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 이야기』
가족, 수많은 사연의 이름

신혜금 | 어린이 철학교육연구소 제주센터장·경기대 독서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

들어가며
너무 마음이 아파서 오랜 동안 그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그런 책이 있다. 『두 친구 이야기』(안케 드브리스 글 / 양철북)란 성장소설이다. 이 책에는 가정폭력으로 상처 입은 여자아이가 있고, 가해자인 엄마가 있다. 또 한편으론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아버지와 남자아이가 있다.
책표지를 보면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어느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끌고 함께 다정하게 걸어가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뒷모습이 나온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 평화스럽다. 전체를 붉은 색 펜으로 사용하여 그렸기 때문인지 한편에서는 불안한 느낌도 들었는데, 소설의 첫 부분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그런데 책을 펼쳐들면 첫 장면에서 주인공 유디트가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눈치를 보고, 이유도 모른 채 무방비 상태에서 엄마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
가정폭력으로 육체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유티트, 그 치유는 상처받은 다른 영혼에 의해 시작된다. 무엇이 아이를 상처입게 하는지, 그리고 아이는 무엇으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지 같이 읽어나가 보자.

작가 소개
이 책을 쓴 '안케 드브리스'는 네덜란드 셀링겐에서 태어났다. 중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와 그리스, 파키스탄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다. 남편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한 안케 드브리스는 1972년에 첫 작품을 출간한 이후 그림책, 청소년을 위한 추리 소설, 판타지 소설, 청소년 문제를 다룬 소설 등 지금까지 70여 권에 이르는 책을 썼다.
주로 도시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처한 위기를 세심하게 포착해 묘사해 온 안케 드브리스는, 특히 차별, 범죄, 학대, 가출 등의 청소년 문제를 다룬 소설을 많이 발표해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작품에서 아이들이 서로 관계맺음을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지난날의 아픔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희망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두 친구 이야기』, 『방관자』,『반란』등의 작품으로 네덜란드 아동 심사위원단 상과 림뷔르흐 주 아동 청소년 심사위원단 상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유럽 청소년문학상 수상작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는 또한 세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며, 지금은 헤이그와 프랑스를 오가며 살고 있다.

『두 친구 이야기』들여다보기
(1) 유디트 이야기
*유디트의 아픈 현실
주인공 유디트는 엄마에게 주기적으로 심한 폭력을 당하지만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여자아이이다. 12살 유디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온몸과 얼굴에 멍이 들도록, 뇌진탕을 일으키거나 기절을 할 정도로 친 엄마에게 학대를 당해 왔다. 그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학교도 자주 결석하고 친구도 없이 늘 겁에 질려 있곤 하는데, 어느 날 새로 전학 온 '미하엘'과 친구가 된다. 미하엘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으면서 그동안 외면해온 자신의 진실이 드러나고, 엄마에게서 탈출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유디트는 왜 그냥 맞고 있을까?
유디트가 엄마를 위해 집안 일을 돕고 남동생을 돌봐도 소용이 없다. 엄마의 직장에서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이나, 유디트의 표정과 말 한마디가 엄마의 화를 돋우게 되고 끝내는 욕설을 들으며 심하게 매를 맞는다. 그것은 유디트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언제나 그래왔다. 유디트는 겁에 질린 채 살아가면서 엄마를 관찰하고, 기분을 예상하고, 엄마가 괴물로 돌변할 시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힘들어." 라고 말하면서.
부모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유디트는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때리고 나서 엄마는 눈물을 흘리면서 지난 행동을 후회하고, 선물을 사주기도 한다. 유티드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엄마란 존재가 너무도 커서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복종의 길을 택한다.

*폭행의 결과는?
"난 때리는 엄마보다 날 더 싫어하는 것 같아. 왜냐하면 너무 겁을 먹거든. 그냥 그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무서워."
유디트의 말이다. 폭행에 유디트는 절대 저항하려 하지 않는다. 그 상황에 순응하고 그런 자기 자신을 경멸하게 된다. 그 결과 유티트의 영혼은 성장을 멈춘다. 잦은 결석과 눈에 띄는 옷차림, 말이 없고 혼자서만 지내는 유디트는 반 아이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한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혼자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미로에 갇힌 채.
심지어 친구와의 접촉만으로도 고통을 느끼고, 심한 학대로 정신적인 장애를 가지게 되어 밤중에 자주 이불에 오줌을 싸게 된다.

