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살림 글살림

|이선희 해오름평생교육원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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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이야기 (3)

풀꽃 각시님

봄이 오기 전부터
기다렸어요.
풀꽃 각시님

콘크리트 가득한 세상이지만
조그만 풀밭이라도 있으면
각시님 볼 수 있겠지

오며가며 이리저리
고개 빼고
살펴보았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제 자리에서
여린 옷깃 여미며
수줍은 웃음 웃는 풀꽃 각시님

고마워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요.
작은 세상 볼 줄 알게 해주셔서요.
너나없이 귀하다는 것 알게 해 주셔서요.

봄은 정말 생명의 계절입니다. 땅위로 온갖 풀들이 돋아나고, 한 겨울 죽은 것 같은 나뭇가지마다 예쁜 꽃들이 피어오르고, 봄꽃들이 피지 않는 나무들은 여린 새 순들을 만들어내느라 저마다 야단들입니다. 사람들이 저 사는 것에 바빠 한 눈 팔고 있다가 문득 쳐다보면 봄은 소리도 없이 많은 생명들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봄이라 해도 3월은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 봄은 어떻게 알고 매화와 개나리와 산수유와 진달래꽃을 피워내는 것일까요? 땅마다 제비꽃이며 꽃다지, 냉이꽃을 소복이 피워내는 것일까요?
우리가 눈앞에 보이는 꽃만 보며 예쁘다 즐거워할 때 나무들은 겨우내 꽃눈을 보살피며 치열하게 제 생명 지키려 애쓰며 지냈답니다. 다른 나무들이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을 때에 봄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가을 낙엽 진 이후부터 봄을 준비했답니다. 풀들도 마찬가지이지요. 키 큰 나무들 틈에 자라지 못하니까 이른 봄 재빨리 자라나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습니다. 냉이 꽃의 하트 모양 열매, 꽃다지의 밥풀 모양 열매 속엔 다 씨들이 들어있습니다.  땅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뭇가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잘 모르지만 저마다 제 생명 키워내려고 갖은 힘을 다 쓰고 있답니다. 이렇게 애써서 키운 생명들은 씨앗이 되어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또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렸을 땐 부모 눈에 보이는 아이들이 부모의 분신인양, 소유물인양 여겨지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부모들이 모르게 부모를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길러주던 보금자리를 떠나 자기 보금자리를 가꿀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사춘기가 되면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부모와 자식들은 이 시기가 되면 대부분 심각한 갈등 상황을 겪게 됩니다. 그 이전부터 부모와 자식간에 틈이 나 있던 사이라면 점점 더 골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식이 서로 이해하고 지혜롭게 넘긴다면 더욱더 사이가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내가 나인 것

『내가 나인 것』(야마나카 히사시 글 / 고바야시 요시 그림 / 햇살과 나무꾼 옮김 / 사계절)은 바로 이 시기의 갈등을 잘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자식이 자신의 소유물인 줄 아는 엄마와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식의 갈등은 너무도 첨예하여 자칫 파국으로 치닫는 듯합니다. 그래서 어떤 선생님은 나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 아이에게는 읽히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단숨에 읽어 내려갑니다.  
이 책은 동화와 소설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연구하시는 분마다 동화와 소설의 차이를 여러 기준으로 나누는데 아이들이 주로 읽으면 동화고, 어른들이 주로 읽으면 소설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읽는 대상에 따라 나누는 것보다는 작품에 담긴  판타지와 리얼리티로 구분하면 더 좋을 듯싶습니다. 동화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고 소설은 리얼리즘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아동문고에 집어넣었지만 아동보다는 청소년, 또 그 부모님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더 이상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단계에서 어른의 세계를 엿보기 좋아합니다. 더 이상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이 실제 세상이 어떤가 맛보기 원한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세상에 좀 늦게 나왔으면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 궁금해서 빨리 나오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치부들이 노골적이고 사실적으로 드러나는 소설들을 아이들이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서히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연구하면서 또 그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서 아이들은 천천히 나아갑니다.

『내가 나인 것』은 일본의 어린이문학 작가이자 평론가인 야마나카 히사시의 대표작입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67년인데 우리나라에는 2003년에 번역되었습니다. 출간 당시 부모와 아이의 치열한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데 40년이 지난 요즘에도 여전히 이런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야마나카 히사시는 무엇보다 이야기의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여서 사건과 모험을 통해 이야기의 즐거움을 톡톡히 느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인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됨으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이 책은 소설의 구성 요소들이 잘 드러나 있기도 합니다. 소설의 구성(인물, 사건, 배경)은 작가가 자신의 중심생각(주제)을 내보이기 위한 도구입니다. 작가는 이야기를 잘 구성함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이야기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읽는 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 인물을 통해 살펴보기

이 책에는 두 중심축이 있습니다. 바로 히데카즈와 엄마입니다.
이 두 사람은 히데카즈의 가출 사건을 계기로 하여 여러 가지 전환을 가져옵니다.
변하는 사람과 변하지 않는 사람. 비극은 그래서 싹트는 것입니다.

