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은행에 갔는데 길 건너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습니다. 아마 단속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인듯 했습니다. 등뒤에는 '북부노점상 연합회'.'전국노점상연합회'라고 써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쿡 웃었습니다.저도 모르게 나온 웃음이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노점상들에게도 전국 연합회가 있다는 것이 생소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이 언제 저렇게 세력을 만들었을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 제가 아는 분이 계셨습니다. 우리 아이와 같은 유치원 친구의 할머니신데 그 곳에서 수레를 세워놓고 생선을 파시는 분이셨습니다.처음에 그분을 보았을 때는 김혜자보다 더 고운 얼굴이셨는데 아들이 실직하면서 맞벌이 나가는 며느리를 대신해 두 손자를 돌보며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낮에는 장사를 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사이 고왔던 그분 얼굴은 여느 촌부의 얼굴처럼 길거리의 햇볕에 구워졌고 쌍꺼풀이 고왔던 눈가에는 냇물이 흐를 듯 주름이 깊었고 입가에는 언제나 침이 하얗게 말라 있었습니다.
은행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니 모인 사람들이 모두 없어져 있었습니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했지만 곧 집으로 오고 말았지요.
오늘 문제 의식에 대해 수업을 하면서 저는 그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렸습니다. 그때 쿡 웃었던 나를 부끄럽게 떠울리고 그들이 왜 하루의 생계를 포기하고 저곳에 모였고 짐작컨데 경찰서에 떼로 잡혀가야 할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 노점상의 생계권과 그들의 권리보호는 진정 없는 것일까, 그들의 행위는 인도 점유및 주변 상권침해 등의 불법으로만 치부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던 저의 모습에 괴로웠습니다.저는 문제의식이 없었던 사람이었던 거지요. 오늘 수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과의 토론으로 혼자서는 다 알 수 없었던 숨은 문제의식과 원인들을 깊이 성찰하고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보다 토론이 무척 매끄러워져 주워진 토론 과제를 모두 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무척 뿌듯했습니다.
정리발표 시간에도 토론 선생님들이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것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한 모든 내용까지 발표하다보니 시간이 길어져 더 많은 내용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업소감인데 너무 길었습니다. 에세이 숙제때 쓸 이야기를 여기다 써 버려서 어쩌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