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심은 씨앗
- 제 9회 해오름 어린이 겨울학교 (1)

한재용 |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교사

사례 교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재용 선생님께서 6학년 모둠 활동을 중심으로 써주신 글입니다. 겨울학교 전반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호 「제 9회 해오름 어린이 겨울학교 (2)」에 싣습니다. 편집자

제 9회 해오름 어린이 겨울학교

여는 날:
1차 2006년 1월 9일 ~ 1월 11일
2차 2006년 1월 1일 ~ 1월 13일
여는 곳: 해오름 살림학교(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춘당리 구 금평분교)
참여대상: 초등 1~6학년, 60명(각 회당)
준비물: 침낭, 속옷, 양말, 비닐, 여벌옷, 필기구(나무색연필), 세면도구, 모자, 장갑
※과자, 음료수, 돈, 게임기, 만화책, MP3는 가져오지 마세요.

해님 고개 숙이고 겨울 겨울이 오면
나무 나무들마다 조용히 잎 지네
나뭇잎 모두 떨어져 외로워 보여도
새들과 함께 나의 마음도 늘 곁에 있어요.

춥고 외로운 겨울입니다. 따스한 봄날 꽃피던 흔적과 무성했던 여름, 아름답던 가을 단풍이 흔적도 없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누리에는 잎을 떨군 외로운 나무들만이 찬바람을 견디며 외로이 겨울을 납니다. 봄날이 멀게만 느껴지는 겨울 ‘깊은 하늘의 뜻과 고운 땅의 결을 내 안에 담아’ 라는 주제를 담아 아홉 번째 겨울학교가 횡성의 청일분교에서 열렸습니다.

첫날, 설레임으로 다가서기

별 이름표 만들기
초 만들기
씨앗관찰하고 나무 그리기

둘째 날, 솟대에 소원을 빌며

솟대 만들기
마음의 씨앗 나누기

셋째 날, 나 자신만이 할 수 있어요

표현율동
선그림 그리기

첫날, 설레임으로 다가서기

동장군의 기세가 누그러질 줄 모르고 맹위를 떨치는 날, 이른 아침 횡성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여름에 만났던 친구들이 건강한 얼굴로 인사를 하니 반갑고 불량감자 성우는 짝꿍불량감자가 안 왔느냐며 두리번거립니다. 하루 전에 생일을 맞은 한 아이를 위해 어머니가 따끈한 떡을 차에 실어주셨습니다. 휴게소에 들르는 시간에 맞추어 떡을 나누어 먹고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 다함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이번 해에는 처음가보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겨울학교 주제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깊은 산 속 옹달샘…’하며 얼버무립니다.
“그럼 겨울학교에서는 무얼 하지?”
“시를 외워요.” “썰매 타요.” “눈싸움해요.”
깊은 산 속에 흐르는 옹달샘도 맛보고 시도 읽고 눈썰매도 타고 초도 만들고 솟대도 만들다보면 ‘깊은 하늘의 뜻과 고운 땅의 결을 내 안에 담아’ 돌아 갈 것입니다.
청일분교에 도착하니 운동장에 흰 눈이 백설기처럼 포근하게 깔려 있습니다.

별 이름표 만들기

초등5~6학년 무렵의 아이들은 달과 별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잠이 안 오는 밤엔 하늘의 별을 보며 왠지 모를 아득함에 가슴이 저려오는 시기를 맞습니다. 별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옆의 별이 눈에 띄고 이리저리 눈을 돌려 더 많은 별들을 찾아냅니다.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많은 궁금증이 별빛처럼 솟아납니다.
겨울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 별 이름표를 만들며 내 안에 빛나는 무엇인가를 한가지 씩 찾아보았습니다.
모둠 방에는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온 별을 창문과 벽에 걸어놓았습니다.
“여러분과 만나서 반가워 이름표를 만들려고 해요. 친구들이 벽에 붙여둔 별 모양으로 만들거예요. 내 안에는 어떤 빛나는 것들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만들어 보세요.”
“이름표 안 만들면 안돼요?”
“2박3일 동안 지내게 될 텐데 같은 모둠에서 지내면서 이름을 몰라서 어깨에 끈 달린 옷 입은 아이, 다리 옆으로 포개며 앉는 아이 이렇게 부를까?”
“하하하”
“그런데 빛나는 것은 뭐에요?”
“그건 평소에 주변사람들이 나를 칭찬하는 말이나 내가 생각하는 자랑거리들을 말하는 거야. 우리는 평소에 그 사람을 빛나는 점을 보기보다 잘못이나 못난 점을 많이 말해. 그러나 빛나는 점을 많이 보고 말해주면 그 빛남은 점점 밝아져서 별처럼 진짜 빛이 나게 된단다.”

