가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저 옛날 들로 산으로 나물뜯으러 다니던 착한 동무의 맑은 눈빛같았던 길례씨, 중학교 때 삼년을 한결같이 함께 학교를 오갔던 동네 친구의 실루엣같았던 길례씨.
편지는... 긴 연애편지였습니다. 오랫만에 받아보는 진달래 향기가 나는 듯한 이 편지를 읽으며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또다른 내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수레바퀴처럼 한 사람이 가고난 뒤에 또 한사람이 그 길을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때 내게 일어났던 그 열정이 길례씨에게 있음을 발견하고 몹시 설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중언 부언 떠들었던 그 수많은 말들이 갖가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옴을 깨닫습니다. 마치 당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되지 않겠냐는 듯이 말입니다.
손가락의 근력조차 소멸된 듯 무기력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편지를 한 자 한 자 옮겨 써 봅니다.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처럼. 내가 아무리 아니고 싶어도 이미 나를 규정지어 왔던 것들은 내 모습임에 틀림이없습니다. 새로워지고 싶은 마음과 새로움을 귀찮아하는 비겁한 마음이 계속 내속에서 바글거리겠지만 길례씨의 이 어여쁜 편지를 읽으며 어여쁜 마음을 가지도록 힘써 보아야겠습니다.
벼락같이 울어대던 매미도 한 발 물러선 듯 소리가 멀어졌습니다. 땡볕에, 때도 없이 내리는 소낙비에 일어났다 누웠다 하던 베란다의 작은 풀들도 이제 한결 의젓해졌습니다. 나도 한결 의젓해져야겠습니다.
고마운 길례씨.
가을이 되면 만나서 차 한 잔 나눕시다.
혼미한 정신 사이사이에 인생의 절반을 훨씬 넘어 2/3쯤 지나온 것 같은 이즈음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습니다. 한 시절, 한 시절을 짚어보다가 마치 누군가에게 떠밀려 살아온 듯한 고약한 느낌이 들어 생목을 삼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알면서도 적극적이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마음이 아픕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무언가 하면서 살아왔는데 그것이 도데체 무엇이었을까.... 하고자 하는게 무엇일까...
자아 반성을 지나쳐 존재감을 벗어버리고 싶을 즈음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길례씨가 보낸 편지입니다.
길례씨... 그냥 제가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저 옛날 들로 산으로 나물뜯으러 다니던 착한 동무의 맑은 눈빛같았던 길례씨, 중학교 때 삼년을 한결같이 함께 학교를 오갔던 동네 친구의 실루엣같았던 길례씨.
편지는... 긴 연애편지였습니다. 오랫만에 받아보는 진달래 향기가 나는 듯한 이 편지를 읽으며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또다른 내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수레바퀴처럼 한 사람이 가고난 뒤에 또 한사람이 그 길을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때 내게 일어났던 그 열정이 길례씨에게 있음을 발견하고 몹시 설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중언 부언 떠들었던 그 수많은 말들이 갖가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옴을 깨닫습니다. 마치 당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되지 않겠냐는 듯이 말입니다.
손가락의 근력조차 소멸된 듯 무기력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편지를 한 자 한 자 옮겨 써 봅니다.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처럼. 내가 아무리 아니고 싶어도 이미 나를 규정지어 왔던 것들은 내 모습임에 틀림이없습니다. 새로워지고 싶은 마음과 새로움을 귀찮아하는 비겁한 마음이 계속 내속에서 바글거리겠지만 길례씨의 이 어여쁜 편지를 읽으며 어여쁜 마음을 가지도록 힘써 보아야겠습니다.
벼락같이 울어대던 매미도 한 발 물러선 듯 소리가 멀어졌습니다. 땡볕에, 때도 없이 내리는 소낙비에 일어났다 누웠다 하던 베란다의 작은 풀들도 이제 한결 의젓해졌습니다. 나도 한결 의젓해져야겠습니다.
고마운 길례씨.
가을이 되면 만나서 차 한 잔 나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