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입 논술 어떻게 대비할까?

박형만|해오름 논술아카데미 으뜸일꾼

1. 2007 대입 논술 흐름 이해하기
2. 대학 별 논제의 주안점
3. 대학논술 찬찬히 접근하기

모든 것

십자가의 성 요한

모든 것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맛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아직 맛보지 않은 어떤 것을 찾으려면
자신이 알지 못 하는 곳으로 가야하고,
소유하지 못한 것을 소유하려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한다.
모든 것에서 모든 것에게로 가려면
모든 것을 떠나 모든 것에게로 가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이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1. 들어가며

이번 2007학년도 정시논술은 지난 16년 동안 진행되어 온 큰 흐름을 견지하면서도 내년부터 시작된 통합(교과)논술이라는 새로운 유형을 예견하는 전환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존의 논술경향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한편, 새로운 경향에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몇 가지 사항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대학별 경향에 얽매이지 말고 주요 주제와 쟁점 넘나들기
우선 정시논술은 준비하는 기간이 약 5~6주 정도에 불과하여 이 기간 동안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의 출제경향과 주요 관심사를 꿰뚫어 보아야 하며, 기본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함께 키워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각 대학은 이미 출제된 주제를 새삼 들추어내기도 하고, 타 대학에서 출제된 논제를 차용하기도 하며, 시대적 과제와 담론을 새롭게 정립하여 출제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볼 때 정시논술문제는 각 대학 사이에 주제별로 순환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 주요대학들은 쟁점과 주제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그동안 축적된 기출논제를 대학별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주제별로 섭렵하는 것을 대비의 자세로 삼아야 한다.
출제방식에서도 각 대학은 특정한 유형과 경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타 대학 출제방식을 모방하거나 공유하는 현상이 빈번하므로,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는 대학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면서 논제를 해결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수시와 정시논술 차이 이해하기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점은 수시논술과 정시논술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시논술에서 다루는 주제는 시사성이 강하다. 최근의 사회적 과제나 풀어내어야 할 사회적 의제를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네오콘의 몰락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략,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동북아 위기, 고령화 사회, 자연생태계 위기, 지구환경문제 해결방안, 인문학 위기, 저출산 문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따른 문제, 정보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 위기 등이 있겠다. 사회적 갈등 양상을 구체적 근거 자료와 사건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질문한다. 그러나 정시에서는 시사성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 구체적, 노골적으로 질문하지 않고, 이런 문제를 인식론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재구성하여 사회현상 이면에 있는 구조적이며 본질적인 문제를 확인하고자 한다. 따라서 수시에서는 제시문 독해만 정확하게 이루어진다면 논점을 해결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정시에서는 좀 더 깊고 폭넓은 사고를 끌어낼 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수시논술에서는 정시논술의 '긴 호흡'으로 가는 중간 단계적 평가 성격이 강하고, 정시논술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인 '독창적 사고력'보다는 '이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또한 수시에서는 질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간단명료하고 논리적인 답변을 제시하기를 요구하므로, 제시문 독해만 제대로 해낼 경우 무리가 없다. 따라서 많은 수험생들이 수시논술을 거쳐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시논술을 대하게 되었을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정시논술은 수시와 달리 긴 호흡을 요구한다. 주어지는 논점이 여러 개 제시될 뿐만 아니라 글 길이도 길고 숨겨진 논점을 찾아 글쓰기에 반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제시문 독해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향해가는 다양한 요소를 이해하고 도입-전개-마무리의 논리적 서술체계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서로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제시문일지라도 각 제시문 사이의 유기성을 분석하여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발견해야 하는 난제가 곳곳에 깔려 있는 것도 정시논술의 특징이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매년 주요대학 기출논제를 분석하다 보면, 논술공부에 있어 논제의 분석이란 어디까지나 차선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최근 각 대학에서 출제하고 있는 논제들은 본질적인 면에서 큰 변화를 보인다기보다는 세부적인 강조점이 달라지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보다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은 대학별, 혹은 해당 연도별 출제 경향이 아니라 논제에 공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능력'이다.
'근본적인 능력'이란 사물과 현상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제시할 수 있는 문제의식, 제시문과 요구조건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독해능력,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보다 정확히 정리할 수 있는 표현능력 등이다. 이것은 바로 어떤 형식의 논술이든지 근본적으로 '글쓰기'의 기본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대입논술은 '시험'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험'이란 어디까지나 질문과 대답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때 대답은 질문에 의해 규정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답변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질문자의 의도와 관심을 이해하는 것이다. 매년 입시를 치르기 전에 기출논제를 분석하고 그 경향을 분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기출논제 분석은 어디까지나 출제자의 의도와 강조점을 이해하는 데 중심을 둬야 한다. 경향을 분석하는 것이 섣부른 예상으로 변해서는 안 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질문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할 능력이 없다면 좋을 대답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논제를 분석하는 까닭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근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지, '출제 경향'에 대한 분석이 이를 대치할 수는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 2006학년도 주요대학 정시논술의 경향과 특징