목소리를 맞추어서 시를 함께 읽고 이름표를 만들었습니다.

_임길택

별이 될 때가 있단다
별이 될 때가 있단다
제 가진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
갖고 싶어 하는 동무에게 아무도 몰래 슬쩍 건네주고
잠든 밤엔 저도 몰래 별이 된다는 구나

일소처럼 순한 짐승들 눈을 들여다보며
그 맑은 눈 그 마음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든 밤엔 별이 되어 하늘에 뜬다는 구나

우리 동무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울고
길모퉁이에 외로이 서 있는 나무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이는
밤마다 밤마다 별이 되어
세상의 평화를 노래한다는 구나

아이들만이 이렇게 별이 될 때가 있다는 구나

별 이름표 만들기

<준비물>
기름종이(3.4cm ×4.9cm) 8장, 파스텔, 색지, 목걸이 끈, 송곳, 휴지, 색연필

<만드는 법>

① 기름종이에 파스텔을 칠한 다음 휴지로 닦아냅니다.
② 종이를 가로방향으로 반 접습니다.
③ 접은 선을 중심으로 양쪽 끝을 세모모양으로 접습니다.
④ 한쪽 끝을 다시 반으로 접어 방패 모양이 되도록 접습니다.
⑤ 나머지 일곱 장을 접어 넓은 부분이 반씩 겹치도록 풀칠하여 붙입니다.
⑥ 만들어진 별 모양을 색지에 붙이고 별 끝이 잘리지 않게 팔각모양으로 오립니다.
⑦ 별 모양 가운데 들어갈 크기로 색지를 잘라 이름을 써서 풀로 붙입니다.
⑧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줄을 매달아 목걸이 이름표를 완성합니다.

이름표를 만들어서 목에 걸고 서로 이름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실 한 뭉치를 처음사람이 손에 들고 자기소개를 합니다. 처음사람이 실 끝을 쥐고 실 뭉치는 옆 사람에게 넘겨집니다. 실 뭉치가 풀리면서 마지막사람까지 소개가 끝나면 아이들은 실의 한 귀퉁이 씩 잡고 있고 실은 별모양으로 엉켜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풀린 실을 되감아갑니다. 소개를 마쳤으니 이제는 옆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실을 건네줍니다. “주영이가 연지에게” “연지가 지연이에게” “지연이가 지우에게” 아직 서먹함이 가시지 않아 아이들의 목소리는 수줍지만 옆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됩니다. 연결된 실 뭉치가 말해주듯 우리는 겨울학교 동안 하나로 연결된 끈처럼 함께 생활하게 될 한 모둠입니다. 불편해도 싫은 점이 있어도 잘 참고 서로 배려하며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초 만들기

초는 자기 몸을 태워서 세상을 밝힙니다. 세상을 밝히는 일은 자신을 변화시킬 때 가능합니다. 내 안에는 어떤 빛이 숨어 있을지 궁금합니다.
내 안에 빛을 밝히기 위해 나의 마음을 담아 밀랍을 녹여서 초를 만들었습니다. 밀랍은 벌들이 꿀을 보관하고 알과 애벌레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육각형의 벌집입니다. 밀랍은 꿀과는 다르게 벌이 몸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입니다. 밀랍은 초를 만들뿐 아이라 떡을 만드는데도 사용하고 치과에서 이의 본을 만들기도 하고 인형을 만들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편지를 밀랍으로 봉인하기도 했습니다.
밀랍으로 만든 초는 파라핀으로 만든 초와는 다르게 인체에 해로운 연기를 내뿜지도 않고 세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밀랍으로 초를 만드는 동안 향기로운 벌꿀냄새가 방안 가득 퍼져서 달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촛대 만들기

<준비물>
모래종이, 나무 색연필, 나무

<만드는 법>
① 나무를 모래종이로 갈아서 부드럽게 다듬어줍니다.
② 전통문양이나 자연의 무늬를 색연필로 꾸밉니다.
③ 이름을 써넣어 나만의 초 받침대를 만듭니다.

