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겨울인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
- 따돌림, 편가르기에 대하여

서미선 구룡중 국어교사

작년 담임반에서 난처한 일이 일어났다. 출석부가 없어진 것이다. 담임인 나를 포함하여 출석부 관리를 맡은 친구는 발을 동동 굴렀고, 교실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해서 특별실과 운동장까지 살폈지만 찾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야했다. 그러다 문득 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출석부 관리를 맡은 친구를 향해 몇몇이 보내는 힐난하는 눈빛 때문이었다. 꼭 궁지에 몰기 위해서 벌인 일이란 느낌이 들었고, 결국 출석부는 일부러 숨기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실험실 캐비넷 서랍에서 발견되었다. 내 앞에서 싱글거리던 녀석들 중에 이런 일을 하고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 싫었고, 굳이 숨긴 녀석을 찾고 싶지도 않았다. 그 아이들이 한 명을 미워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비교적 유복한 환경의 아이들에 비해서 어릴 적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친구의 처지가 마음에 걸려 담임으로서 조용히 챙겨준 것은 존재를 인정해주는 일, 그래서 귀중한 출석부 챙기는 일을 맡긴 것이다. 책임감을 다해 야무지게 제 일을 해내는 그 친구에게 듬뿍 칭찬해준 것이 아이들이라 샘이 났으리라, 그래서 후회할 일을 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 일도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그 일을 겪으며 나는 환하게 웃는 아이들 사이로 보이지 않는 벽을 있음을 실감했다. 반에는 많은 아이들이 함께 살아간다. 불우한 환경으로, 어려운 처지로, 현실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정으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있다. 쓸쓸하고 허전하며, 마음이 늘 겨울인 그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의 냉혹함을 드러내는 아이들이 또 있다. 또 많은 아이들이 찜찜한 마음으로 모르는 척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왕따를 들먹이며 뻔한 설교를 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으로 다가가 나쁘게 구는 아이들을 흔들고 싶다. 『내짝꿍 최영대』(채인선 글, 김동성 그림, 길벗어린이)의 결말처럼 모두가 왕~ 울고 나서 가슴 속 앙금이 스르르 녹였으면 좋겠다.
서두가 너무 길었지만, 이번에는 위의 담임했던 아이들 또래와 얘기할 수 있는 책을 골랐다. 따돌림과 편가르기에 관해서 또래의 심리를 다룬 책을 건네는 마음을 아이들이 알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섬세한 심리를 따라가다가 문득 자기를 돌아볼 아이 몇몇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