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딩'을 향한 세 가지 마법
- 『사이시옷』

강순옥 | 논술교사

대상: 중학생
시간: 150분
함께 읽은 책:『사이시옷』(손문상 외 7인 / 창작과비평사)
함께 본 영화:『여섯 개의 시선』중「신비한 영어나라」
학습목표:
1. 학생 인권이 유린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2. 나의 미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꽃가루 흩날리는 화창한 늦봄 오후. 얼마 전 중간 고사를 마친 아이들이 모였다. 에어컨은 아직 시기상조인 날씨, 시원한 바람과 적당한 햇빛 덕에 교실은 평화로운 흐름을 타고 있었다. 이 좋은 날 하필 인권을 주제로 한 수업을 하게 되다니! 더군다나 수업을 열면서 이렇게 잔인한(?) 영화를 보여주게 되다니! 모두 내 결정이었지만 순간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한번 빗장을 열어보자, 어차피 현실은 날씨에 맞춰 움직이진 않는 무거운 돌덩이 같은 거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의 학생 인권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육중한 바위덩어리 같은 거 아니겠는가. 오늘 이 따뜻함 속에서 현실의 냉혹함을 냉수 마찰하듯 온몸으로 느끼는 것도 아이들에게 보약이 될 수 있으리란 조심스런 희망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함께 본 영화는 인권영화 『여섯 개의 시선』(국가인권위원회) 중 「신비한 영어나라」(박진표 감독)라는 단편이다. 부유층에 유행한다는 설소대 수술을 통해 영어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사회의 병폐를 꼬집는 작품으로, 사실적인 혀 수술 장면이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첫 장면. 영어 유치원 학예회에서 소년의 부모는 연신 캠코더의 렌즈 속으로 제 자식의 앙증맞은 공연을 자랑스럽게 구경한다. 어린 것이 뭐라고 뭐라고 영어 노래를 하고 영어 대사를 하는 것이 무척 신비했던 그의 부모는 욕심을 내서 'r'과 'l' 발음의 확실한 구분을 위해 자식의 혀 밑바닥을 절개하는 수술을 감행한다. 마취도 제대로 안 한 수술! 아이는 이내 메스가 가하는 절개의 충격과 고통, 이어서 들이닥치는 실과 바늘의 협동 작업으로 인한 찢어질 듯한 고통으로 신음하며 축 늘어진다. 토끼 인형 털옷을 입은 간호사가 연신 아이를 달래고 어른다. 엄마는 자식이 몸부림치지 못하게 다리를 꽉 잡으면서 '이게 다 널 위한 거'라고 감히 위로한다. 수술 직후 소년의 아빠라는 사람이 남긴 메시지도 황당하다. 수고한 아들에게 맛있는 걸 사 주라는… 아들의 입에 불을 지르란 말인가! 더불어 수술이 완벽한 걸 보장하진 않으니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집에서 발음 훈련을 열심히 시켜야만 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의사 선생의 자기 방어 논리 앞에선 아연실색케 된다. 부모, 의사들은 합심이 되어 이토록 노력하건만 정작 우리 꼬맹이들은 이렇게 끄적거린다. "지구가 온통 내 것이면 좋겠다, 영어 공부 안 하게!", "영어 선생 토마스만 보면 토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데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눈을 아예 감아버리고 난리가 났다. 저거 뭐하는 짓이냐고 질문을 퍼붓는다. "어머, 너네 저 수술이 유행인 거 모르니?" 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여태 몰라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영화를 본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해 보라 했더니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 "잔인함의 극치!"와 같은 대답들이 나왔다. 이유를 물으니 부모 욕심 채우려고 아이 잡는 꼴이기 때문이란다. 잘난 부모는 자식도 자기처럼 잘나게 만들려고 하고, 못난 부모는 자식만은 잘나게 만들려고 하고!
의사 선생이 수술을 끝내고 지금부터의 훈련이 중요함을 재차 강조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들 한다. 수술로 일단 돈은 벌되 수술이 결코 다는 아님을 환자 부모에게 계속 각인시키면서 "내가 구강 구조를 물리적으로 개조시켜줬으니 훈련은 당신네가 철저히 시켜, 내 책임 물을 생각은 말고!"하는 식으로 미리 선수를 친다는 뜻이다.
이렇게 우리들은 자식의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개조하려는 부모들과 소위 '교육 사업'으로 한몫 챙기려는 수많은 장사치들의 존재에 대한 분노로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펼치기