밀랍초 만들기

<준비물>
밀랍, 심지, 중탕기

<만드는 법>
① 밀랍을 잘게 썰어 중탕기에 녹입니다.
② 15cm길이로 심지를 자릅니다.
③ 밀랍이 완전히 녹으면 심지를 넣고 일곱을 셉니다.
④ 실을 꺼내 약간 식으면 심지를 잡아당겨 모양이 바르게 되도록 만져줍니다.
⑤ 두 번째부터는 심지를 넣고 셋을 센 후에 꺼냅니다.
⑥ 밀랍이 방울져 흐르는 것이 멈추도록 잠시 기다린 다음 서늘한 곳에서 밀랍이 식을 때 까지 기다립니다.
⑦ 10~15회 반복하면 초가 만들어 집니다
⑧ 초가 완전히 식은 후 아랫부분의 뾰족한 곳을 잘라내고 연필로 초에 이름을 새깁니다.

초를 만드는 동안 조용히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한결 가라앉습니다. 초를 채 식히지 않고 녹인 밀랍에 담그면 물결무늬가 생기기도하고 더 굵게 만들려고 3초 이상 밀랍에 담그면 오히려 초가 더 가늘어집니다. 다 만들어진 초를 가지고 모둠 방으로 돌아와 미리 준비한 촛대에 나란히 세우고 그 중 하나의 초에 불을 붙였습니다. 빙 둘러서서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니 작은 초 하나로 밝히는 빛이 방안에 가득 찹니다.

내 마음 속 작은 씨앗 찾기

이야기 들려주기

나의 마음을 밝히기 위한 초를 만들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고 착해진 기분이 듭니다. 선생님이 강아지똥 그림책을 펼쳐 들고 읽어주셨습니다 처음에 “시시해요”라고 말하던 친구들도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기며 차분히 들려주시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마음이 책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습니다. 강아지똥이 자신이 똥이라며 슬퍼하는 대목에서는 얼굴이 어두워지고 민들레꽃으로 피어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이들의 얼굴도 덩달아 꽃이 되어 피어났습니다.
선생님은 미리 준비한 씨앗상자를 꺼내어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씨앗을 고르게 했습니다.
세상에는 씨앗이 참 많기도 하지만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씨앗은 모양이 참 예쁘고 신기합니다.
“이게 무슨 씨앗이에요?”
“선생님도 이 씨앗들 이름을 잘 몰라요. 그래서 이 씨앗들 이름이 무엇이고 어디서 자라는지 여러 친구들이 밝혀내야 돼. 씨앗 모양을 잘 살펴보고, 이 씨앗을 심으면 어떤 모습으로 자라며 꽃은 어느 계절에 어떤 모양으로 피는지 상상해서 여러분이 만든 공책에 그려 넣어보세요. 그리고 이름도 지어보세요.”

씨앗관찰하고 나무 그리기

어린이들은 저마다 씨앗 하나와 만나고 있습니다. 씨앗은 어린이들의 마음에 금세 뿌리를 내리고 저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씨앗을 꼭 닮은 모양의 꽃을 그리기도 하고 공책의 두 면을 잇는 커다란 나무를 그리기도 합니다. 어떤 어린이의 나무는 공책의 작은 귀퉁이에서 말라죽었습니다. 물을 안 줘도 혼자서 잘 자라는 나무를 그린 어린이도 있습니다. 나무줄기는 가늘지만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습니다.
땅에 떨어져 싹이 트고 자라는 모든 씨앗처럼 어린이들도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 같은 존재입니다. 크고 무성하게 자라는 튼튼한 나무를 그린 어린이는 어린이 자신이 그렇게 자라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하고 대견한 대신에 말라죽은 나무를 그린 아이는 “나 물 좀 주세요.” “사랑을 주세요” 라고 외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나도 함께 목이 마른 것 같은 갈증이 납니다.

어린이들이 씨앗을 관찰하고 그린 그림

이름 : 벌집나무
벌집이 열리는 때(6~7월 여름¤)
특징 : 벌집이 열려도 벌들이 모여 오지 않고 쉽게 꿀을 얻을 수 있다.

꽃은 5~6월에 보라색 참나리 같은 꽃이 피고 열매는 체리 모양으로 7~8월에 열린다.
*알아야 할 것 - 우거진 숲 속 비가 잘 올 때만 잘 자라는 희귀나무(동남아에 많이 자란다)
나무이름 : 둥글나리 나무
나이 : 150살
나무의 역사 : 아무 일 없이 튼튼히 자람
최초 발견한 사람 - 아주 천재적인 ○○님 2006. 1. 11 발견
둥글나리 나무는 번식이 어려움

이름 : 친절한 열매씨
열매는 주황색 오렌지를 축소시킨 듯이 생겼으며 꽃은 별 모양이고 특이하게 파란색이다.
*친절하게 자라서 이름이 친절한 열매씨이다.
나무나이 : 200살

12년 정도 된 나무이고 9~10월에 꽃이 피고 가장 예쁘다. 생명력이 강하고 잎은 벚꽃 잎보다 조금 크지만 비슷하게 생겼다.

