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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9차시 수업 프로그램
엮어 읽기의 참맛 알기
김보영 | 부산 대연초등학교 사서교사 kpy007@hanmail.net
작년 이맘때가 생각납니다. 2011학년도에는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자신의 생각 짧게 쓰고, 서로 말하기’에 대해서 해 봐야겠다 다짐을 했었지요. 벌써 1년이 훌쩍 가버렸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사서교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수업 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읽기’를 할거라고 다짐했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원칙입니다.
함께 읽으면 즉, 음독(音讀)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보는 묵둑(?讀)과 병행될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목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그리고 음색이 다릅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자극을 받으면서 우리 뇌는 책을 읽어 나갑니다. 그렇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재해석을 하게 되지요. 듣는 것 또한 읽는 것 아니겠습니까.
2012학년도에도 ‘함께 읽는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함께 읽고 나서 각자 읽어 나갈 다른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필요하다면 따로 또는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제시할 것입니다. 독서력이 있는 아이는 교사가 소개한 책을 찾아 읽으면서 자신의 독서력을 더욱 다질 것이고, 독서력이 떨어지는 아이도 함께 읽는 활동을 미리 해 봤으므로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2학년도에는 함께 읽고, 내용과 관계가 있는 다른 책을 엮어 읽기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엮어 읽기의 참맛을 알 수 있도록 계획하기>
1차시
1866년 천주교 금지령 이후 프랑스 선교사와 많은 천주교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프랑스는 선교사들의 죽음을 핑계 삼아 강화도를 점령하고, 우리의 귀중품들을 약탈해 갔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미국을 막아내지만, 1876년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맺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주권을 빼앗깁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게 약탈당한 귀중품을 오랫동안 찾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11월 타계하신 박병선 박사의 노력으로 외규장각 도서가 반환되었습니다.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독일에 빼앗긴 문화재를 모두 돌려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프랑스 자기네들은 우리 것을 그렇게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던 것이지요. 100년 넘게 자기네가 가지고 있었으니 우리에게는 권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열두 살에 처음 만난 국제조약』(주니어 김영사) 중 강화도 조약에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여 함께 읽고, 우리나라 ‘의궤’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프랑스와 일본에서 돌아온 우리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와 엮어서 선생님은 『조선왕실의 보물 의궤』(토토북)를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2차시
여행. 여건이 안 되어서 못하지,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요. 책으로 치자면 모험책이 여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험을 다룬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유명한 중국여행기로 이탈리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꼽힙니다. 또 일본의 스님 엔닌이 당나라 불교 성지를 둘러본 여행기 『입당구법순례행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 관리로 있다가 부친상 소식에 배를 띄웠지만 표류하게 되고, 천신만고 끝에 중국을 여행하게 된 조선 선비 최 부의 『표해록』이란 책이 있습니다.
책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미리 알려주시지 말고, 『표해록』 중 일부를 발췌하여 아이들에게 읽어 주십시오. ‘(…) 우박이 내리고 큰바람이 불었습니다. 아찔한 파도와 무서운 물결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내리치니 돛이 모두 부서져 버렸습니다. 높고 큰 돛대 두 개 때문에 배는 쉽게 기울어지고 흔들거려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아서 도끼로 돛대를 찍어 내고, 거적을 엮어 배 뒤에 붙여 파도를 막았습니다. (…) (25쪽)’ 아마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나름대로 바다 한가운데에서 표류하는 상상하게 됩니다. 아이들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직접 그려보는 활동은 어떨까요. 이 책의 그림 작가인 김태현 선생님과는 또 다른 표현이 될 것입니다.
『표해록』이 조선의 선비가 표류하여 다른 나라를 여행한 내용이 담긴 책이라면, 『하멜표류기』는 다른 나라 사람이 표류해서 우리나라를 여행하게 된 것이니 함께 엮어서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하멜표류기』를 풀어쓴 『하멜 아저씨 따라 조선 구경하기』(기탄출판)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표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여 다른 나라를 여행한 사람에 대한 책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슈바이처를 아프리카 현지에서 직접 만났던 김찬삼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 김찬삼』(길벗어린이)입니다.