제시문 독해가 더 버거워졌다.
2006년도 논술고사가 예년에 비해 어려워졌다는 평이 무성하다. 각 대학이 발표한 채점 후기를 보면 우선 예전보다 논제 이탈이 많아졌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대학 측에서는 변별력이 높아졌다고 자랑스럽게 평가했지만 교육부 논술 가이드라인에 따라 영어 제시문 출제가 금지되면서 논술 문제 자체의 난이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이 평소 고민하는 일반적인 주제보다는 인식의 범주를 정교하게 좁히거나 확장하면서 무척 특이하고 생소한 주제를 다루었다. 또한 제시문 양이 급격하게 늘어 주어진 시간에 정확하게 주제를 이해하기 버거웠을 뿐 아니라, 제시된 글이 하나의 완결된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유추와 암시, 그리고 비유적 화법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의미망을 읽어내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하였다.
더구나 각 제시문의 공통점을 찾아 연관관계를 설명하고 하나의 주제를 설정한 후 자신의 견해를 논하라는 질문은 난해한 퍼즐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당혹감을 주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올해는 지난  해보다 더 정교하게 직조된 제시문을 독해해야 함을 예측할 수 있겠다.

보이지 않는 논점을 찾아내는 숨바꼭질
고려대와 연세대는 논점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부터 어려웠다. 과거 연세대에서는 '이미지', '웃음', '세월이 흘러감' 등 주제어를 미리 질문 내용에 포함해 학생들에게 제시하였고, 또 참고문과 질문을 통해 논의 방향도 일정하게 설정해 주었다. 학생들로서는 중요한 힌트가 질문에 주어진 셈이므로 논점에서 벗어나는 오류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통주제를 찾아야 하고 제시문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문화현상에 적용하라'는 논제를 주었다. 연대는 제시문 속에 감춰진 논점을 학생 스스로 찾아 해결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많은 학생이 주제를 놓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 경우가 많았다.
고대는 최근 몇 년 동안 일관된 유형을 고집하고 있다. 3~4편의 제시문을 주고 각 제시문의 연관성을 찾아 설명한 후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는 것이다. 이 논제는 제시문 속에 함의된 주제를 정확하게 도출할 수 있어야 논점을 찾을 수 있으므로 독해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난제일 수밖에 없다.