* 히데카즈 - 가장 뛰어나다는 뜻의 이름을 가졌지만 뛰어나기는커녕 다섯 형제 중에서 가장 형편없습니다. 어쩌다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체면 때문에 가출을 하게 되지만 가출이란 모험의 경험은 히데카즈를 성장하게 하고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합니다.

* 엄마 - 처음부터 끝까지 성격이 변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자식을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정작 한평생 희생하며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축을 중심으로 다른 인물들이 전개됩니다. 생전 혼날 것 같지 않던 두 형과 누나, 영원히 엄마 편일 것 같던 고자질쟁이 마유미, 데릴사위로 들어와 기죽어 지내던 아버지는 히데카즈의 변화에 힘입어 점차 자기 모습을 깨달아갑니다. 히데카즈가 가출해서 만나게 된 나츠요는 자신의 어머니를 버린 할아버지를 용서하고 받아들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외로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외로움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이고 그 외로움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지만 달팽이처럼 자기 속으로만 들어갑니다. 이 외로움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요?
히데카즈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달팽이집을 버리고 세상 밖으로 나옴으로써 스스로 자기 상처를 치유합니다. 순수하고 당당한 히데카즈와 나츠요의 마음을 통해 다른 주변 인물들도 점차 자신을 깨닫고 치유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 사건을 통해 살펴보기  

* 가출 사건

이제까지 나를 길러주고 보호해주던 집이 점점 더 나를 가두는 우리가 됩니다. 나는 그 우리를 벗어나 내 맘대로 살고 싶습니다. 때문에 사춘기 전후의 아이들은 으레 한번쯤 가출을 꿈꾸게 됩니다. 신화의 주인공들이 각자 자기 길을 떠나는 것처럼 아이들은 집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길 원합니다. 가출이란 말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모험적으로 들리나요? 그러나 실제로 가출을 감행할 용기가 있는 아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지󰡑하고 애초부터 꿈조차 꾸어보지 않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지요. 그렇지만 집을 나가봐야 고생도 알게 되는 것입니다.(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도 가출하면 어떡하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이 책이 가출에 대한 간접경험을 하게 해 줌으로 집을 나가지 않고서도 자기 집의 고마움을 알게 해줄 것입니다.)
히데카즈의 가출은 히데카즈로 하여금 자기를 돌아볼 줄 알고 자기 주변의 세상을 살펴보게 하는 귀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또, 나츠요를 통해 조금씩 남자로, 어른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 모험 이야기

가출이 소설의 사실적인 요소가 된다면, 가출 후 겪는 모험 이야기는 동화의 판타지적 요소가 됩니다. 사실 이 이야기에 히데카즈가 겪는 모험 이야기가 없다면 얼마나 싱거울까요?  우연히 뺑소니 사건을 목격하고, 다케다 신켄의 보물을 찾고, 나츠요의 엄마를 미끼로 할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마사나오의 계략을 폭로하는 히데카즈는 더 이상 엄마한테 잔소리나 듣던 어린 소년이 아닙니다. 뺑소니 사건을 보고도 겁이 나서 움츠리던 히데카즈는 이제 당당히 세상의 어두운 모습을 향해 걸어 나가 자신을 밝힐 줄 알게 된 것입니다.    


♡ 배경을 통해 살펴보기

이 책의 이야기는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시작됩니다. 집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이 배경은 어느 새 시대적인 배경으로 옮아가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공부 못 하는 아이와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의 구도는 『철수는 철수다』등 여러 동화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히데카즈가 가출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배경에는 일본현대사의 질곡이 그대로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과거를 통해 나타나는 관동 대지진 때의 조선인 대학살, 대동아 전쟁 때의 한국인 징병 등은 스쳐 지나가는 과거처럼 나오지만 할아버지에게는 평생 씻지 못할 오욕으로 남아있습니다. 『맨발의 겐』(나카가와 케이지 / 아름드리 미디어)같은 작품들은 일본의 오만한 군국주의, 침략주의, 독선적 우월주의가 부른 전쟁의 참상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전쟁을 겪었기에 오히려 일본 문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평화주의, 휴머니즘에 기초한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질곡 속에 성장한 학생들은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학생 운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419혁명에 의한 정권 교체는 아시아권 여러 나라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큰아들 요시카즈는 공부만 하는 대학생이었지만 전단을 뿌리던 친구가 기동대에게 맞는 것을 말리다가 같이 경찰에 잡혀가고, 둘째 아들 마사카즈는 학교 도서관에 불온 서적을 없애려는 교무주임과 맞서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밤에 야간학교를 다닐 수 있는 회사에 다니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 뒤에는 그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 토의거리 찾기

1. 히데카즈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인가요? (성격)