1. 내 생각 보태기

인권만화집 『사이시옷』에는 여덟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모든 작품을 1차시에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은 무리인 탓에 이번 시간은 인권영화 「신비한 영어나라」에 이어 학생들의 인권 문제를 다룬 「새대가리」, 「해리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 '호구왔다'가 무슨 뜻인지 아이들은 몰랐다. '호구'는 가정 경제 수준 정도로 해석하면 되고 '왔다'는 소위 캡이다, 짱이다, 훌륭하다, 최고다란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둘을 합치면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대접받는'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즉 '호구왔다 마법학교'는 가정 경제 수준에 따라 차별이 행해지며 잘 살면 대접받는 학교를 상징하는 명칭이다.)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작품을 소개해 보라고 하니 마침 자신의 현실, 고3인 언니의 현실과 너무 흡사하다며 「새대가리」를 지목한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들은 우선 이 두 작품을 나의 현실과 관련시켜 적극적으로 해석해 보았다.

1) "10대에 죽어도 끝내야 할 15가지, 고2 전에 안 하면 안 될 10가지, 고3 때 정말 후회할 20가지"를 합쳐, 지금 나에게도 "중3 때 반드시 해야 할 5가지" 같은 것이 있는지 써보자. (104쪽)

공부(내신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까)
독서(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자발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은 억지로라도)
장래 준비(PD가 되고 싶은 나만의 꿈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두고 공부할 게 많다!)
충분히 놀기(놀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내게 맞는 효율적인 공부 방법 익히기
영문작 연습해서 기초 다지기
1, 2학년 때 열심히 안 한 수학의 기초도 확실히 다지기
정치, 사회 등 시사 분야에 관심 가지고 공부하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책 읽기

이번 중간고사 망친 탓에 1학기 말, 2학기 중간 고사 땐 반드시 목표 등수에 도달해야 한다.
일본어책, 단어책 떼기
만일을 대비하여 외고 시험도 준비하기
문학 작품 많이 읽기
수학 고2 -1학기 것까지 예습 끝내기

외고 가기만 하면 핸드폰 사 주신다니 되든 안 되든 일단 외고 준비
국어 과목이 조금 부족하니 책 많이 읽고 논술도 열심히
영어 레벨 업그레이드시켜 우수반으로 옮겨가기
수학에서 계속 앞서가기 위해 고등 수학 미리 예습하기
PC방 들락거리는 버릇도 좀 고치기

☞ 예상대로 '공부' 중심의 목표들이다. 좋은 친구 만들기라든가 나만의 여행, 뜻 있는 봉사 활동, 취미생활 등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활동을 기대한다거나 충고하는 것 자체가 도리어 미안할 지경이었다. 아이들이 적은 5가지 목표 속엔 정작 아이들이 없는 느낌이었다.

2) "우린 양계장 속의 날지 못하는 닭들"+"학교(공립 감옥)와 사설 감옥"과 같은 비유적 표현으로 내 처지를 표현해 보자. (111쪽, 117쪽)

청개구리, 저 산 꼭대기로 뛰어오르고 싶다!
나는 비상을 준비하는 아기 새!
나는 수많은 덫을 부숴야 살 수 있는 짐승!
우리는 공장에 들어가는 상자 속의 태풍!