이름 : 바나나킥
이유 : 열매의 모양이 바나나 모양이라서 꽃은 5~6월에 피며 열매는 마치 껍질 벗긴 바나나(?)모양이다. 꽃잎은 6개이며 씨는 열매 속에 있으며 타원형이다.

이름 : 파인꼴리아
수명 : 5~6년
생산지 : 남아메리카. 마다가스카
꽃이 피는 계절 : 여름
하는 일 : 고혈압에 걸린 사람을 치료해 줌
나이 : 15살
물 온도 29.8℃

이름 : 별
이유 : 씨앗의 껍질을 보아 꽃의 모습이 비슷할 것 같아서 씨앗의 껍질이 별 모양 같아서
나이 : 15살
특징 : 흔들면 소리가 난다.

이름 : 뾰족가시빛
이유 : 뾰족하고 빛 같아서

이름 : 불가사리꽃
이유 : 씨앗이 5개의 껍질에 싸여있는 모습이 왠지 불가사리 같아서
나이 : 11살

이름 : 따갈
이유 : 따갑고 색깔이 갈색이라서

마음의 씨앗나누기

예쁜 봉투에 선생님이 준비한 마음의 씨앗을 담아서 나누어주었습니다. 봉투 안에는 선생님이 어린이를 위하여 기원하는 말이 적혀있고 빈 카드에는 자기 가슴속에 심어두는 말의 씨앗을 적어 두는 것입니다. 씨앗은 자꾸 열어보는 것이 아니듯 마음속 깊은 곳에 소중히 묻어서 고이 자라도록 아무도 모르게 살짝 열어보고 고이 간직합니다.

둘째 날, 솟대에 소원을 빌며

아침 열기

횡성의 살림학교 옆에는 감자밭이 있고 감자밭을 지나면 숲길을 따라 작은 계곡이 있습니다. 숲길에는 질경이의 마른 대궁이 눈을 뚫고 솟아 있고 오른쪽에는 빈 대궁들이 줄지어선 옥수수 밭이 있습니다. 옥수수 밭을 지나면 왼쪽에 계곡 물이 얼어서 작은 얼음언덕을 이루고 있고 조금만 더 오르면 얼지 않은 웅덩이에 송사리들이 헤엄을 칩니다. 길이 오른쪽으로 굽어져 그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큰 밤나무 밑으로 다 허물어져 지붕만 남은 낡은 집이 나옵니다. 그 큰 밤나무 앞에서 바라보는 앞산 풍경은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날이 흐리면 흐린 대로 아름답고 안개가 끼면 흩어지는 안개를 따라 산이 숨바꼭질을 하는가하면 날이 좋으면 햇살이 산등성이를 따라 온 누리에 퍼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깨워 아침산책을 하려니 추운 겨울 얼어붙은 눈길을 선뜻 따라나서는 이가 없습니다. 먼저 나선 어린이들이 기다릴까봐 아이들을 억지로 일으켜 젖은 머리에 모자를 씌워서 아침산책을 나섰습니다. 먼저 나온 어린이들은 얼음언덕에서 궁둥이 썰매를 타느라 난리법석이 났습니다. 늦게 나온 어린이들은 목적지를 묻더니 길을 버리고 눈밭을 가로질러 곧 바로 가겠다고 하네요. 큰 밤나무가 있는 언덕에 이르니 눈밭을 헤치고 온 어린이들이 길을 찾지 못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길 잃은 양을 인도하듯 길을 찾아 이끌어 가까스로 모두 한자리에서니 눈에 빠진 발이 시려 춥다고 빨리 내려가자며 조릅니다.
어젯밤에 아침을 여는 시를 다함께 외워두었지만 선생님 혼자서 큰 소리로 시를 외웠습니다.