통합적인 인식확장능력을 요구한다
과거 논제들은 주제를 파악하면 나머지는 배경지식을 활용해 논의를 전개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최근 경향을 보면 '과학기술과 인간의 실존'(서강대), '언어의 사회적 기능'(이대), '경쟁'(서울대), '불안의 생산성과 항존성'(연세대), '질서'(고려대) 등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하되 시사적인 영역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또 삶의 지난한 과정과 삶의 참된 의미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고, 현대사회의 복잡한 구조 속에서 개인의 삶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어떻게 얽혀있는지를 분별해야 한다. 또 논제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인류 보편적인 영역까지 나아가 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내가 살고 있는 현실태에서 나와 타자가 어떤 굴곡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런 삶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로서는 배경지식에만 매달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성찰적이며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늘어나는 제시문과 복잡한 독해
주요 대학들 논제를 보면 제시문에 대한 분석능력과 정교한 독해능력을 측정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전반적으로 제시문 양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대는 무려 7편의 제시문을, 다른 대학들도 4~5편의 제시문을 출제한 경우가 많다. 이는 개별 제시문에 대한 파악 뿐 아니라 제시문 사이의 비교 분석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고'와 같은 요구사항을 통해 질문을 구체화함으로써 정교한 텍스트 분석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래 주요대학 논술문제를 보면 독해의 중요성이 얼마나 증대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실존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현대 사회의 특징적인 두 단면을 제시문 <다>, <라>는 보여준다. 제시문 <가>, <나>의 논지를 요약한 후, 이를 구체적 논거로 활용하여 <다>, <라>가 시사하는 문제점 중 공통점을 중심으로 논술하라. (서강대)
Ⅰ.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논지를 각각 밝히고, 이 두 논지 모두를 근거로 모조품 소비 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여 설명하시오.
II. 제시문 <3>과 제시문 <4>를 고려하여 모조품 소비 현상의 문화적 함의를 논술하시오. (성균관대)
다음 네 개의 제시문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이다. 그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설명하시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고려대),
아래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를 찾아 각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사회문화 현상에 적용하여 논술하시오.(연세대)
사례 <A>, <B>, <C>는 현실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경쟁의 양상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이 세 가지 경쟁의 성격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에 대해서 논술하시오. (제시문 1~7을 참고할 것) (서울대)

이처럼 제시문 양이 많아진데다가 그 내용도 더 어려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각 대학들은 동서양 고전을 중심으로 출제하되 그 중 한두 편은 깊이 있는 독해력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제시문 중에서는 「주역」이, 고려대 논제는 「당신들의 천국」이 해석의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만만치 않은 글이었다. 서울대는 전반적으로 긴장을 해야 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제시문은 동전의 양면인 경쟁과 자유에 관하여 상이한 입장을 주장하는 인문 사회과학 문헌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시문에서 자유와 경쟁의 의미, 자유와 경쟁의 제한이 정당화되기 위한 조건 등을 분석하여야 하는 등 매우 정교한 분석을 통해 논의를 엮어 낼 수 있어야 한다.

2006년 대학별 정시 논제
  서울대학교
2006년도 서울대 정시논술 주제는 '경쟁'이었다. 사회탐구 등의 영역에서 공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2005년도 정시에 비해 쉬운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배경지식 활용 차원에서 서술한 경우 결코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이런 글은 제시문의 문제의식에서 벗어나 일반론적인 접근에 그치기 십상이다. 막연하게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을 대비해 설명하고 성장과 분배의 조화 필요성을 나열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내용 자체가 너무나 뻔하게 흐를 뿐 아니라 2500자 분량을 채우기 위해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려 7편에 이르는 제시문 각각의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전반적으로 활용해 나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각각의 제시문 내용을 구별해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도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학생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공정성과 정당성의 기준, 원칙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반영해 달라는 것인데 이를 풀어내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2006년 수시 : 제시된 연령별 인구 및 이혼율의 추이에 반영된 사회변화를 고려해 볼 때,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는가?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참고하여 논술하시오.
·2005년 정시 :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세부조건 : ①연암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에 드러나 있는 사물의 인식 방법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에 대해 밝히고, 이에 근거하여 진리에 접근하는 네 마리 개구리들의 이야기에 대해 논할 것. ② 진리와 인식에 대해 6개의 격언을 주고, 이를 논술에 활용하되, 그 가운데 한 문장은 직접 인용할 것.)
·2005년 수시 :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지식인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할 때 참고가 되는 글이다. 제시문 각각의 문제의식을 분석하고 평가하시오. 이를 토대로 학문의 길로 들어서는 학생의 관점에서 한국의 지식인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탐구 자세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이나 구체적인 예를 활용하여 논술하시오.

