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는 누구인가?
-『수일이와 수일이』

이선희 해오름 사회교육아카데미 강사

대상 : 5∼6학년
시간 : 120분
함께 읽는 책 : 『수일이와 수일이』 (김우경 글 / 권시우 그림 / 우리교육)
학습목표 :
1. 이야기의 주제와 주제어를 찾아보고 그 의미를 파악한다.
2. 책 속의 이야기를 나의 삶과 연결해 본다.
3. "하고 싶은 나"와 "되고 싶은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순히 이해나 지식의 습득 차원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읽는 내용을 형상화하며 원래의 의미를 나의 것으로 재창조해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닙니다. 그것이 얇은 그림책이든 두꺼운 이야기책이든 간에 한 권의 책에 몰입해 읽으려면 우선 그 책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재미란 말은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니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말이지만 우선 이 재미란 것이 없으면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본질적으로 접근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화시킵니다. 주인공이 자신과 비슷할 때, 비슷한 성격이거나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면 더 잘 동화되어 자신을 투영하며 읽기 시작합니다.
때론 아주 반대되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자신이 무관심하게 여기는 상황이 책 속에 설정되어 있는 경우 자신과 철저히 분리시켜 읽기도 합니다. 장애우들의 이야기이거나 저소득층 삶의 이야기를 그린 경우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하고 물으면 그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고 무조건 "전 그런 일 없어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하고 말을 끊어버리고 맙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무작정 책을 읽고 그것을 자기 삶의 양식으로 삼아 자기 삶을 변화시켜가기 위한 실천적 읽기를 하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런 경우 우선 아이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해서 끝도 없이 물어봅니다. 대답하기 쉬운 것도 물어오고 대답하기 어려운 것도 물어옵니다. 아이들에게 항상 그 자리에서 백과사전식 정답만을 이야기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대답해주는 시간을 뒤로 미루고 아이 자신이 대답을 찾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늘 자기 주위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부터 다시 보게 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매일 쓰는 연필 한 자루를 보고도 "이 연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까, 어떻게 나에게까지 왔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다시 볼 줄 알게 해야 합니다. 부모님, 형제, 친구와 같은 자기 주변의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침엔 학교로, 저녁엔 학원으로 시계 바늘처럼 하루 종일 정해진 삶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해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누군지 찾지 못하는 아이들은 결국 자기 자신의 삶이 아니라 이 사회나 고정관념이 정해준 삶을 대신 살아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살펴보고 물어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 물음을 시작으로 자신이 자라는 동안 그 답을 천천히 찾을 힘을 길러야 합니다.
『수일이와 수일이』는 우선 재미있습니다. 나랑 똑같은 내가 있어서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은 모든 아이들이 갖는 바람입니다. 이런 바람을 옛이야기의 변신 모티브에서 가져온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면서 그것이 그저 아류 판타지처럼 바람이나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거듭나게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자리에서 시작해서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자신이 존재하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