동쪽하늘 환히
해님이 솟아오르면
서쪽 산 너머
별님 달님이 집니다.
내 앞에는 활짝 열린 세상
내 뒤에는 따스한 부모님
이모든 것 한 가운데 있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바라본 앞산에는 눈이 덮여있고 막 퍼지기 시작한 해님의 기운은 산을 타고 마을까지 번져 나갑니다. 내려오는 길에 얼음장 한 귀퉁이를 뜯어내어 맛을 보았습니다. 오드득 오드득 입에서 녹는 얼음은 단맛이 납니다. 길가에 있는 까치밥 한 가지를 잘라서 방에 꽂아두라고 한 어린이의 손에 들려 내려 보냈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하루를 맞이하는 이 시간은 도시에서는 도무지 만날 수 없는 참 새로운 아침입니다.

솟대 만들기

솟대에 얽힌 이야기 들려주기

여러분은 마음속에 간절한 소원이 있을 때 어떻게 하나요? 아마 자기가 믿는 신께 기도를 드리겠지요. 교회나 성당, 절에 다니지 않는 친구라고 해도 급하면 마음속으로 누군가에게 간절히 기도를 드리겠지요. 우리보다 몇 천 년 먼저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그 사람들은 해님이나 달님 또는 하늘과 바람에게 빌었답니다. 우리가 만들게 되는 솟대는 먼 옛날부터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이 하늘과 땅에 대한 소중한 믿음과 소망이 깃들어있는 장대입니다.
솟대는 보통 음력 정월 대보름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세웠는데 그 솟대를 세울 나무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에서 곧게 자란 나무를 베어서 썼답니다.
그 나무를 베는 사람은 그 마을에서 행실이 바르고 정직한 사람이어야 한답니다. 솟대에 쓰이는 나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우주나무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대에 앉은 새는 왜 오리일까요? 멋으로 치자면 독수리가 더 멋지고 소리로 치자면 꾀꼬리가 더 아름다울 텐데…. 그 이유가 궁금하여 이리저리 찾아보니 천궁대전이라는 동아시아 신화에서 오리의 이야기를 찾았습니다.

하늘과 땅이 생기기전 이 세상은 오직 물거품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물거품 속에서 최초의 신 아부카허허가 탄생했습니다. 아부카카허허는 공기와 빛 그리고 자기 몸으로 만물을 창조한 여신입니다. 아부카허허의 윗몸은 하늘이 되고 아부카허허의 아랫몸에서 땅의 신이 태어났습니다. 땅의 신 이름은 바나무허허이며 잠꾸러기신입니다. 아부카허허는 또한 빛을 다스리는 와러두허허를 만들었습니다. 자애로운 아부카허허와 성질이 급한 와러두허허는 잠이 많은 바나무허허를 기다리지 못하고 여성을 만들었는데 여성은 이 두 신을 닮아 인자하지만 조급한 성격을 지니게 되었답니다. 뒤늦게 잠에서 깬 바나무허허는 빛이 없는데서 작업을 하여 밤에만 활동하는 새와 짐승, 곤충을 만들었습니다. 아부카허허는 세상에 여자만 있는 것을 보고 남자를 만들라고 재촉을 하는데 바나무허허는 계속 잠만 잤습니다. 아부카허허는 그래서 머리가 아홉이고 팔이 여덟인 오친 여신을 만들어 바나무허허를 잠들지 못하도록 계속 흔들어 깨우게 했습니다. 잠을 못 자게 된 바나무허허는 마지못해 자신의 어깨뼈와 겨드랑이 털에 자매들의 부드러운 살을 합하여 남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신체가 강건하고 마음도 넓고 몸에 수염과 털이 많게 되었습니다. 바나무허허는 자기를 계속 흔들어 깨우는 머리 아홉에 팔이 여덟 개인 오친 여신이 무척 성가셨습니다. 그래서 홧김에 오친 여신에게 돌 두 개를 던졌는데 돌 하나는 오친 여신의 뿔이 되고 하나는 생식기가 되어 양성을 지닌 괴물이 되었습니다. 이 괴물은 바나무허허의 몸으로 들어가 번식을 하여 예루리라는 악마가 되었습니다. 이 악마는 동시에 공기가 되어 하늘에 오르고 빛이 되어 해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뿔로 땅에 들어갈 수 있는 예루리 큰신이 되었습니다. 이 예루리 때문에 산과 땅이 동요하고 땅에는 물이 넘쳐나고 해와 달이 빛을 잃고 만물이 망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해와 달이 빛을 잃자 예루리는 아부카허허에게 도전 했습니다. “누구에게 빛을 찾아낼 능력이 더 있는가 하늘이 무슨 색인가?” 알아맞히기를 하자고 내기를 건 다음 백해에 있는 얼음산을 옮겨와서 온 세상을 흰색 천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온 세상에는 못 견디게 무시무시한 추위가 닥쳐왔습니다. 이때 바나무허허가 아홉 색깔 날개와 큰 입의 거대한 오리를 보내어 얼음 속에 갇혀있는 아부카허허를 업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오리는 입으로 불을 토하여 세상을 덮고 있는 얼음 덩어리에 수 만개의 구멍을 내어 세상에 다시 빛을 찾아주었습니다. 원래 오리의 부리는 길고 괭이모양이었는데 이 때 얼음을 깨느라 넓적한 부리가 되었답니다.