서울대학교는 2005년에 논술을 부활시킨 것이기 때문에 아직 특징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엔 학문(진리탐구)을 주제로, 올해 수시에는 사회현상을 소재로 인간의 행복을 물었다. 정시에도 수시의 문제의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시와 수시 모의고사를 분석해보면 기본적인 지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자도 혼용되므로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시문에 대한 독해이다. 복수 지문이 제시되고 난이도도 높을 것이므로 심층적인 독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글 길이도 2500자 내외( 300자)로 만만치 않다.

  연세대학교
연세대는 지난 정시논술에서 일상적인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을 소재로 이를 사회적인 역동성과 생산성의 역할로 인식을 확장해 나갈 것과 '불안의 항존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요구하는 논제를 출제하였다. 이전에는 질문에서 주제어와 논의 방향을 설정해 주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방향을 잡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통 주제'를 찾으라고 요구하면서 학생 스스로 주제와 방향을 설정해야 했다. 이 때문에 논제 이탈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특히 두 편의 제시문 내용에는 '불안'이라는 명시적인 언급이 없어 스스로 의미 파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불안'을 사회적인 생산성, 역동성 문제와 연관지어 인식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한 단서가 대부분 제시문 내용 안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 접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더구나 연대의 논제는 해마다 함정을 파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 논제에서는 '불안의 항존성'을 발견해서 논의의 바탕으로 삼아야 하는 점이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점이었다.

지금까지 대입 논술고사에는 거대 담론이나 그 안에 포함될 수 있는 보다 세부적인 이슈가 출제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거대 담론이란 진리, 자유와 평등, 정의, 개인과 사회 등과 같이 큰 주제에 대한 논의를 뜻한다. 하지만 실제 대학들의 기출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것은 그야말로 추정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연세대는 그러한 추정을 정면으로 배반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작년 이전에 출제되었던 논제를 살펴보면 이러한 견해에 동의할 것이다.

·2005년 정시 : 다음 제시문에 담긴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2004년 정시 : 웃음의 유발과 관련하여 이유와 의미 분석
·2004년 자연 : 데이터스모그 현상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의 비판
·2003년 정시 : 이미지에 대하여
·2003년 자연 : 시간의 의미와 기능
·2002년 정시 : 동일한 사물과 사건도 표현은 다양할 수 있다. 오늘날의 문제와 연관시켜 생각해보라.
·2002년 자연 : 지식과 문화의 독점

