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글쓰기 강의 나눔터
2007.02.08 06:55:14 (*.149.10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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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꽥~ 치치 푸푸~”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 딸 방으로 갔다. 곤히 자는 딸을 흔들어 깨워 화장실로 보냈다. 딸은 한 달동안 인턴 쉽을 하느라 6시까지 강남에 있는 호텔에 가야 한다. 싱크대로 가서 엊저녁에 씻어놓은 고구마 냄비를 가스 불에 올리고 불을 제일 약하게 한 다음 소파에 가서 다시 드러누웠다.
5시. 깜빡 졸다가 딸의 헤어 드라이어 소리에 깼다. 잘 익은 고구마를 껍질을 까고 한 입크기로 썰어 밀폐그릇에 담는다. 어제 밤에 만들어놓은 호두 곶감도 몇 개 넣었다. 전기 포트에 잎차를 끓여 잠시 식힌 다음 보온병에 담고 마지막으로 우유를 뚜껑있는 컵에 담아 도시락을 쌌다.
5시30분. 1시간 30분 동안 치장을 한 딸을 차에 태우고 강남으로 갔다. 딸은 차 안에서 도시락을 맛나게 먹는다. 신새벽에 그 음식이 다 먹어지는 식욕에 둘 다 놀라며 웃었다. 모레 자기 생일날 먹을 케익을 미리 사다 놓으라는 말에 잠시 긴장하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수다를 떨었다.
6시 20분.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일어나 씻고 있었다. 출근 준비를 마친 남편에게 사과를 한 개 씻어 4쪽으로 잘라 봉지에 담고 글루코사민, 인삼정을 한 알씩 꺼내 물 한 잔과 함께 주었다. 사과는 차를 타고 가면서 먹는다. 며칠 동안 찐 고구마도 함께 가져가더니 이제 고구마는 싫단다. ‘그럼... 내일은 방울 토마토를 사다놓았다가 줄까?’ 잠시 스쳐가는 생각이다.
7시. 남편이 나가고 나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구름이도 따라 침대로 올라온다. 아씨는 아예 일어나지도 않고 이불속에 들어있다가 내가 눕자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 든다.
‘오늘은... 무얼 할까?’ 잠깐 동안 생각을 하다 이내 잠이 들었다.
“띠리릴리~”
인터폰 소리에 개 두 마리가 기절할 듯이 짖는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 보니 세탁소 아저씨다. ‘내가 이러다 심장에 이상이 생기지!’ 어쨌든 옷을 받고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다.
개 두 마리가 밤새 싸 놓은 것들을 다 치우고 물과 밥을 주고나서 나도 무얼 먹을까 생각했다. 칼칼한 찌개가 먹고 싶어 먹다 만 김치를 냄비에 붓고 참치 캔을 하나 따서 넣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침밥을 먹었다.
‘청소를 할까?’
‘런닝 머신을 조금 할까?’
‘뜨게방을 가 볼까?’
아 참, 오후에 엄마에게 가기로 약속했었지.
한껏 게으름에 물이 오른 나는 밥 먹은 그 자리에서 계속 텔레비전을 보며 손으로만 뜨개질을 하고 있다.
시계를 보니 12시다!
스스로 놀라 또 벌떡 일어났다. 싱크대로 가서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냉장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실을 열어 며칠 전 아버님 추도예배 때 먹고 남겨두었던 것들을 꺼내서 버렸다. ‘그래, 결국은 안 먹게 돼. 그날 바로 버려야 되는데...’이러면서. 야채칸을 열어보니 버섯이 시커멓게 되어 있었다. 잠깐 망설이다 그것도 버렸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뭐 그런대로 잘 되어 있다. 눈을 돌려 싱크대 위쪽 문을 열어 보았다. 주로 가루 따위를 보관하는 곳인데 어지럽다. 다 꺼내 보니 가관이었다. 밀가루도 두 봉지나 있고 커피 프림도 쓰다 만 것이 세 개나 된다. 그 밖에 무슨 가루가 이렇게 많은지 튀김가루, 부침가루, 감자 부침가루, 메밀 부침가루, 율무가루, 쑥가루......
며칠 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살림 비법인가 뭔가가 떠올랐다. 어떤 주부가 나와서 정리 정돈 하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참에 나도 그렇게 해 봐야겠다. 작은 봉지에 든 것들은 큰 플라스틱 통에 차례대로 담고 자주 쓰는 가루들은 유리병을 찾아서 담았다. 병 표면에 ‘무슨 가루’ 이렇게 네임펜으로 쓰기도 했다. 하면서 나이 오십에 새댁 분위기를 내는 것 같아 스스로 우스웠다. 거의 한 시간 동안 담고 닦고 가지런히 놓고 나니 그래도 뿌듯하다. ‘음... 괜찮은데! 그래. 그동안 엉망으로 살아온 살림, 이제라도 가지런하게 다듬어보자. 다음엔 장롱이다’
물걸레로 대강 바닥까지 닦고 나니 2시가 되었다. 샤워를 하고 화장실까지 치우고 나왔다. 아침에 쪄 놓은 고구마 두 개하고 우유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오래 전에 사다놓고 읽지 않았던 책인데 어제부터 읽고 있다. 몇 페이지 읽다가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나의 하루를 쓰면서 온전히 나에게 주어지는 앞으로의 시간들을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까닭은 죽음에 임박하진 않았지만 나도 모리처럼 이제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일이다.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줄곧.