성경에 나오는 창세 신화나 그리스 로마신화에 비해 낯설지요? 이 이야기는 우리민족이 한때 활동했던 만주 땅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랍니다. 솟대문화가 동아시아지역에 공통으로 전해지는 것을 보면 얼음으로 덮인 세상을 구한 오리에 대한 옛사람들의 신앙이 이야기는 사라지고 솟대의 모습으로만 남아있는 것은 아닌가 상상을 해 봅니다. 하늘을 날고 땅을 누비며 물속을 헤엄치는 오리의 특별한 능력이 하늘을 다스리고 땅을 다스리고 물을 다스리는 신들에게 자신들의 소원을 전해 줄 것이라 믿었던 옛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나의 소원을 담아 솟대를 만들어보세요

솟대 만들기

<준비물>
솟대받침 나무, 기둥으로 세울 곧은 가지, 몸과 머리를 만들 ㄱ자형 나뭇가지, 모래종이, 송곳, 목공본드, 칼

<만드는 법>
※칼은 세 마디 정도 빼서 쓰는데 칼날이 자기 몸 쪽으로 오지 않도록 주의를 하며 사용해야 합니다.
① 솟대의 받침으로 쓸 나무를 모래종이로 곱게 갈아냅니다.
② 몸통이 될 부분의 나뭇가지에 가슴부분을 1cm정도 껍질을 벗겨냅니다.
③ 꼬리부분은 2~3cm 깎아 내어 꼬리 부분이 들린 듯 한 모양을 만듭니다.
④ ㄱ자 형으로 굽은 나무를 잘라 머리모양을 만드는데 입과 꼬리부분을 뾰족하게 깎습니다.
⑤ 몸통의 위 부분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머리모양을 연결해 오리모양을 완성합니다.
⑥ 몸통의 배 부분에 구멍을 뚫어 솟대기둥과 연결합니다.
⑦ 솟대받침 가운데 구멍을 뚫어 솟대를 세워 고정합니다.
⑧ 각 부분을 연결하는 부분에 목공본드를 살짝 묻히면 단단하게 고정이 됩니다.

목탄으로 솟대 그리고 소원 빌기

<준비물 >
연습용 종이, 목탄, 정착액, 머메이드지, 초, 솟대

목탄은 아주 부드러운 질감이 있어서 그리는 재미가 납니다. 목탄을 처음 사용해보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연습용 종이에 선을 긋는 연습을 하다가 자기가 만든 솟대를 머메이드지에 그리고 여백에 자기의 간절한 소원을 적었습니다.
목탄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정착액을 뿌립니다. 솟대와 솟대그림을 앞에 놓고 한사람씩 초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방안에 있는 전등을 끄고 맨 끝에서부터 차례로 초를 밝히는 동안 조용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음속에 소원을 품은 사람은 함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초를 앞에 놓고 몸가짐을 단정히 했습니다. 단정히 무릎을 꿇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여미어 마음을 모았습니다. 손을 가슴에 모았습니다. 옛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비나이다 비나이다”부분은 함께 읊고 몇 몇 친구가 대신하여 소원을 빌었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살림학교에서 즐겁게 지내고 건강하게 지내다 돌아가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마음속에 간직한 소원도 이루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잠시 침묵하며 기다리다 초를 끄고 전등을 밝힙니다.

