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모의법정

공소인 : 차경미
피  고 : 벤자민(이애연)
변호인 : 정옥순
배심원 : 장순애, 최성혜

1. 변론 이유문
피고 벤자민은 공소인으로부터 ‘벙어리지식인죄’와 ‘사회방관직무유기죄’로 기소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본 변호인은 피고 벤자민이 지식인이 아닌 동물농장의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로서 자기 신분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농장으로부터 그 어떠한 사회적 감시 책임을 부여받은 바 없었습니다. 따라서 나폴레온 및 다른 돼지들로의 권력 집중과 부패를 방관했다는 직무 유기죄는 그 죄목의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오히려 피고 벤자민은 자신의 경험과 앎이 다른 동물들 위에 군림하게 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 온 자임을 기본으로 하여 변론을 진행할 것입니다.


2. 심리 내용
- 피고 벤자민은 어떤 돼지보다도 잘 읽을 수 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까?
- 피고 벤자민은 동물농장의 성원들 중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이 맞습니까?
- 피고 벤자민은 스스로 경험한 것을 다른 동물들에게 설명 또는 전파한 적이 있습니까?
- 검사가 얘기한 ‘풍차폭파사건’에서 인간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지만 폭약을 넣어 폭파시키려는 인간의 행동을 말해서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음을 알았습니까?
- 이런 것은 사건을 방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아무리 얘기해도 다른 동물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까?
- 그것은 다른 동물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살아 온 삶이 다르기에 삶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 봉기에 대해 어떤 의견도 표명하지 않고 봉기 이전이나 이후의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가 변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까?
- 그 이유는 긴 삶을 살아오는 동안 얻게 된 가치관이 한 사건을 계기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내면화된 자기 품성 또는 세상을 인식하는 자신의 판단인 것이 맞습니까?
- 피고 벤자민은 스스로 다른 이들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 권력이란 다수가 아닌 소수에 집중되면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것이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온 것은 벤자민의 선조가 그러했던 것처럼 내면화된 자기 가치관이지, 남이 선동한다거나해서 바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고 역시 다른 동물을 설득하고 교화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 피고 벤자민은 존슨 씨가 없어져서 기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나귀는 오래 산다오’란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한 것은 봉기 이후의 삶이 돼지들을 중심으로 필연적인 부패 권력이 형성될 것을 알았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 부패권력이 생길 것이라는 피고의 생각을 얘기해봐야 다른 동물들이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습니까?
- 그래서 피고의 생각을 얘기하지 않아 종국에는 분란이 일어나나 또는 당장 얘기해 서로 의견 분분으로 분란이 일어나나 표면적으론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기에 그런 말(당나귀란 오래 산다오)을 한 것입니까?
- 피고 벤자민은 결국 동물이란 어리석어서 자신이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다른 뛰어난 이에 기대려는 노예근성을 벗어버리지 않으면 봉기 이전이나 이후 사회나 변하는 것이 없음을 스스로 알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었습니까?
- 피고 벤자민은 그 과정에서 슬프지만 복서의 죽음은 다른 동물들이 그런 것을 자각하게 하는 기회비용이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3. 최후 변론
피고 벤자민은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면 권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피고가 읽고 쓸줄 아는 능력을 발휘해 누군가를 가르치려 한다거나 그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군람하고 은폐하기 시작하면 벤자민 스스로도 존슨 또는 나폴레온처럼 될 것을 알았기에 이를 경계하고 다른 동물들이 언젠가 ‘봉기의 경험’이 ‘나폴레온 시대’로 왜곡되고 있다는 불합리성을 인식하게 되는 날 다른 동물과 수평적인 동지적 관계로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피고 벤자민의 행동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이처럼 피고 벤자민은 다른 이들이 보기에 많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항상 냉소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다른 동물들을 돼지들의 폭압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하고 복서를 죽음으로 내몰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피고는 남을 지도한다거나 교화하는 것이 얼마나 권력 중심적인 발상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 지도자가 이미 남보다 더 많이 안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그러나 동물농장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체 동물들은 이런 사태의 본질을 깨달아 딛고 일어서기보다는 정보와 권력을 쥔 그들이 옳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사태를 방관하였습니다. 피고는 이런 일이 가지는 위험을 알았음에도 다른 동물들 스스로 자각하길 바랬고 언젠가 그들이 자각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것의 봉기의 정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고 벤자민이 그때 다른 동물들에게 당신들의 태도가 문제 있고 언젠가 재앙을 초래할 거라 경고를 한다해도 동물들에게 피고 벤자민은 돼지들의 노고를 시기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싸우는 존재로 비춰졌을 것입니다. 설사 피고가 그렇게 권력을 잡는다해도 권좌에서 쫓겨난 돼지들은-스노볼처럼 혼자가 아니기에- 권력 탈환을 위해 동물 농장을 위협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동물농장 생산물을 소위 군사, 방위 비용으로 충당해야 하고 내부의 첩자가 있는지 없는지 항상 감시해야하기에 피고 스스로 ‘나는 돼지들과 다르다, 다른 모든 동물을 위한 거다’라고 주장해도 다른 동물 스스로가 자각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론 강요된 지식이고 선전일 뿐, 같은 모습으로 드러날 것을 알았습니다.
피고 벤자민은 이러 상황의 도래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어쩌지 못한 것은 위와 같은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복서가 죽은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다른 동물들의 봉기의 정신을 다시 자각하기 위한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 변호인은 피고 벤자민의 무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