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P에 대한 질문
1.당신은 192?년 동경 **대학을 졸업한 사실이 있습니까?
2.지난 모월 모일 친구 C를 통해 잡지사 K사장을 찾아가 취직을 부탁한 일이 있습니까?
3.그렇게 멀쩡하게 대학도 졸업하고 구직활동도 했는데 왜 취직이 안 되었나요?
4.당신은 5년전 전 부인 모씨와 이혼할 때 아이를 맡겠다고 했지요? 그 당시에도 형편이 어려웠을텐데 왜 아이를 양육하겠다고 했나요?
5.아이를 인쇄소 사장에게 맡기고 나오면서 양심의 가책은 안  느꼈습니까?

증인 M에 대한 질문
1.당신은 피고 P의 친구로서 P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
2.평소에 P가 구직활동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3.당신도 역시 대학을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취직을 못했지요?
4.당신 주변에 당신이나 P말고도 대학을 졸업하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나요?

변호사 변론

피고 P는 동경**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재원으로서 열심히 살아보고자 여러곳에 취직을 부탁한 바 있으나 사회가 양산한 대학 졸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을 아버지인 자신이 당연히 양육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려운 형편에도 아들을 키우고자 하는 양심있는 사람입니다  
P의 상황이 현재 이렇게 어려워진데는 전적으로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민주주의의 간판을 이용하여 향학열을 고취시키고 무조건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분위기를 고조시킨 가운데 무지한 민중은 그것이 정녕 오른 길인 줄 알고 그대로 따른 것을 재판장님이하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논팔고 소팔아 공부시킨 자식들을, 지식인 계층을 사회에서는 이제 수용할 능력이 안된다며 나몰라라 하면서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회 현실에 깊은 회의를 느낀 피고 P는 자신의 아들이 사람답게 사는 길은 차라리 노동자로서 일찌감치 기술을 배워 자신의 호구지책부터 마련하는 길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P가 아들을 인쇄소에 보낸 것은 순전히 아들의 장래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 P는 자신의 능력으로 정직하게 생계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소시민입니다 개인의 힘으로 사회 구조의 문제를 뚫고 살아보려 하였으나 잘 안 되어 생각한 끝에 아들의 진로를 노동자쪽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아무리 배운게 많으면 뭐합니까? 자신은 오히려 지금  머리에 든 지식때문에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만큼은 자신처럼 끼니를 굶고 헐벗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보장되지 않는 지식인의 삶으로 발을 들여놓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정직하게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을 배우는게 뭐가 나쁘다는 겁니까? P는 자신의 아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가르쳐주었을뿐입니다 그래서 그  길을 마련해주고자 자신이 아는 인쇄소 사장에게 부탁까지 해가면서 애비노릇을 한 것입니다 P의 순수한 마음을 제발 헤아려 주십시오 그는 아들을 사랑하는 이 땅의 평범한 아버지일뿐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P의 정당성을 인정해주시고  P가 이사회에 기여하며 그 일원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