연세대학교는 구체적인 일상이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유추해내는 문제를 내고 있다. 물론 이미지, 시간, 웃음, 데이터란 소재들은 충분히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상당히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내용을 다루는 철학과 사회과학 수업이 있다면, 이러한 소재들은 그 수업의 커리큘럼에 들어가기에는 다소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며 '정도(正道)'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 쉽게 얘기하면 연세대가 출제하는 논술의 주제는 정통이라고 보기엔 좀 '이단'적이고 거대 담론이라고 보기엔 좀 '소소'하다.
그렇다면 연세대는 왜 그렇게 출제할까. 우선 학생들의 예상 주제로부터 이탈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 수 있다. 대학이 출제하는 문제가 뻔한 예상 문제의 범위 안에 걸려든다면 학생들의 원고는 각종 사교육 기관이 일러준 방향대로 흘러 엇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학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일반적인 예상에서 탈피해 다소 황당한 문제를 출제할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은 수험생으로서는 오로지 자신의 평소 능력에 의지해야 한다. 대학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여러 능력들이다. 사교육에 의해 때가 묻지 않은 학생 자신의 순수한 능력을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연세대가 올해는 과연 어떤 문제를 출제할까 하고 예상하는 데 힘을 낭비할 게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직접 사색해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비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웃음이나 이미지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문제들 속에서 세상을 읽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최근 연세대에서 출제된 제시문 특징을 보면 연세대의 이미지와 연결돼 있는 느낌을 준다. 어딘지 모르게 세련됐고, 유행을 이끌어간다는 연세대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느낌과 닮은꼴이다. 논술 제시문으로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 텍스트를 처음 도입한 것도, 그림이나 사진 등 시각 자료까지 제시함으로써 신세대 신입생들의 성향을 적극 고려하기 시작한 것도 연세대이다. 요즈음은 여타 대학들도 단조로운 제시문에서 탈피해 도표와 그래프, 시와 소설, 성경, 그림이나 사진 등 다채로운 제시 자료를 활용하는 추세이지만, 연세대는 끊임없이 제시자료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난감해 할 필요는 없다. 연세대가 수험생들에게 통계 자료 분석가나 미술 평론가, 문학 평론가로서의 자질까지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교양 수준의 기본적인 분석 능력 정도만 갖고 있다면 다채로운 제시 자료 앞에서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에겐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런 실험적 출제가 아직은 도입기에 있다 보니 지나치게 상징적이어서 깊고 깊은 '함의'를 찾아내야만 하는 자료들은 출제되기 어렵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도, 척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통계 자료나 관습적 상징 정도의 예술 분야 텍스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제시 자료를 지나치게 깊이 분석하려 애쓰기보다는 각 제시 자료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의미를 상호 결합, 연관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대학의, 어떤 유형의, 어떤 내용의 논술에서도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제시 자료나 제시문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고려대학교
고려대는 06정시에도 공통주제와 연관관계 파악을 중심으로 한 문제를 출제했다. 단순한 요약을 요구할 경우 학생들의 제시문 파악능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통주제와 연관관계를 요구할 경우 학생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 채점이 용이하다. 제시문 내용 중에는 '화(和)'의 개념을 질서와 연관시켜 이해한다든지, 「당신들의 천국」에서 '울타리 속에 격리된 사회의 질서'의 의미를 이해하는 게 어려운 과제였다.
또 이번 논제는 워낙 다양한 측면에서 질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다각적으로 검토해 논의를 전개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 이전보다 제시문 내용이 어려워지고 길이도 늘어나 학생들에게 부담 증가로 나타났다. 그만큼 그간의 논제에 비해 난이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정시 : 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해 다룬 네 개의 제시문을 통해, 공통주제 및 제시문의 관계를 밝히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2004년 정시 : 진리의 주관성과 객관성, 제시문간의 연관관계와 자신의 생각
·2003년 정시 : 앎의 개념화
·2002년 정시 : 합리성과 효율성

고려대학교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문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학문을 하는 태도, 진리를 인식하는 방법 등 인식론에 대해 정리해두어야 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여대는 2006년 정시에서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고 있다. 인류 보편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폭넓은 사고와 적용능력을 측정하되 관련 지식보다는 제시문 파악에 기초해 문제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었다.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이화여대가 제시하는 논제들은 시사적으로 보인다. 실제 문제를 보자.

