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글쓰기 강의 나눔터
2007.06.06 01:59:21 (*.151.3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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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의 이사 경험 중 이번이 아마도 제일 빡셀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겠지만 또 이런 일을 어찌 할까 슬슬 두렵기도 하다. 이제 딱 일주일 지났는데 까마득한 시간이 흐른 듯 느껴지는 것 또한 이번 일이 무척 힘들었던 까닭이지 싶다.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작고 예쁜 집들, 동네 한 바퀴 돌아보는 걸로 이 곳에 살고 싶어졌고 부랴 부랴 집을 구했다. 보기에는 멀쩡한 집이 막상 들어와 보니 사람이 어찌 살았나 생각될 정도로 손 볼 데가 많았다.
싱크대에서 물이 거꾸로 올라와 띁어보니 입이 벌어질 만큼 막혀있고, 전등과 스위치는 켜지는 것보다 안켜지는 게 더 많았다. 붙박이로 된 세탁기, 식기세척기는 아예 몇 년동안 쓰지 않은 듯, 급수,배수관이 다 빠져 있고 가스렌지 역시 불이 붙지 않아 결국 내다 버렸다.개수대가 너무 더러워 닦다 닦다 결국 새로 했다. 마루는 때가 아롱이 다롱이로 껴 끈적이고..... 아늑할 것 같았던 지하 방은 습기가 많아 낮에 제습기를 틀어놓아야 한다. 그 소리가 무슨 공장엔진 소리같다.
짐은 풀지도 못하고 급한 것부터 하나씩 고치면서 남편에게 미안하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서 납작 엎드려 힘껏 일했다. 돈도 많이 들지만 일을 해도 집이 워낙 낡아 빛이 나지 않으니 어떻게 이지경이 되도록 손 하나 안 대고 살았을까 하며 괜시리 전에 살던 사람들 험담도 해 댔다. 이사 오기 전에는 여러 가지로 태클을 걸던 남편은 정작 일이 이렇게 되니 군말 한 번 없이 저녁에 집에 오면 여기저기 고치고 다듬는다. 내가 더 미안해지고 목소리가 상냥해 질 수 밖에.
이제 물건들은 자리가 좀 잡혀간다. 사람도 얼른 적응을 해야 할 텐데... 어제는 시장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남편과 근처에 있는 큰 마트에 걸어서 다녀왔다. 모처럼 아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도 만들어 주고 저녁에는 이사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밥을 해서 먹었다. 된장 찌개와 생선구이, 이 소박한 음식을 해 먹는데 일주일이 걸렸다니.... 젠장!
이른 저녁을 먹고 구름이를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구불구불한 길옆으로 백세대가 넘는 집들이 저마다 다른 모양새로 앉아있다. 어떤 집은 하얗게, 어떤 집은 붉은 벽돌로, 또 어떤 집은 초록 풀로 뒤덮여서.... 집집마다 꽃에 물 주느라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눈이 마주치니 모두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어서 무척 신선했다. '몇 호에 이사왔냐', '차 한 잔 하러 오라' 진심으로 반겨주는 듯한 말들이라 괜히 가슴이 뛰었다.
그래, 이맛이야.
집안은 좀 불편해도 이 조용함, 이 푸르름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그리고 이웃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이 설레임도. 기왕에 자리 잡았으니 불평하지 말고 잘 다듬으면서 살면 되지 뭐. 내가 깨끗하게, 예쁘게 가꾸고 살면 그게 내 집이지 뭐. 다음 주 쯤에는 뒤뜰에 연보랏빛 꽃잔디를 심어야지.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
집 앞에 서니 큰 유리창으로 아이들이 보인다. 한 녀석은 널찍한 소파에 기대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한 녀석은 그 위 2층 마루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다. 그림이 아늑하고 편안해 보인다.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작고 예쁜 집들, 동네 한 바퀴 돌아보는 걸로 이 곳에 살고 싶어졌고 부랴 부랴 집을 구했다. 보기에는 멀쩡한 집이 막상 들어와 보니 사람이 어찌 살았나 생각될 정도로 손 볼 데가 많았다.
싱크대에서 물이 거꾸로 올라와 띁어보니 입이 벌어질 만큼 막혀있고, 전등과 스위치는 켜지는 것보다 안켜지는 게 더 많았다. 붙박이로 된 세탁기, 식기세척기는 아예 몇 년동안 쓰지 않은 듯, 급수,배수관이 다 빠져 있고 가스렌지 역시 불이 붙지 않아 결국 내다 버렸다.개수대가 너무 더러워 닦다 닦다 결국 새로 했다. 마루는 때가 아롱이 다롱이로 껴 끈적이고..... 아늑할 것 같았던 지하 방은 습기가 많아 낮에 제습기를 틀어놓아야 한다. 그 소리가 무슨 공장엔진 소리같다.
짐은 풀지도 못하고 급한 것부터 하나씩 고치면서 남편에게 미안하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서 납작 엎드려 힘껏 일했다. 돈도 많이 들지만 일을 해도 집이 워낙 낡아 빛이 나지 않으니 어떻게 이지경이 되도록 손 하나 안 대고 살았을까 하며 괜시리 전에 살던 사람들 험담도 해 댔다. 이사 오기 전에는 여러 가지로 태클을 걸던 남편은 정작 일이 이렇게 되니 군말 한 번 없이 저녁에 집에 오면 여기저기 고치고 다듬는다. 내가 더 미안해지고 목소리가 상냥해 질 수 밖에.
이제 물건들은 자리가 좀 잡혀간다. 사람도 얼른 적응을 해야 할 텐데... 어제는 시장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남편과 근처에 있는 큰 마트에 걸어서 다녀왔다. 모처럼 아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도 만들어 주고 저녁에는 이사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밥을 해서 먹었다. 된장 찌개와 생선구이, 이 소박한 음식을 해 먹는데 일주일이 걸렸다니.... 젠장!
이른 저녁을 먹고 구름이를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구불구불한 길옆으로 백세대가 넘는 집들이 저마다 다른 모양새로 앉아있다. 어떤 집은 하얗게, 어떤 집은 붉은 벽돌로, 또 어떤 집은 초록 풀로 뒤덮여서.... 집집마다 꽃에 물 주느라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눈이 마주치니 모두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어서 무척 신선했다. '몇 호에 이사왔냐', '차 한 잔 하러 오라' 진심으로 반겨주는 듯한 말들이라 괜히 가슴이 뛰었다.
그래, 이맛이야.
집안은 좀 불편해도 이 조용함, 이 푸르름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그리고 이웃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이 설레임도. 기왕에 자리 잡았으니 불평하지 말고 잘 다듬으면서 살면 되지 뭐. 내가 깨끗하게, 예쁘게 가꾸고 살면 그게 내 집이지 뭐. 다음 주 쯤에는 뒤뜰에 연보랏빛 꽃잔디를 심어야지.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
집 앞에 서니 큰 유리창으로 아이들이 보인다. 한 녀석은 널찍한 소파에 기대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한 녀석은 그 위 2층 마루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다. 그림이 아늑하고 편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