*주변사람들은 왜 눈치를 못 챘을까?
책을 읽다보면 유디트 주변의 사람들이 얼른 눈치를 채고 도움의 손길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이모, 베크만 선생님과 소피 등 모두 약간씩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지만 그때일 뿐, 유디트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층집 할머니가 미하엘에게 그동안 유디트가 당한 가정폭력에 대해 말하면서 알려지지만,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한마디는 마치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준다. 이상한 행동이 많았는데도, 오랫동안 주변에서 가정폭력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은 가해자가 친엄마였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2) 미하엘 이야기
*미하엘은 어떤 아이인가?
6살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아빠와 낯선 미국 땅으로 간 미하엘은 매사에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 아빠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 애정이 필요한 시기인데 아빠에게 애정을 받지 못하고, 글을 빨리 읽거나 쓰기 어려운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빠는 미하엘이 고집불통에 게으르고, 공부하기 싫어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하엘은 미국에서만 네 번 이사를 했다. 그런 도중에 친구 스테피를 만났다. 이 여자친구는 뭔가를 나누면 두 사람이 같이 갖게 되어 재미있다고 말하고, 엄마와 텔레비전을 보고 웃기도 하고, 인형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아빠로 인해 정서적으로 안정된 친구이다. 다시 이사를 가면서 스테피와 헤어지게 된 미하엘은 결국 가출을 하게 된다.
이후 미하엘은 이모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로 오게 된다. 미하엘의 이모는 미하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유디트를 만나게 되다
미하엘은 아빠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열등감, 무력감이 있었지만, 따뜻한 이모의 보살핌으로 점차 건강하게 회복되어 간다. 전학간 학교에서 유디트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모네 집에서 외사촌들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을 때였다.
학교에서 미하엘은 유디트가 자꾸 눈에 거슬린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차림을 하질 않나, 늘 혼자 있고, 깜짝깜짝 잘 놀란다. 유독 눈을 끈 것은 유디트가 미국에서 사귄 친구 스테피와 닮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미하엘은 자전거가 고장나서 곤경에 처해 있는 유티트를 도와주면서 유디트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가게 된다.

*미하엘에게 유디트는 어떤 존재인가?
미하엘 역시 가정 문제를 겪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친구의 도움으로 마음을 열었던 적이 있고, 지금은 이모의 보살핌 안에서 아픈 기억을 치유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미하엘이기에 이번에는 자신과 비슷한 과거를 가진 유디트에게 따뜻한 세상을 보여준다. 미하엘은 유디트와 만나는 과정에서 더욱 어른스럽게 성장해 간다. 마음을 열고 아버지의 변화를 인정하고 아버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3) 유디트의 엄마
*유디트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어린 시절에 남동생과 같이 놀다가 남동생이 사고로 죽게 되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그 사건의 책임을 딸에게 몰아붙여서 동생의 죽음에 대한 깊은 죄의식과 분노를 마음속 깊이 갖고 있다.
그 후 사사건건 어머니와 대립한다. 유디트와 달리 강하게 반항하는 행동을 한다. 가장 극단적인 반항은 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엄마가 말하곤 했던 남자와 결혼해 버린 일이다. 그로 인해 생겨난 아이가 유디트이다. 유디트를 낳고 유디트 아빠와는 이혼하였는데, 유디트 엄마는 유디트 아빠에 관한 것이라면 모조리 없애버렸다. (그래서 유디트는 아빠의 사진 한 장 갖고 있지 않고 얼굴도 모른다.) 벤과 재혼하여 데니스라는 남자아이를 낳았으나, 다시 이혼하였다. 벤은 유디트 엄마가 가끔 유디트를 심하게 때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성격차이 때문에 갈라선 것이다. 벤이 양육비를 보내기는 하지만 일정하게 보내지도 못하고, 턱없이 부족하여 유디트의 엄마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딸 유디트가 죽은 자신의 남동생과 너무나 닮은 것도 거슬리는 일이다.

