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글쓰기 강의 나눔터
2007.05.05 05:10:37 (*.76.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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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동안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인 결과 이 달 말에 이사를 한다. 세를 살고 있으니까 이 집에 들어올 사람과 내가 들어갈 집에 사는 사람과 날짜를 맞추고 돈을 주고 받고 이삿짐업체를 찾고... 이러한 성가신 이들이 얼추 다 맞추어 졌다.
뭐 버리고 갈 물건은 없나... 집안을 둘러보다가 생각해 보니 이사갈 때 마다 버린 물건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버리고 가서는 또 사고.. 참 사람 사는 게 우습다. 나는 물건에 별로 애착이 없는 편이다. 아니 뭐 물건 뿐 아니라 무엇에든 별로 애착을 갖는 편이 아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지내면 된다는 생각이다. 무슨 똥배짱인지 모르지만. 우리 남편은 나와 많이 다르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노심초사하다가 손에 넣고 만다. 또 일단 자기 것이 되면 무엇이든 소중하게 여기고 잘 보전한다. 언젠가 한 번은 식탁이 너무 낡아 버리자고 했더니 "나도 낡았는데 버리지 그래!" 하면서 화를 벌컥 낸 적도 있다. 남편의 이런 견제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몸을 가볍게 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는 집안을 둘러봐도 별로 버릴 물건이 없어 보인다.
이번 이사가 결혼하고 난 뒤 아홉 번째이다. 서울을 뱅뱅 돌았다. 왜 그렇게 많이 옮겨다녔을까? 이유는 그때 그때 다 다르다. 집이 좁아서, 아이들 학교가 별로 마음에 안들어서. 새 집을 분양받아서.... 그 중에서 최근 몇 번의 이사는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보낼 생각을 하면서 모아둔 돈이 있던 것도 아니고 결국 살던 집을 팔고 소위 수도권에 집을 분양받아 몇 년동안 분양금 갚아가며 세를 살았다. 며느리 고집 때문에 당신 아들이 불쌍하게 산다고 한숨 쉬시며 속상해하시던 시아버님은 이제 안계신다. 홀로 남으신 어머니마저 아이들 뒷바라지에 혹시 우리가 버거워서 손이라도 벌릴까봐 세모눈을 하시더니 지금은 마음을 놓으신 듯 하다.
그런데 그렇게 이사를 다니는 동안 괴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 년에 한 번 꼴로 낯선 곳에 집을 구하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익숙해 지고 하는 일이 때로는 재미있기도 했다. '살다가 마음에 안 들면 또 이사하면 되지 뭐' 하면서.
이번에는 순전히 집이 예뻐서 간다. 오래전에 우연히 보고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여름, 아는 사람이 그곳에 살아서 다시 보게 되었고 거기 살고 싶어졌다.
"난 거기로 절대 안가, 당신 마음에 들면 혼자 가서 살아!"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남편에게 몇 달 동안 그곳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끊임없이 말하고 또 말해서 결국 함께 간다. 일단 간다고 하고 나서는 온갖 질문을 해 댄다. "화장실 온수는 잘 나와?" "난방은 잘 된대?" "거기 길이 얼마나 밀리는지 당신 알기나 해?" "시장은 어디로 간대?" "지하철역에서는 얼마나 걸려?"
휴~
내가 가자고 우겨서 가는 거라 (늘 일이 이런 식으로 되지만) 나는 그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 주느라 진땀을 빼며 눈치를 본다. 그래도 난 움직이는 게 좋다. 가서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은 그때 가서 어떻게 하면 될 일이고 멀리서 바라본 그 예쁜 동네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기쁘게 이사갈 준비를 한다.
뭐 버리고 갈 물건은 없나... 집안을 둘러보다가 생각해 보니 이사갈 때 마다 버린 물건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버리고 가서는 또 사고.. 참 사람 사는 게 우습다. 나는 물건에 별로 애착이 없는 편이다. 아니 뭐 물건 뿐 아니라 무엇에든 별로 애착을 갖는 편이 아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지내면 된다는 생각이다. 무슨 똥배짱인지 모르지만. 우리 남편은 나와 많이 다르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노심초사하다가 손에 넣고 만다. 또 일단 자기 것이 되면 무엇이든 소중하게 여기고 잘 보전한다. 언젠가 한 번은 식탁이 너무 낡아 버리자고 했더니 "나도 낡았는데 버리지 그래!" 하면서 화를 벌컥 낸 적도 있다. 남편의 이런 견제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몸을 가볍게 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는 집안을 둘러봐도 별로 버릴 물건이 없어 보인다.
이번 이사가 결혼하고 난 뒤 아홉 번째이다. 서울을 뱅뱅 돌았다. 왜 그렇게 많이 옮겨다녔을까? 이유는 그때 그때 다 다르다. 집이 좁아서, 아이들 학교가 별로 마음에 안들어서. 새 집을 분양받아서.... 그 중에서 최근 몇 번의 이사는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보낼 생각을 하면서 모아둔 돈이 있던 것도 아니고 결국 살던 집을 팔고 소위 수도권에 집을 분양받아 몇 년동안 분양금 갚아가며 세를 살았다. 며느리 고집 때문에 당신 아들이 불쌍하게 산다고 한숨 쉬시며 속상해하시던 시아버님은 이제 안계신다. 홀로 남으신 어머니마저 아이들 뒷바라지에 혹시 우리가 버거워서 손이라도 벌릴까봐 세모눈을 하시더니 지금은 마음을 놓으신 듯 하다.
그런데 그렇게 이사를 다니는 동안 괴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 년에 한 번 꼴로 낯선 곳에 집을 구하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익숙해 지고 하는 일이 때로는 재미있기도 했다. '살다가 마음에 안 들면 또 이사하면 되지 뭐' 하면서.
이번에는 순전히 집이 예뻐서 간다. 오래전에 우연히 보고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여름, 아는 사람이 그곳에 살아서 다시 보게 되었고 거기 살고 싶어졌다.
"난 거기로 절대 안가, 당신 마음에 들면 혼자 가서 살아!"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남편에게 몇 달 동안 그곳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끊임없이 말하고 또 말해서 결국 함께 간다. 일단 간다고 하고 나서는 온갖 질문을 해 댄다. "화장실 온수는 잘 나와?" "난방은 잘 된대?" "거기 길이 얼마나 밀리는지 당신 알기나 해?" "시장은 어디로 간대?" "지하철역에서는 얼마나 걸려?"
휴~
내가 가자고 우겨서 가는 거라 (늘 일이 이런 식으로 되지만) 나는 그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 주느라 진땀을 빼며 눈치를 본다. 그래도 난 움직이는 게 좋다. 가서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은 그때 가서 어떻게 하면 될 일이고 멀리서 바라본 그 예쁜 동네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기쁘게 이사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