☞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경험하고 선택하는 목표보다 강요되는 목표에 사로잡힌 아이들이기에 스스로를 이렇게 비유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까? 처음 두 개를 읽으면서 안도감이 느껴지고, 나머지 두 개를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만큼 소름이 돋는 것은 왜일까? '짐승'과 '태풍'의 포효하는 울부짖음이 귓가에 들리는 듯 아이들의 표현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3)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인생 5등급"+"대한민국 세 가지 마법"은 무엇일까? (115쪽+139쪽)

◈ 대한민국 인생 5등급

◇ S대 이상 해외명문대 출신·부자 부모·부동산 다수 보유 / SKY대·고소득연봉·강남아파트 / 서울 소재 대학·정규직·자기집 소유 / 지방대·정규직·전세 / 고졸이하·비정규직·월세나 사글세

◇ 특목고나 외고 졸업·명문대 졸업·좋은 직장 / 명문대 졸업·좋은 직업 / 4년제 대학 졸업·보통 직업 / 후진 대학 졸업·비인기 직업 / 지방대·실업자

◇ 이름있는 대학 졸업·부자 / 이름있는 대학 졸업·직장 있는 사람 / 지방대 졸업·직장 있는 사람 / 고졸·직장 있는 사람 / 고졸·실업자

◇ A - 조용하고 노트정리 잘하고 SKY대 주최 과학영재학교나 영재교육원 다니는 아이들
   B - 어느 정도 공부 잘하고 외고나 과학고 준비하는 학생
   C - 전과목 학원 다니는 여느 아이들
   D - 공부는 못하나 조용하거나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아이들
   E - 공부도 못해, 선생님 말도 안 들어 거의 쓰레기 취급받는 아이들
   (참고로 우리나라 교육은 C그룹 중심이거나 A중심이고 B는 거의 없는 것 같다.)

◈ 대한민국 중딩을 향한 세 가지 마법
특목고를 가라 / 영어를 잘 해라 / 옷을 잘 입어라
학생도 우울증, 부모도 우울증, 교사도 우울증 / 부모님 텅빈 지갑 / 물질만능주의
특목고 / 전교 5% / 왕따는 되지 말자!
특목고 / 명문대 / 고액 연봉
  
☞ 아이쿠, 갈수록 첩첩 산중이었다. 부모님 기대에 맞게, 사회적 인식에 맞게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폼나게 갖추어야 한다는 아이들의 강박관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작태를 '물질만능주의'로 지적하는 비판도 잊진 않았다. 『사이시옷』책 전반에 '양극화'의 문제가 나타나 있는데 '새대가리'와 '해리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 역시 이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거론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는 귀속 지위에 따른 신분제 사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경제적 신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이 경제적 신분 속엔 학벌, 집안, 직업 등의 요소까지 합체가 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점점 개인의 순수한 노력과 재능에 따라 삶이 결정되기보다는 개인의 배경, 특히 부모의 학력과 재산, 사회적 지위가 실로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우리는 굳이 이 만화를 읽지 않고도 우리 삶의 현실 곳곳에서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란 점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이런 경제적 신분제는 사실 고대, 중세의 신분제와 다를 바 없고아니 자유롭지 않으면서 자유롭다 하고 평등하지 않으면서 평등하다 하기에 더 잔혹한 신분제 사회가 아니고 무엇인가?

2. 토론해 보기

1) "가정환경조사서", 무엇이 문제일까? (137쪽)
☞ 작품에서 학생 차별의 도구로 사용된 가정환경조사서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에선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이름, 나이, 연락처, 직업 등만 간략히 기입하면 되는 분위기이고 그것 가지고 이렇다 할 차별은 하지 않는 것 같다고들 하였다. 그렇다면 작품 내용이 현실을 다소 과장한 것이라고 비판해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이미 비슷한 경제적 환경을 갖춘 아이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2) 왜 "국영수"만 중심 과목인가? 이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일까? (143쪽)
☞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국어를 강조함과 동시에 세계화 운운하며 영어 역시 강조하는 교육부의 처신 앞에서 혼란을 느낀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수학 과목은 전문 분야로 나가지 않을 바엔 그다지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는데도 너무 어려운 내용을 가르쳐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면서 수학을 선택 과목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입 수능에서 세 과목 배점이 가장 높고 또 논술 땜에 국어는 중요해졌고 영어는 혓바닥 수술까지 해가면서 잘하려고 하는 지경이니 그만 학교에서 국영수만 가르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한탄하기도 하였다. 기타 과목은 홀대당하고 기타 과목 선생님들도 같이 홀대당하는 문제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시험 때만 바짝 외우고 평소에는 소홀히 여기고 마는 나머지 과목들…. 국영수 중심의 학습 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일이 아니라 특단의 조치가 내려져야 할 문제라는 데 모두 의견을 모았다.