『표해록』, 『하멜아저씨 따라 조선 구경하기』,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 김찬삼』을 읽고 ‘스토리보드 만들기’ 활동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책을 영화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중요한 이미지를 그리고, 그것에 대한 설명을 쓰는 것입니다.
3차시
아빠가 방귀쟁인 거 / 새들도 다 알지, 知 알지.
『알지 알지 다 알지』(창비)라는 한자동시집에 나오는 시의 한구절입니다. 『알지 알지 다 알지』의 글작가 최명란 선생님은 사물을 보고 마음으로 느낀 시를 한자와 연결시켰다고 합니다. 책의 몇 쪽을 골라서 읽어 본 후에 또 다른 동시집을 읽어 봐도 좋을 것입니다만, 한자라는 것에 착안하여 한자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는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대요2 :한자어·외래어』도 엮어서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알지 알지 다 알지』를 발췌하여 함께 읽은 후 활동으로 ‘한자퍼즐 만들기’를 제안합니다.
퍼즐을 만들 수 있는 재료는 큰 문구점이나 인터넷의 여러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한자를 고르고, 그 한자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면 됩니다. 우리가 쓰는 말 중 한자어를 구성하는 한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위의 퍼즐은 16조각짜리 퍼즐이며, 더 많은 조각을 이용하면 『알지 알지 다알지』에 나오는 것처럼 한자와 어울리는 이미지에 시까지 쓸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퍼즐은 2학년 아이, 마지막 퍼즐은 6학년 아이의 작품입니다. 항상 이런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의 독창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
4차시
누구라도 한 번쯤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NASA 과학자들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 조건을 가진 행성을 찾았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공전하듯이 그 행성도 공전하고, 대기에는 구름까지 있다고 말입니다. 저도 그 뉴스를 들으니 아주 흥미롭던데,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행성에 사는 생명체를 만날 수 있다면 정말로 『외계인을 위한 지구 안내서』(주니어랜덤)가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의 내용을 발췌하기보다는 ‘작가의 말’을 발췌하여 함께 읽어 보십시오. 그리고 자신이 이 책의 작가라면 무엇을 안내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후, 아이들끼리 모둠을 지어서 마인드맵을 해 보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인드맵이 끝나면 그 중 조금 더 자세히 안내하고 싶은 내용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바람에 대해 조사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지구를 숨 쉬게 하는 바람』(웅진주니어)를 추천해 주십시오. 바람에 대해 더 넓은 시야와 배경지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5차시
『성형외과에 간 삼각형』(보물창고)는 우리 주변의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삼각형이 성형외과에 가서 여러 도형으로 변화하다가 결국 자기의 옛 모습을 되찾고 기뻐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책의 뒷부분에 ‘이 책을 함께 읽은 부모님과 선생님께’란 글이 있는데, 책의 작가가 아니라 출판사 측에서 삽입한 내용 같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심화학습도 안내하고 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 수학그림책을 통독하기 전에 우리 주변의 삼각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십시오.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봅시다.
도형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아이들에게 『도형, 놀이터로 나와!』(북멘토)를 추천해 주십시오. 옛날 아이들을 즐겼던 땅따먹기, 구슬치기, 실뜨기, 쥐불놀이, 딱지치기 등에서 도형을 찾아보고, 거기에서 비밀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책입니다.
6차시
『고전을 펼치고 지구본을 돌려라』(토토북)는 영국,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튀니지, 터키, 시리아, 아라비아, 인도,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와 관련된 고전을 보면서 떠나는 세계사 책입니다.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중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변신 이야기>>를 펼쳐라」에 시선이 고정됩니다. 우리나라에도 당나귀 귀 임금님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이 부분만 발췌하여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십시오. 이 책에 나오는 고전을 직접 읽어 보도록 소개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삼국유사에는 어떻게 서술되어 있는지 보고, 더불어 삼국유사를 통독과 정독하기를 원한다면 『아동문학가 이정범 선생님이 다시 쓴 우리 고전 삼국유사』(알라딘북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아쉽지만, 원전 이야기 순서대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어 삼국유사를 처음 접하려는 아이들에게 무난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삼국유사 이외 알라딘북스에서 나오는 다른 고전도 함께 소개한다면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줄 수 있을 것입니다.