목탄으로 그린 솟대그림과 어린이들의 소원

하가렌 버닝 영원히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가족 매일 행복하도록
비나이다 비나이다

2006 올 한해 행복하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항상 행복한 웃음 잃지 않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늘 포기하지 않고 어떤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추석 때나 설날 때 돈 많이 받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비나이다 비나이다

2006년에 컴퓨터 마이해줘 ㅋㅋ

날 포함한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어린이들이 솟대에게 비는 소원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내용이 가장 많습니다. 돈을 많이 갖게 해달라는 소원도 있고 언제어디서나 즐겁게 지내게 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적은 어린이도 있습니다. 소원 빌기를 하면 비웃거나 분위기가 산만해질까 내심 염려가 일었는데 모두 비나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어린이들이 내비친 소원과 가슴속에 깊이 간직한 소원 모두 꼭 이루어지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마음의 씨앗나누기

이야기 들려주기

콩알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콩알 하나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여러분 콩 알지요? 콩자반도 해먹고 밥에도 넣어먹는 콩 말이에요. 우리가 먹는 콩은 농부가 농사를 지어서 먹게 되는 것이지요. 이 콩알 하나를 우리가 먹게 되기까지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먼저 땅에 콩 하나를 심어요. 그 다음에 무엇이 필요한가요? 맞아요, 햇빛도 필요하고 물도 필요해요. 해를 받아야 콩이 잘 자라고 그 다음 비가 내려야하지요. 콩이 자라도록 돌보아주는 손길도 필요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한가요? 사람은 밥을 먹어요. 사람들은 물도 먹어요. 그러나 햇빛은 사람이 직접 먹을 수 없어요. 바로 햇빛을 받고 자라난 식물들을 통해서 햇빛을 먹게 된답니다.
우리가 먹는 작은 콩알하나에는 땅과 하늘과 사람 온 우주의 기운이 깃들어있답니다. 그 기운을 먹고 자라는 우리들에게도 우주를 담고 있는 씨앗이 있습니다. 그 씨앗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내 마음에 심는 말의 씨앗

첫날 나누어준 마음의 씨앗봉투에 심을 말의 씨앗을 적는 시간입니다. 마음속에 간직하여 무럭무럭 자라게 할 말을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고 간직하라고 선생님께서 봉투 안에 빈 종이를 넣어주셨습니다. 어떤 말이 좋을까 잠시 생각하는 어린이들에게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콩은 땅에 심고 좋은 말은 여러분의 마음 깊은 곳에 심는답니다. 희망을 주는 말, 축복하는 말, 아름다운 말을 종이에 적고 잘 간직하세요. 내게 힘을 주는 말을 나에게 건네는 거예요.” 머뭇거리는 어린이를 위하여 미리 준비한 글귀를 읽어 주었습니다. “선생님이 여러분의 봉투에 넣어주신 좋은 말이에요. 영 생각이 나지 않으면 여기에 있는 말에서 하나를 골라도 돼요. 그리고 옆 친구와 선생님께도 말의 씨앗을 심고 싶으면 가운데 놓인 종이를 사용해도 됩니다.”

*온 세상을 비추는 해처럼 빛남
*촛불처럼 어둠을 밝히는 사랑
*추운 겨울을 이겨낸 들풀처럼 강함
*밤하늘 달빛처럼 부드러움
*예쁜 빛깔로 피는 꽃처럼 아름다움
*푸른 하늘처럼 높고 푸르름
*별처럼 빛나는 꿈
*하늘을 향한 나무처럼 지혜로움
*봄을 기다리는 씨앗처럼 소망
*우주를 담은 콩 한 알처럼 큰 뜻
*많은 생명이 깃드는 나무처럼 넉넉함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움
*뿌리 깊은 나무처럼 꿋꿋함

어린이들이 자기 마음에 새기는 소망의 씨앗을 어떻게 심었는지는 자신만이 압니다. 선생님께 보낸 씨앗에는 이런 말들이 적혀 있네요.

*선생님 여기서 고학년 가르쳐서 피곤하겠네요.
*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게
*선생님 건강하세요.
*선생님 여름방학 때 또 우리 잘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우리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내 자신을 인정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보며 행운이 함께 하길
*선생님 너무 너무 수고하셨어요.
*솜털처럼 부드럽게
*아프지 말고 코스모스처럼 아름답게
*‘껍데기’로 사람을 생각하지 않기
*전 5학년이지만 선생님이 너무 친절하시고 저도 선생님이 키가 작아 부러워요.