3) 왜 대학은 반드시, 당연히 가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일까? (144쪽)
☞ 대학, 그것도 명문대를 나와야 사람 대접을 받는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요즘에는 대학 나온 사람도 그나마 흔해지고 이들 중 청년실업자도 엄청나기 때문에 더 확실한 대학에 진학하여 더 확실한 직장을 가져야만 살아남는다는 생각들을 다들 하고 있었다. 아직 대학도 안 갔고 대학을 졸업해 보지도 않은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똑같은 미래를 예측하고 있을까? 정말 한번 걸리면 풀려날 길 없는 초강력 마법에 아이들이 모두 걸려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인식은 자신이 명문대를 나오고 사람대접을 받기 전까진 결코 아이들을 자유롭게 놔둘 것 같지 않았다. 또 구태여 말하진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이 낙오자가 될까봐, 아니 벌써 낙오자의 대열 속에 편입되어 간다는 불안이 이심전심 강하게 느껴졌다.

4) "체벌"을 통한 "훈육",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149쪽)
☞ "체벌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 쓰일 수 있지만 이미 쓰레기로 판명된 자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은 문제를 더 일으키도록 부추기는 촉진제일 뿐이다"라는 견해가 있었다. 또 "학생을 진정으로 위한 방법은 아니다. 전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확신은 못하겠다.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쉽게 손찌검을 하기보단 말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설득이 힘들겠지만 체벌과 같은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고 결과적으로 학생을 더 망가뜨린다."라는 견해도 있었다. 작품에서 '라이징 손'이란 교사는 심심찮게 학생들을 구타하고 차별을 일삼는 부정적 인물로 묘사되었는데 우리 아이들 주변에 이 정도의 악랄한 교사는 다행히 없다고 한다. 초등 때 무시무시한 선생님을 경험하기 했으나 중학교 오니까 조금은 사람 대접을 해 주는 것 같아 만족한다는 아이도 있었다. 또 한 학교는 체벌용 매를 지정해 두고 그 매 이외의 것으로 체벌하는 것을 금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정작 그 매로 체벌할 경우를 규정해 두지 않았다는데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가 아닌가 싶었다. 지정된 매이기만 하면 아무 때고 교사의 판단으로 체벌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체벌 논란을 짧은 토론으로 정리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또 체벌이 옳다 그르다 쉽게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 다만 체벌에 교사의 감정이 묻어 나오고 그로 인해 학생의 인권이 유린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마무리

대지 아빠 등짝의 날개 흔적(118쪽)은 아이들과 결국 한 배를 타고 가는 부모님들의 현실을 처연하게 보여 주고 있다. 자신들의 날개도 기꺼이 떼이고 아이들의 날개도 어쩔 수 없이 떼어놓아야 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관계, 사회의 개인의 관계 앞에서 암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대가리」, 「해리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 두 작품은 학생 인권이 유린되는 현실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고통받는 것은 학생만이 아니며 가해자는 부모, 교사, 학교만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누구보다 날랜 솜씨로 정확하게 작동하며 우리 모두의 고유한 날개를 떼어낸 채 현실 순응과 경제적 신분 유지 내지 상승을 향한 치열한 생존경쟁을 운명처럼 펼쳐 보이는 저 마법사를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날개를 숨기고 있다"는 한 친구의 고백은 위안이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날개와 그 날개짓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가 되어야 하고 되기를 바란다. 무엇을 향해 어디로 날아가든 그건 각자의 몫이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름다운 비행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은 이것을 돕는 친절한 도우미가 되어야 할 뿐이다. 그리고 교육은 무엇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람이 있고 사람들은 모두 귀하고 평등하다'는 가치를 꼭 가르쳐야 할 것이다.
화창한 봄날, 일그러진 현실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는 건 고통이었다. 아이들은 헷갈려하고 있었다. 날개를 떼야 하는지, 달아야 하는지. 도대체 내게 아직 날개가 돋기나 한 건지….만약 환영받지 못할 날개가 돋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러나 이 헷갈리는 고민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출발점이라고 마음을 다해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