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주제로 한 책읽기
-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외

신혜금 사단법인 이어도정보문화센터 제주시지회장

1.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가끔 나는 아이들과 토론을 하면서 마치 환경운동가인 척, 민주투사인 척, 인격자인 척 그럴 듯한 말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의 멋진(?) 말에 감동하곤 한다. 그런데 그런 나의 위선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나의 가정이다. 가족들은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나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딸이 원할 때 동화책 한번 제대로 읽어주지 못하면서, 무슨 독서지도를 하냐"고 공격받기 일쑤이다. 정작 딸은 외롭게 자라게 하면서, 집 밖에서 학교부적응아들과 독서치유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콧방귀를 뀐다. 나 역시 독서지도를 하는 교사이기 이전에,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이며, 딸이며, 아내이며, 불완전한 인간임을 어찌할 것인가?
이렇게 가족은 좀처럼 거짓으로 위장할 수 없는 곳, 무장해제된 한 인간을 볼 수 있는 곳 같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끔 아이들의 가족이 궁금해진다. 밝고 천진난만한 웃음 속에, 혹은 아픔을 숨기고 있는 얼굴 속에 그 가족들의 빛깔이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스쳐 지나간다.
내가 아이들의 가족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나와 어느 정도 친해지면, 나의 남편, 내 아이 등 내 가족을 궁금해한다. 아이들과 "가족"을 주제로 독서토의를 하는 중에, " 내 딸에게 미안해.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 저녁 늦게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친구들은 다 가고 혼자 구석에 앉아 놀고 있어. 나도 어릴 때 엄마를 참 많이 기다렸는데…." 라고 말했더니, 평소 내향적인 성격의 한 아이가 "선생님 딸도 나중에는 이해할 거예요." 라고 나에게 말을 건네주었다. 그 아이의 따뜻한 눈빛과 그 말 한마디는 내 가슴의 응어리를 어느 정도 녹게 해주었다.
가족이란 때론 타인은 물론 자기자신에게조차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답답한 수수께끼 같은 것 아닐까? 가족을 주제로 한 책읽기는 아이들과 함께 가족에 대한 갈등과 아픔, 감동 등 내면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면서 치유하는 수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