*왜 유독 유디트에게만 폭력을 가할까?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못한 상태였고, 그 후 배우자들과도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디트와 데니스 두 남매를 자식으로 두었지만 데니스만 편애하고 유디트에게는 폭력을 행사하는데, 죽은 엄마와의 관계를 딸을 통해 재현하며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유디트가 만만한 대상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폭행하고 나서 "나도 어쩌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의식으로 누를 수 없는 선까지 가버린 듯하다.

(4) 미하엘의 아빠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후 마음의 문을 닫고, 아들인 미하엘에게 지나친 권위의식을 보여주는 아버지이다. 미하엘의 아빠는 아내의 죽음으로 자신과 아들에게 더욱 엄격해졌고, 그것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엄격함이 미하엘을 더 외롭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과 헬렌이라는 여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헬렌을 만나면서 미하엘의 아빠는 달라지게 되고 과거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게 된다. 진심으로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한다.

(5) 리아 이모
유디트에게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따뜻한 사람이 하나 있다. 리아 이모이다. 리아 이모가 집에 와서 같이 지내는 동안은 오줌싸는 습관도 일시적으로 고쳐지게 된다.
그러나 이모는 유디트에게 엄마의 아픈 과거를 들려주며 엄마를 이해하는 딸이 되었으면 하는 너무 큰 과제를 던져준다.

독서활동을 위한 제안
가정폭력을 다룬 성장소설이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과거, 현재를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복잡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소 내용이 어려울 수 있겠다. 이제 중학생 시기로 접어드는 아이들에게 적당한 책일 듯하다. 특히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 사건 전개, 인물 설정 등이 현실감 있게 전개되므로 책을 읽고 나서 감동과 카타르시스가 짙게 남는다.
친구를 통해 문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구체적이면서 밀도있게 그려졌으므로 아이들에게 공감을 형성할 수 있고, 관계맺음에 대한 통찰도 줄 수 있을 것이다.

*독서 활동지
1. 인물들의 이야기 정리하기
- 유디트가 12살까지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봅시다.
- 마하엘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정리해 봅시다.

2. 유디트 엄마는 왜 유디트를 그토록 심하게 때리는 것일까요?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 만약 유디트가 엄마 곁에 없다면 엄마의 폭행 습관은 고쳐질까요?

3. 유디트는 겁에 질린 채 살아가면서 엄마를 관찰하고, 엄마의 기분을 예상하고, 엄마가 괴물로 돌변할 시간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힘들어." 하고 말하면서도 주위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유디트 엄마의 폭행이 유디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4.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할아버지를 포함하여, 유디트의 주변인물들은 왜 적극적으로 유디트를 도우려하지 않았을까요?

5. 미하엘의 아버지는 미하엘에게 왜 그토록 엄격하게 대했나요?

6. 아버지와의 갈등 상황에서 미하엘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무엇일까요?

7. 엄마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유디트는 나중에 가출을 합니다. 그러한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8. 주변의 지나친 기대로 힘들었거나 무언가를 강요당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9. 자신이 힘들 때 마음의 감옥에서 나오게 하는 친구나 주위사람들이 있나요?

10. 내가 유디트라 생각하고 미하엘에게 편지를 써봅시다. 편지의 내용은 유디트 자신이 엄마와의 생활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가출한 이후 어떻게 살아갈 계획인지를 중심으로 써봅시다.

마무리 -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유디트가 엄마로부터 당한 학대는 근본적으로 엄마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미하엘의 경우 역시, 권위적인 아버지의 태도 때문에 정신적인 상처를 입고 그것이 신체적인 현상, 난독증으로 나타났는데, 그것은 아버지가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상처가 대물림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상처를 주고 그냥 덮어버리기도 한다. 익숙함이란 이름으로, 때로는 '가족이니까'라는 족쇠로. 이때 익숙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줄 모르는 어린 아이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라도 받아들이려 애쓴다. 유디트가 작문숙제로 엄마에 대해 쓴 글이다.