·2005년 정시 : <가>, <나>, <다> 는 환상, 신화, 축제와 같은 비일상적인 것들의 의미를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 <라>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정하여 현대 사회 안에서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을 논하시오.
·2004년 정시 : 다음 <가>의 글은 현대 소비 사회의 특성을 묘사하고 있다. 오늘날 <나>와 <다>의 삶의 방식이 <가>의 소비 사회와 갈등을 빚는 이유와 양상을 서술하고, 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관점에서 논술하시오.
·2003년 정시 : 소문이나 평판으로 형성되어 나타나는 타인의 시선은 개인의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음 세 글은 논의의 근거로 삼아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
·2002년 정시: 다음 두 글은 인간과 동물의 본래적 지위에 관해 상반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두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2005년도 정시 문제는 초등학생 층에서 크게 환영받는 그리스 신화의 만화 버전으로부터 촉발된 우리 사회의 신화 신드롬과 관련이 있다. 2003년도 문제는 각종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용이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 프라이버시의 위기 또는 '빅 브라더'의 출현이라는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또, 동물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고려라는 진지한 문제의식은(2002년) 다소 엉뚱하지만 채식주의나 웰빙 열풍과 접점을 갖는다. 소비의 문제(2004년)가 시사성을 가진다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화여대 논술문제가 최근 3, 4년 사이에 일어난 사회 현상들을 소재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의 시사성이라면 입시에서 실전적으로 활용되기 힘들다. 대학입시의 관점에서 실용적인 논제라면 시사적 소재로부터 주제를 예측하거나 제시문의 목록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1년이라면 몰라도 3~4년 사이의 사회 현상들을 논제와 연관시킨다면 그 연관성은 미약할 수밖에 없고, 그런 유형에 대한 예측도 거의 불가능하다. 마치 '이번 시험의 범위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배운 내용 전체' 라는 식으로 알려주는 것과 비슷하다. 시사성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이화여대는 매년 논술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그 문제와 해설, 학생들의 예시 답안과 강평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실제 논술시험에서는 그 해에 치러졌던 모의고사의 형식과 내용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따라서 이화여대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그 해 논술 모의고사 기출문제 정도는 풀어보고 완전히 숙지해야 한다. 합격 가능성을 더 높이려면 최근 3년 간의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될 것이다.
이대를 준비하는 도반들은 사람들을 단순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온전하게 찾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자기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것이므로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서강대학교
서강대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주로 출제하며, 제시문은 고전과 현대문을 제시하여 고전적 관점을 현대의 문제 해결에 적용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주로 평가한다. 논제는 한국 사회에서 쟁점이 되는 문제 중 인간 존재의 근원적 현실과 관련된 철학적인 주제들이 자주 출제되었으며 자유, 노동, 쾌락, 죽음, 역경 등의 주제가 출제되었다.
올해도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인간 정체성의 상실과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철학적인 문제가 출제됐다. 인간 정체성 혼돈의 문제는 그간 꾸준히 다루어진 주제이다. 때문에 논지의 전개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독해가 난해한 고전 지문을 제시하여 암기된 답안이 나올 수 있음에 대비했다.

·2006년 정시 : (1)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실존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현대 사회의 특징적인 두 단면을 제시문 <다>, <라>는 보여준다. 제시문 <가>, <나>의 논지를 요약한 후, 이를 구체적 논거로 활용하여 <다>, <라>가 시사하는 문제점 중 공통점을 중심으로 논술하라. (800~900자, 배점 60%)
(2) 제시문 <가>, <나>의 논거를 구체적으로 활용하여, 제시문 <마>에서 원장이 깨달은 바의 핵심 내용을 추론하라. (500~600자, 배점 40%).
·2005년 정시 : 다음 제시문에는 개인의 실존과 대중(군중)의 익명성에 관한 관점들이 나타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판적 관점에서 논술하라.
·2004년 정시 : 가상공간에서 표현의 자유와 이에 따른 책임의 강조
·2003년 정시 : 노동에 대한 입장
·2002년 정시 : 쾌락에 대하여(네 가지 제시문을 보고, 자신의 견해를 밝혀라)

서강대학교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계속 질문해왔다. 그 관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한 단계 넘어서는 심층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제시문을 제대로 읽고 그것을 넘어서는 사고의 진전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제시문에 나와 있는 내용을 반복해서 전개하는 경우인데, 철학적 사고의 현실 적용 능력, 제시문에 대한 분석 훈련을 함께 해야 한다.

