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위한 책
-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이선희 해오름 사회교육아카데미 강사

크리스티네 뇌스트링거의 동화 『깡통 소년』(아이세움)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깡통 속에 든 여덟 살 아이가 배달되어 옵니다. "콘라트"라는 이 아이는 마치 도덕 교과서 같은 아이인데, 욕할 줄도 모르고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아이지요. 또 콘라트는 공부는 물론 운동, 놀이 못 하는 것이 없는 한마디로 야무지고 잘난 아이인 것입니다.
생각 하나. 정말로 공장에서 이런 아이가 배달되어 온다면 어떨까요? 미래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주문제작까지 가능하다면 과연 어떤 아이를 어떻게 만들어서 배달해 달라고 할까요? 이 책에선 여덟 살의 아이였지만 나이별로 주문할 수 있다면 나는 몇 살 짜리 아이를 주문할까요?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갓난아기? 한참 말을 배우느라 입 모양을 오물오물 놀리는 세 살 아이? 귀엽고 앙증맞은 예닐곱 살 아이? 이제 막 세상을 둘러보고 배울 줄 아는 초등학생? 아니 이것저것 고생 안 하게 수능도 다 보고 대학에까지 들어간 대학생?
나이별 다음으로 능력별로 주문할까요? 영화 『가타카』를 보면 부모가 가진 제일 좋은 유전자로만 아이를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체력과 건강은 기본 사항인가요? 영어는 기본이고 외국어 서너 개쯤 할 줄 아는 아이? 아니면 과학적 사고능력이 뛰어나서 일찌감치 과학영재로 나설 아이? 예술에 뛰어난 감성을 보이는 멋진 작곡가, 연주가, 화가, 설치 미술가? 이런 식으로 따지다 보면 끝이 없겠지요.
부모가 원하는 대로만 아이들이 커준다면 더 바랄 나위 없는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아직 그리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이 세상에 어렵고 힘든 일 가운데 진짜 힘든 일은 자식 키우는 일 같습니다. 어려선 부모 슬하에서 시키는대로 하고 자라지만 조금만 크면 말 안 듣기가 일쑤지요. 부모도 이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키우지만 세월이 지나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제가 첫 아이를 낳기 이전에는 『스포크 박사의 육아전서』란 책이 유행하였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몇 부분은 대부분 엄격한 훈육식으로 아이를 엄마와 분리시켜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수유는 제 시간에 해라, 울 때마다 젖을 주다간 버릇없는 아이가 되기 쉽다, 배변 훈련은 이렇게 해라 등등. 그땐 꽤나 유행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책이 있었는지조차도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살아오는데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거듭된 실패와 실수 속에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채 멍든 채로 살아가기 쉽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은 항상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이 보다 온전히 자라고 배우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면 이 아이들이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긋나게 살아왔는지를 살피는 것 또한 우리의 책임입니다. 다행히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은 아직 성격이 굳어지지는 않은 때라 마음을 다해 살펴주면 탄력성 좋은 고무줄처럼 다시 자기가 가진 본래의 힘을 찾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경탄할 만한 점은 바로 이 탄력성입니다.
새총을 잡아당기면 고무줄의 힘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 멀리 튀어나갈 것 같지만 튀어나가는 것은 작은 돌멩이고, 자신은 곧 원래 모양으로 돌아옵니다. 작은 돌멩이를 멀리 튀어나가게 하는 고무줄의 힘이 바로 아이들의 힘입니다. 자기가 가진 소질을 기르고, 계발해서 자기 가치를 실현하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이 교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