오늘이 수요일인데 월요일, 화요일 이틀동안 꼼짝 않고 집에 있어보니 은근히 걱정이 되는 터이다. 지금은 모처럼의 한가함이라 좋은데 계속 좋을 것인가. 나와 가족에게 집중하자고 마음을 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뭘 할 것인지는 아직 생각이 없다.
농사짓기를 조심스럽게 시작해 보고 싶은데 겁도 나고 비빌 언덕도 없고 그렇다. 주말 농장 같은 건 하기 싫다. 사람들이 너무 결사적으로 덤벼서 무섭다. 얼마 전에 신문에 경기도가 작은 통나무집 한 칸하고 텃밭 붙여서 임대하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났는데 홈피에 들어가서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그럼 참 좋을텐데. 그저 밭 가꾸는 건 날라리로 하고 혼자 뒹굴며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럼 참 좋을텐데....
교회 여전도회가 나오라고 야단인데 나갈까? 매주 월요일 모임이라는데....
‘아니야, 신중해야 돼.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야. 내키지 않는데도 계속 나가야 될지도 몰라. 무엇보다 봉사를 앞세운 시끄러움이 싫어. 교회 사람들은 너무 시끄럽거든.’
우선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걸어 다닐 생각이다. 공원도 좋고 그냥 거리도 좋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걷는 일에 소홀했다. 난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걷기를 좋아한다. 걸으면서 온갖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생각들은 걷기가 끝나면 파편처럼 흩어져버리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게 비워지기 때문이다. 남편과 다투고 난 뒤에도 걷다가 돌아올 때 쯤이면 그저 가소롭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곧장 화해하게 된다.
앗! 벌써 4시가 넘었다. 엄마가 몹시 기다릴텐데... 한 시간 후에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엄마가 사시는 집까지는 걸어서 약 한 시간 거리다. 마음먹은 김에 바로 실행에 옮겨야겠다. 날씨도 봄날처럼 포근하니 가볍게 입고 전에 가 보지 않은 다른 골목길을 찾아 가 보아야겠다. 딸은 오늘 일 끝나고 친구 만난다 했고 남편도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으니 모처럼 엄마랑 저녁을 먹을 수 있겠다.
나머지 생각은 걸으면서 또 해 보면 되지 뭐.
5시. 깜빡 졸다가 딸의 헤어 드라이어 소리에 깼다. 잘 익은 고구마를 껍질을 까고 한 입크기로 썰어 밀폐그릇에 담는다. 어제 밤에 만들어놓은 호두 곶감도 몇 개 넣었다. 전기 포트에 잎차를 끓여 잠시 식힌 다음 보온병에 담고 마지막으로 우유를 뚜껑있는 컵에 담아 도시락을 쌌다.
5시30분. 1시간 30분 동안 치장을 한 딸을 차에 태우고 강남으로 갔다. 딸은 차 안에서 도시락을 맛나게 먹는다. 신새벽에 그 음식이 다 먹어지는 식욕에 둘 다 놀라며 웃었다. 모레 자기 생일날 먹을 케익을 미리 사다 놓으라는 말에 잠시 긴장하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수다를 떨었다.
6시 20분.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일어나 씻고 있었다. 출근 준비를 마친 남편에게 사과를 한 개 씻어 4쪽으로 잘라 봉지에 담고 글루코사민, 인삼정을 한 알씩 꺼내 물 한 잔과 함께 주었다. 사과는 차를 타고 가면서 먹는다. 며칠 동안 찐 고구마도 함께 가져가더니 이제 고구마는 싫단다. ‘그럼... 내일은 방울 토마토를 사다놓았다가 줄까?’ 잠시 스쳐가는 생각이다.
7시. 남편이 나가고 나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구름이도 따라 침대로 올라온다. 아씨는 아예 일어나지도 않고 이불속에 들어있다가 내가 눕자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 든다.
‘오늘은... 무얼 할까?’ 잠깐 동안 생각을 하다 이내 잠이 들었다.
“띠리릴리~”
인터폰 소리에 개 두 마리가 기절할 듯이 짖는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 보니 세탁소 아저씨다. ‘내가 이러다 심장에 이상이 생기지!’ 어쨌든 옷을 받고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다.
개 두 마리가 밤새 싸 놓은 것들을 다 치우고 물과 밥을 주고나서 나도 무얼 먹을까 생각했다. 칼칼한 찌개가 먹고 싶어 먹다 만 김치를 냄비에 붓고 참치 캔을 하나 따서 넣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침밥을 먹었다.