  성균관대학교
성균관대는 06정시에서 모조품 소비현상이라는 친근한 문제를 다루되 뻔한 논의로 흐르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이어스의 「사회심리학」이나 송두율 교수의 칼럼 등 무게 있는 제시문을 통해 논의 수준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05년 정시 : (1) 제시문 <1>은 한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영어 제시문, 주제는 대중음악의 특성이 표준화에 있다는 것.)
(2) 제시문 <2>는 다른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영어 제시문, 주제는 대중음악이 특정한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것.)
3. 아래 표는 어떤 국가에 지난 일 년 동안 고전음악과 대중음악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특성을 비교한 자료이다. 위의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 자료를 해석하시오.
·2004년 정시 : 인간의 정체성, 인간과 동물의 차이
·2003년 정시 : 세계시민사회에 대한 제시문(이념)의 구체적 사례 적용
·2002년 정시 : 자본주의에 기여하는 사회 문화적 조건

성균관대학교는 주제의 통일성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적, 문화적 측면을 다루는 논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대 우리나라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제기하고 있으므로 현대사회와 문화의 특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한양대학교
한양대는 사진과 만화 등 시각적인 제시문을 대폭 강화했다. 텍스트 이해능력과 이미지 이해능력을 측정하고 일상의 친근한 소재에서 사회적인 내용으로 연결해 나갈 수 있는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2005년 : <가>지문은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이다. 먼저 <나>지문(대중 문화는 문화산업에 의해 상업적 목적으로 조작된 신화라는 내용)에 제시된 중심 개념을 도출, 정리한 후, 이를 분석의 도구로 삼아 <가>지문을 참조하여 <다>지문의 '욘사마 현상'을 분석하시오.
·2004년 : 자살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2003년 : 정보화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단일성과 다양성)
·2002년 : 서구문화 및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신식민주의)

한양대학교는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시사문제에서 출발한다. 그 해의 중요한 시사를 살펴보고, 논쟁이 된 것이라면 쟁점을 확인하여 자기 관점을 정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경희대학교
경희대도 2006년도 정시에서 '바람직한 한국인 상'이라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를 주되, 세계화에 부합된 개방성, 문화적 수용력 등 확장된 인식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2005년 정시 : 문화의 충돌을 다룬 제시문과 기후의 변화가 인류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다룬 제시문의 관점을 비교 분석하고, 그 중 하나의 입장을 택하여 인류의 미래를 설명해 보시오.
·2005년 수시 : 공기업 민영화 여부에 대한 자신의 주장
·2004년 정시 : 집단적 이기주의현상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공동선'이 무엇이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공동선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2003년 : 인간의 욕망(현대 문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해결방안)
·2003년 인문 : 환경위기에 대한 대응
·2003년 모의논술 : 현대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

경희대학교는 수시와 정시 구분 없이 시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갈등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태도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경희대는 '문제를 스스로 찾아서 제기하도록 하는 유형'을 내겠다고 이야기하고, 삼단논법으로 자기 주장을 펴라고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에 맞춰서 연습을 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가능한 한 단순화시켜 쉽게 출제하고 수험생 스스로 문제의식과 주제를 발견하여 논지를 전개할 수 있는 내용으로 출제함.

3. 어떤 대비가 필요한가?