2. 요시카즈는 엄마에게 이 사회의 책임을 묻습니다. 엄마의 태도에 잘못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엄마처럼 남을 사랑할 줄 모르고, 눈앞의 이익만 좇아 결혼을 하고, 자기만족을 위해 자기 자식들한테 공부를 강요하고, 눈앞의 사소한 안락을 위해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일류회사에 집어넣고, 아무 탈 없이 지내려는 어른들이 이 부정으로 문드러진 사회를 만들어 버렸다고요. 그 책임은 엄마한테도 있어요! (240쪽)

3. 히데카즈의 가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요?
체면 때문에 결국은 가출을 하고 마는 히데카즈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가출의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원인 살펴보기)

4. 히데카즈와 나츠요의 인물됨을 비교해 봅시다. 히데카즈가 나츠요에게 배우게 된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5. 가출하기 전의 히데카즈와 가출에서 돌아온 히데카즈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 마무리 활동하기

* 이야기 재구성하기

이 이야기는 3인칭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6학년 정도의 시기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님과 사소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어머니와 견주어 볼 것입니다. 히데카즈 어머니는 사사건건 자식과 엇나가기만 합니다. 그 이유는 어머니의 이기주의적 태도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작품을 다시 이해해 봅니다.

* 뒷이야기 쓰기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 보면 엄마의 마지막 보루이던 집마저 불타 아무 것도 없게 됩니다.
히데카즈는 집이 불탔지만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다고 합니다. 집이 불타 없어졌다는 것은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잃었다는 이야기이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상하 관계이던 가족 관계가 평등 관계로 바뀌어 새로운 이야기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족 관계의 변화에 중점을 두어 뒷이야기를 써 봅니다.

* 대안 생각하여 글쓰기

󰡒가출은 정당한가󰡓
히데카즈는 엄마에 대한 반항의 방법으로 가출을 감행한 덕분에 모험도 하고, 나츠요도 만납니다. 그런데 과연 가출은 나의 뜻을 가족들에게 알리기에 정당한 방법일까요? 책 속의 가출은 모험적이고 즐겁게 그려지지만 현실에서의 가출은 어떨까요? 히데카즈가 즐겁게 모험을 하고 있는 동안 가족들의 마음은 괴로웠을 것입니다. 히데카즈가 가출하는 대신 어머니와의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주제 심화하여 글쓰기

엄마는 내 얼굴 따위 보기 싫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이 얼굴을 보여주겠어. 엄마는 나를 때릴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을 거야. 누가 뭐래도 나는 엄마의 아들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겠어. 그리고 나는 나라는 것도 알려주겠어! (276쪽)

이 이야기의 주제는 결국 󰡐나는 나다󰡑입니다.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내가 남과 같은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내가 보낸 과거의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구성해 온 요소가 되지만 지금 나의 노력은 미래의 나를 결정하는 요소가 됩니다. 예전에 특별히 생각나는 추억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주로 하는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되고 싶은 내 모습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 가며 나에 대해 정리합니다.

♣ 부모님들께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어머니들이 먼저 읽어보아야 할 작품입니다. 주변에 보면 이런 엄마 한 둘은 꼭 있습니다. 아이의 능력이나 아이가 겪는 마음고생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에게 1등을 강요하고, 일류대 입학이 가족의 염원이 되어 모든 정성을 다 들입니다. 요즘은 교육 매니지먼트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매니저들이 스타들의 일정을 관리해주고, 계약을 대행해주는 것처럼 엄마는 아이의 교육 매니저가 되어 아이의 행동이나 아이의 친구, 아이가 보내야할 시간, 공간까지 결정합니다. 매니저 엄마들은 아이의 교육에 자신을 올인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일류대에 들어가게 되면 아이와 성공을 같이 나눕니다. 그러나 아이에겐 어디까지나 아이의 삶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어린 시절 역시 아이의 것이고, 한번 가면 그만인 귀중한 그 시절에 공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능력들도 함께 키워나가야 합니다.
칼릴 지브란이 자녀에 대해 한 이야기는 그래서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너희 아이는 너희 아이가 아니다

그러자 아이를 품에 안은 한 여인이 말했다.
󰡒우리에게 아이들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말했다.
너희의 아이는 너희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큰 생명의 아들딸이니.
저들은 너희를 거쳐서 왔을 뿐 너희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다.
또 저들이 너희와 함께 있기는 하나 너희의 소유는 아니다.

너희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어도, 너희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저들은 저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저희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저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다. 너희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에서도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너희가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너희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생명은 뒤로 물러가지 않고,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너희는 활이요, 그 활에서 너희의 아이들은 살아있는 화살처럼 날아간다.
그래서 활 쏘는 이가 무한의 길에 놓인 과녁을 겨누고,
그 화살이 빠르고 멀리 나가도록 온 힘을 다하여 너희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너희는 활 쏘는 이의 손에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분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듯이 또 흔들리지 않는 활도 사랑하기에.

칼릴 지브란의 시 「예언자」를 해석한 책
『또 다른 여인이 나를 낳으리라』1권 가운데에서
(오쇼 라즈니쉬 글 /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