‘청소를 할까?’
‘런닝 머신을 조금 할까?’
‘뜨게방을 가 볼까?’
아 참, 오후에 엄마에게 가기로 약속했었지.
한껏 게으름에 물이 오른 나는 밥 먹은 그 자리에서 계속 텔레비전을 보며 손으로만 뜨개질을 하고 있다.
시계를 보니 12시다!
스스로 놀라 또 벌떡 일어났다. 싱크대로 가서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냉장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실을 열어 며칠 전 아버님 추도예배 때 먹고 남겨두었던 것들을 꺼내서 버렸다. ‘그래, 결국은 안 먹게 돼. 그날 바로 버려야 되는데...’이러면서. 야채칸을 열어보니 버섯이 시커멓게 되어 있었다. 잠깐 망설이다 그것도 버렸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뭐 그런대로 잘 되어 있다. 눈을 돌려 싱크대 위쪽 문을 열어 보았다. 주로 가루 따위를 보관하는 곳인데 어지럽다. 다 꺼내 보니 가관이었다. 밀가루도 두 봉지나 있고 커피 프림도 쓰다 만 것이 세 개나 된다. 그 밖에 무슨 가루가 이렇게 많은지 튀김가루, 부침가루, 감자 부침가루, 메밀 부침가루, 율무가루, 쑥가루......
며칠 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살림 비법인가 뭔가가 떠올랐다. 어떤 주부가 나와서 정리 정돈 하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참에 나도 그렇게 해 봐야겠다. 작은 봉지에 든 것들은 큰 플라스틱 통에 차례대로 담고 자주 쓰는 가루들은 유리병을 찾아서 담았다. 병 표면에 ‘무슨 가루’ 이렇게 네임펜으로 쓰기도 했다. 하면서 나이 오십에 새댁 분위기를 내는 것 같아 스스로 우스웠다. 거의 한 시간 동안 담고 닦고 가지런히 놓고 나니 그래도 뿌듯하다. ‘음... 괜찮은데! 그래. 그동안 엉망으로 살아온 살림, 이제라도 가지런하게 다듬어보자. 다음엔 장롱이다’
물걸레로 대강 바닥까지 닦고 나니 2시가 되었다. 샤워를 하고 화장실까지 치우고 나왔다. 아침에 쪄 놓은 고구마 두 개하고 우유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오래 전에 사다놓고 읽지 않았던 책인데 어제부터 읽고 있다. 몇 페이지 읽다가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나의 하루를 쓰면서 온전히 나에게 주어지는 앞으로의 시간들을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까닭은 죽음에 임박하진 않았지만 나도 모리처럼 이제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일이다.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줄곧.
오늘이 수요일인데 월요일, 화요일 이틀동안 꼼짝 않고 집에 있어보니 은근히 걱정이 되는 터이다. 지금은 모처럼의 한가함이라 좋은데 계속 좋을 것인가. 나와 가족에게 집중하자고 마음을 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뭘 할 것인지는 아직 생각이 없다.
농사짓기를 조심스럽게 시작해 보고 싶은데 겁도 나고 비빌 언덕도 없고 그렇다. 주말 농장 같은 건 하기 싫다. 사람들이 너무 결사적으로 덤벼서 무섭다. 얼마 전에 신문에 경기도가 작은 통나무집 한 칸하고 텃밭 붙여서 임대하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났는데 홈피에 들어가서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그럼 참 좋을텐데. 그저 밭 가꾸는 건 날라리로 하고 혼자 뒹굴며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럼 참 좋을텐데....
교회 여전도회가 나오라고 야단인데 나갈까? 매주 월요일 모임이라는데....
‘아니야, 신중해야 돼.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야. 내키지 않는데도 계속 나가야 될지도 몰라. 무엇보다 봉사를 앞세운 시끄러움이 싫어. 교회 사람들은 너무 시끄럽거든.’
우선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걸어 다닐 생각이다. 공원도 좋고 그냥 거리도 좋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걷는 일에 소홀했다. 난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걷기를 좋아한다. 걸으면서 온갖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생각들은 걷기가 끝나면 파편처럼 흩어져버리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게 비워지기 때문이다. 남편과 다투고 난 뒤에도 걷다가 돌아올 때 쯤이면 그저 가소롭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곧장 화해하게 된다.
앗! 벌써 4시가 넘었다. 엄마가 몹시 기다릴텐데... 한 시간 후에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엄마가 사시는 집까지는 걸어서 약 한 시간 거리다. 마음먹은 김에 바로 실행에 옮겨야겠다. 날씨도 봄날처럼 포근하니 가볍게 입고 전에 가 보지 않은 다른 골목길을 찾아 가 보아야겠다. 딸은 오늘 일 끝나고 친구 만난다 했고 남편도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으니 모처럼 엄마랑 저녁을 먹을 수 있겠다.
나머지 생각은 걸으면서 또 해 보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