7차시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요즘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적고,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꼭두각시놀음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그림책 『이랴! 이랴?』(아지북스)는 전통인형극이 생소한 아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고 했던 기획자의 의도가 그림책의 그림에 다분히 나타납니다.
책의 전체를 함께 읽고 나서 창비아동문고 한국전래동화집 중 『며느릿감 시험』(창비)를 권해 주십시오. 이 책에도 역시 『이랴! 이랴?』 이야기가 나오는데, 같은 이야기이되 글쓴이에 따라서 글이 다르게 전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에 나오는 다른 이야기들도 아이들의 독서흥미를 끌기에 충분할 것이고, 이 책을 읽고 난 뒤 시리즈의 다른 책도 엮어서 읽기어도 좋습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엮어서 읽다가 보면 책을 읽어나가는 것에 대한 힘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8차시
제리 핑그니의 『사자와 생쥐』(별천지)는 의성어만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그림만으로만 충분히 이야기를 상상해 낼 수 있는 책이지요.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여 주고, 다시 한 번 한 장 한 장의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십시오. 그림을 보며 즉석해서 한 문장씩 만들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활동을 해 보십시오. 선생님이나 아이 중 한 명이 얼른 받아서 적어서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를 읽어 줘 보십시오.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녹음해서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엮어서 읽을 만한 책으로 『이솝 우화 123가지』(알라딘북스)를 추천합니다. 이 책에도 「사자와 생쥐」가 나오니까 그 부분을 함께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이솝우화 123』은 392쪽짜리 두꺼운 책이지만 이야기로 구성되어서 읽어 나가는데 힘들지는 않습니다. 매일 한 가지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방법도 괜찮을 것이고, 거꾸로 선생님께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9차시
『낱말 수집가 맥스』(보물창고)가 낱말을 모아서 이야기를 완성하는 내용이었다면, 『책청소부 소소』(문학동네)는 책 낱말을 지우는 일을 합니다.
소소는 청소기로 지운 낱말을 방안에 두고, 끝말잇기놀이도 하고, 낱말을 형상화하는 놀이도 합니다. 그 중 ㅅ, ㄷ, ㅇ, ㅍ, ㅆ, 과 같은 한글 자음도 등장하는데, 『생각하는 ㄱㄴㄷ(논장)』을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십시오.
『생각하는 ㄱㄴㄷ』의 그림 작가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라는 폴란드 사람인데, 한글 자모 등 우리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독특한 책입니다.
학생들과는 미니북을 이용하여 ‘나만의 국어사전 만들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리국어사전』에 보면 올림말 첫소리와 관계되는 그림도 함께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ㄱ’에는 강아지 그림을 ‘ㄴ’에는 나비 그림을 제시해 두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나만의 국어사전에는 우리나라의 자음 혹은 모음과 관계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어사전을 이용해서 뜻을 적어 볼 수도 있고 말입니다.
이밖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생각』(논장), 『발가락』(논장), 『생각하는 123』(논장), 『반이나 차 있을까 반밖에 없을까?』(논장), 『두 사람(사계절)』 등의 책도 함께 엮어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림 자체가 독특하니 미술교과와 접목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엮어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했습니다. 제가 소개한 책들의 순서는 의도된 바는 아닙니다. 함께 할 수 있는 대상도 따로 구분해 두지는 않았습니다. ‘엮어 읽기’는 개인의 배경지식이나 관심사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지면 관계상 엮어서 읽을 수 있는 자료를 많이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책을 소개해 주고 엮어 읽기를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엮어 읽기에는 교사가 북토크(book talk)해 준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단을 대상으로 책을 소개하는데, 소개하는 책이나 작가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는 것이 북토크 아니겠습니까. 교사가 어떤 책을 어떤 형식으로 소개해 주는가에 따라서 학생들의 엮어 읽기 방향이 결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에 있어서 무엇보다 교사의 자질이 우선됨을 의미합니다. 독서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이 책을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능사는 아닙니다. 교사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읽어야 비로소 진정한 독서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하여 오늘도 서가를 둘러봅니다.
‘함께 읽을 만한 책이 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