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솜씨가 없어 늘 고민인 저에게 큰 숙제가 생겼답니다.  글쓰기 방에 글을 올릴 차례가 되었다니....
선생님의 조용한 목소리가 제 이름을 호명하자, 가슴이 콩닥콩닥..  머리가 갑짜기 어질어질.....  이런
저는  나직한 목소리로 "네~" 하며 고개를 끄떡거렸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쓸까?  어떤 내용을 쓸까?  계속 고민을 하다가는  ' 오늘은 바빴으니 내일 하지 뭐!' 하고
핑계를 만들어 제 스스로 위안을 삼았답니다.

  어제(토요일) 있었던 일입니다.  저녁 준비를 하려고  냉장고 안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장을 본게 언제인지
이거  얘들을 생각하는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죠. 야채도 다 떨어지고,  신문지에 돌돌 말아 싼  파는
바싹 말라 비틀어져서 손으로  만지니 금방 부서져 버렸습니다. 그 때, 제 머릿 속에는 모든 경험이 풍부한
상상력과 글감이 된다는  안정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비밀 상자 안에 들어갈  오래된 감자 이야기)

  "태호야, 이것 좀 봐"
  "엄마, 왜! 이거 파잖아 !  근데 왜이래"
  " 한번 만져봐!  신문지 안에 있었는데  그만 이렇게 되었어"

  항상 큰 아이에게  파를 먹지 않는다고 야단만 쳤지  파를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색깔, 느낌 같은 것을
함께 나눈 시간이 없었던 걸 깨달았습니다.  
  말라버린 파는 먹지 못 한다고 생각하고 버리기만  했지, 관찰할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관심이 생기더군요.  싱싱한 파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쭈글거리고 푸석한 파를 보고, 만지면서
친정엄마의 얼굴과 손이 생각났습니다 . 세월, 자식, 헌신, 사랑, 미안함, 효도 여러 단어가 떠오릅니다.
물론 우리 아이도 신이 났죠   손안에 넣고 부셔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고 , 짧은 시간이였지만  오랜만에
아이와 교감을 나눈 것 같아  흐뭇하고 행복함이 제 마음에서  찡~~ 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제 등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던 개구쟁이 둘째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도마위에 있던  머리부분의 파를 한 입 베어 먹고
있었습니다.  아이쿠!   "이건 무척 매워~ "  전 당황해서  얼른  아이 손에 쥐고있던 파를 뺏고  손을 씻어
주었는데  파를 먹은 장본인은 맵지도 않았나 봅니다.  싱글싱글  제 등에서 눈웃음만 계속 치는 아이를 보곤
호들갑 떨던 제 모습이 무척 웃겼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것도 다 경험이고  이  아이 또한 새로운 맛을
느끼고 그 속에 푸~욱 빠진 시간이였던 것을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