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글을 쓰는 것을 창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하는 활동 중 완전한 창조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창조라고 말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했던 사물을 변형하는 것을 말합니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쓴다는 활동은 완전히 새로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하고 겪어왔던 것을 변형하여 표현하는 것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러한 변형이 완전히 새로운 창조가 아니기 때문에 값어치 없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사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그것은 더더욱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볼 때 모든 글쓰기는 기존에 존재했던 "이야기"를 다시 쓰는 활동이라 불러도 타당할 것입니다. 논술 역시 제시문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학생들이 새로 쓰는 것이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흔히 글쓰기에 있어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학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쓰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의미도 모호합니다. 왜냐하면 글이란 현실적인 의미를 갖게될 때 가치가 있는 것인데, 현실적인 의미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와의 관련성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변형시켜 쓰도록 하는 수업은 글쓰기의 본질에 접근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우리는 원래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진 "새로 쓰기"에서, 보다 복합적이고 간접적인 "새로 쓰기"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재 수업에서도 이런 형태의 수업이 많이 활용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수업이 단지 학생들이 글쓰기에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면 수업이 가질 수 있는 풍부한 뜻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점입니다. 현실적으로도 많은 선생님들이 "이야기 새로 쓰기" 수업을 비교적 저학년 학생들이거나, 아니면 수업의 도입단계에서 많이 활용하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글쓰기는 그 학습 목표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학생들에게 "이야기 새로 쓰기" 수업을 진행할 때 생각해야할 요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새로 쓰기" 수업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