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랑, 산유화로 지다 / 정창권지음/ 풀빛
<향랑사건으로 본 17세기 서민층 가족사>

남자가 여자의 집에서 혼인하고 아이들이 클때까지 친정집에 머무르는 남귀여가혼은 고대 삼국시기부터 고려시기를 걸쳐 조선초기까지 계승되어 왔다. 16세기엔 여성들도 집에서나마 아버지께 글을 배웠고, 집안에서의 영향력도 남성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었다. 재산상속도 형제 자매간에 차별없이 받았다. 또한, 부모님의 제사를 아들 딸 구분없이 돌아가며 지내는 '윤행'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17세기 중반 이후 주자학이 사회 전반을 주도하게 되면서 가부장제가 만연하게 됐고, 그로 인해 재가 금지, 부계 적장자 상속, 남존여비, 외출 제한, 호된 시집살이로 이어지는 조선시대 가족제도가 만들어진다.

이책은 선산지방의 향랑이라는 양민 출신의 아낙네의 자살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향랑은 무능한 아버지와 성질이 고약한 계모 밑에서 고생하다가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떠밀리다시피 철없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 했다. 남편은 게으르고 성질이 사납고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었다. 결혼하면서부터 부부간에 사이가 나빠 크게 싸우고 마음둘 곳 없다가 남편에게 쫒겨 친정으로 돌아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외숙부네 집에서 머물다 여의치 않아 다시 시집으로 돌아갔으나 다시 내침을 당한다.  갈곳없는 향랑은 결국 나무하러온 젊은 처자에게 자기의 사연을 하소연하고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게 된다.
그녀가 재가를 거부하고 자살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기에 동시대의 인물들은 열녀라는 칭호를 주어 후세에 기리게 하였다 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녀가 자살한 것은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할 수 없다는 수절심에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정황상 희생되었다고 보았고 이에 대한 관련 자료와 역사적 배경들을 일일이 찾아내어 고증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같이 이야기 나눌거리>

1)왜 조선사회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남귀여가혼을 친영제로 바꾸려고 했을까? 장자의 권한을 강화하고 여성의 재혼과 재산상속을 막아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유교의 윤리는 ‘임금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사회질서를 잘지켜라’는 것이다,
“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장가를 드니, 부인이 지아비를 어려워하지 않고 집안의 법도가 서지 않으니, 이는 낙후된 풍속이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한 말이다. 조선중기까지 익숙했던 결혼풍습은 유교의 법도에 맞지 않았다. 유교의 법도란 평등한 질서가 아니라 위아래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임금과 신하, 양반과 상민이 평등할 수 없는 것처럼, 남자와 여자가 결코 평등한 관계일 수는 없는 것이다.

2)여자의 이혼을 곱지않은 눈으로 보는 사회제도가 재혼을 하면 자식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사회제도가 향랑을 자살로 몰고갔다. 과거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혼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지금은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는건 마찬가지 인것같다. 오랜세월 사회와 몸에 베어버린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떨쳐버릴수 있을까?

3)이 책은 주자학중심 성리학이 뿌리내리며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정착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당쟁에서 패배한 양반, 특히 남인이 지방으로 내려가 족보 편찬, 서원 사우 건립 등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가문을 보존하는 것으로 가능했다 한다. 18세기 영조대에 이르면 이것이 서민층까지 뿌리내리게 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아 좀더 이해가 가게 수업 시간에 이야기해 보았으면 좋겠다.
- 책에는 이앙법 보급과 이모작 실시, 농기구 발달 등으로 농업 생산력이 증대되어 일반 양민들도 가족 단위의 자립적인 경제가 가능해졌다는 말로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네요.


4) 저자는 향랑이 적극적 여성이라는 증거로 계모와의 불화, 남편과의 이혼을 들고 있습니다. 또 조선 전기 여성의 높은 지위를 보여주는 예로 남편을 구타하는 여성을 들고 있는데 읽으며 거부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거부감 속에 가부장적 문화의 잔재가 들어있는지, 우리 문화 속에 남아있는  의식하지 못하는  가부장적 요소를 찾아보고  여성에게 '가족' '가정'의 의미에 대해 토론해 보고 싶습니다.  


같이 토론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