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지식인을 위한 변명'발췌했습니다.
제1부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1. 지식인이 처해 있는 상황
지식인들의 주된 임무는 문화를 보존·전수하는 것이며 그 중에서도 보존의 기능이 특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역할과 직분을 망각하고, 끊임없이 정치 권력에 도전하고 모순의 역사에서 나쁜 점만을 지적하는 등 부정적이고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지식인이란 말은 지적능력에 관계되는 일(정밀 과학, 응용과학, 의학, 문학 등)로 명성을 얻은 뒤 그 명성을 남용하여 자기의 영역을 이탈하고 보편적이지만 독단적인 개념(명확하건 불명확하건, 도덕주의건 맑스즘이건 간에)을 내세워 사회의 기존 질서를 비판하려 하는 모든 사람들을 의미하게 되었다.
지식인들에 대한 공통된 개념을 찾기 위한 예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하여 원자핵분열을 연구하고 있을 경우 우리는 그들을 지식인이라 칭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학자일 뿐이다.
그 학자들이 자신들에 의하여 개발된 그 핵무기의 가공할 만한 위력에 두려움을 느끼고 화합하여, 그 개발된 무기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여론 조성을 위해 선언문을 작성·서명하였을 경우 그들은 지식인이 되는 것이다.
첫째, 자기의 권한을 이탈(폭탄제조와 용도에 대한 판단은 별개의 문제여서)
둘째, 스스로 완성한 무기에, 다른 원칙에 입각해서 지니게 된 과학적 지식과 정치적 판단 사이에 깊이 놓여 있는 심연을 은폐함으로써, 여론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그들이 인정받고 있는 명성과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셋째, 기술적 결함이 있어 폭탄의 사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명을 최고의 기치 체계로 한다는 얼마든지 이론의 여지가 있는 이념을 내세우며 반대한다는 것이다.

2.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19세기 삼·사분기, 특히 드레퓌스 사건 이후, 그 철학자-계몽 사상가를 말함-의 자손들은 지식인이 되었다. 즉 지식인은 언제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배출된다.
* 지식인이 지니고 있는 특징
1. 전문가는 고위 계층에 의하여 만들어 진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지배 계급에 속해 있지 않으며, 지배 계급이 이들의 고용을 결정함으로써 자기 계급 내에 그들의 위치를 정해 준다.
2.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이념 교육과 기술교육 역시 지배 계급이 수립해 놓은 체계(초등·중등·고등)에 의하여 결정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선택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배계급의 교육목적은 첫째 그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념의 주입(초중)과 둘째 일정한 기능의 수행능력(대학)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학문적 전문가인 동시에 지배권에의 봉사자인 인간을 양성해내고 있는데 이들은 동시에 전통의 파수꾼이다. --> 이념적 특수주의의 앞잡이들
3. 전문가의 선별은 계급 관계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조절된다. 그들의 사회적 의미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그들은 중간층에서 태어난, 중간 정도의, 중간층에 속한 인간이다. 그들 행위의 일반적인 목표는 그들 자신의 목표가 아니다.
모든 전문가는 보편주의적 전문 지식과 지배자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내적으로 영원한 투쟁을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잠재적인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전문가가 실제로 ‘지식인화’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갈등을 제거할 만한 경험에 달린 문제이다.
지식인이란 자기의 내부와 사회 속에서, 실질적인 진리 탐구(거기에 내포된 규범까지도 함께) 사이에서의 대립 상태를 깨달은 사람이다. 이러한 자각은 그 실현을 보기 위해서라면, 무엇보다도 지식인의 직업적 활동과 기능이라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모순, 다시 말해서 각 계층 간의 모순을 드러내는 일이며, 지배 계급 자체 내부에서의 갈등, 또는 지배 계급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주장하는 진리와 신화 및 지배 권력의 유지를 위하여 여타 계급들에게 주입시키고자 하는 가치관과 전통의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데 불과하다.
분열된 사회 산물인 지식인은 그 사회의 분열을 내면화한 까닭에 바로 그 분열된 사회의 증인이며 따라서 그는 역사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사회도 자체의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는 지식인을 비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식인이란 바로 그 사회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제2부 지식인의 기능
1. 모순
버림받은 계층에선 지식인이 나올 수 없다. 왜냐하면 지식인은 실용적 지식의 전문가들 가운데서 생겨나는데 그들 전문가는 또 지배 계층이 투여한 잉여가치에 의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지식인이 실지로 속해 있는 중산 계급의 경우,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의 갈등을 자체 내에서 현실화함으로써 원초적인 분열을 느끼게 되었다고는 하나 그들의 모순이란 신화와 지식, 개체주의와 보편주의 사이의 대립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겐 그것들을 굳이 표현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지식인은 어느 누구에게도 위임을 받지 않으며 그 어떤 권위로부터도 지위를 배당 받지 않은 데 그 특징이 있다 하겠다.