가난한 엄마는 딸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했다. 엄마와 딸은 함께 시내로 갔다. 엄마는 딸에게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걸 집으라고 한다.
"아주 멋진 걸 사주고 싶구나."
엄마가 말했다.
안나는 엄마가 얼마나 가난한지 알고 있었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잔뜩 생각났지만, 엄마는 그중 하나도 사줄 형편이 안 된다. 안나는 고민했다.
"뭘 살지 정했니?"
엄마가 물었다.
"생각이 안나요. 가지고 싶은 것은 모두 집에 있는 걸요."
안나가 말했다.
"전부 다 라니? 안나야, 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니. 걸칠 만한 옷도 변변치 않고, 장남감도 하나도 없잖아."
"하지만 엄마가 있잖아요."
안나의 말을 들은 엄마는 거리 한복판에서 딸을 번쩍 들어올려 그네를 태워주었다.
"우리, 예쁜 안나, 사랑스러운 내 딸 안나."
엄마는 사랑을 담뿍 담아 말했다.

이 글에서 유디트가 엄마에게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유디트의 실제 생활을 알고 이 글을 읽으면 눈물이 난다. 유디트처럼 착한 아이에게 유디트 엄마는 왜 그러는 것일까 하고.
유디트는 친구 미하엘이 선물한 인형이 무자비하게 칼로 난도질당하는 것을 보고, 인형처럼 자신도 찢겨나갈지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가출을 결심한다. 유디트가 사라지면 폭행 대상이 사라졌으므로 엄마의 문제행동은 멈추게 될까? 아니다. 엄마가 과거의 해결하지 못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또 누군가를 통해 반복할 것이다. 어쩌면 데니스가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데니스는 폭력을 눈 앞에서 보면서 큰 상처를 받았다. 엄마의 누나에 대한 상습적 폭행은 어린 데니스에게도 너무나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코알라 인형에게 칼을 쑤셔 넣었다. 네 번, 다섯 번 칼질을 반복하는 사이 인형은 넝마 조각이 되어 있었다. 엄마는 칼을 다시 치켜올리고 유디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유디트는 얼어붙은 채, 칼이 번쩍거리는 것을 보았다. 별안간 엄마는 팔을 내렸다.
엄마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오, 세상에 이게 무슨 짓이지?"
엄마는 칼을 떨어뜨리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제야 유디트는 데니스가 문가에 서 있는 것을 알았다. 커다랗게 뜬 눈에 공포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에, 폭력 엄마가 싫더라도 권위적인 아빠가 싫더라도 함께 살아야 하고, 그 고통을 모두 감내해야 한다. 자기 부모이기에 거짓말까지 하면서 엄마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지 않는 유디트의 모습은 정말 마음을 아프게 했다.
폭력은 세습된다. 그리고 사람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든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가족, 그 중에서도 부모로부터 일어난다고 하니, 이 이야기는 현실 어딘가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일지 모른다.
유년기의 기억은 일생을 통해 지속된다. 그만큼 유년기는 우리의 삶에서 원형적인 부분을 형성해 준다. 어찌 보면 유디트의 엄마도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과거 자신의 엄마의 무관심과 동생에 대한 죄의식이 유디트에게 왜곡되게 전이된 것이다. 물론 착하고 약한 유디트를 그렇게 괴롭히는 일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유디트에겐 엄마가 해주지 못하는 역할을 대신해 줄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 사람은, 특히 아이는, 살아가는데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미하엘을 만나 어둔 삶의 출구를 찾지만 치유하기엔 너무 큰 상처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을 덮으며 할 수 있는 말은 '사람이 사람을 치유하게 한다'는 거였다. 내가 힘들 때 손을 내미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삶은 훨씬 가볍고 밝아진다. 미하엘 곁에 헬렌 아줌마가, 유디트 곁에 미하엘이 있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