대입논술은 시험이고, 시험은 질문과 대답의 형식을 띠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을 질문할 때는 크게 두 가지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특정한 답을 염두에 두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한 답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답변자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전자와 같은 논술의 경우는 아무래도 '정답이 있는' 닫힌 형태가 될 것이고, 후자와 같은 경우 학생들이 비교적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열린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험은 평가를 전제로 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논술출제자들은 시험으로서의 논술에서는 '정답이 있는' 쪽을 선호하게 된다. 작년 역시 크게 예외는 아니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제시문의 독해를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생각을 펼칠 것을 요구했다. 요구 조건 중에 '제시문의 관점을 비교 분석하고', '공통주제 및 제시문의 관계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이를 근거로' 등은 모두 제시문에 대한 독해능력을 묻고 있는 것인데,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러한 내용을 요구조건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논술의 주된 평가영역이 '독해'로부터 출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렇게 학생들의 독해능력을 요구하는 논제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식적 공통점을 지니는데, 이는 A +B > C의 형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어떤 현상을 분석하는데 기준이 될 수 있는 이론이나 내용들을 둘 이상 제시하고, 이를 구체적인 현상에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형식이다. 이것은 곧 '독해를 바탕으로 현실에 적용'이라는 형식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논제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요구하는 것도 결국 이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출제되는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출제된 논제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이 이와 같은 형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특징은 A와 B (현상을 분석하는 기준이 되는 이론이나 관점)을 상반된 두 이론으로 고정화시킨 것이 아니라,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분석해야하는 보다 복잡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단일 제시문이 출제된 경우는 없고, 적어도 2편 이상, 일반적으로는 4편 정도의 제시문을 갖춘 형태로 논제들이 출제되고 있다. 서울대는 무려 7편이나 제시했다. 각 제시문 분량은 짧았지만 의미 분석은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와 같은 논제에 접근할 때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기준이 되는 두 제시문의 관점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느냐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이에 대해 단순한 대립관계로 파악하거나, 아니면 관련성을 찾지 못하고 병렬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분석은 결코 출제자의 의도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논제가 공통적으로 A +B > C의 형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세부적인 방향에서는 학교별로 몇 가지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고려대 유형과 같이 공통적인 주제를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논제는 학생들이 핵심 키워드를 얼마나 정확히 찾는가가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다. 반면, 주제를 명시해주고 있는 경우 핵심 키워드를 찾는 것보다는 제시문에 숨겨진 함의를 충실히 따라 논제를 구성하거나, 이를 기반에 두고 얼마나 깊이 있는 생각을 펼칠 수 있느냐가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다.
또, 성균관대나 연세대와 같이 그림이나 도표를 출제하는 경우도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주제와 관련해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한 평가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도표나 그림은 출제자의 핵심의도를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맺으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각 대학에서 출제된 논제들은 그동안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보다 학생들의 삶에 근접한 소재들을 채택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또한, 독해 능력을 중요시하면서, 정확한 독해능력을 바탕으로 한 복합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특징들이 기본적으로 논술교육의 본래적인 영역에 보다 충실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논술교육이란 어떤 특정한 사고나 가치관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이를 둘러싼 현상들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7년 입시를 준비하는 교사와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매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입시논술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서 보다 편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편한 길이 옳은 길일 수는 없다. 더구나 각 대학이 논술의 본질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최근의 추세에서, 도반들이 입시를 잘 준비하는 비결은 어렵더라도 옳은 길을 가는 것, 논술의 참 의미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본의 첫 단추는 독해력이다. 논술이 단지 자신의 생각을 묻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그 텍스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는 답변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고난도의 텍스트를 많이 내지 않았으나, 올해는 학교별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고난도의 텍스트가 나올 확률이 높다. 따라서 철학적인 주제, 사회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글을 많이 보는 것이 좋은 대비 방안일 것이다. 특히 최근 출판가를 보면 다시 사람들이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경향이 잘 나타난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평전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평전은 한 사람의 위대함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그가 무엇을 결단하고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켜왔는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결국 삶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특히 18세기에 유행했던 사상, 즉 인문적 실용서가 많이 나왔다. 삶의 가치와 본질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전도되는 상황에서 실사구시와 이용후생을 외친 18세기의 사상이 지금 다시 유행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상들을 한번 살펴보면서 그것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돌이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텍스트 독해를 할 때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버리고, 그 텍스트 안에 담긴 의미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훌륭한 글을 읽고도 자기 그릇 이상을 읽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읽은 것이 아니다. 또한 텍스트 독해를 넘어 그 주제를 자기 삶으로 연결시키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그 텍스트에 담긴 내용이 우리 시대에 주는 메시지를 찾았다면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훈련을 내면화하고 체화한다면 올해 입시 논술을 거뜬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