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아이들이 시로 쓴 봄 여름 가을 겨울, 『까만 손』
- 자연과 어린이의 마음을 갖게 되는 책

이선희 해오름 사회교육아카데미 강사

아이들하고 시를 읽다보면 답답할 정도로 시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시는 재미없어요, 어려워요, 뭔지 모르겠어요, 짧게 쓰기 힘들어요, 맞는 말을 못 찾겠어요, 느낌이 없어요…" 등등 아이들은 온갖 싫은 말들을 죄다 쏟아냅니다.
매 시간 수업을 시작하면서 시를 읽고 틈틈이 노래로 만들어진 시를 부르기도 하고 느낌이 큰 시들은 외우기도 하지만 왠지 아이들은 "시"라면 시들해 합니다. "시의 함축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가", "교과서에서 너무 틀에 박힌 시들을 배워서 그런가" 하고 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생각하려고 애도 쓰지만 아이들하고 시를 공부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보리 출판사에서 나온 『까만 손』이란 시집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 책은 설악산 밑 첫 동네에 사는 오색초등학교 어린이 21명들이 쓴 시를 계절별로 모아놓은 어린이 시집입니다. 이 아이들을 가르치신 탁동철 선생님은 4년간 아이들과 같이 살면서 그림 그리고, 일하고, 노래 부르며 바르게 사는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이 "자기를 사랑하고 동무를 사랑하고, 자기들 둘레에 눈길을 주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어"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접 아이들과 밭을 갈아 곡식과 채소를 심고, 논에 벼를 심어 타작도 하고 그 벼를 찧어 쌀밥을 만들어 먹는 것까지 같이 하셨답니다. 또 닭과 오리와 토끼도 길러보고요.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인 삶이 된 것이지요. 이런 속에서 오색 아이들은 자기 삶을 튼실히 키워나가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며 그 과정을 하나씩 자기만의 눈과 말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책이다" 싶었는데 마침 처음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어 하나씩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