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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경희
2016.11.18 13:16

오늘은 날씨가 참좋다. 바람은 휘파람을 부르며 산책길에 나섰다.

아래 화단에 어제 새로 심어진 나무들이 보인다.

바람이 작은 소나무 묘목으로 가까이 내려가 인사를 건네자, 씩씩하고 맑은 기운의 소나무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제는 나무를 심더니 오늘은 꽃과 잔디를 심는다고 한다. 앞으로 이쪽 산책이 더 즐거워질 것 같다.

몇 달이 지나자 나무도 뿌리를 단단히 내려 자리를 잡고, 그새 서로 친해져서 제법 속깊은 이야기도 할 수 있게되었다.

이 나무는 어리지만 생각이 많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재미가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기대하며 인사를 건네자, 조용하게 생각에 잠겨있던 나무가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는 화단에 심어져 나무로 자라는 것도 좋지만 세상을 더 돌아보고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옛날에는 나무로 지게 같은 도구도 만들고, 가구나 집도 만들었다지만 이제는 나무를 쓰는 일이 많지 않다. 저기 먼곳의 큰 나무들은 종이를 만들기도 한다는데, 화단에 심겨진 나무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지... 쌩뚱맞은 꿈을 꾸는 나무가 바람은 신기하면서도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벌써 주변의 나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좋은 삶을 두고 별 소릴 다한다고.

초롱초롱 빛나던 기운이 조용해진다. 하지만 시무룩한 것 보다는 속으로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바람은 나무가 희망을 가질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얼른 세상을 돌아보러 날아갔다. 내가 모른다고 남의 희망이 쓸데없는 것이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바람은 자신이 모르는 게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몇 해가 가도 별 소득은 없었고, 나무는 점점 자라 청년이 되어갔다. 초롱초롱하던 여린 기운은 사라졌지만 속으로 더 단단해지, 잎은 더 짙은 초록빛이 되었다. 작던 껍질도 더 크고 거칠거칠해졌다. 나무는 아직도 꿈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는 새로운 신나는 일을 만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어느날 다른길로 지나가던 바람에게 관리소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핏 들려왔다. 이제 몇 년전에 심었던 나무들도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겠다는 말이었다.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버려지거나 톱밥의 재료로 쓰인다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괜히 기분이 가라앉았다.

다음날 아침부터 요란한 전통톱 소리와 함께 분위기가 분주하다. 길가에 온통 잘린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흩어져있다. 나무가 걱정되 주변을 맴도는데, 한곳에 쌓인 잘라진 가지들을 누군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주변엔 혼통 잘린 나무에서 흘러나온 소나무 냄새로 가득하다. 나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표정이 자뭇 비장하다.

잘려진 가지들은 보통 차가 와서 한꺼번에 실어가는게 보통인데, 이번엔 누군가 톱질을 하더니 작은 몽둥이처럼 잘라서 박스에 담아갔다. 바람은 저 가지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잘하면 나무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생길 것 같아 가슴이 떨렸다.

생전처음으로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 가지들을 기켜보기로 했다. 한참을 가지들이 어떻게되나 궁금해하다 지칠 무렵, 사람들이 가지를 나눠가지고 헤어지는게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을 따라가자, 집에서 이상하게 생긴 칼로 껍질을 긁어내는게 보인다. 사방으로 튀는 껍질들, 물씬 나무향기가 주변에 가득하다. 한참 이칼 저칼로 표면을 긁더니, 까만천으로 문지른다. 어느새 짙은 갈색이던 껍질이 벗겨지고 옅은 노란 빛의 속살이 드러났다. 바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무가 변신을 하고 있다!

투박하고 거칠게 말라붙은 껍질이 벗겨지고, 매끄러워지고 부드러워진 나무가 바람은 눈물나도록 예뻤다. 두 개를 부딪히니 땅땅하는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함께 밖으로 스며나오는 노랫소리로 바람은 알 수 있었다. 너는 악기가 되었구나. 너의 꿈이 이뤄졌구나.

바람은 이제 마음편히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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