어린이들에게 전해준 말은 하나밖에 없는데 이렇게 많은 말의 씨앗을 받으니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이 말 중에 ‘껍데기로 사람을 생각하지 않기’란 말이 가장 가슴에 남습니다. 작은 씨앗이 그 속에 커다란 나무가 될 가능성을 품었듯 어린이들은 지금보다 더 큰 존재로 자라날 씨앗이기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스스로 밝혀주는 소중한 말입니다. 교사의 몫을 해야 하는 제게 두고두고 새길 마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씨앗 나눔

날개를 단 씨앗처럼 자유로이 날아 뿌리를 내리도록

동지 무렵 우연한 기회에 박주가리 씨앗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하수오라고도 불리는 이 열매는 찌그러진 박 모양의 껍질이 터지면서 길고 하얀 솜털을 단 씨앗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신비한 모습의 열매입니다. 어린이들을 가까이 불러 머리를 맞대고 씨앗을 껍질을 벌려보았습니다. 껍질 속에서 가지런히 잠자고 있던 씨앗의 긴 솜털이 꽃잎이 벌어지듯 활짝 날개를 폅니다. 한 어린이에게 세 개씩 씨앗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씨앗을 받은 어린이들은 입으로 바람을 불어 씨앗을 날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선생님 우리 이거 밖에다 심어요.” “하하, 아직 겨울이라 밖이 눈밭인데?” “그럼 언제 심어요?” “씨앗을 봉투 속에 잘 넣었다 봄이 오면 여러분이 심어 보세요. 선생님도 봄에 감자 심으러 여기에 오면 얘도 양지 바른 곳에 심어서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 볼 거예요.” “선생님,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심어서 우리만 봐요.” “그럴까요?” “네-.”
“선생님이 이 씨앗을 여러분에게 나누어준 이유는 여러분도 이 씨앗처럼 자유롭게 훨훨 날아서 좋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에요.”

셋째 날,
나 자신만이 할 수 있어요.

표현율동과 선그림 그리기

어린이들은 살림학교에서 초와 솟대를 만들고 얼음썰매를 타고 표현율동을 했습니다. 표현율동은 오이리트미의 우리말이름입니다. 오이리트미는 아름다운 흐름이라는 뜻입니다. 오이리트미는 단순한 율동이나 무용이 아니라 호흡과 맥박을 고려하여 구성된 자연스러운 몸짓입니다. 어린이들은 살림학교가 열리는 3일 동안 피아노반주에 맞추어 원을 그리고 발걸음을 느껴보고 손과 발을 정성스레 움직이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몸짓을 익혔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 호흡이 고르게 변하고 몸의 자세가 바르게 잡히기도 하며 함께 하는 친구와 모이고 흩어지는 동작을 통해 일치와 조화를 느끼기도 합니다.
표현율동은 모둠 활동시간에 선그림 그리기로 이어집니다. 선그림 그리기는 몸으로 했던 활동을 의식과 의지의 세계로 이끌어내는 과정입니다. 표현율동을 하며 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몸으로 만들었던 모습을 손으로 허공에 그려봅니다. 가장 많이 떠오르는 모습은 원입니다. 원은 한 번에 동그라미를 그려서 완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번 반복하며 둥글게 선을 그리다보면 완전하게 둥근 원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종이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리면 내가 치우치게 그리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게 됩니다.
원을 중심으로 왈츠를 추던 모습은 둥글게 돌아가는 꽈배기 모양입니다. 새끼줄의 두 가닥이 만나는 모습처럼 두 줄의 조화를 찾아냅니다. 들며 날던 몸짓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릴 때도 리듬을 살려서 오르고 내립니다.

어린이들이 표현한 글이 선그림의 과정을 잘 말해줍니다

-동그라미를 다듬으며 동그라미를 만들어가니 정말 내가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모난 부분 없이 동그랗게 만드는 과정에서 내 마음을 각지고 모난 부분 없이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오직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 원이 완전히 둥글지 않으므로 배움과 수련을 평생 내가 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맺는 말
살림학교에서 2박3일을 지내며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듬뿍 받았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첫날 밤 아파서 끙끙거리던 어린이도 둘째 날부터는 건강하게 뛰어 놀며 활동을 합니다. 추워서 움츠렸던 마음이 훈훈해지고 겨울나무처럼 외롭더니 겨울나무처럼 꿋꿋해집니다.
솟대를 만들어 소원을 빌고 초를 만들어 나의 마음을 밝히는 동안, 얼음판을 누비며 썰매를 타고 눈싸움을 하는 동안, 몸과 마음을 움직여 몸짓을 하는 사이, 선 그림을 그리는 순간 평생 배우고 수련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평안을 찾고 모두를 위해 기도하는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장난기 어린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벽에 걸린 시를 가만가만 공책에 적는 어린이를 보았습니다. 굳은 얼굴이 약간씩 펴지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어린이도 만났습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며 나는 먼저 배운 선생이 아니라 어린이에게 배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우주를 품어 안은 씨앗이며 아침이면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어린이들과 만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봄에 대한 기다림보다도 여름(여름학교가 열리는)에 대한 기다림이 더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