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슬픈 환타지
- 카프카, 『변신』

이가윤 본지 기자

대상: 고등학생
교재: 『변신』(카프카)
학습목표: 1.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징의 의미를 다각도로 읽어내고, 그것을 구체적인 사실에 적용시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2.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이해한다.
3. 사람들을 사용 가치로 평가하게 하여 결국 진정한 인간관계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해본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리다가 눈을 뜨자, 자신이 침대 속에서 거대한 독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단단하고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조금 쳐들고 살펴보니 갈색의 불룩한 배가 눈에 들어왔다. 배는 불룩한 활 모양의 딱딱한 마디로 구분되어 있었다. 배 위에는 금방이라도 벗겨질 듯한 홑이불이 간신히 걸쳐져 있었다. 몸의 다른 부분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가냘프고 약한 다리가 무수히 돋아나 바로 그의 눈앞에서 불안스럽게 버르적거렸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이렇게 충격적인 묘사로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한 마리의 벌레가 되어 있었다는 기괴한 설정. 사과를 던지며 쫓아오는 아버지와 징그러운 체액을 질질 흘리며 도망치는 주인공의 모습에 아이들은 경악합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읽다가 소름이 끼쳐서 책을 덮어버렸다고 하더군요. 예쁜 것만 보려고 하지 말고, 고통스런 것도 보고 느껴야 성숙해질 수 있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 아이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충격을 주는 것은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을 대하는 가족들의 냉담한 반응입니다. 하루아침에 비참한 신세가 되어 버린 주인공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던 가족들이 그가 죽자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 벅차 하는 결말 부분은 첫 부분만큼이나 인상적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그레고르처럼 타인의 냉대와 외로움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수많은 "벌레"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 역시 언제라도 사용 가치가 없어지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내팽개쳐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이유는 그들이 내게 주는 물질적인 혜택 때문이 아닐까 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기괴하고 비정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토론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