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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경희
2016.11.13 23:43

나는 소나무다 

내 꿈은 멋들어진 산수화처럼 자라는 것이다. 정겹게, 혹은 고고하게 내가 서있는 자리를 빛내고 싶다.

하지만 어느 날 가을 맞이 가지치기에 기둥에서 잘려나가고 말았다. 내 로망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될까?

걱정으로 떨리던 그때 여러 조각으로 잘려 상자에 담겼다. 내 몸은 둥글 납작하게 잘렸고, 거칠어진 면을 통해 가지를 타고 흐르던 물도, 향기도 말라갔다.

한참을 상자에 담겨 긴 잠을 잤다. 자는 동안 어느 아궁이의 불쏘시개가 되는 꿈도 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날 깨웠다. 갑자기 여러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며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다. 기대감에 몸이 떨렸다.

나를 손에 쥐고 돋보기로 나를 들여다본다. 왜 나를 이렇게 꼼꼼하게 들여다볼까?

파헤쳐진 속살, 포근하게 감싸주던 껍질, 한 살한살 나이듦에 따라 아름답게 새겨지던 나이테...

문든 나이테를 세는 눈이 가늘어지며,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눈길이 느껴진다.

내 삶의 흔적을 이 사람은 알아봐주는 걸까?

내가 자란 곳은 그늘이 지는 곳이었다. 살기 힘든 곳은 아니었지만, 따사로운 햇님의 미소는 늘 아쉽게 나를 빨리 지나쳐갔다.

내 나이테를 들여다보는 낯설지만 다정한 눈길속에 지난 13여년의 추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친구 나무들과 함께 싹이 터 자라다가 서로 곳곳으로 팔려가 헤어지고, 어느 아파트의 화단에 심겨져 자랐던 지난 날,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던 아기들...유난히 개구지던 어떤 꼬맹이 생각이 나 잠깐 웃음이 지어졌다.

내가 물방울 모양처럼 생겼다며 좋아하면서 한참 나를 둘러보던 사람이 나를 거칠 거칠한 사포로 문지르기 시작한다.

한참 문질러지니 거칠던 면이 부드럽고 매끈해진다. 이제는 나를 보더니 수석 같단다.

나를 가지고 목걸이를 만들거라고? 이름도 쓰고, 그림도 그린덴다!! ~ 신난다~

나를 어디론가 가지고 간다. 이 사람 집인가보다. 자기 이름도 써주고, 무지개도 그려주었다.

꽃 그림은 특히 마음에 든다. 사실 이 사람은 좀 실망한 듯 하지만 색색으로 장식해주니 내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차 오른다.

또 며칠이 지나, 다시 처음있던 곳으로 되돌아 왔다. 이번엔 초를 칠해준다. ? 이건 무얼위한 걸까? 난 어떻게 또 변신하게 될까?

초가 덕지덕지 칠해지고, 칠해지다못해 가루가 떨어질 즈음, 이번엔 촛불을 켠다.

환한 불빛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어느 아궁이의 불쏘시개가 되려나 했던 꿈이 생각났다.

나를 불에 갖다 댄다. ! 하는 순간 내몸에 칠해진 초가 녹으며 내 몸안으로 스며든다.

! 스며들며 나를 덮어주는 촛농이 이불처럼, 포근한 담요처럼 느껴진다. 나이테를 타고 물처럼 흐르는 촛농이 반가워, 일순 뿌리에서 빨아올려져 내 몸을 흐르던 달디달고 시원한 물이 생각났다.

가만? 목걸이를 만든다고 했으니 이제 줄을 달아줄까? 맞았다!

까만줄을 구멍에 넣어 이렇게 저렇게 매듭을 지으니 내가 진짜 목걸이가 되었다.

내 새로운 변신이 기쁘다. 나를 아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의 의미있는 물건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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