지식인의 목표는 실천적 주체를 실현함으로써 그것을 만들어 내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사회의 제반 원리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지식인이란 항상 구체적 사실과 마주치게 되어 있으며 그것에 대하여 구체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 사이비 지식인-지식인의 가장 직접적인 적
사이비 지식인이 제공하는 이론적 근거를 목적에 알맞게 사용한다. 그러므로 지식인의 급진주의는 이런 사이비 지식인들의 이론과 자세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이비 지식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이 주장하는 점진적 개혁론과 그 현실적 결과들(있는 그대로의)을 본 진정한 지식인들은 필연적으로 혁명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사이비 지식인은 외관상 지배 계급과 무관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비 지식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보편적 인간은 이미 성립되어 있다. 그러나 의식의 고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하나의 괴물로 인식하고 있는 진정한 지식인은 보편적 인간을 ‘장차 이룩해 나가야 할 존재’로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 속에 갈등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지식인은 우리 시대의 모든 갈등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계층간의 갈등이건, 국가간의 갈등이건 인종간의 갈등이건 모든 갈등은 지배 계급이 다른 불우한 계급을 억압하는 데서 유발되는 개별적인 문제들이며, 자기 자신 또한 억압받는 자임을 의식하고 있는 까닭에 지식인은 억압당하는 자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지식인과 대중
지식인은 고독한 존재이다. 아무도 그에게 어떤 역할을 맡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자유스러워지지 못하면 지식인 자신도 자우를 누릴 수 없게 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에게 있는 모순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에겐 자기 고유의 목적이 있는데 그것이 체제에 의하여 끊임없이 도둑맞기 때문이다.
소시민적 지식인들은 스스로의 모순 때문에 노동 계층을 위하여 노력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든 책임을 떠맡고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며, 그들을 위하여 이론가는 도리 수 있어도 그들과 융합된 유기적 지식인이 될 수는 없다.
자기 내면속에 있던 모순은 비록 그것이 밝혀지고 인식되었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본다면 지식인들에게 아무도 어떤 역할을 맡기지 않을 수밖에 없음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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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두 가지 모순은 난처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리 중대하진 않다. 버림받은 계층에서 필요한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구체적 진실이다.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세계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3. 지식인의 역할
자기 자신을 ‘역사적 특수성’-그들의 계급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두 차례의 산업혁명이 그것을 과거에 행했던 것과 같은, 즉 지난날의 구조가 물질적으로 잔존하고 있는 그러한 특성인 바, 생-나재르의 노동자들이 무산계급의 구 형태의 살아있는 증인인 것이다-속에서 뿐만아니라 그와 동시에 ‘그들의 보편화를 위한 투쟁 곧 착취, 억압, 소외, 불평등, 이윤 증대 등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노동자의 희생을 방지하려는 투쟁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자 한다는 의미이다.
지식인이나 버림받은 계층이나 모두 제각기 어떤 상황 속에 처해 있는 존재이므로, 지식인은 보편적인 전문가로서 봉사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 ‘특수한 보편’의 측면에서는 가능하다. 왜냐하면 지식인에게 있어서 의식을 갖는다고 하는 것은 계급적 특수주의와 맡은 일의 보편성을 밝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자신의 근원적 상황과 형성 과정에 의하여 부단히 형성되는 이데올로기와의 투쟁을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
첫째, 끊임없는 자기 비판을 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에는 언제나 프티부르주아적 사고 체계를 형성할 위험성이 내재하고 있음을 경계해야만 한다.
둘째, 버림받은 계층의 행동과 구체적으로 철저하게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상 이론이란 행동의 한 동기에 불과한 것이다. 즉 가능한 일들의 판단인 것이다. 지식인에게 중요한 것은 행위가 시작되기 전에 그 행위를 판단하거나 그것의 기획을 추진하거나 그 행동의 시기를 촉구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행동을 진행 중인 기본적인 힘-우발적인 파업이나 조직에 의해 지도된 파업-의 차원에서 파악하여 자기 자신을 구체적으로 참여시키며, 필요하다면 때에 따라 그 행동의 성격을 분석함으로써 그 의미와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인의 임무
1. 하층계급에서 끊임없이 생성되어 고개를 쳐드는 이데올로기와 투쟁하는 일이다. 이것은     하층계급 자체와 그 권력에서 비롯하는 모든 이데올로기의 구현을 파괴해야 한다는 뜻     이다.(실리적 영웅, 인간성의 예찬, 무산계급의 찬송 따위, 즉 노동계급의 산물인 것 같     으면서, 사실은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에서 빌려온 이런 것들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     다.)
2. 지배계급을 통하여 얻게 된 자본가적 지식을 대중문화의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일이     다. 즉 보편적인 문화의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3. 버림받은 계급 그 자체로는 -실용 지식을 가진 전문가의 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필     요하다면, 그들이 출현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하며 그들로 하여금 그 계급의 유기적 지     식인(이들이 창조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에 가장 가까운 전문가가 될 수 있     게 하는 일이다.
4. 지식인 고유의 목적(지식의 보편성, 사상의 자유, 진리의 탐구)등을 회복하고 그런 연후     에 투쟁을 통하여 성취될 만인을 위한 현실적 목표, 다시 말해서 인간의 미래를 내다보     는 일이다.
5. 당장의 당면 과제가 아닌 목표들 중에서 임박한 목표들을 성취하여야 할 목표, 다시 말     해서 노동 계급에게 역사적 목적으로서의 보편성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행동을 급진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